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수상한 기부' 청계재단 실태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29 09:27:04
  • 댓글 0개

면피하려 선심 쓰듯 기부하고도 '남는 장사'?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단'이 수상하다. 지난 2009년 이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장학재단인 청계재단을 세우고 331억원 가량의 재산을 기부했다. 청계재단이 정식으로 출범한지도 어느새 4년이 지났다. 하지만 청계재단의 장학금지급액과 수혜학생은 해마다 줄고 있다. 청계재단과 관련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청계재단의 수상한 운영을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막바지에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광운대 동영상이 폭로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주어가 없기 때문에 이것을 진실이라고 할 수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오히려 더 커졌다.

그때 대통령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은 벼랑 끝 승부수를 던진다. 12월7일. 대선을 10여일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이 전 대통령은 "우리는 내외가 살아갈 집 한 칸이면 족해 그 외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며 "대통령 당락에 관계없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전 재산 기부공약을 내걸었다.

전 재산 기부
전 재산 세탁?

유력한 대통령후보가 본인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소식은 해외 언론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전 재산 기부 선언 이후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상승했고 BBK사건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2위 후보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며 무난히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야당으로부터 집요하게 전 재산 사회환원 공약을 지키라는 압박을 받았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이를 차일피일 미뤘다.

청계재단이 설립된 것은 임기 3년차에 접어든 지난 2009년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그해 7월 자신이 소유한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과 대명주빌딩, 양재동 영일빌딩 등 감정평가액 395억원의 자산에서 채무를 제외하고 331억4200만원 상당의 자산을 청계재단에 출연한다.

재단을 설립할 당시에 청계재단은 매년 11억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며, 그 대부분을 장학사업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 청계재단의 장학사업 관련 지출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재단 이사진 상당수 최측근들로 채워 의혹 집중
자기 회사 아니라던 다스 주식 보유 '수상한 고집'

청계재단이 지급하는 장학금 규모는 2010년 6억2000만원에서 2011년 5억8000만원, 2012년 4억6000만원, 올해는 4억5000만원(3/4분기 기지급액 3억4140만원과 4/4분기 지급예정액인 1억1380만원을 포함한 금액)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 수도 2010년 447명, 2011년 408명, 2012년 305명으로 점점 줄어갔다.

재단이 장학금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전 대통령이 떠넘긴 빚 때문이다. 2008년 이 전 대통령은 서초구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우리은행으로부터 30억원을 빌려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에게 진 빚을 갚았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이 건물을 재단에 출연하면서 빚까지 함께 떠넘겼다. 재단은 이 전 대통령의 빚을 갚기 위해 은행에서 50억원을 대출해 이 전 대통령의 빚을 갚았고, 이에 대한 이자는 매년 증가해 재단은 2010년 2억6372만원, 2011년 2억7950만원, 지난해 2억9169만원을 지급했다. 재단이 430억원에 이르는 자산의 일부를 팔아 빚을 갚는 방법이 있지만, 재단에선 부동산 시세가 좋지 않다며 그동안 매각을 미뤄왔다.

MB 빚이 우선
장학사업 뒷전

게다가 이 전 대통령은 청계재단의 이사진을 자신의 측근들로 채워 넣으면서 재단설립 초기부터 논란을 자초했다. 송정호 청계재단 이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자 후원회장을 지낸 바 있다.

이외에도 박미석 전 청와대 수석과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 김도연 전 교과부 장관, 김창대 명사랑 후원회장 등 청계재단 이사진 중 상당수가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때문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기존재단 기부가 아닌 별도 재단을 설립하는 것은 사회환원의 의미를 반감시키고, 거기에 측근들이 재단을 주무르는 구조라면 사실상 사유재산이나 마찬가지라며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 오너가 설립한 공익재단들은 가족들의 상속증여세 절세 창구로 활용되거나 편법적으로 그룹지배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가 많았다. 실제로 시민단체들은 이 전 대통령이 소유했던 건물들을 청계재단의 소유로 돌리면서 소득세와 상속세, 법인세, 주민세 등 상당액의 세금을 감면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청계재단에 대해 "겉모습은 기부인데 온갖 세금을 감면받고 측근들을 통해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청계재단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주식과 현금 등 107억원 상당을 기부 받았는데, 서울시교육청이 민주당 박홍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가운데 실제 장학사업에 쓴 돈은 6억원뿐이고 나머지 101억 상당의 주식은 고스란히 적립금으로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주식은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고 김재정씨의 아내 권영미씨가 기부한 주식회사 다스의 주식 1만4900주다.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이 실제 소유주란 의혹이 끊이질 않았던 회사다.

