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정치적 인사' 논란

"복종하면 살고 거스르면 죽는다"

[일요시사=정치팀]최근 단행된 검찰과 경찰의 중간간부급 인사를 두고 '정치적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 정권의 치부인 국가정보원 대선·정치개입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주요 검사들은 한직으로 밀려났고, 국회 청문회에서 소신발언을 했던 유능한 경찰은 승진에서 누락됐기 때문이다. 반면, 수사를 고의로 방해한 의혹을 받고 있는 검사는 여기자 성추행이라는 부적절한 처신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징계 없이 수평 이동했다. 이에 검·경 안팎에서는 "정권에 충성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전국시대 대표적 법가사상서인 <한비자-세난편>에는 "용에게는 '역린'이라 해서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그것을 건드리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죽음에 이르게 된다. 군주에게도 역린이 있으니 진언하는 사람은 역린을 건드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풀이하면 역린은 '군주의 약점'을 뜻하니 절대로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다. 그런데 수천년 전 중국에 살았던 한비자의 충고가 현대 한국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역린의 대가

법무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국정원 대선·정치개입사건 특별수사팀 검사들의 수상한 한직행이다.

수사팀을 이끌었던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은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과의 '외압·항명' 논란 속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대구고검 검사로 이동했다. 부팀장이었던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은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 조치됐다.

수사 기능이 중시되는 검찰 조직의 특성상 검찰의 막강한 힘을 드러내는 직접 수사를 하지 않고, 지검에서 한번 다뤄진 수사 결과를 검토하거나 항소심·국가소송 등의 송무를 맡는 고검 검사직은 상대적으로 현장에서 멀어진 '한직'으로 분류된다.

수사팀의 수뇌부인 두 검사가 지방 고검이라는 한직으로 밀려나며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사건 수사 마무리와 공소유지에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또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 관련 정보유출 사건을 수사해온 장영수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광주지검 형사1부로, 오현철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부부장은 홍성지청 부장검사로 자리를 이동하며 가뜩이나 수사진행이 지지부진했던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 수사는 더욱 난항에 빠지게 됐다. 이와 함께 채동욱 찍어내기를 비판한 박은재 대검 미래기획단장의 갑작스러운 부산고검 전보 조치도 정권의 눈밖에 났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인사가 정기인사인 점을 감안해도 중요사건의 수사 검사들에 대한 인사 조치는 사실상 수사와 공소유지를 방해하려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낳게 한다. 정권의 정통성에 부담을 주는 수사팀 지휘부는 흩어놓으면서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사건 수사팀은 그대로 보임된 점은 이러한 의심에 힘을 싣는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과도한 의미부여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방 일선의 수사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지방에서 근무한 검사들을 주요보직에 발탁하거나 생활 근거지 인근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경향 교류'를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역린(逆鱗) 건드리면 한직행·승진 누락
정권 비위 맞추면 자리보존·승승장구

반면 검찰 관계자는 "지방과 서울을 뒤섞는 인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정원 사건 등 중요한 수사를 맡고 있는 간부들을 한직으로 전보조치 한 것은 누가 봐도 수사 방해"라며 "정권과 조직에 순응하는 검사에게는 혜택을, 따르지 않는 검사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전형적인 인사 불이익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친정권적 행보를 보인 검사들은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유독 자리를 보존하거나 영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야권에서 대표적 정치검사로 지목됐던 임관혁 인천지검 외사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영전했다.

특히 국정원사건 수사팀에 외압을 가하고, 고의로 수사를 지연시킨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지난달 여기자 3명에게 성희롱을 한 혐의로 대검 감찰을 받았지만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으로 수평이동했다. 이후 감찰본부는 정식 징계처분이 아닌 '경고' 조치를 하는 선에서 감찰을 마무리했다. 

당장 검찰 내부에서도 이진한 지청장 사건 처리를 둘러싼 반발이 터져 나왔다. 창원지검 임모 검사는 지난 16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성폭력 관련사건 기준 문의'라는 제목의 글에서 "징계를 받지 않을 정도인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의 경계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대검 감찰본부에 그 기준을 묻는다"며 "대검 지침에 따라 피해자의 가슴이나 민감한 부위를 만진 것이 아니고 피해자와 합의되었더라도 강제추행으로 구공판(정식재판에 회부하는 기소 결정)하고 있다. 최근 감찰본부의 사건처리 결과를 보니 제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한 게 아닌가 싶어 당혹스럽다"고 꼬집었다. 이는 감찰본부가 이 지청장에게 정식 징계 처분이 아닌 경고 조치를 하는 선에서 감찰 조사를 마무리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이에 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일동은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법무부의 검찰 간부인사는 '구태검찰'의 재현이라는 국민들의 불신과 우려를 씻기에 미흡한 인사"라며 "검찰 본연의 직분에 충실했던 인사들은 배제하고, 구태를 반복한 인사들은 자리를 보전하는 인사를 비정상의 정상화로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법무부와 검찰의 각성과 함께 향후 구태검찰과 정치검찰의 오명을 씻기 위한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9일 단행된 경찰 인사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89명의 총경 승진 인사가 이날 발표됐지만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사법시험 43회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승진에서 배제됐다. 사법고시 출신들이 대부분 총경까지는 무난히 승진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권 과장의 이번 승진 누락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사법고시를 패스한 후 경찰청 법무과, 서울 서초·수서·송파경찰서 수사과장 등 주요보직을 두루 거친 권 과장의 탈락은 경찰의 부실·축소 국정원사건 수사의 진실을 폭로한 것에 대한 탄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일선 경찰서 형사과장이 아닌 수사과장이 총경으로 승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해명했으나 그간 권 과장의 언론 인터뷰를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하는 등 그에게 유무형의 압력을 가해온 점을 감안하면 경찰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인면수심 검·경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해 말 철도노조의 대규모 파업에서 민주노총이 입주해 있는 <경향신문> 건물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고도 노조 지도부를 한 명도 검거하지 못한 경찰 책임자인 이상식 경찰청 정보심의관, 정해룡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 김양제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장은 최근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이처럼 최근 단행된 검·경의 인사를 들여다보면 '정권에 순종하면 살고, 거스르면 죽는다'는 메시지가 관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배재정 의원은 "인면수심의 대한민국 검·경"이라며 "'정의'를 목숨과 같이 여겨야 할 검·경이 이를 잊으면 '주구'이자 '흉기'가 될 것"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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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