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가장 발칙한 상상> '문재인 대통령' 됐더라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30 14: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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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불통(不通)'은 없었을 것"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난 대선과 관련한 논란은 오히려 점점 더 가열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지난 대선 기간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요시사>가 '발칙한 상상'을 해봤다.




'대선 불복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대선후보였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을 직접 거론하고 나섰다.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한술 더 떠 박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그동안 대선 불복론과 선을 그어왔던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선 무효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지난 대선 기간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선 공약에 따른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지난 대선은 중도층 공략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후보별 공약의 차별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박 대통령은 '성장'에, 문 의원은 '분배'에 좀 더 무게를 뒀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자리 공약을 살펴보면 두 사람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일자리의 질 향상보다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즉 고용률 향상에 중점을 뒀다. 당시 박 대통령의 일자리 공약은 일자리가 늘어나도 질 낮은 일자리로 취업난을 해소할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람이 먼저다" 복지 패러다임 극과 극
평화주의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 '훈풍'

실제로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면서 경력단절 여성들과 같은 계층의 취업률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야권은 박근혜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저임금, 불완전 노동의 '나쁜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반면 문 의원은 대선 당시 새로운 일자리 창출보다는 기존 일자리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둔 공약을 제시했었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면 저임금, 불완전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처우가 크게 개선되었을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문 의원의 경우는 일자리의 질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오히려 취업시장을 더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복지 패러다임 역시 지금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소득 수준에 따른 차별적 복지를, 문 의원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는 보편적 복지를 천명했었다. 국가재정건전성의 악화는 우려되지만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확대, 기초연금 등 현재 박근혜정부가 사실상 등한시하고 있는 복지이슈에 문 의원 측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섰을 것이란 예상이다.

지역공약 희비
보수층 반발

지역공약 역시 희비가 엇갈렸을 것이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는 단체장의 당적이 새누리당이냐 민주당이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대선과정에서 새누리당 소속 단체장의 지역공약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연계가 되었지만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지역공약은 대선공약에서 제외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최근 장성택 처형으로 더욱 이목을 끌고 있는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북한의 입장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원칙 외교는 일부분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북한을 너무 자극해 오히려 안보불안을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반면 우선적인 대화를 강조했던 문 의원의 대북정책은 이명박정부 5년간 경색됐던 남북관계의 긴장을 크게 해소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대북정책은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시절과 마찬가지로 '너무 북한에 끌려 다닌다'는 보수층의 반발에 부딪혔을 것이란 예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국정운영 스타일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원칙과 약속을 강조했지만 문 의원은 '탈권위'를 강조했었다. 특히 박 대통령의 경우 대선 과정에서 불통 이미지가 여러 차례 지적되며 '당선된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별반 다르지 않은 불도저식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박 대통령은 현재 불통 논란에 시달리며 야권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문 의원은 대선 당시 창문을 열면 국민의 삶을 볼 수 있도록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는 등 탈권위적 행보를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탈권위 정치스타일을 계승한 것이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무려 1490만여 명이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친 탈권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탈권위는 참여정부 시절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참지 못하고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발언을 했던 것처럼 오히려 갈등과 대립을 부추겨 사회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탈권위만 앞세우다 기존 질서체계를 깨트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겠다는 공약은 당시에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대통령이 외출할 때마다 광화문 일대가 마비되는 등 경호, 의전과 같은 실무적 어려움이 있다는 비판이었다.

게다가 탈권위를 고집하다 보면 국정 장악 능력이 떨어지고 국가 전반에서 이익단체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져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다. 지금도 문 의원은 당내에서 친노 강경파들에 끌려 다닌다는 지적이 있는데, 집권했을 경우 박 대통령과 같은 국정 장악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사권 행사 부분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큰 차이를 보였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가장 큰 권한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인사 문제로 번번이 곤혹을 치렀다. 최근에는 당 안팎에서 '대선공신을 챙기라'라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면서 대대적인 낙하산 인사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경우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대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보수대연합을 이뤄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까지 적극 끌어안았다. 때문에 인사에 대한 불만과 갈등 역시 클 수밖에 없었다.

문 의원의 경우도 지난 대선에서 상대진영 인재영입에 나섰지만 박 대통령과 비교하면 그 규모는 작다. 따라서 문 의원 측이 정권을 잡게 됐다면 인사와 관련한 잡음은 박 대통령 측보다는 덜 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친노 독식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있다.

친노독식은 우려
안철수 떴을까?

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경우 후보 사퇴로 문 의원 측에 큰 힘을 실어준 만큼 이에 대한 보답으로 안 의원의 측근들이 일부 문재인정부에 기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정권 실세 지도 역시 크게 바뀌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는 평의원으로 돌아갔지만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가 문재인정권의 실세로 급부상했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반면 김한길 대표 등 비노진영은 친노에 밀려 정권 내내 비주류로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정권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친박진영 역시 대선에 패배했다면 힘이 크게 빠졌을 것이다.


탈권위 국정운영으로 국정지지도 견인
NLL대화록 논란은 국정 발목 잡았을 듯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을 경우 자신의 정치적 뿌리인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 역시 활발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의원의 경우는 과거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직을 맡으며 노무현 기념사업에 깊게 관여해왔다. 문 의원에게 노 전 대통령은 가장 큰 자산이다. 안정적인 정권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문재인정부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사업은 거의 확실시 됐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을 경우 언론 환경 역시 지금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의원은 지난 9일 발간한 대선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대선 패배의 한 원인으로 '종편'을 꼽기도 했다. 문 의원 측은 대선기간에도 공공연히 당선 후 종편 선정과정에서의 불법성과 특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곧 종편채널들에 대한 대대적인 표적수사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다면 종편은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종편은 위기
국정원 개편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차 정국상황은 어땠을까? 박 대통령은 현재까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의원에겐 NLL대화록 의혹이 대선기간 발목을 잡았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야당인 새누리당이 이 문제를 지금보다 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와 같은 사초실종 사태가 발생했다면 그 파급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다.


대선개입 의혹을 불러일으킨 국정원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 칼바람이 불었을 가능성도 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취임 후 국정원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실시했다.

대선이 끝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됐든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다는 회의론도 있지만 실제론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불통 논란이 커져갈수록 이 같은 발칙한 상상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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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