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3 국정감사 총결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04 13: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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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놀고먹다 한건 노린 'C학점의 선량들'

[일요시사=정치팀] 2013년도 국정감사가 지난 2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국회운영위·정보위·여성가족위 등 겸임 상임위들의 일정은 일부 남아있지만 주요 상임위원회는 이미 모든 일정을 마쳤다. 올해 국감은 역대 최다인 628개 기관을 상대로 실시됐다. 국회의원들은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며 '벼락치기 국감' '부실 국감' 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국감스타는 탄생했고 일부 성과도 있었다. <일요시사>가 키워드를 통해 2013년도 국정감사를 총결산했다.




국정감사(이하 국감)하면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누가 뭐래도 '막말'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국감장에서 윽박지르기나 막말, 저속어 사용 등은 여전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국민적 공분을 국회의원이 대신해 속 시원하게 풀어준다는 의견도 있지만, 국감 준비를 충실하게 하지 못해 부족한 논리를 윽박지르기로 대신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막말 국감
개선될까?

실제 사례를 보면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감에서 자신보다 연장자인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진 않죠?"라며 다소 무례한 질문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고용부가 삼성전자서비스 근로감독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취지에서였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부자감세 관련 논쟁 중 "민주당이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떠드는데 잘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라고 말해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설훈 의원은 "내가 왜 모르냐. 숫자 다 있는데"라며 맞대응했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토교통부 국감에서 국토부 산하 기관장 인사가 '청와대 낙하산 인사'라며 서승환 장관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서 장관이 "낙하산 인사는 아닌 것 같다"고 반박하자 "낙하산이 아니면 공수부대냐"고 면박을 줬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밤늦게 재개된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의 자리가 상당수 비자 "술이나 퍼마시고 다니고 있네"라고 발언해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고성과 막말, 매년 반복되는 구태
기업인 잔뜩 불러놓고 '증인장사'?

이외에도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무총리실 국감에서 "이러니까 '붕어 없는 붕어빵' '총리 없는 총리실 국감'이라고 비웃는다"면서 "조선시대 수렴청정하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고,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국토위의 서울시 국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희망제작소장 시절 기업에게 협찬 받은 내용을 거론하며 '협찬시장'이라고 맹공해 국감 NGO 모니터단으로부터 막말 국회의원 사례로 지적됐다.




두 번째 키워드는 '기업국감'이다. 올해 국감은 최악의 기업감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는 유독 '경제민주화'와 '갑을 논란' 등 경제와 관련된 이슈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무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이 증인으로 출석시킨 기업인만 해도 200명을 넘어섰다.

심지어 2개 이상 상임위에 중복으로 출석해야 하는 기업인도 많았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의 경우는 산업위와 환노위, 정무위 등 3개 상임위 국감에 불려나가야 했다. 지난달 17일에는 환경노동위 야당 측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했다가 새누리당이 반대하자 국감을 파행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바쁜 기업인들을 불러놓고는 정작 국감내용은 부실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기업인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 고작 몇 마디 답변을 하고 돌아가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기업들 사활 건
'증인 빼내기'


때문에 일각에선 국회의원들이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불러놓고 '증인장사'를 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국감기간 여의도에서는 대관업무를 맡은 기업관계자들이 증인출석명단에서 자신들의 기업관계자 이름을 빼내기 위해 엄청난 로비전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또 국감장에 불려나온 기업들은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고, 일부 의원들은 잘못된 자료를 바탕으로 기업들을 몰아붙여 엉뚱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일례로 과일주스인 세레스를 수입ㆍ판매하는 에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국감에서 제기된 '납 검출' 지적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납이 검출된 제품은 2011년 이전에 다른 업체를 통해 수입된 제품이어서 현재 유통되고 있지 않는데 한 의원이 과거의 일을 국감장에서 다시 들춰내면서 새삼스레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기업인들은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국정에 대한 감사를 해야 하는데 왜 기업인들을 죄인 취급하며 몰아세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 같은 국감행태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몰지각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 때문인지 가장 많은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채택한 정무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는 증인별 신청의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세 번째 키워드는 '심야국감'이다. 올해 국감은 유독 자정을 넘겨서까지 진행되는 심야국감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국감으로 언뜻 보기엔 국회의원들이 무척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한낮에는 파행으로 시간을 낭비하다 저녁때야 부랴부랴 국감이 재개돼 자정을 넘긴 경우가 대다수였다.

