국회 '슈퍼갑' 법사위 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2.03 09: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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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법사위원장 "대통령도 안 부럽다"

[일요시사=정치팀] 요즘 국회에는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를 향한 볼멘소리가 가득하다. 국회에서 국회의장보다 만나기 힘든 것이 법사위원장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 법사위의 횡포를 막겠다며 법사위를 견제하려는 법안 제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도대체 왜 법사위는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걸까? <일요시사>가 슈퍼갑 법사위를 해부해봤다.




지난 해 12월31일 새해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박영선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이 갑자기 외국인투자촉진법(이하 외촉법)을 '재벌특혜법'이라고 주장하며 법안 상정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절대권력?

외촉법은 이미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무려 7개월간 심의를 거친 끝에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사항이었다. 여야의 합의가 끝난 사항이었지만 박 위원장 단 한 사람의 반대로 인해 법안 상정은 무기한 미뤄졌다.

여야가 박 위원장을 달래고 달랜 끝에 박 위원장은 다음 날 새벽 3시경 "내 손으로 외촉법을 상정할 수는 없다"며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이춘석 의원에게 의사진행을 맡기고 퇴장했다. 덕분에 새해 예산안까지도 또 해를 넘겨 1일 새벽 5시가 되어서야 통과됐다. 무소불위 법사위 힘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299명이 찬성해도 법사위원장 단 한 사람이 반대하면 법안 통과를 막아설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국회의 시스템은 어떤 법안이든 제출되면 소관 상임위 심사를 거쳐 법사위에서 체계 및 자구(字句) 심사를 받은 후 본회의에 상정되게 된다. 상임위에서 법안이 통과되어도 법사위를 넘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는 해당 상임위에서 심사를 마친 법률안의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만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형식상 큰 문제가 없으면 통과시키면 된다. 하지만 법사위에서는 이러한 권한을 활용해 해당 법안의 내용을 수정해버리거나 법안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아예 법안 통과를 막아서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법사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사실 법사위의 월권 논란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노무현정부 시절에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소속 안상수 법사위원장이 각종 법안을 막아서면서 법사위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당시 안 위원장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안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장차관이 줄을 섰을 정도다. 단적인 예로 안 전 위원장은 사석에서 법사위원장 시절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털어놓았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국회선진화법이 발효되면서 법사위의 권한은 더욱 막강해졌다. 국회의장이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법안을 직권상정 할 수 있는 길조차 사실상 막히게 된 것이다. 이제 법사위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절대권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때문에 주요 법안의 심사가 진행될 때는 해당 상임위보다 오히려 법사위가 각종 로비전으로 몸살을 앓기도 한다.

각 부처의 장차관이 법사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진을 치는 것 정도의 광경은 이미 오래된 일이라 놀랍지도 않다. 국회의장보다 만나기 힘든 사람이 법사위원장이라는 말은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된 것이다.

마음대로 법안 수정, 속 끓는 의원들
상임위 통과해도 법사위가 막으면 끝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상임위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법안이 통과됐을 경우 법사위에 속해 있는 동료의원에게 해당 법안의 통과를 막아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이처럼 법사위를 향한 볼멘소리가 커지면서 법사위의 횡포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법사위의 월권으로 주요 법안이 번번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법사위의 월권을 막기 위한 법안을 잇달아 준비 중이다. 이들 법안은 2월 임시국회의 쟁점법안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명분으로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률안의 주요 내용을 수정하는 등 체계·자구 심사의 범위에서 벗어났다고 판단될 경우 법사위의 심사 결과를 법안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같은 당 민병주 의원도 법사위가 각 상임위로부터 제출받은 법안을 수정할 경우 이를 해당 상임위에 반드시 사전에 알리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 의원은 법사위 월권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법사위는 민 의원이 발의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안 중 '등록금심의위원회 심의'를 '등록금심의위원회 심사·의결'로 수정했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법사위가 법안의 핵심 내용을 발의자 동의 없이 수정하고, 법안 발의 취지를 왜곡했다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지난해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는 법사위가 법원과 검찰 등 소관부처만 담당하도록 하고 체계 및 자구 심사는 국회 사무처 법제실에서 전담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야당의 반발에 막혀 계류 중이다.

야당에선 법사위의 역할도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법사위가 다수당의 횡포를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야권은 그동안 다수 여당의 날치기 처리를 막는 마지노선으로 법사위를 최대한 활용해 왔다.
체계 및 자구 심사란 법률의 모순을 시정하는 것으로 현재 법사위가 법안을 수정하는 것이 결코 월권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논란이 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의 경우 당초 매출액의 10%를 과징금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어긴 것이라 법사위 차원에서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안전장치?

이같은 주장은 새누리당에서도 나온다. 법사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각 상임위가 해당 부처를 대변하다보니 자기들에게 유리한 법률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법사위가 이른바 '상임위 이기주의'에 제동을 걸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각 상임위가 법안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아 법사위의 개입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있다. 각 상임위가 제대로 된 법리해석도 거치지 않고 이해관계에 따라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각 상임위에 속한 입법조사관 등 지원인력 상당수가 순환근무를 하는 탓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적어 생긴 일이기도 하다.

한 정치전문가는 "모든 상임위의 법안이 법사위로 몰리면서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입법활동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현행 제도에 대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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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