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주변 위험수위 요주의인물 체크리스트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26 10: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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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들 "여럿 있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측근비리 근절을 강하게 역설했다. 권력형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친인척도 공직자처럼 재산내역을 공개하거나 주식거래 등을 제한하는 방법도 검토했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 이 같은 논의는 자취를 싹 감췄다. 그래서일까? 출범한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박근혜정권 언저리에서 벌써부터 측근비리 소문이 하나 둘 새어나오고 있다. 박근혜정권도 측근비리로 골머리를 앓았던 역대 정권의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박 대통령 주변의 요주의인물들을 미리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새누리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친인척과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 사전에 강력하게 예방하고 문제가 생기면 상설특검을 통해 즉각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측근비리 척결에 강한 의지를 보인 박 대통령은 또 대통령 친인척도 공직자처럼 재산내역을 공개하거나 주식거래 등을 제한하는 방법도 검토 했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 이 같은 논의는 자취를 감췄다. 표면적인 이유는 '효율'의 문제다.

특별감찰관제
대선용 립서비스?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는 지난 13일 인사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상설특검제 및 특별감찰관제 도입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후보자는 "기존의 사법제도와 비교해 비용과 국가 전체적 효율성 등을 봐서 인풋(투입)만큼 아웃풋(산출)이 나올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과연 그쪽(상설특검제 및 특별감찰관제)으로 간다고 해서 제대로 될 것인지, 누가 통제할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인식도 결국 김 후보자의 인식과 대동소이할 것이란 분석이다.

어찌 보면 박 대통령이 언급한 특별감찰관제는 결국 '대선용 립서비스'에 불과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민주당은 대선이 끝난 이후 박 대통령에 특별감찰관제 도입 공약을 지킬 것을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박 대통령 주변은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가장 먼저 문제를 일으킨 건 역시 친인척이었다. 취임 7개월여 만에 5촌 조카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고, 조카사위는 불공정 주식거래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 대통령의 팬클럽 '근혜봉사단'의 이성복 전 중앙회장은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19대 총선 과정에서 공천을 도와주겠다며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가 최근 밝혀져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배우자와 자녀 없지만 친인척 50여명
'문고리권력' 3인방, 비리역사 끊을까?

이들은 비록 박 대통령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인물들은 아니지만 정권 초기임을 감안하면 결코 간과하고 넘어갈 수만은 없는 문제다. 측근비리가 연이어 발생한다면 정치쇄신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고, 책임론으로 조기에 레임덕을 겪을 우려도 있다. 특히 대통령 측근비리의 근절을 바라는 국민들에게 또 한번 실망감과 허탈감을 안겨 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미리 경계해야 할 요주의인물은 누구일까? 역대 정권의 사례와 비교해 박 대통령 주변의 위험인물들을 미리 살펴봤다. 

우선 가장 위험도가 높은 인물들은 역시 친인척이다. 역대 정권의 사례를 비춰볼 때 가장 비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고, 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 대통령이 입는 데미지도 컸던 것이 바로 친인척 비리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형 기환씨와 동생 경환씨, 사촌형 순환씨, 사촌동생 우환씨가 횡령,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줄줄이 구속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역대 최초로 대통령 재임 중 아들이 구속되는 사례를 남겼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 셋이 각종 게이트에 연루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형 건평씨의 비리 등이 불거져 끝까지 곤욕을 치렀다.


친인척 비리
반복될까?

박 대통령의 직계가족은 동생 지만씨와 근령씨 뿐이다. 하지만 사촌 이내의 친인척은 최소한 5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현재  사기 혐의로 재판 중이다.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관련한 의혹도 끊임없이 불거져 오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지만씨의 육사 37기 동기생들이 약진하고 있는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친동생들보다 더 위험도가 높은 인물들은 그 배우자들이다. 근령씨의 14살 연하 남편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겸임교수는 육영재단의 이사장으로 있던 근령씨가 재단에서 나가게 되자 2009년 박 대통령의 미니홈피에 비방글을 수차례 올린 혐의로 징역살이를 한 전력이 있다.

지만씨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는 지난 대선 당시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서 변호사를 제외하면 박 후보 친인척 중에 문제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요주의인물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경계해야 할 인물들은 이른바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정권 실세들이다. 역대 정권에선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제1부속실장들이 자주 말썽을 일으켜 왔다.

