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대권 도전 러시 숨겨진 노림수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09 13: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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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후 향해 뛰는 잠룡들의 합창 "나를 잊지 말아요!"

[일요시사=정치팀] 과거 대선이 끝나면 패배한 후보들은 한동안 정치권을 떠나 있는 것이 관례였다. 또 차기 유력 주자들도 정권 초반에는 최대한 몸을 낮추며 새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벌써부터 차기 대선 준비로 바쁜 모양새다. 차기 대선은 아직 4년이나 남았지만 유력 대권주자들이 앞다퉈 과속 페달을 밟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기 대선은 아직 4년이나 남았지만 유력 후보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선 준비로 분주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 후 얼마간은 차기 대권의 'ㅊ' 자도 거론하지 않던 관례와 비교하면 여야 유력 주자들이 때 이른 대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때 이른 경쟁
치열한 공방

가장 먼저 대권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그야말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행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 의원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선은 싸늘하다.

특히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근현대사역사모임' 등을 만든 것을 두고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물이 벌써 사조직을 만드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의 행보는 자칫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수도 있는 문제다. 게다가 김 의원은 지난 9월 김문수 경기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등과 함께 로스앤젤레스 한인축제에 참석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권 도전에 생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후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다"라며 의미를 축소했으나 "주위에서 하도 권유하는 사람이 많으니, 내가 자격이 있는지 고민 중"이라며 또 한번 여지를 남겼다.

김 의원과 같은 행사에 참석한 김문수 지사 역시 덩달아 대권도전을 시사했다. 김 지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회를 떠난 지 8년이 지나 여의도에 의원 조직이 사실상 없다"면서 "더 이상 지방에 있으면 중앙정치를 못한다"고 말했다.

"대권가도는 마라톤, 지금부터 뛰어야"
어쩌다보니 대권행보, 자천타천형

경기지사 불출마와 함께 중앙정치 무대 복귀의사를 밝힌 셈이다. 김 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 때도 새누리당 내 상황 등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출마하지 않고 초선만 하고 끝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내년 경기지사 선거에 불출마 한 후 본격적으로 당내 세력확장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실제로 김 지사는 최근 여의도행이 잦아지고 있다. 통상적인 도정활동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을 위한 세 모으기가 아니겠냐고 의심하고 있다.

대선이 끝난 후 전국을 돌며 민생탐방을 하기도 했던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최근 대구를 찾아 지역 국회의원들과 김범일 대구시장을 만났다. 정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계열사 현대커민스는 대구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입주를 결정하기도 했다.

정 의원의 TK행보는 김 지사와도 겹치는 것이었다. 김 지사는 최근 경북도와 상생협약을 맺고 경북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지역정가에선 두 사람의 TK행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떠난 뒤 무주공산인 TK를 선점하려는 경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차후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서 TK 지지도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명 뛰니
따라 뛴다?

차기 대권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은 야권 내에서도 부단히 꿈틀대고 있다. 지난 11월29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기 대권 재도전 의사를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 의원은 "제가 꼭 (대선 후보를) 해야 한다고 집착하지는 않지만 회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후폭풍이 일자 문 의원은 "그건 정권교체에 저도 최대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원

론적 얘기"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치는 않다. 이날 발언은 비록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문 의원은 이날 작심한 듯 거침없이 발언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또 문 의원이 마음만 먹었다면 "아직은 차기 대권에 대해 논하기는 이르다"며 넘어갈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결국 정황상 작심발언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 의원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 역시 최근 독자세력화에 나서며 활동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안 의원은 문 의원에게 대선 후보직을 양보하고 대선 당일인 지난해 12월19일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안 의원은 불과 82일 만인 지난 3월11일 서울 노원병 재보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계에 복귀했다. 이후 안 의원은 안철수신당 창당과 관련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당이 궁극적으로 2017년 대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별다른 이견을 나타내지 않으며 사실상 이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안 의원의 정치세력화는 결국 대선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잠룡마다 천차만별 각자의 사정
'살아있는 권력' 청와대는 심기불편

그렇다면 벌써부터 줄을 잇고 있는 유력 후보들의 대권행보에 숨겨진 노림수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존재감 확보다. 차기 대선까지 아직도 4년이나 남았지만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정권 초 유력주자로 손꼽혔던 인사들이 실제 대선에서도 유력주자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10년 전 노무현정부 출범 당시 정치권은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박근혜 의원, 정동영 의원 등을 차기 유력 대선후보로 꼽았고 실제 다음 대선은 이들 후보들의 각축장이 됐다. 5년 전 이명박정부 초에도 박 대통령은 이미 가장 유력한 차기 후보로 꼽혔었다.
유력 대선 후보군에 계속 이름을 올림으로써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 이는 여야 잠룡들이 때 이른 대권행보에 나선 공통된 이유라는 분석이다. 




물론 각자 나름의 사정도 있다. 김무성 의원의 광폭행보와 관련해서는 김 의원 측 내부 참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알려진다. 정권 초기에 이 같은 행동으로 자칫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의 견제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김 의원은 내년에 있을 전당대회를 노리고 있는 만큼 언제까지 숨죽인 행보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이 빨리 입장을 정리해야 자기 세력을 본격적으로 끌어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제대로 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 시점이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고 세력을 넓힐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김문수 지사의 경우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자천타천으로 대권행보를 공식화 하게 된 경우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김 지사가 언제까지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끝까지 달릴까?
중도 포기할까?

김 지사의 망설임으로 자칫 차기 후보군을 제대로 발굴해내지 못할 경우엔 책임론에 휩싸일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김 지사가 경기지사 불출마를 선택할 경우 가능성은 차기 대권 도전과 정계은퇴 두 가지뿐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김 지사의 대권 도전설이 기정사실화 됐고 김 지사 역시 이를 부인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또 이미 경쟁 후보군들이 세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지사 역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대권 도전 선언 러시에 의도적으로 동참하게 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안철수 의원도 비슷한 경우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차기 총선에 맞춰 창당을 준비한다면 그 과정이 지금보다는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과거 자유선진당의 경우만 하더라도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그 해 2월에 창당을 했지만 인재를 모으는 데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여야 대립으로 꽉 막힌 현 정국이야말로 신당 창당의 가장 큰 명분이고, 안 의원으로서는 이러한 시점을 놓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선후보였던 문 의원이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차기 대권 도전을 못 박고 나선 것은 최근 독자세력화에 나서며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안 의원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 내 최대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은 차기 대선에서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안 의원이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문 의원도 이에 대응해 자신의 존재감을 키울 승부수를 던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철수신당이 민주당 일부 세력까지 잠식해오는 상황에서 문 의원으로서는 친노세력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문 의원의 차기 대권 재도전 시사는 안 의원의 신당 창당 행보에 대한 힘 빼기 성격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이다.

정치권 이목
벌써 4년 후로

게다가 야권이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문 의원이 차기 대권 출마를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이 여론의 관심을 끌고 야권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소수의견으로는 문 의원이 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굳힘으로써 아직 끝나지 않은 NLL논란 등 여권이 문 의원을 공격할 때마다 차기 대권주자를 탄압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자기 방어용 자가발전이란 해석도 있다.

이처럼 여야 잠룡들은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박근혜정권 초부터 차기 대권을 향한 레이스를 시작한 모양새다. 하루하루 격동하는 정치권에서 벌써 4년 후를 준비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권으로 향하는 길은 마라톤과 같다. 지금부터 준비해야만 한다. 벌써 시작된 대권레이스의 승자는 누가 될까? 정치권의 이목은 벌써 4년 후로 쏠려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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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