박홍근 의원은 이에 대해 "거액의 기부금까지 재단에 적립금으로 묶어놨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재산의 회피처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0년 당시 권씨가 기부한 주식은 다스 전체 지분의 5%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 부분이 다스의 경영권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것이었다.

당시 권씨의 주식 기부에 따라 종전 2대 주주였던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씨가 1대 주주(46.85%)가 됐고 1대 주주이던 권씨는 2대 주주(43.99%)가 됐다. 주식회사는 50%가 넘어야 경영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 5% 주식을 가진 청계재단에서 동의를 해야 다스가 가진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계재단이 가지고 있는 다스 주식 5%는 그래서 의미가 크다.

청계재단은 다스의 주식을 지난 2011년 1월경 취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식을 놓고는 그 당시부터 여러 가지 의혹이 있었다. 당시 민주당 김유정 의원에 따르면 청계재단은 다스 지분을 권씨로부터 기부 받고, 2010년 10월 강남 교육청에 재산변경 신고를 했다.

그러나 교육청 측은 '공익 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을 내세워 승인을 보류했다. 회사지분을 보유하는 것으로는 매년 현금이 필요한 장학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분을 매각하거나 배당금을 확보해야만 청계재단의 재산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청계재단은 이 주식을 보유하기 위해 3달여간이나 공을 들였다. 결국 다스 측이 강남교육청에 "앞으로 주주들에게 1주당 액면가액(1만원)에 대해 연간 5% 정도의 배당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고서야 승인이 떨어졌다. 다스가 직접 나서 교육청에 전례에 없던 배당금 확보 노력까지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다스가 이례적으로 5% 배당을 하더라도 청계재단이 1년에 확보할 수익은 약 745만원에 불과했다.

다스 주식 집착
삼고초려

반면 다스 지분 5%에 해당하는 주식의 평가액은 당시 약 100억원으로 추정됐다. 다스 주식을 팔면 100억원을 확보할 수 있고 은행금리만 적용하더라도 연간 3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청계재단은 다스 주식 보유를 고집하며 연간 745만원 수익에 만족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의 외아들 시형씨가 다스 입사 6개월 만에 차장(경영기획팀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사실 등을 제시하며 "다스는 과거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실소유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던 회사다. 여러 정황들이 우연치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 대통령이 실소유자라는 증거에) 너무 딱딱 맞아 떨어지고 있어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스 주식 의혹과 관련 청계재단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부 받은 주식이 비상장 주식인데다 배당금이 얼마 되지 않다보니 사려는 사람이 없어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청계재단이 소유한 다스 주식이 매물로 나온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늘어야 할 장학금·장학생은 되레 감소
예상대로 '꼼수의 왕' MB 개인금고? 

게다가 다스는 알짜회사로 유명한 기업이다. 아무리 비상장 주식이라고 하더라도 3년간이나 처분 할 수 없었다는 변명은 어딘가 어색하다. 이와 관련 <일요시사>는 청계재단 측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해명을 듣고자 했으나 청계재단 측은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현재는 어떠한 내용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다. 마음대로 쓰시라"며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공익재단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질 않았었다. 대표적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웅산 폭탄테러가 발생한 후 경제인들의 후원을 받아 그해 12월1일 자신의 호를 딴 일해재단을 만들었다. 북한에 대한 연구와 테러 희생자 유자녀들의 교육이 명분이었다. 하지만 일해재단은 5공비리의 본산으로 지목되면서 현재는 세종연구소로 명칭이 바뀌었다.

재단 잔혹사
역사는 반복?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경력이 논란이 돼 곤혹을 치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정수장학회에서 박 대통령은 1998년 1월부터 2005년 2월까지 연간 1억~2억3520만원을 섭외비 및 보수로 지급받았다. 당시 서울교육청은 "이사장의 연봉이 목적사업에 비하여 공익법 취지나 사회통념상 과다하다고 볼 수 있다"며 개선하라고 권고까지 한 바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현재 청계재단을 둘러싼 의혹과 잡음은 이 전 대통령이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 만약 이 전 대통령이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과거 '아만다&게이츠' 재단에 수백억 달러를 기부한 사례처럼 사회공헌 활동이 검증된 공익재단에 재산을 쾌척했다면 이 같은 잡음이 생기질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재단 이사진에서 측근들을 배제하고 재단을 투명하게 운영해 불필요한 오해가 더 이상 불거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