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부대' 뺨치는 박근혜정부 공공기관 '낙하산 지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02 11: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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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 낙하산 근절한다더니…"그럼 그렇지!"

[일요시사=정치팀] 새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던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박근혜정부 들어 실시한 78명의 공공기관장 인사 중 무려 45%에 달하는 34명이 '낙하산 인사'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이른바 '친박 공수부대'는 현 정부 들어 어느 곳까지 침투한 것일까? 박근혜정부의 공공기관 낙하산 지도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대선공신'을 챙겨달라는 여권의 공세가 점점 노골화 되고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최근 공개적인 자리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에서 선거 때 노력한 분들을 배려해 달라"고 말해 주변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답변에 나선 현 부총리 역시 "특히 관심을 두고 보겠다"고 화답하면서 보는 이들을 더욱 황당하게 했다. 현 부총리가 공기업 사장들을 소집해 방만 경영을 질타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낙하산 없다?
이명박 뺨치네

낙하산 인사란 해당 기관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임명 되는 것이 마치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과 같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낙하산 인사를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며 미화하는가 하면, 정 최고위원의 사례처럼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대선공신을 챙겨야 한다며 요구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낙하산 인사는 그동안 공공기관의 방만·부실 경영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지만 역대 어느 정권도 낙하산 인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이는 박근혜정부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만 하더라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선 없어져야 한다"며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었다.

"대선공신 배려해야" 노골적 요구에 굴복
78명 중 34명이 낙하산, 이명박정부 능가

실제로 정권 출범 초반에는 대선공신을 제외한 전문가 위주의 인사를 실시하면서 낙하산 인사 근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박 대통령도 당 안팎의 대선공신을 챙겨달라는 요구에 무릎을 꿇은 모양새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박근혜정부 들어 실시한 78명의 공공기관장 인사 중 무려 45%에 달하는 34명이 낙하산 인사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공공기관장 26명 중 14명, 기타 공공기관장 52명 중 20명을 낙하산 인사로 분류했다.

장 의원실은 18대 대통령선거 기간 박근혜캠프에서 활동했거나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몸담은 인사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공개 지지한 조직의 참여인사 등을 낙하산 인사로 지목했다. 이밖에도 총선 이후 여당의 낙천·낙선 인사, 대통령 측근, 전문성 부족·도덕성 미달 등 기타 부적격 인사도 낙하산 인사에 포함했다.

도덕성 미달
전문성 부족

그렇다면 현재 박근혜정부에서 낙하산 논란을 겪고 있는 공공기관장은 누가 있을까? 우선 가장 최근에는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돼 논란을 빚었다. 김 사장은 지난 30년간 경찰생활만 한 인물로 한국공항공사와 관련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게다가 김 사장은 용산참사 당시 무리한 진압 명령으로 철거민 5명, 경찰 1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일으킨 인물이다. 김 사장은 이 책임을 물어 서울경찰청장에서 해임됐었다.

김 사장의 임명과 관련한 의혹도 있다. 김 사장이 임명된 후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김 사장은 서류심사와 면접심사에서 당시 세 명의 후보 중 꼴찌를 하고도 사장에 임명됐다. 여러 정황상 낙하산 인사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김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람으로 분류되는데 왜 박근혜정부에서 등용됐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이에 대해 야권은 김 사장이 박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았었던 영남대를 졸업했다는 점, 그리고 영남대 객원교수로 활동한 전력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난 10월2일 임기를 시작한 최연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도 낙하산 논란을 겪었다. 최 사장은 새누리당 대전 서구을지역위원장 출신의 대표적인 친박인사다. 최 사장은 1차 공모에서 최종후보 3인에 들지 못했는데, 2차 공모에서 사장에 선임됐다.

