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자리' 둘러싼 새누리 파워게임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03 10: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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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냐 국회의장이냐" 노땅실세 자리 놓고 김칫국 후루룩

[일요시사=정치팀] 서청원 의원의 당내 포지셔닝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서 의원이 향후 어느 곳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거물 인사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서 의원의 자리배치를 둘러싸고 은근한 파워게임까지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어찌된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서 의원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파워게임 내막을 살펴봤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지난 10월 재보선에서 승리함으로써 무려 7선의 고지에 오른 거물 중의 거물이다. 서 의원은 지난 1981년 국회의원 배지를 처음으로 달았다. 정치경력만 해도 30년이 넘는다.

서 의원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나 최경환 원내대표보다도 선수가 높고, 이른바 '왕실장'이라 불리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도 막역한 사이다. 현재 국회 최다선인 정몽준 의원이나 강창희 국회의장 등도 정치경력으로만 따지면 서 고문의 후배뻘이다.

서청원 어디로?
엇갈리는 희비

서 의원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기도 하다. 때문에 서 의원이 복귀한 후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였다. 특히 서 의원이 향후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느냐에 따라 당내 거물급 인사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문제다.

당초 서 의원은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차기 당권에 도전하게 될 것이란 설이 유력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의 일등공신이지만 박근혜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차기 대권을 노린 세 모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김 의원의 이런 움직임은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을 떨어뜨려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는 행위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서 의원을 차기 당대표로 낙점해놓았다는 뒷말이 돌았다. 하지만 서 의원이 차기 당권에 도전하기에는 걸림돌이 너무나 많다. 우선 차기 당대표직을 노리고 있는 거물급 인사들이 너무나 많다.

위세등등 서청원, 막상 갈 곳 '애매'
"이쪽으론 오지마" 은근한 밀어내기

새누리당의 차기 당대표는 임기를 채울 경우 20대 총선 공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당권을 장악한다면 차기 총선 공천권을 앞세워 당내 세력화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당대표가 되면 대선을 앞두고 인지도를 쌓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때문에 당내 거물급 인사들은 물론이고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인사들까지 차기 당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김문수 경기지사다. 현재 김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 여부를 확실하게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3선 도전을 포기하고 내년 7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해 당권에 도전한 뒤 차기 대권도전의 기반을 다지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여의도 정치와 거리가 있는 도지사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며 하소연 한 바 있다.

치열한 경쟁
서청원 빠져라

최경환 원내대표, 이완구 의원 등도 차기 당대표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 의원이 차기 당권을 너무 고집할 경우 별다른 실익도 없이 당내 계파갈등만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선 서 의원이 벌써 11년 전인 지난 2002년 한나라당 대표를 맡은 바 있어 내년에 다시 당대표를 맡을 경우 당의 이미지가 너무 올드해질 수도 있는 데다 두 차례나 비리전력이 있어 당내 반발이 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특히 전당대회가 내년 지방선거 전에 치러지게 된다면 서 의원이 당권을 잡는 것이 박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지방선거를 치르는 데 있어서는 새누리당 이미지에 좋을 것이 없다는 평가다.




한편, 최근 친박 핵심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서 의원과 만나 "여야 소통이 가능한 서 의원이 국회의장이 돼야 경색된 정국을 풀어갈 수 있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최경환 원내대표와 홍문종 사무총장,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김태흠 원내대변인, 이장우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중 최 원내대표는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인물이고, 이장우 의원은 비리전력 등을 이유로 서 의원의 재보선 공천을 반대했던 소장파 4인 중 한 명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서 의원을 당권 경쟁에서 제외시키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서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선다고 해도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서 의원은 분명 최다선의 거물 정치인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원외에 머물렀다. 18대 총선에서 이른바 '친박 공천 대학살'이 이뤄졌고, 19대 총선에서는 역대 총선 중 손꼽힐 정도로 물갈이 폭이 컸던 만큼 원내에서 서 의원과 아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은 많지 않다는 평가다. 서 의원이 당권경쟁에서 패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만약 서 의원이 김무성 의원과의 대결에서 패한다면 김 의원에게 날개만 달아주는 격이 된다. 서 의원이 당권경쟁을 포기할 경우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회자된다. 서 의원이 2선으로 물러나는 대신 최 원내대표나 이완구 의원을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거나, 김 의원에게 당권을 양보하는 대신 김 의원과 관계를 새롭게 정립함으로써 서로 협력해나가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는 이야기 등이다.

