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첫 기자회견 파장

"소통 기대했으나 불통 논란 더 키웠다"

[일요시사=정치팀]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취임 316일 만에 첫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정국구상을 밝혔다. 80여분에 걸쳐 진행된 기자회견은 '경제 활성화·비정상의 정상화 개혁·남북관계 진전' 등 국정운영 3대 기조를 설명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러나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특검 도입 등 야권의 요구에 제대로 응답한 것이 하나도 없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불통 논란을 종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제대로 된 정보가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을 지켜본 야권 핵심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또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 요구 등 국민적 요구가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피해가고,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놨다"며 "대통령이 바라보는 세상과 국민이 바라보는 세상이 현격하게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아버지 '박통' 연상

박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은 원고지 43매 분량의 신년구상 발표 20여분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60분으로 나눠져 총 80여분간 진행됐다. 그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불통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상당히 긴 시간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진짜 소통'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신년구상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등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대신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2년 추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연상시키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관련된 내용이 원고지 30장 분량으로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진보성향의 언론은 배제된 12개의 매체에서 13개의 질문을 받았는데, 질문이 사전에 청와대 측에 전해져 질의응답도 사실상 준비된 답변 원고를 읽은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 내용도 현실과 괴리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 1년을 "어려운 경제상황 속 국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고 최선을 다했던 한 해였다"고 자평한 뒤 "청마의 해인 올해 성공적인 대한민국을 만들고 경제도약을 이루어 국가와 국민들에게 활력 넘치고, 도약하는 한 해가 되도록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제 혁신과 재도약을 위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한반도 통일시대 기반마련에 나설 뜻을 밝혔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관련해서는 ▲공공부문 개혁을 비롯한 비정상의 정상화 ▲창조경제 활성화 ▲내수활성화를 3대 축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하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된다면 3년 후 우리 경제의 모습은 잠재성장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지고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 시대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또 고용률은 70%를 달성해 청년, 여성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이다"라고 이른바 '474 비전(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을 제시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경제팀의 수장인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기자회견 다음날에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조속히 수립해 2월 말까지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사전논의와 준비 없이 '날림식 발표'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 오영식 의원은 "내용도 없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호기롭게 발표하는 대통령이나, 아무런 준비도 없다가 이제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경제부총리나 난형난제"라고 말했다. 

집권 2년 차 '경제 활성화'에 올인
통일 '대박', 특검 '면박', 불통 '반박'
야 "불통 선언" vs 여 "불통 불식"


일각에선 474비전이 반토막으로 마무리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공약(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과 유사한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잿빛 전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 4%가 달성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지만 이를 이루려면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고용률 70%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는 잠재성장률보다도 더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2만4000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7년째 2만달러 수준에 머물러있는 상황이다. 또 3년 동안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1년에 일자리가 60만개씩은 늘어나야 하는데, 철도파업을 계기로 최악을 달리고 있는 작금의 노사정 관계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시각이 많다.




이와 관련해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3개년 계획은 임기 내 계획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5개년 계획이라고 하면 임기를 벗어나고, '4'는 어감이 좋지 않아 3개년 계획으로 했다"며 "비록 임기 내에 국민소득 4만달러는 이루지 못하지만 4만달러 시대로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놓겠다는 것이 기본취지"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통일시대를 위한 준비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강화 및 민간교류 확대를 꼽았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설 이전 이산가족 상봉, 'DMZ 세계평화공원 건설'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5.24 조치 해제 등 실질적 관계 개선 조치는 없어 관계 개선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그간 끊임없이 제기된 불통 논란도 긴 시간을 할애해 해명에 나섰지만 오히려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철도파업 등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대통령의 불통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소통과 관련해 많은 얘기가 있단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기계적 만남이라든지 또는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또 "그동안 불법으로 막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소통의 본질은 자신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상대방의 의견을 최대한 듣고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소통 의지를 밝히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강조하는 데 '방점'을 찍은 셈이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경제민주화, 국민대통합, 복지확대 등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아울러 야권이 요구한 ▲특검 도입 ▲통합의 정치 ▲민생문제 최우선 해결 ▲사회적 대타협 ▲탕평인사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 ▲5.24조치 완화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 등 7개 사안은 하나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야, 극과 극 반응

이에 대해 여야는 극과 극의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 마음속에 있는 경제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잘 읽어낸 귀한 회견이었고, 진정성 있는 문답 속에서 국민 앞에 가슴을 활짝 열어 보인 자리였다"고 호평했다.

반면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국민과 민주당이 대통령에게 요구해온 것들에 대한 대통령의 응답을 기대했지만, 대통령의 생각이나 원칙과 다른 주장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박근혜식 자랑스러운 불통의 정치'를 확인한 회견이었다"라며 "가장 놀라운 것은 민생과 민주주의, 야당, 경제민주화, 복지, 국민 대타협 등등이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 구상에서 사라져 버렸다"고 혹평했다.



허주렬 기자 <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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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