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발 '개헌 바람' 가능성과 한계

해묵은 개헌논의 "이번엔 다를까?"

[일요시사=정치팀]수면 아래 가라앉아있던 개헌 문제가 재부상하는 모양새다. 여야 의원들은 물론 국회의장까지 나서 "올해는 반드시 개헌안을 발의하자"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올해는 새정부 출범 2년차에 지방선거 외 대형선거도 없어 정파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개헌논의가 이뤄지기 좋은 시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개헌논의의 가능성과 한계를 <일요시사>에서 짚어봤다.




현행 헌법은 장기 군부독재를 종식시켰던 1987년 민주화 때 5년 단임의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26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잦은 친인척 비리, 조기 권력누수를 우려한 무리한 정책 추진 등 '단임제'의 폐해가 드러나며 수차례 개헌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복잡한 정파적 이해관계에 얽힌 정치권의 반발에 번번이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개헌 논의 본격화

하지만 최근 정가에선 해묵은 개헌논의가 이번에는 진전을 보일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회를 중심으로 '87년 체제'가 다원화된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독점 구조를 깨고 '분권형 대통령제'와 '내각제' 등 새로운 권력구조를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뚜렷한 차기 대선주자가 없고, 올해 6·4지방선거를 제외한 대형선거가 없다는 점에서 지금이 시기와 환경면에서 개헌 논의 적기라는 게 여야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에 따라 여야 의원 116명이 참여해 만든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은 지난 12월27일 국회 의정관에서 워크숍을 열고 개헌 공론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개헌모임 고문을 맡고 있는 '개헌 전도사'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이 자리에서 "개헌을 통해 내용적 민주주의를 성숙시켜 다음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며 "1월부터는 개헌안을 발의할 각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병석 부의장도 "여야가 싸움을 그만하려면 문화를 바꿔야 하고, 문화를 바꾸려면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헌모임의 야당 고문인 민주당 유인태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가 요즘처럼 실감날 때가 없었다"며 "과반 돌파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발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이날 모임에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헌법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강창희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신년사에서 "헌법개정자문위원회 발족작업에 착수해 개헌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언급한 강 의장은 지난 2일 의장 직속의 헌법자문위 위원장으로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를 내정했다.

헌법자문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학자 6명, 전직 정치인 2명, 전직 관료 2명, 언론계 1명, 대법원 및 헌재 출신 법조인 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해 이달 중순께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자문위는 오는 5월 말을 활동시한으로 잡고, 구체적 조문까지 완성한 헌법 개정안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헌법자문위가 내놓는 헌법 개정안은 앞으로 여야 간 개헌논의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움직임에 여론도 호의적이다.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월30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헌에 대해 58.4%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가장 적합한 방식은 '4년 중임제'를 꼽았다(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파이낸셜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월 20~23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국민 74.8%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필요 없다'는 의견은 18.5%에 그쳤다(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정치권, 커지는 '개헌 추진' 목소리…상반기 중 개헌안 발의 추진
여야 공감대, 호의적 여론 호재…박 대통령·여 지도부 의지 관건

그러나 개헌논의가 순항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개헌이 가능하기 위해선 정치의 주체인 국민, 국회의원, 대통령의 의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 지도부에서 원칙적으로는 개헌에 공감하지만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춘 개헌론은 그 속성상 현 대통령중심제의 폐해를 지적하고 권력분산을 화두로 삼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집권 초 청와대 입장으로는 적잖은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청와대는 국회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개헌논의에 별다른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 11월 "개헌문제는 정치권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국회로 공을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집권 2년차를 맞아 경제 활성화와 공기업 개혁 등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동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개헌론'이 불거지는 데 대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비슷한 상황이다. 집권 초기에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처리도 원만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헌이라는 거대담론이 부각될 경우 자칫 국정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 한 관계자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찬성한다"면서도 "개헌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정치권의 활발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 결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지방선거 이후에는 여야 대권주자가 부상해 차기 대권을 놓고 각축을 시작할 것이어서 개헌론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개헌안이 일단 국회에 발의될 경우 논의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은 박근혜정부의 힘을 뺄 수 있는 개헌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민주당, 정의당, 통합진보당,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의 합이 140석 이상이기 때문에 10여명 가량의 개헌모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을 포섭하면 일단 개헌안 발의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순항 가능성 불투명

이와 관련해 이재오 의원은 "1월부터는 개헌모임이 앞장서서 여야 합의만 이루면 개헌안을 발의해 놓고, 발의해서 처리하는 과정까지 많은 수정과 보완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발의를 통한 공론화를 강조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여야 의원들 약 120명 정도가 합의, 1월 중 어떠한 성안을 가지고 서명을 받자는 상황"이라며 "우선 개헌 발의를 하면서 디테일한 문제는 조정해 나가자는 입장"이라고 발의에 무게를 실었다.

한편 개헌절차는 최상위법인 헌법을 바꾸는 것인 만큼 상당히 까다롭다. 헌법 제128~130조에 따르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만이 개정안 발의가 가능하며 국회 재적의원 2/3이상 찬성이 있어야 의결된다. 이후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개헌이 확정된다.


허주렬 기자 <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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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