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 키우는 협동조합의 진실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2 15:57:08
  • 댓글 0개

"선거 노린 정치세력화가 진짜 목표?"

[일요시사=정치팀] 6·4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협동조합기본법'이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은 협동조합이 야당의 선거 네트워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협동조합에 대한 대대적인 정책정비에 나섰다. 특히 새누리당의 움직임은 협동조합 확산을 시정목표로 세운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은 왜 협동조합을 정조준하고 나선 것일까?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른바 '협동조합 전도사'로 통한다. 오는 2022년까지 서울시 협동조합을 8000개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한 박 시장은 500억원 규모의 사회투자기금 안에 협동조합기금을 만들어 창업자금이나 운영비가 필요한 곳에 장기 저리로 지원하고, 협동조합의 공공조달시장 참여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대대적 공세

또 마을기업 예산을 활용해 공공성이 강한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협동조합에 최대 2년간 사업비 8000만원과 기업당 최대 1억원의 임대보증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지난 2012년 전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이 가장 잘 육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볼로냐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은 점차 결실을 맺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서울시가 인가한 협동조합은 900여개로 전국 협동조합 중 차지하는 비중이 30%나 됐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최근 박 시장을 겨냥해 대대적인 '협동조합기본법(이하 협동조합법)' 손보기에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협동조합 임직원의 국회의원·지방의원 겸직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또 새누리당은 최근 유승민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협동조합의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특위는 전문가 논의를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오는 3월까지 관련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도 곧 협동조합에 대한 부당지원을 규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협동조합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경제적 약자를 위한 협동조합을 선거와 연결 짓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재화나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으로 정의된다.

지난 2012년 12월1일부터 협동조합법이 시행되면서 5인 이상 조합원을 모으면 누구나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당초 3억원 이상이던 출자금 제한을 없애고, 200명 이상이던 설립 동의자를 5명으로 줄이는 등 설립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게 협동조합법의 핵심이다.

협동조합법이 시행된 이후 1년여 동안 전국에선 무려 30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신설됐다. 무서운 증가세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협동조합이 자칫 선거를 위한 정치도구로 활용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 협동조합 전도사 박원순 '정조준'
"관 주도 협동조합 결국 실패할 것"

협동조합법 10조2항은 '국가와 공공단체는 협동조합의 활동에 대해 적극 협조해야 하고, 사업에 필요한 자금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현역 야당 소속 단체장들이 협동조합 지원을 약속하며 표몰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실제로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해 4월 당대표 경선 출마 당시 "협동조합운동 등을 통해 민주당이 지역공동체에 깊이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2년 야권에서는 지역 당협조직 차원에서 협동조합 교육 붐이 일기도 했다.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씨를 비롯한 야권 인사들은 지난해 4월 미디어협동조합인 '국민TV'를 개국해 활동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국가 및 공공기관이 협동조합을 지원할 수 있다는 협동조합기본법 조항을 이용해 지자체장이 협동조합에 지자체 관련 산업을 몰아주거나 금융기관 지원까지 유도할 수 있다"며 "특히 지자체의 지원책을 고리로 생성된 인위적인 협동조합은 다시 상위 협동조합을 결성하는 방식으로 수평·수직적으로 무한대 팽창이 가능해 협동조합이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관계자는 "사회적 기업이 축소되면서 빈자리를 협동조합이 메우고 있고, 협동조합 모임이 사실상 박 시장 지지대회 식으로 변질되고 있는 점이 문제"라며 "6월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까지 염두에 뒀을 때 협동조합을 통한 야권의 '풀뿌리 정치세력화'를 견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의 협동조합 정책에 대해서는 민간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헌조 한국협동조합연대 이사는 한 인터뷰에서 "서울시에서 인가한 협동조합 중에 사실상 시가 관여하는 조합이 여러 개 포함돼 있다"며 "협동조합도 시장경쟁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해야 하는데 관이 주도한다면 사회·경제 양극화 문제 해결과 공동체 회복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마을기업과 협동조합 실무팀에 희망제작소, 아름다운가게 등 박 시장이 만든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협동조합 운명은?

야권은 정치조직화 우려에 대해 이미 정치조직화 방지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며 새누리당과 맞서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 제9조는 공직선거에서 특정정당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인을 당선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오히려 정치조직이 될 가능성은 사단법인 등 다른 조직이 더 크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협동조합은 공직선거에 관여할 수 없게 돼 있는데도 새누리당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협동조합 열풍이 각종 선거에 미칠 영향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야권에서는 새누리당이 협동조합의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협동조합이 새누리당의 주요 지지층과는 거리가 먼 서민층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다소 억지로 협동조합 견제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농·수·축협 등 기존의 조합이 단위조합장의 영향력을 이용해 불법으로 사람과 돈을 동원하거나, 조합장이 정치인으로 변신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협동조합이 잡음을 일으킬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맞서고 있다. 6월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협동조합 기본법을 놓고 벌이는 여야 간 기싸움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