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모 비서관 '취업사기' 혐의 피소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8 17: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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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가정파탄' 주장, 의원실은 '모르쇠' 일관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 A의원의 현역 비서관 B씨가 취업사기를 벌인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포착했다. B씨가 피해자 두 명에게 받아 챙긴 돈은 모두 1억4천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사건이 발각된 이후에도 B씨는 아무렇지 않게 비서관으로 근무한 사실이 밝혀졌다.  


피해자 C씨의 악몽은 정확히 2년 전인 지난 2012년 1월 시작됐다. 민주당 A의원의 현역 비서관 B씨는 C씨의 대학동기로 오랜 친구였다. 두 사람의 만남은 B씨가 모 인사의 출판기념회 참석차 고향에 내려오면서 성사됐다.

취업 알선? 

C씨에 따르면 오랜만에 가진 술자리에서 B씨는 C씨와 또 다른 대학동기 D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현역 비서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신이 두 사람을 업계 1, 2위를 다투는 모 자동차 회사의 생산직으로 취업시켜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대신 1인당 7천만원의 금액을 요구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모 자동차 회사에 입사만 된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결국 두 사람은 B씨에게 돈을 주기로 한다. 한명은 차명계좌로 다른 한명은 현금으로 B씨에게 돈을 전달했다. 대학시절 친구였고 현직 국회의원의 비서관이었다. 의심은 하지 않았다.

C씨는 B씨의 말만 믿고 14년이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딸린 식구가 있어 퇴직이 망설여졌지만 B씨는 자신만 믿으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B씨의 취업 약속은 조금씩 미뤄졌다. 조급함이 밀려왔지만 B씨는 항상 좀 더 기다리라는 말 뿐이었다. 회사를 퇴직한 C씨는 경제적 어려움도 찾아왔다. 가정은 파탄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결국 10개월 남짓이 지나 지난 2012년 11월 C씨와 D씨는 B씨를 강하게 추궁하며 지급한 돈을 다시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B씨는 C씨와 D씨에게 받은 돈을 개인채무 등으로 모두 탕진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은 현역 비서관인 B씨에게 한 마디로 취업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취업 청탁 대가로 1억 4천만원 받아
퇴직 여부 오락가락, 거짓말로 감싸기?
  

C씨와 D씨가 원금을 받아내는 데는 그 후로도 1년이 더 걸렸다. 두 사람이 B씨를 고발하자 결국 B씨는 C씨와 D씨가 고소를 취하한다는 조건으로 원금을 모두 되돌려줬다. 일단 돈을 다시 돌려받기 위해 합의서도 써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C씨와 D씨는 직장도 잃고 가정은 파탄 지경에 이른 상황이었다.

갑작스런 퇴직과 많은 나이로 재취업도 쉽지 않았다. 원금은 받아냈지만 두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비서관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는 B씨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두 사람은 B씨를 다시 고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써준 합의서 때문에 B씨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았다. 검찰에 기소는 됐지만 불구속 기소였다. B씨는 오는 2월26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는다.

결국 두 사람은 해당 의원실에 직접 B씨를 해임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 사실을 해당의원에게 알리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해당 의원의 홈페이지 등에 이 같은 억울한 사연의 글을 올리면 글은 모두 삭제됐고 보좌관이라는 사람이 직접 C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오히려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지 말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의원은 정치개혁특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C씨는 또 다른 의문도 제기했다. 마치 다른 보좌진들이 B씨를 보호하려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같은 내용이 해당 의원에게 제대로 전달됐을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좌진들이 이 같은 내용을 실제로 의원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해도 문제고, 전달이 됐음에도 B씨를 해임시키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의원실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당사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당사자와 통화를 요청했다. 그러자 "(B씨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본인이 기자라는 점을 밝히고 사실여부를 확인하려 한다고 하자 의원실 관계자는 갑자기 "(B씨가) 얼마 전 퇴직했다"며 말을 바꿨다. 정확히 언제 퇴직했느냐는 질문엔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번엔 다른 보좌진과 통화를 했다. 이 보좌진은 "(B씨가) 몇일 전에 퇴직했다"고 말했다. 정확히 언제냐는 질문엔 역시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이 일정 때문에 자주 의원실을 비웠기 때문에 모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연결한 보좌진은 "(B씨가) 오늘 퇴직했다"고 설명했다. 의원실은 고작 9명의 보좌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료가 언제 퇴직했는지도 모른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가 없었다. 보좌진마다 대답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이었다.

<일요시사>는 해당사건에 대한 A의원실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했으나 A의원실은 "해당사건에 대해 유일하게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E보좌관인데 정치개혁특위 때문에 바빠 자주 자리를 비워 전화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E보좌관의 개인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자 A의원실은 "E보좌관이 좋은 일도 아닌데 개인연락처를 알려주기는 부담스럽다며 거절했다"고 전해왔다.

 

취업 사기?

 

<일요시사>는 또 당사자인 B씨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고자 B씨의 연락처를 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A의원실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마지막으로 취재기자는 국회 사무처에 B씨의 재직여부를 조회했다. 그런데 A의원실의 설명과는 달리 해임됐다는 다음날까지도 B씨는 여전히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1억4천만원에 달하는 취업사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인물이다.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B씨를 방치하고, 또 감싸기까지 하는 A의원실의 행태는 누구라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정치개혁특위 활동으로 바쁘다는 A의원실. 가장 먼저 해야 할 정치개혁은 지위를 남용하는 구태청산이 아닐까?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알려왔습니다>

당초 취재과정에서 A의원실의 보이지 않는 비호(?) 속에 전혀 접촉할 수 없었던 B비서관은 인터넷에 기사가 게재된 이후 <일요시사>에 직접 연락을 취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구 반론권을 보장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일요시사>는 B비서관에게 반론권을 주기로 결정하고, 그의 주장을 그대로 전재한다. 

다음은 B비서관의 주장이다.

 

저는 당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여 당시 오랜 친구인 제보자에게 돈을 빌리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 친구는 회사에서 실적부진에 따른 스트레스와 명퇴 재촉을 당하고 있다며, 저에게 다른 일자리를 알아볼 수 없겠냐는 요청을 하였고, 저는 선뜻 돈을 빌려준 친구의 마음을 알기에 선의의 마음으로 일자리를 알아보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일자리는 알아보겠지만 우선은 회사에서 최대한 버티는 것이 낫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친구는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돈을 갈취할 목적이었다면, 거금을 계좌를 이용해서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쨌든 이후 일자리를 위해 노력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제보자는 조속한 원금상환을 요구하였으며, 저는 일시불로 상환하기 어렵기에 완전상환 시점까지 월 100만 원씩 이자를 지급하기로 서로가 약속하였습니다.

그 이후 매월 100만 원의 이자를 계좌를 통해 보내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보자의 부인이 계속해서 완전상황을 요구하며 저를 고소하였고, 저는 고소 건이 진행 중인 2013년 초에 모든 금액을 상환하였습니다.

그러나 원금과 이자를 전부다 상환해줬음에도 제보자는 이후에도 계속 일자리와 현금을 요구하였고 이 과정속에서 저는 두 차례에 걸쳐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또 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직을 표명하였고, 의원실도 사직토록 하여 출근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공무원이 재판에 회부될 경우 징계절차가 마무리 될 때까지 퇴직처리를 할 수 없다는 국회사무처의 규칙에 따라 신분상으로는 재직 중에 있으나, 실질적으로 출근을 하지 않고 있고, 근무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감사관실의 징계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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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