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수상한 기부' 청계재단 실태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29 09: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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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피하려 선심 쓰듯 기부하고도 '남는 장사'?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단'이 수상하다. 지난 2009년 이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장학재단인 청계재단을 세우고 331억원 가량의 재산을 기부했다. 청계재단이 정식으로 출범한지도 어느새 4년이 지났다. 하지만 청계재단의 장학금지급액과 수혜학생은 해마다 줄고 있다. 청계재단과 관련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청계재단의 수상한 운영을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막바지에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광운대 동영상이 폭로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주어가 없기 때문에 이것을 진실이라고 할 수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오히려 더 커졌다.

그때 대통령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은 벼랑 끝 승부수를 던진다. 12월7일. 대선을 10여일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이 전 대통령은 "우리는 내외가 살아갈 집 한 칸이면 족해 그 외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며 "대통령 당락에 관계없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전 재산 기부공약을 내걸었다.

전 재산 기부
전 재산 세탁?

유력한 대통령후보가 본인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소식은 해외 언론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전 재산 기부 선언 이후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상승했고 BBK사건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2위 후보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며 무난히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야당으로부터 집요하게 전 재산 사회환원 공약을 지키라는 압박을 받았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이를 차일피일 미뤘다.


청계재단이 설립된 것은 임기 3년차에 접어든 지난 2009년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그해 7월 자신이 소유한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과 대명주빌딩, 양재동 영일빌딩 등 감정평가액 395억원의 자산에서 채무를 제외하고 331억4200만원 상당의 자산을 청계재단에 출연한다.

재단을 설립할 당시에 청계재단은 매년 11억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며, 그 대부분을 장학사업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 청계재단의 장학사업 관련 지출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재단 이사진 상당수 최측근들로 채워 의혹 집중
자기 회사 아니라던 다스 주식 보유 '수상한 고집'

청계재단이 지급하는 장학금 규모는 2010년 6억2000만원에서 2011년 5억8000만원, 2012년 4억6000만원, 올해는 4억5000만원(3/4분기 기지급액 3억4140만원과 4/4분기 지급예정액인 1억1380만원을 포함한 금액)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 수도 2010년 447명, 2011년 408명, 2012년 305명으로 점점 줄어갔다.

재단이 장학금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전 대통령이 떠넘긴 빚 때문이다. 2008년 이 전 대통령은 서초구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우리은행으로부터 30억원을 빌려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에게 진 빚을 갚았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이 건물을 재단에 출연하면서 빚까지 함께 떠넘겼다. 재단은 이 전 대통령의 빚을 갚기 위해 은행에서 50억원을 대출해 이 전 대통령의 빚을 갚았고, 이에 대한 이자는 매년 증가해 재단은 2010년 2억6372만원, 2011년 2억7950만원, 지난해 2억9169만원을 지급했다. 재단이 430억원에 이르는 자산의 일부를 팔아 빚을 갚는 방법이 있지만, 재단에선 부동산 시세가 좋지 않다며 그동안 매각을 미뤄왔다.

MB 빚이 우선
장학사업 뒷전


게다가 이 전 대통령은 청계재단의 이사진을 자신의 측근들로 채워 넣으면서 재단설립 초기부터 논란을 자초했다. 송정호 청계재단 이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자 후원회장을 지낸 바 있다.

이외에도 박미석 전 청와대 수석과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 김도연 전 교과부 장관, 김창대 명사랑 후원회장 등 청계재단 이사진 중 상당수가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때문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기존재단 기부가 아닌 별도 재단을 설립하는 것은 사회환원의 의미를 반감시키고, 거기에 측근들이 재단을 주무르는 구조라면 사실상 사유재산이나 마찬가지라며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 오너가 설립한 공익재단들은 가족들의 상속증여세 절세 창구로 활용되거나 편법적으로 그룹지배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가 많았다. 실제로 시민단체들은 이 전 대통령이 소유했던 건물들을 청계재단의 소유로 돌리면서 소득세와 상속세, 법인세, 주민세 등 상당액의 세금을 감면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청계재단에 대해 "겉모습은 기부인데 온갖 세금을 감면받고 측근들을 통해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청계재단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주식과 현금 등 107억원 상당을 기부 받았는데, 서울시교육청이 민주당 박홍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가운데 실제 장학사업에 쓴 돈은 6억원뿐이고 나머지 101억 상당의 주식은 고스란히 적립금으로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주식은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고 김재정씨의 아내 권영미씨가 기부한 주식회사 다스의 주식 1만4900주다.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이 실제 소유주란 의혹이 끊이질 않았던 회사다.

