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자리' 둘러싼 새누리 파워게임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03 10: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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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냐 국회의장이냐" 노땅실세 자리 놓고 김칫국 후루룩

[일요시사=정치팀] 서청원 의원의 당내 포지셔닝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서 의원이 향후 어느 곳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거물 인사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서 의원의 자리배치를 둘러싸고 은근한 파워게임까지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어찌된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서 의원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파워게임 내막을 살펴봤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지난 10월 재보선에서 승리함으로써 무려 7선의 고지에 오른 거물 중의 거물이다. 서 의원은 지난 1981년 국회의원 배지를 처음으로 달았다. 정치경력만 해도 30년이 넘는다.

서 의원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나 최경환 원내대표보다도 선수가 높고, 이른바 '왕실장'이라 불리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도 막역한 사이다. 현재 국회 최다선인 정몽준 의원이나 강창희 국회의장 등도 정치경력으로만 따지면 서 고문의 후배뻘이다.

서청원 어디로?
엇갈리는 희비

서 의원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기도 하다. 때문에 서 의원이 복귀한 후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였다. 특히 서 의원이 향후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느냐에 따라 당내 거물급 인사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문제다.

당초 서 의원은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차기 당권에 도전하게 될 것이란 설이 유력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의 일등공신이지만 박근혜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차기 대권을 노린 세 모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김 의원의 이런 움직임은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을 떨어뜨려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는 행위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서 의원을 차기 당대표로 낙점해놓았다는 뒷말이 돌았다. 하지만 서 의원이 차기 당권에 도전하기에는 걸림돌이 너무나 많다. 우선 차기 당대표직을 노리고 있는 거물급 인사들이 너무나 많다.

위세등등 서청원, 막상 갈 곳 '애매'
"이쪽으론 오지마" 은근한 밀어내기

새누리당의 차기 당대표는 임기를 채울 경우 20대 총선 공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당권을 장악한다면 차기 총선 공천권을 앞세워 당내 세력화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당대표가 되면 대선을 앞두고 인지도를 쌓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때문에 당내 거물급 인사들은 물론이고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인사들까지 차기 당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김문수 경기지사다. 현재 김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 여부를 확실하게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3선 도전을 포기하고 내년 7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해 당권에 도전한 뒤 차기 대권도전의 기반을 다지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여의도 정치와 거리가 있는 도지사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며 하소연 한 바 있다.

치열한 경쟁
서청원 빠져라

최경환 원내대표, 이완구 의원 등도 차기 당대표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 의원이 차기 당권을 너무 고집할 경우 별다른 실익도 없이 당내 계파갈등만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선 서 의원이 벌써 11년 전인 지난 2002년 한나라당 대표를 맡은 바 있어 내년에 다시 당대표를 맡을 경우 당의 이미지가 너무 올드해질 수도 있는 데다 두 차례나 비리전력이 있어 당내 반발이 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특히 전당대회가 내년 지방선거 전에 치러지게 된다면 서 의원이 당권을 잡는 것이 박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지방선거를 치르는 데 있어서는 새누리당 이미지에 좋을 것이 없다는 평가다.




한편, 최근 친박 핵심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서 의원과 만나 "여야 소통이 가능한 서 의원이 국회의장이 돼야 경색된 정국을 풀어갈 수 있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최경환 원내대표와 홍문종 사무총장,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김태흠 원내대변인, 이장우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중 최 원내대표는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인물이고, 이장우 의원은 비리전력 등을 이유로 서 의원의 재보선 공천을 반대했던 소장파 4인 중 한 명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서 의원을 당권 경쟁에서 제외시키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서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선다고 해도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서 의원은 분명 최다선의 거물 정치인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원외에 머물렀다. 18대 총선에서 이른바 '친박 공천 대학살'이 이뤄졌고, 19대 총선에서는 역대 총선 중 손꼽힐 정도로 물갈이 폭이 컸던 만큼 원내에서 서 의원과 아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은 많지 않다는 평가다. 서 의원이 당권경쟁에서 패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만약 서 의원이 김무성 의원과의 대결에서 패한다면 김 의원에게 날개만 달아주는 격이 된다. 서 의원이 당권경쟁을 포기할 경우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회자된다. 서 의원이 2선으로 물러나는 대신 최 원내대표나 이완구 의원을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거나, 김 의원에게 당권을 양보하는 대신 김 의원과 관계를 새롭게 정립함으로써 서로 협력해나가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는 이야기 등이다.

