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게임' 불씨 안고 돌아온 서청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05 09: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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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 남자' 새누리판 확 바꾼다 '느낌 아니까'

[일요시사=정치팀] 단 2곳에서 치러진 10·30재보선의 후폭풍이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10·30재보선은 초미니 선거였지만 그 후폭풍만큼은 메가톤급이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복귀한 인사가 다름 아닌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이기 때문이다. 서 고문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단숨에 7선의 고지에 올랐다. 서 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그가 몰고 올 거대한 '쓰나미'는 여권은 물론 전체 정치권의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새누리당 내부의 진짜 파워게임은 지금부터다.




10·30재보선이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당초 10곳 이상에서 재보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10·30재보선은 단 2곳에서 열린 초미니 선거였다. 게다가 2곳 모두 새누리당의 강세지역인 경북 포항 남·울릉과 경기 화성 갑 지역에서 치러졌기에 선거 결과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초미니 선거였던 10·30재보선은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이란 거물의 출마선언과 함께 덩치가 커졌고, 덩달아 민주당은 대선 부정선거 의혹과 함께 정권 심판론을 제기하며 여야 모두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가 됐다. 

힘 한번 못쓴 민주
힘 잔뜩 얻은 새누리

2곳 모두 민주당이 절대 열세지역인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선거의 승패가 아니라 양당 간의 지지율 격차였다. 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참패였다. 2곳 모두 민주당이 단순히 열세지역이라서 졌다고 보기에는 지지율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 패배를 어느 정도 예상했던 민주당이었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다.

경기 화성 갑에 출마한 서청원 고문은 62.7%의 득표를 얻어 29.2%를 얻는 데 그친 민주당 오일용 후보를 30%가 넘는 격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며 7선 고지에 올랐다. 경북 포항 남·울릉에서도 새누리당 박명재 후보가 78.6%의 지지를 얻으며 18.5%의 지지를 얻는데 그친 민주당 허대만 후보를 압도적으로 눌렀다.

7선 고지 오른 친박 맏형, 단숨에 당 장악?
'박의 남자' 복귀에 새누리 '기대반 우려반'


사실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승리를 자신하면서도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던 쪽은 오히려 새누리당이었다. 특히 화성 갑에 출마한 서 고문의 경우는 공천 과정에서 '청와대 내정설'이 불거지는 등 잡음을 겪었기 때문이다. 당내 소장파의 집단반발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는 서 고문의 공천을 밀어 붙였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서 고문이 오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벌리지 못하고 고전하는 장면이 연출됐다면 새누리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청와대 역시 책임론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서 고문이 30%가 넘는 격차로 민주당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자 그제서야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무척 고무되어 있다. 새누리당 초강세 지역인 경북 포항 남·울릉은 물론이고 수도권인 경기 화성 갑에서도 압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서의 승리까지 이미 자신하고 있는 분위기다.

친박 장악
친무 반격

또 민주당이 제기한 대선 부정선거 논란으로 잔뜩 움츠려 있던 새누리당으로서는 민주당의 선거부정 논리가 일반 국민들에게는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기쁜 순간이었다.

하지만 마냥 기뻐만 하고 있을 처지가 못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새누리당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회로 복귀한 인사가 다름 아닌 서청원 고문이기 때문이다.

서 고문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7선의 고지에 올랐다. 지난 1981년 국회의원 배지를 처음으로 단 서 고문은 정치경력만 30년이 넘는 원로 중에 원로다.

서 고문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나 최경환 원내대표보다도 선수가 높고, 이른바 '왕실장'이라 불리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도 막역한 사이다. 현재 국회 최다선인 정몽준 의원이나 강창희 국회의장 등도 정치경력으로만 따지면 서 고문의 후배 뻘이다.


서 고문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따라서 서 고문의 국회 복귀는 당장 당내 정치역학구도를 통째로 뒤흔들어 놓을 메가톤급 후폭풍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서 고문이 국회 복귀와 동시에 새누리당의 실세로 떠오르며 사실상 당을 장악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차기 당권을 놓고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의 한판 대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 고문의 복귀와 함께 새누리당 내 파워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차기 대권을 위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이 같은 움직임은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는 행위로 박 대통령으로서는 무척 불쾌하고 예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원조친박'인 서 고문을 통해 김 의원을 견제하려 한다는 설이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서 고문이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였다.

