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3 국정감사 총결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04 13:37:50
  • 댓글 0개

1년 내내 놀고먹다 한건 노린 'C학점의 선량들'

[일요시사=정치팀] 2013년도 국정감사가 지난 2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국회운영위·정보위·여성가족위 등 겸임 상임위들의 일정은 일부 남아있지만 주요 상임위원회는 이미 모든 일정을 마쳤다. 올해 국감은 역대 최다인 628개 기관을 상대로 실시됐다. 국회의원들은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며 '벼락치기 국감' '부실 국감' 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국감스타는 탄생했고 일부 성과도 있었다. <일요시사>가 키워드를 통해 2013년도 국정감사를 총결산했다.




국정감사(이하 국감)하면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누가 뭐래도 '막말'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국감장에서 윽박지르기나 막말, 저속어 사용 등은 여전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국민적 공분을 국회의원이 대신해 속 시원하게 풀어준다는 의견도 있지만, 국감 준비를 충실하게 하지 못해 부족한 논리를 윽박지르기로 대신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막말 국감
개선될까?

실제 사례를 보면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감에서 자신보다 연장자인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진 않죠?"라며 다소 무례한 질문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고용부가 삼성전자서비스 근로감독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취지에서였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부자감세 관련 논쟁 중 "민주당이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떠드는데 잘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라고 말해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설훈 의원은 "내가 왜 모르냐. 숫자 다 있는데"라며 맞대응했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토교통부 국감에서 국토부 산하 기관장 인사가 '청와대 낙하산 인사'라며 서승환 장관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서 장관이 "낙하산 인사는 아닌 것 같다"고 반박하자 "낙하산이 아니면 공수부대냐"고 면박을 줬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밤늦게 재개된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의 자리가 상당수 비자 "술이나 퍼마시고 다니고 있네"라고 발언해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고성과 막말, 매년 반복되는 구태
기업인 잔뜩 불러놓고 '증인장사'?

이외에도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무총리실 국감에서 "이러니까 '붕어 없는 붕어빵' '총리 없는 총리실 국감'이라고 비웃는다"면서 "조선시대 수렴청정하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고,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국토위의 서울시 국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희망제작소장 시절 기업에게 협찬 받은 내용을 거론하며 '협찬시장'이라고 맹공해 국감 NGO 모니터단으로부터 막말 국회의원 사례로 지적됐다.




두 번째 키워드는 '기업국감'이다. 올해 국감은 최악의 기업감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는 유독 '경제민주화'와 '갑을 논란' 등 경제와 관련된 이슈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무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이 증인으로 출석시킨 기업인만 해도 200명을 넘어섰다.

심지어 2개 이상 상임위에 중복으로 출석해야 하는 기업인도 많았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의 경우는 산업위와 환노위, 정무위 등 3개 상임위 국감에 불려나가야 했다. 지난달 17일에는 환경노동위 야당 측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했다가 새누리당이 반대하자 국감을 파행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바쁜 기업인들을 불러놓고는 정작 국감내용은 부실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기업인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 고작 몇 마디 답변을 하고 돌아가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기업들 사활 건
'증인 빼내기'


때문에 일각에선 국회의원들이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불러놓고 '증인장사'를 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국감기간 여의도에서는 대관업무를 맡은 기업관계자들이 증인출석명단에서 자신들의 기업관계자 이름을 빼내기 위해 엄청난 로비전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또 국감장에 불려나온 기업들은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고, 일부 의원들은 잘못된 자료를 바탕으로 기업들을 몰아붙여 엉뚱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일례로 과일주스인 세레스를 수입ㆍ판매하는 에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국감에서 제기된 '납 검출' 지적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납이 검출된 제품은 2011년 이전에 다른 업체를 통해 수입된 제품이어서 현재 유통되고 있지 않는데 한 의원이 과거의 일을 국감장에서 다시 들춰내면서 새삼스레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기업인들은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국정에 대한 감사를 해야 하는데 왜 기업인들을 죄인 취급하며 몰아세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 같은 국감행태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몰지각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 때문인지 가장 많은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채택한 정무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는 증인별 신청의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세 번째 키워드는 '심야국감'이다. 올해 국감은 유독 자정을 넘겨서까지 진행되는 심야국감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국감으로 언뜻 보기엔 국회의원들이 무척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한낮에는 파행으로 시간을 낭비하다 저녁때야 부랴부랴 국감이 재개돼 자정을 넘긴 경우가 대다수였다.

