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자리' 둘러싼 새누리 파워게임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03 10:49:04
  • 댓글 0개

"당대표냐 국회의장이냐" 노땅실세 자리 놓고 김칫국 후루룩

[일요시사=정치팀] 서청원 의원의 당내 포지셔닝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서 의원이 향후 어느 곳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거물 인사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서 의원의 자리배치를 둘러싸고 은근한 파워게임까지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어찌된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서 의원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파워게임 내막을 살펴봤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지난 10월 재보선에서 승리함으로써 무려 7선의 고지에 오른 거물 중의 거물이다. 서 의원은 지난 1981년 국회의원 배지를 처음으로 달았다. 정치경력만 해도 30년이 넘는다.

서 의원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나 최경환 원내대표보다도 선수가 높고, 이른바 '왕실장'이라 불리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도 막역한 사이다. 현재 국회 최다선인 정몽준 의원이나 강창희 국회의장 등도 정치경력으로만 따지면 서 고문의 후배뻘이다.

서청원 어디로?
엇갈리는 희비

서 의원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기도 하다. 때문에 서 의원이 복귀한 후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였다. 특히 서 의원이 향후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느냐에 따라 당내 거물급 인사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문제다.

당초 서 의원은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차기 당권에 도전하게 될 것이란 설이 유력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의 일등공신이지만 박근혜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차기 대권을 노린 세 모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김 의원의 이런 움직임은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을 떨어뜨려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는 행위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서 의원을 차기 당대표로 낙점해놓았다는 뒷말이 돌았다. 하지만 서 의원이 차기 당권에 도전하기에는 걸림돌이 너무나 많다. 우선 차기 당대표직을 노리고 있는 거물급 인사들이 너무나 많다.

위세등등 서청원, 막상 갈 곳 '애매'
"이쪽으론 오지마" 은근한 밀어내기

새누리당의 차기 당대표는 임기를 채울 경우 20대 총선 공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당권을 장악한다면 차기 총선 공천권을 앞세워 당내 세력화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당대표가 되면 대선을 앞두고 인지도를 쌓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때문에 당내 거물급 인사들은 물론이고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인사들까지 차기 당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김문수 경기지사다. 현재 김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 여부를 확실하게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3선 도전을 포기하고 내년 7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해 당권에 도전한 뒤 차기 대권도전의 기반을 다지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여의도 정치와 거리가 있는 도지사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며 하소연 한 바 있다.

치열한 경쟁
서청원 빠져라

최경환 원내대표, 이완구 의원 등도 차기 당대표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 의원이 차기 당권을 너무 고집할 경우 별다른 실익도 없이 당내 계파갈등만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선 서 의원이 벌써 11년 전인 지난 2002년 한나라당 대표를 맡은 바 있어 내년에 다시 당대표를 맡을 경우 당의 이미지가 너무 올드해질 수도 있는 데다 두 차례나 비리전력이 있어 당내 반발이 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특히 전당대회가 내년 지방선거 전에 치러지게 된다면 서 의원이 당권을 잡는 것이 박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지방선거를 치르는 데 있어서는 새누리당 이미지에 좋을 것이 없다는 평가다.




한편, 최근 친박 핵심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서 의원과 만나 "여야 소통이 가능한 서 의원이 국회의장이 돼야 경색된 정국을 풀어갈 수 있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최경환 원내대표와 홍문종 사무총장,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김태흠 원내대변인, 이장우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중 최 원내대표는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인물이고, 이장우 의원은 비리전력 등을 이유로 서 의원의 재보선 공천을 반대했던 소장파 4인 중 한 명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서 의원을 당권 경쟁에서 제외시키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서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선다고 해도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서 의원은 분명 최다선의 거물 정치인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원외에 머물렀다. 18대 총선에서 이른바 '친박 공천 대학살'이 이뤄졌고, 19대 총선에서는 역대 총선 중 손꼽힐 정도로 물갈이 폭이 컸던 만큼 원내에서 서 의원과 아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은 많지 않다는 평가다. 서 의원이 당권경쟁에서 패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만약 서 의원이 김무성 의원과의 대결에서 패한다면 김 의원에게 날개만 달아주는 격이 된다. 서 의원이 당권경쟁을 포기할 경우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회자된다. 서 의원이 2선으로 물러나는 대신 최 원내대표나 이완구 의원을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거나, 김 의원에게 당권을 양보하는 대신 김 의원과 관계를 새롭게 정립함으로써 서로 협력해나가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는 이야기 등이다.