지난달 14일부터 25일까지 상임위별 국감 가운데 밤 11시를 넘겨 끝난 경우는 14차례나 됐다. 그 중 자정을 넘겨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경우도 8차례나 됐다. 이중 상당수는 국감 안건과는 무관한 정치적 공방으로 인한 파행이었다.




특히 국감기간 6년 연속 파행을 빚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올해도 첫날 교육부 국감에서 최근 논란이 됐던 교과서 논쟁과 관련해 교학사 집필진 3인에 대한 증인채택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다 파행을 거듭했다. 결국 이날 국감은 새벽 1시가 넘어서 산회를 했다.

또 국감이 길어지는 이유로는 의원들이 이미 질의한 내용을 반복 질의하는 경우가 많고 국감 종료시간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국감을 늦은 밤까지 진행할수록 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언론 등을 통해 비중 있게 보도되는 경우도 많아 심야국감을 내심 반기기도 한다고 한다.

반가운 심야국감?
공무원은 죽을 맛

하지만 피감기관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 피감기관 관계자는 "피감기관은 물론이고 증인들까지 잔뜩 불러놓고 여야 의원들이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싸우다 국감을 파행시켜버리면 기다리는 사람들은 정말 미칠 노릇"이라며 "의원들이야 어디 가서 푹 쉬고 오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마땅히 갈 곳도 없다"고 하소연 했다.

네 번째 키워드는 '충성국감'이다. 매년 반복되는 피감기관들의 과도한 충성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감기간이 되면 피감기관들은 의원 전용 주차장을 마련하고 국회의원들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곳곳에 내건다. 의원 전용 주차장에 밀려 일반 민원인들은 주차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

민원인보다 의원님 먼저 '충성국감' 여전
국감스타 초선의 활약, 대형스타는 '아직'


경찰청 국감장에선 여경들이 의원 안내를 전담하는 역할을 맡고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등장했다. 피감기관이 제공하는 의원 전용 화장실과 의원 전용 칫솔은 이미 관례화된 지 오래다. 한 의원은 칫솔을 한번 쓰고 버리기가 아까워 가지고 오다보니 국감이 끝난 후 남는 것은 칫솔뿐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피감기관들은 감사를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곤 한다. 한 피감기관은 건물 자체가 금연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내에서 의원들의 흡연을 방치해 구설수에 올랐고, 공군 제1전투비행단의 경우는 국감 현지시찰에서 국방위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HI-TAXI'(지상고속활주·활주로를 고속으로 달리는 이륙 전 단계) 행사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과잉충성이라는 지적을 받고 취소하기도 했다. 

국감스타?
반짝스타!

다섯 번째 키워드는 '국감스타'다. 올해 국감도 '부실 국감' '정쟁 국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어김없이 국감스타는 탄생했다. 과거와는 달리 여야의 중진의원들도 국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초선의원들의 경우는 특히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정책 국감'을 실현하는 데 큰 몫을 해냈다.




이번 국감은 특히 첨예한 여야의 정쟁 틈바구니에서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해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초선들의 재발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도 국감하면 떠오를 만큼의 대형 국감스타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올해 국감에서는 오히려 증인과 참고인이 뜻밖에 스타로 떠오른 경우도 있었다. 유례없는 검찰 항명사태로 법제사법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윤석열 수원지검 여주지청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국감장에서 이른바 계급장을 떼고 제대로 붙어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 지검장은 이 과정에서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국감 NGO 모니터단은 보고서에서 "국정감사는 의정활동의 백미다.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정부에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감사하는 자리인데, (올해 국감은) 국민을 대신하기 보다는 정당을 대신했다"며 "분발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올해 국정감사는 'C학점'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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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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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