한국농어촌공사 이상무 사장의 경우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캠프 중앙선대위 행복한농어촌추진단장으로 활동한 인물로 공모절차 진행 중 취임계획서가 발견되면서 사전 내정설 논란이 제기돼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창수 사장도 사장 공모 당시부터 사전 내정설이 불거졌으며 공항과는 직접적 관계가 적은 국토해양부 제1차관 출신이다.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 당시에는 2억여원을 사전 인출했다는 의혹을 사자 차관직을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임명된 공공기관장 면면을 살펴보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김한욱 이사장은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캠프 제주특별자치도 국민통합행복추진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10월 임기를 시작한 한국거래소 최경수 소장 역시 박근혜캠프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고, 지난 9월 임기를 시작한 국립공원관리공단 박보한 이사장은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 지난 대선에서 유세지원단장을 지냈다.

한국장학재단 곽병선 이사장은 인수위 교육과학분과 간사를 맡았었고,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에는 박근혜캠프에서 교육정책 자문으로 활동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허영 원장은 19대 총선 당시 마산갑 지역에서 새누리당의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인물이다.

기타 공공기관 중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 김영목 총재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캠프 외교통일특보를 맡고 인수위에 참여한 인물이며,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은 대선 당시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도 낙하산 인사로 의심받고 있다.

현재 공석인 공공기관은 총 9곳으로, 이곳의 인사와 관련해서도 낙하산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가장 최근엔 지역난방공사 사장에 새누리당 김성회 전 의원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0월 재보선 당시 서청원 후보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낙천 후 서 후보의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공기업 사장 자리를 약속받았다는 소문이다. 김 전 의원은 육사 출신으로 의원 시절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하긴 했지만 지역난방공사의 사장직을 맡기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의 경우는 지난 7월 사장 자리가 공석이 됐는데 지난 8월 공사가 구성한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사장 후보자를 결정하고도 선임 절차를 미루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 후보로 선발된 후보자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잇따라 사퇴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해수부가 모 인사를 사장으로 앉히기 위해 임추위를 압박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실정이다.

절차 무시
국민 무시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친박계 중진 새누리당 김학송 전 의원도 논란거리다. 김 전 의원은 3선의 중진이지만 지난해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했는데, '위로성 낙하산 인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캠프 유세지원단장을 맡았었다.

박근혜정부는 그동안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위해 공공기관장 임명에 신중을 기하느라 인선이 늦어진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낙하산 인사의 비율은 오히려 이명박정부 때보다 심하다는 지적이다.

장하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1월까지 박근혜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장은 78명으로 임기 첫해 11월 기준 이명박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장 18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로 의심되는 인사의 비율은 45%(34명)로 이명박정부 32%(58명)보다 높다는 것이다.

해당기관과 관련된 경력도 전무한데…
낙하산이 공공기관 부실경영 근본원인

최근 들어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부실 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문제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공기업 부채가 500조원을 넘어서면서 공공기관 부실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최근 공공부문 개혁을 강조하고 기획재정부도 “파티는 끝났다”며 고강도 공기업 개혁안을 예고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지 않는 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부실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낙하산 인사의 경우 정당성이 부족한 탓에 복리후생 등을 미끼로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노조가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하기 시작하면 정상출근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낙하산 사장이 공기업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공기업 개혁을 위해서는 장기적 플랜과 안목이 필요한데 낙하산 인사에게 이러한 능력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일부 공기업 노조는 오히려 낙하산 인사를 반기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낙하산이 편하다?
노조도 환영

한국거래소 노조는 올해 초 성명서에서 "신임 이사장은 증권업계 인사가 아니라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실현해 나갈 역량과 자본시장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여야 한다"고 밝혔다. 증권사 출신이 아닌 힘 있는 고위공직자를 신임 이사장으로 보내달라는 요구였다. 때문에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은 낙하산 사장과 노조의 합작품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로 공공기관의 단체협약을 보면 민간기업에선 상상하기조차 힘든 조항이 즐비하다는 지적이다. 고용세습과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결국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서는 먼저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낙하산 인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개선도 시급하지만 일각에선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제도적으로 보완을 한다고 해도 인사권자가 이를 회피하려고 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정치권은 공공기관장의 자리를 정치적 보은의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며 "정치권이 이러한 인식을 버리지 않는다면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은 구호로만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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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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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