누구든 부속실장을 통해야만 대통령을 만날 수 있고, 부속실장은 대통령 일정과 각종 보고를 전담한다. 그래서 부속실장은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이다. 부속실장은 늘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영삼정권에서는 장학로 당시 부속실장이 기업인·공무원·정치인 등으로부터 27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노무현정부 때는 정권 출범 초기인 2003년 양길승 당시 부속실장이 살인교사, 조세포탈 등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나이트클럽 소유주에게 향응을 받은 사실이 발각됐다. 이명박정권에서도 김희중 당시 부속실장이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박근혜정부에서 주목받는 인물들은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 비서관,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실 비서관이다.  

이재만 비서관은 청와대의 안살림을 챙기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는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수석보좌관으로 3인방 중 맏형 격이다.

정호성 비서관이 맡고 있는 청와대 1부속실은 대통령을 만나려면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도 대통령과 만나려면 1부속실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1부속실은 문고리 권력의 최정점으로 불린다.

안봉근 비서관 역시 만만치 않은 위세를 자랑한다. 안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의원보다 힘센 비서관으로 불리기도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박 대통령과 통화하려면 반드시 그를 거쳐야 했다는 후문이다.


3인은 모두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했을 때부터 함께 해온 이들로 그동안 아무런 말썽도 일으키지 않은 검증된 사람들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15년 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보좌하고도 청와대에 입성한 후 사고를 친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의 경우를 떠올리면 박 대통령도 결코 방심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문고리권력
더 강해졌다

세 번째로 경계해야 할 인물들은 바로 박 대통령의 팬클럽을 비롯한 외곽조직이다. 이들은 역대 정권에는 찾아 볼 수 없었던 박 대통령만의 뇌관이다.

최근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측근들보다 이들을 향한 우려가 더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인 정치인들의 지지모임은 대부분 해당 후보에 대한 줄서기 성격이거나 지역주의 또는 해당 정당과 결합된 측면이 강했다.

따라서 정치인이 선거에서 패하거나 정당을 옮길 경우엔 지지모임도 쉽게 와해되곤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팬클럽들은 다르다. 박 대통령의 팬클럽은 대략 3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역대 정치인들 중 최대 규모다.

특히 메이저급 팬클럽은 조직력 또한 무척 끈끈하다. 회원들 간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것은 기본이고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고 매년 창립기념행사도 연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한 팬클럽은 창립대회를 위해 대전의 한 체육관을 통째로 빌렸을 정도다.


팬클럽 등 사조직 간부들도 경계대상
대통령과 친분 두터운 정치낭인도 문제

박 대통령의 팬클럽은 과거부터 종종 말썽을 일으켜왔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에서는 자원봉사 성격의 외곽조직인 '한강포럼' 홍모 대표가 수억원의 돈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돼 당시 박 대통령을 난감하게 만든 일도 있었고, 가장 규모가 큰 팬클럽인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은 온갖 비리 의혹이 끊이질 않아 눈총을 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도 팬클럽 '근혜봉사단'의 이성복 전 중앙회장이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19대 총선 과정에서 공천을 빌미로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가 밝혀져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네 번째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으나 현재는 정치낭인이 된 인물들이다. 지난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은 경선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홍사덕 전 의원이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데 이어 친박계인 송영선 전 의원이 박 대통령을 거론하며 금품을 요구한 녹취록이 공개돼 곤혹을 치러야만 했다.

실제로 정치권의 사람들은 현역에서 물러나 정치낭인이 되고 나면 이러한 유혹들에 좀 더 쉽게 흔들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낭인?
정권실세?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고정적인 수입이 끊기고 나면 이러한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로비를 벌이고자 하는 사람들도 현역보다 접근하기가 수월하고 이목을 적게 받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정치낭인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경우 필수적인 전제조건은 현재는 비록 정치낭인이지만 박 대통령과 끈끈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낙선한 후 현재는 정치낭인으로 떠돌고 있는 친박계 인사들이나, 박 대통령의 7인회 멤버 중 아직 박근혜정부에서 등용하지 못한 새누리당 김용환·최병렬 상임고문과 안병훈 기파랑 대표, 김용갑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인 인물로 지목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반드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지만 역대 정권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며 "비리 없는 깨끗한 정권을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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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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