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 직전 안철수호 속사정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24 11: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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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높은데 사람 안 모이는 이유? "있다"

[일요시사=정치팀] 야심차게 출항한 '안철수호'가 난파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배를 제대로 운항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선원이 필요하지만 좀처럼 안철수 의원 주변에 참신한 사람들이 모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에는 새정치추진위원회의 공동대표 4인을 공개했지만 '이삭줍기'라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출항하자마자 난파 위기에 몰린 안철수호의 속사정을 살펴봤다.




"박원순, 손학규, 정동영, 원희룡, 정운찬, 이용섭..."
안철수신당(이하 신당)행이 유력하게 거론되거나 실제로 신당의 영입제의까지 받았으나 "신당행은 없다"며 선을 그은 인사들의 명단이다.

정치입문 후 '안개 속 행보'로 비판을 받아왔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28일 '새정치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드디어 정치세력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발목 잡는 인재난
당혹스러운 안철수

안 의원이 정치세력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재난'이다. 배를 띄우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선원이 필요하듯 성공적인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도 신당을 대표할 만한 인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안 의원 주변으로는 신기하리만치 인재들이 모이지 않고 있다.

신당의 구인난은 지난 8일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 장관, 윤장현 광주비전21 이사장, 김효석·이계안 전 의원 등 새정치추진위원회의 공동대표 4인을 공개했다. 새정치추진위원회는 사실상 창당추진기구로서 창당준비 과정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공동대표 4인은 신당을 대표하는 얼굴들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공동대표 4인의 면면은 인지도가 떨어지거나, 이미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인물들이었다. 장하성, 최장집 교수와 같은 상징성을 가진 인물들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새 정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신당을 발판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재기를 모색한다는 오해를 받기 충분한 사람들이었다.

인재영입 실패, 기성정치권 텃새에 고전 중  
"누가 정치생명 걸고 뛰어들까" 회의적 반응

이러한 비판은 안 의원 스스로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만큼 안 의원이 정치세력화 과정에서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신당은 '안철수당'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가 없다. 또 안 의원이 창당시기를 정확히 못 박지 못하는 것도 결국 인재 모으기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인재난은 현재 신당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하지만 현재 신당의 인기를 감안하면 이 같은 구인난은 신기할 정도다. 신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을 크게 앞서고 있다. 민주당과 단일화만 이룬다면 새누리당과의 정면대결도 가능할 정도다. 

지지율은 높은데
눈치 보는 인사들

특히 현재 정치적 환경 역시 신당 창당의 최적의 조건이란 분석이다. 여야가 대선이 끝난 후 1년 넘게 극한대립을 이어가면서 정쟁에 질려버린 국민들이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당의 높은 지지율은 이러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안 의원 주변에는 왜 이토록 인재가 모이지 않는 것일까. 우선 개인적인 역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 의원은 이미 지난 대선기간 자신을 도왔던 멘토들과 연이어 결별한 경험이 있다. 자신과 함께 '청춘콘서트'를 열며 정치적 멘토로 불리던 김종인 전 의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2011년 서울시장 재선거를 전후해 결별했다.

이들은 그 뒤 안 의원의 정치역량과 상황판단력에 회의적인 발언을 거듭하며 사실상 '안티 안철수'로 돌변했다. 게다가 이들은 안 의원과 결별한 뒤 각각 안 의원의 반대진영인 박근혜캠프와 문재인캠프에 자리를 잡으면서 안 의원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안 의원이 십고초려 끝에 영입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정치적으로 적잖은 타격을 입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난 대선에서 핵심역할을 했던 김성식, 박선숙 전 의원도 안 의원과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온다. 안 의원의 인재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는 세력싸움이다. 자신을 돕기로 했던 이들의 마음조차 제대로 잡아두지 못하는 정치인이라면 결코 거물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없다. 잇따른 측근들의 이탈은 결국 '정치초보' 안 의원의 역량부족을 의심케 한다.

안 의원의 용인술과 대조되는 것이 바로 지난 대선기간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용인술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김종인 전 의원과 안대희 전 대법관,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차례로 영입했다. 이들은 모두 너무나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었다.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수차례 결별 직전까지 갔던 것도 그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그때마다 노련한 정치력으로 담판을 짓고 이들을 끝까지 아우르며 대선을 완주했다. 결국 이들은 대선 기간 각각 박근혜캠프의 경제민주화, 정치쇄신, 국민대통합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대선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당의 불확실성도 문제다. 현재 신당의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율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지만 이는 정쟁에만 매몰되어 있는 현 정치권에 대한 일시적인 반발 심리라는 분석이 많다.

게다가 새누리당의 지지층은 여전히 공고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외연을 확대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약 내년 지방선거에서 신당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민주당의 발목만 잡는 역할만 한다면 현재의 높은 지지율은 하루아침에 거품처럼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또 안 의원은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정치신인에 불과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각각 신당행 인사들을 용서하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에 입성한 지 채 1년도 안된 정치초보를 믿고 정치생명을 걸 인사는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섣불리 신당에 참여했다가 신당이 실패할 경우 정치적으로 고립될 될 가능성이 크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때부터 새 정치를 부르짖어 왔지만 정작 내용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안 의원은 새정치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도 "현 정치의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다"며 새 정치를 강조했지만 당시 기자회견에서 밝힌 정의, 복지, 평화 등 3대 비전에 대해 여전히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모호한 안철수식 화법으로는 기존 정치인들에게 믿음을 주기가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치초보
이상주의자


안 의원이 인재난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기자님 같으면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성능은 확인이 안된) 콘셉트카를 덥석 사겠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물론 현재 신당의 인기가 높은 일부지역에서 기초의회 의원들의 신당행 러시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당장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데다 양당이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안 의원 주변에 인재가 모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안 의원이 현실성 떨어지는 너무 깨끗한 정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닳고 닳은 정치판에서 진짜 새 정치나 정치개혁을 위해 신당에 참여하려는 순수한 인사가 몇이나 있겠는가? 결국엔 다 자기들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며 "당연히 인재영입을 위해서는 어떠한 딜이 있어야 되는데, 안 의원이 이 부분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치초보의 한계 노출 "정치판을 모른다?"
새누리-민주 협공에 '샌드위치' 신세 전락

이 관계자는 또 "정권이 바뀌면 항상 낙하산 인사를 욕하지만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지 못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누가 대가도 바라지 않고 열심히 돕겠는가"라며 "안 의원은 정치판에 들어온 지 채 1년도 안된 이상주의자에 불과하다. 그런 이상주의는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힐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신당 힘 빼기 작전'도 신당 주변에 인재가 모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현재 신당의 영입설이 나도는 인사들에 대해 물밑 회유 작업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내 유력인사가 신당행을 택할 경우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몇몇 정치인들이 신당의 영입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는 것도 결국 당내 몸값 높이기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에 대한 충성심을 과시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데다 당의 특별관리까지 받게 되니 1석3조라 할 수 있다.

텃새도 심해
현실정치의 벽

때문에 일부 인사의 경우에는 자신이 신당으로부터 영입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안 의원 측은 영입제의를 한 적이 없다며 황당해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십년간 이어져온 양당제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안 의원이 새 정치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인재영입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반드시 넘어서야만 한다. 안 의원은 과연 다양한 난관을 극복하고 정치대안으로 우뚝 설 수 있을까?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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