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부대' 뺨치는 박근혜정부 공공기관 '낙하산 지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02 11: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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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 낙하산 근절한다더니…"그럼 그렇지!"

[일요시사=정치팀] 새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던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박근혜정부 들어 실시한 78명의 공공기관장 인사 중 무려 45%에 달하는 34명이 '낙하산 인사'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이른바 '친박 공수부대'는 현 정부 들어 어느 곳까지 침투한 것일까? 박근혜정부의 공공기관 낙하산 지도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대선공신'을 챙겨달라는 여권의 공세가 점점 노골화 되고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최근 공개적인 자리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에서 선거 때 노력한 분들을 배려해 달라"고 말해 주변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답변에 나선 현 부총리 역시 "특히 관심을 두고 보겠다"고 화답하면서 보는 이들을 더욱 황당하게 했다. 현 부총리가 공기업 사장들을 소집해 방만 경영을 질타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낙하산 없다?
이명박 뺨치네

낙하산 인사란 해당 기관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임명 되는 것이 마치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과 같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낙하산 인사를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며 미화하는가 하면, 정 최고위원의 사례처럼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대선공신을 챙겨야 한다며 요구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낙하산 인사는 그동안 공공기관의 방만·부실 경영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지만 역대 어느 정권도 낙하산 인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이는 박근혜정부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만 하더라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선 없어져야 한다"며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었다.

"대선공신 배려해야" 노골적 요구에 굴복
78명 중 34명이 낙하산, 이명박정부 능가

실제로 정권 출범 초반에는 대선공신을 제외한 전문가 위주의 인사를 실시하면서 낙하산 인사 근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박 대통령도 당 안팎의 대선공신을 챙겨달라는 요구에 무릎을 꿇은 모양새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박근혜정부 들어 실시한 78명의 공공기관장 인사 중 무려 45%에 달하는 34명이 낙하산 인사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공공기관장 26명 중 14명, 기타 공공기관장 52명 중 20명을 낙하산 인사로 분류했다.

장 의원실은 18대 대통령선거 기간 박근혜캠프에서 활동했거나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몸담은 인사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공개 지지한 조직의 참여인사 등을 낙하산 인사로 지목했다. 이밖에도 총선 이후 여당의 낙천·낙선 인사, 대통령 측근, 전문성 부족·도덕성 미달 등 기타 부적격 인사도 낙하산 인사에 포함했다.

도덕성 미달
전문성 부족


그렇다면 현재 박근혜정부에서 낙하산 논란을 겪고 있는 공공기관장은 누가 있을까? 우선 가장 최근에는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돼 논란을 빚었다. 김 사장은 지난 30년간 경찰생활만 한 인물로 한국공항공사와 관련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게다가 김 사장은 용산참사 당시 무리한 진압 명령으로 철거민 5명, 경찰 1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일으킨 인물이다. 김 사장은 이 책임을 물어 서울경찰청장에서 해임됐었다.

김 사장의 임명과 관련한 의혹도 있다. 김 사장이 임명된 후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김 사장은 서류심사와 면접심사에서 당시 세 명의 후보 중 꼴찌를 하고도 사장에 임명됐다. 여러 정황상 낙하산 인사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김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람으로 분류되는데 왜 박근혜정부에서 등용됐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이에 대해 야권은 김 사장이 박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았었던 영남대를 졸업했다는 점, 그리고 영남대 객원교수로 활동한 전력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난 10월2일 임기를 시작한 최연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도 낙하산 논란을 겪었다. 최 사장은 새누리당 대전 서구을지역위원장 출신의 대표적인 친박인사다. 최 사장은 1차 공모에서 최종후보 3인에 들지 못했는데, 2차 공모에서 사장에 선임됐다.

