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권 살벌한 신공안정치 실체 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09 11: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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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걸리면 '종북몰이'로 찍어낸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정권의 이른바 '신(新)공안정치' 광풍이 모든 사회현안을 집어 삼키고 있다. 일자리 부족, 전세대란, 대학등록금,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들이 넘쳐나지만 이같은 이슈들은 박근혜정부 출범 후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종북몰이'에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서민들의 삶은 오히려 더 팍팍해졌음에도 '종북 척결'이란 대의 아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과연 박근혜식 신공안정치의 실체는 무엇일까?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실시됐던 지난 2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한 취재를 하고 있던 한 기자는 황당한 일을 겪어야만 했다. 취재를 위해 찾았던 모 의원실 관계자가 "이렇게 엄중한 때에 생뚱맞게 그런 취재나 하느냐"며 핀잔을 줬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 탓인지 당시 한창 의혹이 불거지고 있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이슈는 순식간에 구석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 공안이슈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일화다.

종북 핵폭탄
이슈 블랙홀

박근혜정부 들어 신공안정치의 광풍이 무섭게 휘몰아치고 있다. 정권에 불리한 현안이 부각될 때마다 종북 이슈를 띄워 모두 묻어버리는 방식이다. 지난달 28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종북몰이에 분노를 느낀다"며 강경한 발언을 쏟아 낸 배경에는 이러한 사연이 있다.

공안 카드는 박근혜정부가 수세에 몰릴 때마다 예외 없이 등장했다. 지난 6월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한 정황증거들이 하나 둘씩 밝혀지며 한창 시끄러울 때 국정원은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을 전격 공개했다.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발췌본을 열람한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있었다고 주장함으로써 정국은 순식간에 NLL 진실공방 정국으로 전환됐다.

위기 때마다 이념대결로 역공
종북과 선 못 긋는 야권도 문제


지난 9월에는 국정원이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수사에 착수하면서 또 한번 수세에 몰린 국면을 전환했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에서는 3년 이상 내사를 진행해온 사건을 왜 이렇듯 미묘한 시점에 공개했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여론에 밀려 제대로 된 의혹제기조차 할 수 없었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태 이후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각각 밀어붙이고 있는 통진당 해산청구안과 이석기 제명 징계요구안 역시 종북몰이로 의심할 만하다.

이미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재판의 결과를 지켜본 후 결정해도 될 사항임에도 정부와 여당이 공안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해당 사항들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공안정국을 조성하며 박근혜정부와 여당은 톡톡히 재미를 봤고 어느새 '종북'은 그들의 만능키가 되었다.

종북 만능키
만사OK

지난 11월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순방 당시 일부 유학생과 교민들이 부정선거 규탄 촛불집회를 벌이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시위대를 종북세력으로 규정하며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시위를 주도한 세력이 통진당이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당시 시위에 통진당 관계자가 참석했다고 해도 시위대 전체를 종북세력으로 매도하며 합법적인 시위대에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협박을 한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야권은 "김 의원의 논리는 현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은 모두 종북이라는 식"이라며 비판했다. 실제로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정부정책과 관련해 쓴소리를 내던 단체들이 오비이락격으로 줄줄이 수사를 받고 있다. 전교조와 전공노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갑작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이 같은 수사는 일단 외형상으로는 정당한 절차에 의한 것이고 오비이락에 불과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왠지 뒷맛이 씁쓸하다. 가장 최근에는 국가기관 대선개입에 대해 시국선언을 했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원로신부에 대해 검찰이 국보법 위반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것이 이와 비슷한 사례다.

박근혜정부 들어 본격화되고 있는 공안 분위기 조성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전군에 '종북 실체 표준 교안'을 배포, 장병을 대상으로 종북 관련 교육을 강화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육군 모 사단 훈련소는 훈련병들에게 가족 앞에서 "종북 쓰레기를 몰아내자"는 구호를 복창하게 해 지나친 공안 분위기 조성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6월엔 고교생 상당수가 6·25를 북침으로 응답했다는 언론보도를 토대로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지적하자 교육당국은 2017학년도 입시부터 한국사를 수능에 필수화하는 틀을 만들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 8월 검정과정을 통과한 교학사 교과서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을 미화하는가 하면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누락시키는 등 지나치게 반공·반북 역사인식만 부각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공안정치는 역대 보수정권에서 끊임없이 되풀이 되어 왔던 것으로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반공을 앞세워 자신의 정적들을 제거한 것을 시작으로 최초의 직선제를 통해 탄생한 노태우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다음 대선에서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정부 말기 안기부를 통해 '북풍'을 일으켰다.

야권에서는 오늘날까지도 공안정치의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의 후진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공안정치는 진보세력의 책임도 일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북풍사건과 같이 완전히 조작된 사건은 분명히 이전 정권의 잘못이지만 현재 공안사건들은 분명한 팩트가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다소 침소봉대됐다는 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조건 공안정치라고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원로신부의 연평도 포격 북한 옹호 발언에 대해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선긋기에 나섰지만 당내 일부 강경파들은 국회에서 보란 듯이 시국미사를 열며 박 신부의 발언에 힘을 싣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이는 당 지도부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른 행동이었다.

박 신부의 연평도 포격 북한 옹호 발언은 일반국민들이 보기에도 분명히 문제가 있는 발언이었다. 이런 발언을 대변하고 나서는 것은 스스로 종북 논란을 부추기는 행동이란 비판이다.

종북 옹호
야권도 문제

이외에도 야권은 각종 현안들에 대해 종북 선긋기에 실패함으로써 정부와 여당이 종북몰이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제공했다는 비판이다. 특히 지난해 통진당 게시판에 비례대표 선출과정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내용을 최초로 폭로한 부산 금정구의회 이청호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대표가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과의 합당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에 종북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측은 내부적으로 종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만 해놓고서는 정작 합당하고 나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당장의 세력확장을 위해 종북세력이라는 의심을 하면서도 일단 손을 잡고 보는 진보세력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유 전 대표가 민주노동당과 손을 잡겠다고 결심했다면 종북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며 묻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종북 문제가 해결되기 전 까지는 합당을 미루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종북몰이에 물 건너간 국민대통합
"집권 후반기엔 역풍 맞을 것"

종북으로 의심받는 세력임을 잘 알면서도 당장 힘을 키우기 위해 손을 잡고 문제가 생기면 꼬리 자르기 식으로 그동안 문제를 해결해왔기 때문에 야권 전체가 종북 낙인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정치권이 공안정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현재 사회의 갖가지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종북논란에 묻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전문가는 "박 대통령이 신공안정치를 통해 유신시대로 회귀하려 한다느니 하는 야권의 주장은 사실 좀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진짜 우려하는 것은 모든 이슈를 잠식해버리는 종북 이슈의 특성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론화되어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종북 이슈에 묻혀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모두 감수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 공방
민생은 뒷전


또 다른 전문가는 "정말 종북세력이라고 한다면 정확한 팩트를 가지고 법적 처벌을 하면 된다.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종북으로 낙인찍는 방식은 온 나라를 분열시키는 일로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 줄기차게 외쳤던 국민대통합과는 거리가 멀다"며 "종북 몰이가 당장은 효과적인 정권 방어수단이 될 수 있겠지만 집권 후반기가 되면 분명히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종북 몰이보다는 민생을 챙기는 방법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또 "현재 정부차원에서 종북몰이를 통해 이슈를 덮으려 하는 것은 분명한 팩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종북세력이 있는 것도 팩트"라며 "정부와 여당은 종북몰이를 중단해야 하고 야권도 확실하게 종북세력과 선을 긋고 종북몰이의 여지를 남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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