한편 서 의원이 당권을 포기할 경우 다음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국회의장직 도전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동안 무난하게 당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황우여 대표(5선)와 국회부의장을 지낸 바 있는 정의화 의원(5선)도 의장직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역 최다선인 정몽준 의원(7선)과 이인제 의원(6선)은 가장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군이지만 이들은 국회의장직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의장을 맡을 경우 원로 이미지가 너무 강해져 향후 정치활동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 의원이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경우 국회의장은 다선(多選)과 연장자를 우선으로 한다는 관례에 따라 가장 유력한 후보다. 하지만 이 경우 야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각종 청문회에서 박근혜정부의 인사를 낙마시켜 온 야권이 무려 두 번의 비리전력을 가진 서 의원의 국회의장직 도전을 가만히 두고 볼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강창희 의장이 내정됐을 당시에도 강 의장이 하나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집단 성명을 내고 반대한 바 있다. 강 의장의 경우는 결국 의장직에 오르긴 했지만 서 의원의 경우는 비리전력이라는 점에서 명분이 좀 더 뚜렷한 만큼 민주당이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 해가며 반대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한 것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이 같은 논란이 불을 보듯 훤한 데도 불구하고 서 의원을 반드시 국회의장직에 앉히려 할지 의문이다.

비리전력 발목
막상 갈 곳 없네

서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서는 고작 당내 4명의 의원이 반기를 드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쳤지만 당 대표나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경우에는 당내에서 이보다 훨씬 거센 태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


때문에 아주 낮은 가능성이지만 서 의원이 당대표직이나 국회의장직에 매달리기보단 평범한 평의원으로 남아 '당대표 메이커'나 '야권과의 가교역할' 등 막후 역할에 치중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박근혜정부에서 필요한 인물은 공격수보다는 대야관계에 치중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 의원은 국회에 복귀한 후 대야 관계에 큰 정성을 쏟고 있다. 당초 재보선 기간 공언했던 것처럼 '야권과의 가교 역할'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서 의원은 최근 민주당의 정대철 상임고문, 박지원,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과 오찬회동을 가지는가 하면 문재인 의원과도 비밀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정대철 고문 등과 오찬회동을 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대화하면 길이 생긴다. 우리는 늘 그렇게 해왔다"며 "과거에도 여야가 대화하면 풀리고, 지금 어려운 정국이지만 (여야) 원내대표가 대화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갈 데 없이 평의원으로 남을까?
서청원 자리배치 정치권 이목집중

일각에선 서 의원이 정무장관직을 맡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서 의원의 최측근인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이 최근 대정부질의에서 정무장관의 부활을 주장하고 나선 때문이다.

노 의원은 친박연대 비례대표 8번을 받아 당선되며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친박연대 원내대표, 서 의원의 외곽조직인 청산회 중앙회장 등을 맡았던 인사다.


노 의원은 지난달 19일 대정부질의에서 "국민은 여야 간 소통 부재와 정치 실종의 상황을 두고 많이 안타까워한다"면서 "지금의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정국은 청와대의 대국회, 대정당, 대시민사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업무를 담당한 정무장관과 특임장관의 역할이 상실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박 대통령에게 정무장관 신설을 건의해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정무장관 신설은 야권에서도 찬성하고 있고,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지난 6월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무장관 부활을 제안한 바 있다. 의원직과 장관직은 겸임도 가능하다.

평의원?
정무장관?

서 의원은 이미 김영삼정부에서 정무장관을 지낸 경험이 있다. 서 의원은 그의 책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에 정무장관으로 일하던 시절의 무용담을 적어 놓았는데 "수습기자처럼 열심히 뛰었고, 정무장관 판공비도 모자라 지인들에게 받은 후원금까지 동원해 야당을 설득했다"며 자신의 뛰어난 협상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서 의원이 재보선을 통해 입성했다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정무장관직을 맡을 경우 자칫 지역주민들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도 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여진다.

새누리당 내에서 서 의원의 자리배치를 둘러싼 물밑싸움은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마지막에 웃게 될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