지난달 14일부터 25일까지 상임위별 국감 가운데 밤 11시를 넘겨 끝난 경우는 14차례나 됐다. 그 중 자정을 넘겨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경우도 8차례나 됐다. 이중 상당수는 국감 안건과는 무관한 정치적 공방으로 인한 파행이었다.




특히 국감기간 6년 연속 파행을 빚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올해도 첫날 교육부 국감에서 최근 논란이 됐던 교과서 논쟁과 관련해 교학사 집필진 3인에 대한 증인채택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다 파행을 거듭했다. 결국 이날 국감은 새벽 1시가 넘어서 산회를 했다.

또 국감이 길어지는 이유로는 의원들이 이미 질의한 내용을 반복 질의하는 경우가 많고 국감 종료시간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국감을 늦은 밤까지 진행할수록 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언론 등을 통해 비중 있게 보도되는 경우도 많아 심야국감을 내심 반기기도 한다고 한다.

반가운 심야국감?
공무원은 죽을 맛

하지만 피감기관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 피감기관 관계자는 "피감기관은 물론이고 증인들까지 잔뜩 불러놓고 여야 의원들이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싸우다 국감을 파행시켜버리면 기다리는 사람들은 정말 미칠 노릇"이라며 "의원들이야 어디 가서 푹 쉬고 오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마땅히 갈 곳도 없다"고 하소연 했다.

네 번째 키워드는 '충성국감'이다. 매년 반복되는 피감기관들의 과도한 충성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감기간이 되면 피감기관들은 의원 전용 주차장을 마련하고 국회의원들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곳곳에 내건다. 의원 전용 주차장에 밀려 일반 민원인들은 주차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

민원인보다 의원님 먼저 '충성국감' 여전
국감스타 초선의 활약, 대형스타는 '아직'


경찰청 국감장에선 여경들이 의원 안내를 전담하는 역할을 맡고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등장했다. 피감기관이 제공하는 의원 전용 화장실과 의원 전용 칫솔은 이미 관례화된 지 오래다. 한 의원은 칫솔을 한번 쓰고 버리기가 아까워 가지고 오다보니 국감이 끝난 후 남는 것은 칫솔뿐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피감기관들은 감사를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곤 한다. 한 피감기관은 건물 자체가 금연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내에서 의원들의 흡연을 방치해 구설수에 올랐고, 공군 제1전투비행단의 경우는 국감 현지시찰에서 국방위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HI-TAXI'(지상고속활주·활주로를 고속으로 달리는 이륙 전 단계) 행사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과잉충성이라는 지적을 받고 취소하기도 했다. 

국감스타?
반짝스타!

다섯 번째 키워드는 '국감스타'다. 올해 국감도 '부실 국감' '정쟁 국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어김없이 국감스타는 탄생했다. 과거와는 달리 여야의 중진의원들도 국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초선의원들의 경우는 특히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정책 국감'을 실현하는 데 큰 몫을 해냈다.




이번 국감은 특히 첨예한 여야의 정쟁 틈바구니에서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해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초선들의 재발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도 국감하면 떠오를 만큼의 대형 국감스타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올해 국감에서는 오히려 증인과 참고인이 뜻밖에 스타로 떠오른 경우도 있었다. 유례없는 검찰 항명사태로 법제사법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윤석열 수원지검 여주지청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국감장에서 이른바 계급장을 떼고 제대로 붙어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 지검장은 이 과정에서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국감 NGO 모니터단은 보고서에서 "국정감사는 의정활동의 백미다.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정부에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감사하는 자리인데, (올해 국감은) 국민을 대신하기 보다는 정당을 대신했다"며 "분발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올해 국정감사는 'C학점'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