한국농어촌공사 이상무 사장의 경우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캠프 중앙선대위 행복한농어촌추진단장으로 활동한 인물로 공모절차 진행 중 취임계획서가 발견되면서 사전 내정설 논란이 제기돼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창수 사장도 사장 공모 당시부터 사전 내정설이 불거졌으며 공항과는 직접적 관계가 적은 국토해양부 제1차관 출신이다.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 당시에는 2억여원을 사전 인출했다는 의혹을 사자 차관직을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임명된 공공기관장 면면을 살펴보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김한욱 이사장은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캠프 제주특별자치도 국민통합행복추진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10월 임기를 시작한 한국거래소 최경수 소장 역시 박근혜캠프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고, 지난 9월 임기를 시작한 국립공원관리공단 박보한 이사장은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 지난 대선에서 유세지원단장을 지냈다.

한국장학재단 곽병선 이사장은 인수위 교육과학분과 간사를 맡았었고,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에는 박근혜캠프에서 교육정책 자문으로 활동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허영 원장은 19대 총선 당시 마산갑 지역에서 새누리당의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인물이다.

기타 공공기관 중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 김영목 총재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캠프 외교통일특보를 맡고 인수위에 참여한 인물이며,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은 대선 당시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도 낙하산 인사로 의심받고 있다.

현재 공석인 공공기관은 총 9곳으로, 이곳의 인사와 관련해서도 낙하산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가장 최근엔 지역난방공사 사장에 새누리당 김성회 전 의원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0월 재보선 당시 서청원 후보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낙천 후 서 후보의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공기업 사장 자리를 약속받았다는 소문이다. 김 전 의원은 육사 출신으로 의원 시절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하긴 했지만 지역난방공사의 사장직을 맡기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의 경우는 지난 7월 사장 자리가 공석이 됐는데 지난 8월 공사가 구성한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사장 후보자를 결정하고도 선임 절차를 미루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 후보로 선발된 후보자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잇따라 사퇴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해수부가 모 인사를 사장으로 앉히기 위해 임추위를 압박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실정이다.


절차 무시
국민 무시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친박계 중진 새누리당 김학송 전 의원도 논란거리다. 김 전 의원은 3선의 중진이지만 지난해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했는데, '위로성 낙하산 인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캠프 유세지원단장을 맡았었다.

박근혜정부는 그동안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위해 공공기관장 임명에 신중을 기하느라 인선이 늦어진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낙하산 인사의 비율은 오히려 이명박정부 때보다 심하다는 지적이다.

장하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1월까지 박근혜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장은 78명으로 임기 첫해 11월 기준 이명박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장 18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로 의심되는 인사의 비율은 45%(34명)로 이명박정부 32%(58명)보다 높다는 것이다.

해당기관과 관련된 경력도 전무한데…
낙하산이 공공기관 부실경영 근본원인

최근 들어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부실 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문제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공기업 부채가 500조원을 넘어서면서 공공기관 부실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최근 공공부문 개혁을 강조하고 기획재정부도 “파티는 끝났다”며 고강도 공기업 개혁안을 예고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지 않는 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부실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낙하산 인사의 경우 정당성이 부족한 탓에 복리후생 등을 미끼로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노조가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하기 시작하면 정상출근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낙하산 사장이 공기업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공기업 개혁을 위해서는 장기적 플랜과 안목이 필요한데 낙하산 인사에게 이러한 능력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일부 공기업 노조는 오히려 낙하산 인사를 반기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낙하산이 편하다?
노조도 환영

한국거래소 노조는 올해 초 성명서에서 "신임 이사장은 증권업계 인사가 아니라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실현해 나갈 역량과 자본시장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여야 한다"고 밝혔다. 증권사 출신이 아닌 힘 있는 고위공직자를 신임 이사장으로 보내달라는 요구였다. 때문에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은 낙하산 사장과 노조의 합작품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로 공공기관의 단체협약을 보면 민간기업에선 상상하기조차 힘든 조항이 즐비하다는 지적이다. 고용세습과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결국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서는 먼저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낙하산 인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개선도 시급하지만 일각에선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제도적으로 보완을 한다고 해도 인사권자가 이를 회피하려고 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정치권은 공공기관장의 자리를 정치적 보은의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며 "정치권이 이러한 인식을 버리지 않는다면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은 구호로만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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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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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