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도 넘은 '보수단체 편애' 실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18 09: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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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앞세워 국가기관 대선개입 덮는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정부의 보수단체 편애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법적 지원근거가 부족한 '묻지마 지원금'을 보수단체들에 퍼주는가 하면, 지난 10월엔 박근혜정부의 실세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잇따라 보수단체 대표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기도 했다. 박근혜정부의 보수단체 편애 이면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그 실태를 파헤쳐봤다.




박근혜정부의 실세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0월 잇따라 보수단체 대표들과 비공개로 회동을 가졌다. 특히 김 실장은 이들을 만나는 자리에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과 신동철 국민소통비서관까지 대동하고 나가 보수단체 대표들의 의견을 업무에 참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단체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김 실장과 남 원장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덕담 정도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파장은 컸다.

보수단체 편애
진보단체 소외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비판과 우려에는 귀를 막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왜곡해온 우파 인사들과 편향된 소통에 나선 정부가 국민을 편 가르고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르라 격려 받게 된 것은 아닌지 국민의 걱정이 태산 같다"고 비판했다.

야권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집권 초부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으로 정권 기반이 흔들리자 보수단체를 통해 이를 상쇄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여름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가 주말마다 열리자 보수단체인 애국단체총협의회가 지방조직을 동원해 맞불집회를 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애국단체총협의회는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등 30여개의 보수성향 단체들을 가입되어 있다. 이중 자유총연맹은 국내 최대의 보수단체로 정부로부터 매년 10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고 있다. 자유총연맹은 맞불집회에 회원들을 참가시키고, 행사비 일부도 지원했다.

재야 시민단체 대선개입 규탄, 보수단체 부추겨 맞불
정권에 잘 보이면 지원금도 듬뿍 '관변단체 살아나나?'

이들은 맞불집회에서 의도적으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광장 방향으로 대형 확성기를 켠 채 집회를 진행하는 등 사실상 촛불집회를 방해하는 행동을 일삼았다. 당시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맞불집회의 확성기 소리가 너무 크다며 경찰에 항의했지만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박근혜정부는 이 같은 법을 사실상 무시하고 '묻지마 지원'을 자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안전행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정부는 577개 민간 비영리단체(NPO)에 144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올해 선정된 단체들 중 일부는 지난해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등 정치적 색을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을 어긴 것이다.

정치색 다분
관변단체 부활?

우선 '대국민 안보의식 고양 및 저변 확산' 사업을 위해 정부에서 7500만원을 지원받은 '국민생활안보협회'는 지난해 12월10일 서울 명동에서 박 후보 지지선언대회를 열었다.

'선진화시민행동'은 작년 10월24일 '대한민국 선진화 전진대회'에 박 후보를 초청한 데 이어 이른바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에 대해 '꼼수'라고 비난하는 등 정치적으로 편향적 활동을 했다. 이 단체는 '통일안보교육 및 캠페인 개최' 사업으로 3700만원을 지원받았다.

'탈북자단체 숭의동지회'와 'NK지식인연대'는 각각 통일안보 문화탐방사업 3300만원과 북한 실상 정보포럼사업 5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으나, 이들 단체는 지난해 11월 박 후보 지지연대 결성에 참여했다.

또 안전행정부는 '최근 3년 이내 불법 폭력시위를 주최·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단체, 구성원이 소속단체 명의로 불법시위에 참여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단체에서 제출한 사업은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자체규정을 만들었으나 일부 보수단체는 이 같은 규정에 저촉됨에도 버젓이 지원금을 받았다.

지난 2009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분향소를 파괴하고 시민에게 가스총을 발사해 2011년 12월 법원으로부터 위로금 80만원의 지급 판결을 받았던 '국민행동본부'가 대표적이다. 국민행동본부는 이러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2009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2억77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았다.

특히 국민행동본부의 서정갑 본부장은 지난 2004년 개최된 '국가보안법 사수 국민대회' 운영위원장으로 당시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관을 폭행하도록 방조한 혐의로 집시법 위반 및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상이 인정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

하지만 서 본부장은 이명박정권 말 특별사면을 받았다. 당시 서 본부장은 고등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자 즉각 항소하며 최종심에서 무죄를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었다. 그런데 특별사면을 앞두고 갑자기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명박정부와 사전교감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었다.

지난 8월에는 청와대의 한 행정관과 안전행정부의 모 국장이 국내 최대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의 회장 선거를 앞두고 특정후보가 당선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야권은 청와대가 자유총연맹 회장선거에서 특정후보가 당선되도록 선거에 개입해 자유총연맹을 앞으로 있을 선거나 여론조성 등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했다.

의혹의 당사자인 청와대 행정관은 이에 대해 한 언론에 해명하는 과정에서 "(특정후보 지지 부탁이 아닌) 종북좌파 쪽에서 국정원 관련 촛불집회를 하니까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활동할 것인지 내용을 상의하러 갔던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청와대 관계자가 보수단체 간부와 만나 국정원 관련 촛불집회 대응책을 논의했다는 사실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야권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자유총연맹은 지난 7월 안행부의 특별검사 결과 보조금 1억3800만원을 부당하게 집행하는 등 불법 및 내부규정을 위반한 행위 36건이 적발됐으나 내년에도 13억가량의 보조금을 지급 받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아닌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고를 지원받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어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인사도 관여?
정치적 이용

한편 우리나라는 선진국들과 비교해 후원문화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정부 보조금이 비영리 민간단체의 활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지난 2000년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을 제정해, 각 단체별로 한 해에 최소 3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행정안전부 2012년 기준)을 지원하고 있다. 이 법의 목적은 시민단체의 자발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건전한 민간단체로 성장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시민단체의 공익활동 증진과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데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이 법을 악용해 정부 보조금을 정권의 성향이나 입맛에 맞는 단체에 지원해 이들을 정권 방어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치색 짙은데 '묻지마 지원' 나선 정부
과잉충성 경쟁 벌이는 극렬 보수단체들

안전행정부의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 선정 결과' 자료를 보면 지난 2011년부터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한 지원금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난 사실을 알 수 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49억원을 지원해오던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비가 2011년에 들어서면서 98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더불어 매년 150개 전후였던 지원 사업 수도 220개로 늘어났다. 그런데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총사업비와 지원사업 수가 크게 늘기 시작한 2011년부터 '국가안보'라는 항목이 생겼다는 것이다.

2011년에 새로 도입된 '국가안보 증진 및 안전문화 정착' 항목은 2012년 '국가안보 및 사회통합', 2013년 '국가안보·재난안전과 사회통합'으로 조금씩 명칭을 바꿔가며 지원사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에서는 보수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를 거치며 보수 성향 단체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는 이유다.

물 만난 보수
커지는 목소리

한 전문가는 "사실 정부의 시민단체 편향지원은 현 정부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노무현정부 때는 반대로 진보성향단체에 지원이 집중된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성향에 맞는 단체에 보조금을 몰아주는 행위는 결국 시민단체를 정치화시킬 수밖에 없고, 정부를 비판해야 하는 시민단체를 길들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민단체가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며 "지금부터라도 공정한 지원금 지원기준을 만들어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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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