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제사절단 막후스토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3: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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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의 기업 줄 세우기?"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정부 들어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경제사절단에 포함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달렸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때문에 경제사절단에 포함되기 위한 기업들의 로비전도 무척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연일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청와대 경제사절단의 막후 스토리를 살펴봤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새정부 들어 한 번도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포스코는 재계 6위의 대기업이다. 중국에 이어 베트남, 유럽 순방까지 포스코가 잇따라 사절단에서 제외되자 재계에서는 끊임없이 정 회장의 사퇴설이 불거져 나왔다. 그때마다 포스코 측은 이를 강력 부인했지만, 정 회장은 결국 지난 15일 내년 1월 주주총회에서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정 칼날

정 회장과 함께 번번이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제외되며 사퇴설에 휩싸였던 이석채 전 KT 회장은 검찰이 자신의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자 이미 이사회에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 12일 이사회는 이 전 회장의 사임의사를 수용했다.

정 회장과 이 전 회장은 당초 사퇴설에도 불구하고 '임기 중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이재현 CJ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등이 경제사절단에서 제외된 이후 사정의 칼날을 맞았다.

재계가 경제사절단 포함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는 사정 바람 때문이다.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재계에선 정부의 고강도 검증을 통과한 문제없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기업의 대외신임도에도 큰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사절단에 포함될 만한 기업이 제외됐을 경우는 실제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기도 한다.

또 무엇보다 경제사절단은 정부와 스킨십을 가질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 데다, '대통령 마케팅'을 통해 해외 진출의 시너지를 극대화시킬 수도 있어 기업들이 경제사절단에 포함되기 위해 목을 매고 있다는 전언이다. 기업들이 경제사절단에 포함되기 위해 물밑에서 치열한 로비전까지 마다하지 않는다는 소문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일부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기업들의 경우는 더더욱 경제사절단 포함 여부에 목을 매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제사절단에 포함되고 난 후에도 기업들 간의 경쟁은 계속된다. 현지 만찬 등에 모든 기업인이 참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찬 등 공식행사에 대통령과 함께 참여하기 위해 기업들 간 치열한 눈치작전은 필수다.

대통령 현지시찰의 경우에도 후일담이 무성하다.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기업들이 서로 자신들의 사업과 연관된 현지시찰을 할 수 있도록 물밑에서 '007작전'에 버금가는 줄다리기를 하기 때문이다. 지난 방중 기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과 시안에서 각각 현지진출 기업을 방문했었는데 당초에는 이중 한 곳만 방문하려 했으나 치열한 로비전 끝에 결국 대통령이 두 개의 기업을 방문하는 다소 이례적인 일정을 소화했다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이 잦아지면서 기업들도 조금씩 불만이 쌓이는 모양새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솔직히 경제사절단에 포함된다고 해서 얼마나 홍보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매번 해외순방 일정이 발표될 때마다 경제사절단에 포함될 것인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사실상 현 정부의 기업 줄 세우기는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경제사절단 제외되면 사정 시작된다?
경제사절단 포함 여부에 재계 초긴장

기업들은 경제사절단의 효과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경제사절단 포함 여부가 서슬 퍼런 경제 사정의 칼날을 피해가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일단 경제사절단에 포함되기 위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사절단 포함 여부가 사정 여부와 연관되어 있다는 항간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도 할 말은 있다. 대통령 해외순방을 수행하는 경제사절단은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사업규모와 역량은 물론 도덕성까지도 검증된 기업이어야 하고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맞아야 한다.

부적격한 기업을 경제사절단에 포함시키면 청와대도 일정부분 책임론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미국과 지난 9월 베트남 방문 시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던 동양그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청와대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경제사절단에 포함시킨 것을 놓고  "금융당국에서도 동양그룹 유동성 위기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상황에서 공식 수행단으로 연이어 합류시킨 것은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회 등 판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동양계열사 투자자로 하여금 회사 공신력을 오인하기에 충분한 요인이 됐다"고 질타했다.



이처럼 경제사절단에 기업을 잘못 포함시키면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당연히 경제사절단을 꾸리면서 현재 검찰의 수사사항이나 기업의 도덕성 문제까지 살펴볼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제외된 기업이 이후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문제가 생기면서 오해가 쌓였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과거 정부에서 민간에 맡기던 경제사절단 모집을 정부가 직접 하겠다고 나서면서 기업 줄 세우기가 더욱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사절단 선정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중소기업의 경제사절단 참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기업들은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외에도 현 정부 들어 경제사절단을 꾸리면서 대기업 최고경영인 20명, 중견·중소기업인 20명, 경제단체장·금융인·여성경영인 10명 등 이른바 '20:20:10원칙'이 등장했는데 중견·중소기업인들과 대기업 회장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늘어나면서 불만도 쌓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례로 지난 5월 방미 때 일부 대기업 회장들은 조찬간담회에서 중견·중소기업인들과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하게 했다는 이유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한다.

사절단 면죄부?

박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 때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한덕수 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박용만 대한상의회장은 만찬에 참석해 엘리자베스 여왕과 식사를 했지만 중견기업 회장단은 런던 시내의 한 한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도 해 같은 경제사절단이라도 급의 차이가 있음을 실감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는 차별이 아니라 인원이 제한된 일부 행사의 경우 경제 4단체장이 우선적으로 참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한 관계자는 "경제사절단이 실제로 얻는 성과도 있는 만큼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면서도 "기업이 왜 경제사절단을 청와대의 기업 줄 세우기라고 의심하고 있는지 청와대도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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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