한편 서 의원이 당권을 포기할 경우 다음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국회의장직 도전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동안 무난하게 당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황우여 대표(5선)와 국회부의장을 지낸 바 있는 정의화 의원(5선)도 의장직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역 최다선인 정몽준 의원(7선)과 이인제 의원(6선)은 가장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군이지만 이들은 국회의장직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의장을 맡을 경우 원로 이미지가 너무 강해져 향후 정치활동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 의원이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경우 국회의장은 다선(多選)과 연장자를 우선으로 한다는 관례에 따라 가장 유력한 후보다. 하지만 이 경우 야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각종 청문회에서 박근혜정부의 인사를 낙마시켜 온 야권이 무려 두 번의 비리전력을 가진 서 의원의 국회의장직 도전을 가만히 두고 볼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강창희 의장이 내정됐을 당시에도 강 의장이 하나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집단 성명을 내고 반대한 바 있다. 강 의장의 경우는 결국 의장직에 오르긴 했지만 서 의원의 경우는 비리전력이라는 점에서 명분이 좀 더 뚜렷한 만큼 민주당이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 해가며 반대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한 것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이 같은 논란이 불을 보듯 훤한 데도 불구하고 서 의원을 반드시 국회의장직에 앉히려 할지 의문이다.

비리전력 발목
막상 갈 곳 없네

서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서는 고작 당내 4명의 의원이 반기를 드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쳤지만 당 대표나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경우에는 당내에서 이보다 훨씬 거센 태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


때문에 아주 낮은 가능성이지만 서 의원이 당대표직이나 국회의장직에 매달리기보단 평범한 평의원으로 남아 '당대표 메이커'나 '야권과의 가교역할' 등 막후 역할에 치중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박근혜정부에서 필요한 인물은 공격수보다는 대야관계에 치중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 의원은 국회에 복귀한 후 대야 관계에 큰 정성을 쏟고 있다. 당초 재보선 기간 공언했던 것처럼 '야권과의 가교 역할'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서 의원은 최근 민주당의 정대철 상임고문, 박지원,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과 오찬회동을 가지는가 하면 문재인 의원과도 비밀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정대철 고문 등과 오찬회동을 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대화하면 길이 생긴다. 우리는 늘 그렇게 해왔다"며 "과거에도 여야가 대화하면 풀리고, 지금 어려운 정국이지만 (여야) 원내대표가 대화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갈 데 없이 평의원으로 남을까?
서청원 자리배치 정치권 이목집중

일각에선 서 의원이 정무장관직을 맡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서 의원의 최측근인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이 최근 대정부질의에서 정무장관의 부활을 주장하고 나선 때문이다.

노 의원은 친박연대 비례대표 8번을 받아 당선되며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친박연대 원내대표, 서 의원의 외곽조직인 청산회 중앙회장 등을 맡았던 인사다.


노 의원은 지난달 19일 대정부질의에서 "국민은 여야 간 소통 부재와 정치 실종의 상황을 두고 많이 안타까워한다"면서 "지금의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정국은 청와대의 대국회, 대정당, 대시민사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업무를 담당한 정무장관과 특임장관의 역할이 상실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박 대통령에게 정무장관 신설을 건의해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정무장관 신설은 야권에서도 찬성하고 있고,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지난 6월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무장관 부활을 제안한 바 있다. 의원직과 장관직은 겸임도 가능하다.

평의원?
정무장관?

서 의원은 이미 김영삼정부에서 정무장관을 지낸 경험이 있다. 서 의원은 그의 책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에 정무장관으로 일하던 시절의 무용담을 적어 놓았는데 "수습기자처럼 열심히 뛰었고, 정무장관 판공비도 모자라 지인들에게 받은 후원금까지 동원해 야당을 설득했다"며 자신의 뛰어난 협상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서 의원이 재보선을 통해 입성했다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정무장관직을 맡을 경우 자칫 지역주민들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도 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여진다.

새누리당 내에서 서 의원의 자리배치를 둘러싼 물밑싸움은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마지막에 웃게 될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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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