한편 서 의원이 당권을 포기할 경우 다음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국회의장직 도전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동안 무난하게 당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황우여 대표(5선)와 국회부의장을 지낸 바 있는 정의화 의원(5선)도 의장직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역 최다선인 정몽준 의원(7선)과 이인제 의원(6선)은 가장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군이지만 이들은 국회의장직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의장을 맡을 경우 원로 이미지가 너무 강해져 향후 정치활동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 의원이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경우 국회의장은 다선(多選)과 연장자를 우선으로 한다는 관례에 따라 가장 유력한 후보다. 하지만 이 경우 야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각종 청문회에서 박근혜정부의 인사를 낙마시켜 온 야권이 무려 두 번의 비리전력을 가진 서 의원의 국회의장직 도전을 가만히 두고 볼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강창희 의장이 내정됐을 당시에도 강 의장이 하나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집단 성명을 내고 반대한 바 있다. 강 의장의 경우는 결국 의장직에 오르긴 했지만 서 의원의 경우는 비리전력이라는 점에서 명분이 좀 더 뚜렷한 만큼 민주당이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 해가며 반대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한 것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이 같은 논란이 불을 보듯 훤한 데도 불구하고 서 의원을 반드시 국회의장직에 앉히려 할지 의문이다.

비리전력 발목
막상 갈 곳 없네

서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서는 고작 당내 4명의 의원이 반기를 드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쳤지만 당 대표나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경우에는 당내에서 이보다 훨씬 거센 태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


때문에 아주 낮은 가능성이지만 서 의원이 당대표직이나 국회의장직에 매달리기보단 평범한 평의원으로 남아 '당대표 메이커'나 '야권과의 가교역할' 등 막후 역할에 치중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박근혜정부에서 필요한 인물은 공격수보다는 대야관계에 치중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 의원은 국회에 복귀한 후 대야 관계에 큰 정성을 쏟고 있다. 당초 재보선 기간 공언했던 것처럼 '야권과의 가교 역할'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서 의원은 최근 민주당의 정대철 상임고문, 박지원,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과 오찬회동을 가지는가 하면 문재인 의원과도 비밀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정대철 고문 등과 오찬회동을 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대화하면 길이 생긴다. 우리는 늘 그렇게 해왔다"며 "과거에도 여야가 대화하면 풀리고, 지금 어려운 정국이지만 (여야) 원내대표가 대화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갈 데 없이 평의원으로 남을까?
서청원 자리배치 정치권 이목집중

일각에선 서 의원이 정무장관직을 맡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서 의원의 최측근인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이 최근 대정부질의에서 정무장관의 부활을 주장하고 나선 때문이다.

노 의원은 친박연대 비례대표 8번을 받아 당선되며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친박연대 원내대표, 서 의원의 외곽조직인 청산회 중앙회장 등을 맡았던 인사다.


노 의원은 지난달 19일 대정부질의에서 "국민은 여야 간 소통 부재와 정치 실종의 상황을 두고 많이 안타까워한다"면서 "지금의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정국은 청와대의 대국회, 대정당, 대시민사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업무를 담당한 정무장관과 특임장관의 역할이 상실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박 대통령에게 정무장관 신설을 건의해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정무장관 신설은 야권에서도 찬성하고 있고,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지난 6월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무장관 부활을 제안한 바 있다. 의원직과 장관직은 겸임도 가능하다.

평의원?
정무장관?

서 의원은 이미 김영삼정부에서 정무장관을 지낸 경험이 있다. 서 의원은 그의 책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에 정무장관으로 일하던 시절의 무용담을 적어 놓았는데 "수습기자처럼 열심히 뛰었고, 정무장관 판공비도 모자라 지인들에게 받은 후원금까지 동원해 야당을 설득했다"며 자신의 뛰어난 협상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서 의원이 재보선을 통해 입성했다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정무장관직을 맡을 경우 자칫 지역주민들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도 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여진다.

새누리당 내에서 서 의원의 자리배치를 둘러싼 물밑싸움은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마지막에 웃게 될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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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