박홍근 의원은 이에 대해 "거액의 기부금까지 재단에 적립금으로 묶어놨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재산의 회피처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0년 당시 권씨가 기부한 주식은 다스 전체 지분의 5%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 부분이 다스의 경영권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것이었다.

당시 권씨의 주식 기부에 따라 종전 2대 주주였던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씨가 1대 주주(46.85%)가 됐고 1대 주주이던 권씨는 2대 주주(43.99%)가 됐다. 주식회사는 50%가 넘어야 경영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 5% 주식을 가진 청계재단에서 동의를 해야 다스가 가진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계재단이 가지고 있는 다스 주식 5%는 그래서 의미가 크다.

청계재단은 다스의 주식을 지난 2011년 1월경 취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식을 놓고는 그 당시부터 여러 가지 의혹이 있었다. 당시 민주당 김유정 의원에 따르면 청계재단은 다스 지분을 권씨로부터 기부 받고, 2010년 10월 강남 교육청에 재산변경 신고를 했다.

그러나 교육청 측은 '공익 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을 내세워 승인을 보류했다. 회사지분을 보유하는 것으로는 매년 현금이 필요한 장학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분을 매각하거나 배당금을 확보해야만 청계재단의 재산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청계재단은 이 주식을 보유하기 위해 3달여간이나 공을 들였다. 결국 다스 측이 강남교육청에 "앞으로 주주들에게 1주당 액면가액(1만원)에 대해 연간 5% 정도의 배당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고서야 승인이 떨어졌다. 다스가 직접 나서 교육청에 전례에 없던 배당금 확보 노력까지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다스가 이례적으로 5% 배당을 하더라도 청계재단이 1년에 확보할 수익은 약 745만원에 불과했다.

다스 주식 집착
삼고초려

반면 다스 지분 5%에 해당하는 주식의 평가액은 당시 약 100억원으로 추정됐다. 다스 주식을 팔면 100억원을 확보할 수 있고 은행금리만 적용하더라도 연간 3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청계재단은 다스 주식 보유를 고집하며 연간 745만원 수익에 만족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의 외아들 시형씨가 다스 입사 6개월 만에 차장(경영기획팀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사실 등을 제시하며 "다스는 과거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실소유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던 회사다. 여러 정황들이 우연치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 대통령이 실소유자라는 증거에) 너무 딱딱 맞아 떨어지고 있어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스 주식 의혹과 관련 청계재단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부 받은 주식이 비상장 주식인데다 배당금이 얼마 되지 않다보니 사려는 사람이 없어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청계재단이 소유한 다스 주식이 매물로 나온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늘어야 할 장학금·장학생은 되레 감소
예상대로 '꼼수의 왕' MB 개인금고? 

게다가 다스는 알짜회사로 유명한 기업이다. 아무리 비상장 주식이라고 하더라도 3년간이나 처분 할 수 없었다는 변명은 어딘가 어색하다. 이와 관련 <일요시사>는 청계재단 측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해명을 듣고자 했으나 청계재단 측은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현재는 어떠한 내용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다. 마음대로 쓰시라"며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공익재단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질 않았었다. 대표적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웅산 폭탄테러가 발생한 후 경제인들의 후원을 받아 그해 12월1일 자신의 호를 딴 일해재단을 만들었다. 북한에 대한 연구와 테러 희생자 유자녀들의 교육이 명분이었다. 하지만 일해재단은 5공비리의 본산으로 지목되면서 현재는 세종연구소로 명칭이 바뀌었다.

재단 잔혹사
역사는 반복?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경력이 논란이 돼 곤혹을 치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정수장학회에서 박 대통령은 1998년 1월부터 2005년 2월까지 연간 1억~2억3520만원을 섭외비 및 보수로 지급받았다. 당시 서울교육청은 "이사장의 연봉이 목적사업에 비하여 공익법 취지나 사회통념상 과다하다고 볼 수 있다"며 개선하라고 권고까지 한 바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현재 청계재단을 둘러싼 의혹과 잡음은 이 전 대통령이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 만약 이 전 대통령이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과거 '아만다&게이츠' 재단에 수백억 달러를 기부한 사례처럼 사회공헌 활동이 검증된 공익재단에 재산을 쾌척했다면 이 같은 잡음이 생기질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재단 이사진에서 측근들을 배제하고 재단을 투명하게 운영해 불필요한 오해가 더 이상 불거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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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