새누리당의 차기 당대표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리다. 임기를 채울 경우 20대 총선 공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김 의원이 당권을 차지한다면 새누리당을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놓고 차기 대권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반면 청와대로서는 김 의원이 당권을 장악한다면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두고 당내에서 김 의원에게 줄을 서려는 의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 약화로 이어져 후반기 국정운영에 크나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인 셈이다.

서 고문의 복귀는 현재 김 의원이 독주하는 차기 당권 경쟁 구도를 크게 흔들어 놓음으로써 멀게는 차기 대권 구도까지 바꿔놓을 초강력 후폭풍이다. 따라서 서 고문의 차기 당대표 선거 출마여부는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였다.

서 고문은 지난달 7일, 새누리당 공천 확정 후 언론사 최초로 <일요시사>와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차기 당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당선된 것도 아닌데) 저의 정치적 입지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라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서 고문이 재보선이 실시되는 지역이 훨씬 많아 국회 복귀과정이 좀 더 수월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7월 재보선을 고사하고 굳이 낙하산 논란까지 감수해가며 올해 10월 재보선을 고집한 것은 내년 5월 경에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후반기 국회의장 선출이나 내년 6·4지방선거를 전후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당대표 경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당사자인 서 고문은 현재까지도 당권 도전설에 대해 당선 되자마자 언급하기는 이르다며 입장표명을 미루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서 고문의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만약 서 고문이 당권에 도전하게 된다면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친박계(친박근혜계)와 친무계(친김무성계)로 갈라질 우려도 있다.

7선 서청원
왕실세 부상

또 서 고문이 당권 도전을 본격화할 경우 서 고문의 정치자금 비리전력은 새누리당을 다시 한 번 내홍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비록 이번 공천과정에서는 서 고문의 공천에 대해 소장파 의원 4명이 반발하는 수준으로 그쳤지만 서 고문이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이를 반대하는 소장파 의원들의 수가 크게 늘어나 당이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게다가 일부 친이계 의원들은 서 고문이 당에 복귀할 경우 자신을 정치적으로 억압했던 친이계에 대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서 고문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된 것에 대해 이명박정권의 정치적 억압이라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상당수의 친이계 의원들 역시 서 고문이 당내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것에 대해 꾸준히 견제구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서 고문의 복귀와 함께 가장 크게 변화하는 것은 당·청 간의 관계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은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수직적 관계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당권경쟁 본격화? 친박-친무 대립 절정
'원조친박' 간에도 세력 분화 시작될까?

하지만 서 고문은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인사인데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대등한 관계라는 점에서 수직적 당청관계가 수평적 당청관계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 전까지는 새누리당 내 중진 친박 인사들조차 박 대통령과 직접 소통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서 고문이라면 박 대통령과 직접 소통도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당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기대다.

물론 정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서 고문의 충성 스타일로 볼 때 오히려 당청 간의 수직적 관계가 더 심화될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강창희 국회의장,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 의장까지, 박 대통령은 그동안 원로정치인을 활용한 친위체제를 구축해왔다. 서 고문의 복귀는 이 같은 '올드보이' 친위체제의 일환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진짜 파워게임
최후의 승자는?


원로정치인의 경우 박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뿐만 아니라 충성도도 높아 박 대통령이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서 고문이 당을 대표해 박 대통령에 쓴 소리를 하는 역할보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당에 관철시키는 역할에 치중한다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당내 중진들로선 결국 청와대가 뽑아든 서청원카드가 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경우 당내 중진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박 대통령이 대선공신을 소홀히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청와대가 서 고문을 통해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의 활동반경을 더욱 좁혀버린다면 원조친박 간에도 분화가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는 당내 또 다른 파워게임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10월 재보선이 몰고 온 거대한 후폭풍은 정치권의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여야 내부의 진짜 파워게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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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