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한 주의 국감스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21 15: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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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질의로 '눈길'…국감다운 국감 만든 4인방

[일요시사=정치팀] 한해 정부 및 각 부처의 국정 전반에 대한 감시 및 비판의 유일한 장인 국회 국정감사가 지난 14일부터 오는 11월2일까지 2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늘 그래왔듯이 국정감사장은 국회의원들에게 있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약속의 땅'으로도 불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상 국정감사 현장은 치열할 수밖에 없고 피감기관과 의원들 간에 피하지 못할 날선 공방전도 오간다. 올해는 박근혜정부의 첫 국정 농사에 대한 평가 성격이 짙은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해당 상임위원들은 ‘양명’에 기를 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요시사>는 한 주의 국감스타를 선정했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 (정무위원회)
"과세 사각지대? 11살 어린이가 120억 보유"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부산 북·강서갑)은 지난 17일 20세 미만 미성년 금융기관 부자들에 대한 증여세 부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16개 은행의 미성년자 예금계좌 중 증여세 부과 대상(1500만원 이상) 계좌는 총 5만4728좌(1조7467억3300만원)에 달한다. 이 중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 계좌는 1320좌(2012억3500만원), 5억원 이상 계좌는 92좌(1696억2400만원) 이며 증권사의 미성년자 예금계좌 중 증여세 부과 대상 계좌는 1578좌(1064억1900만원)다.

미성년자 예금잔액 중 주요고객계좌를 보면 10대 미성년자들이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까지 예금잔액을 보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세 어린이가 120억원을 보유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내 현행 상속증여세법상 세율은 금액대별로 10~50%의 세율을 적용한다.

박 의원은 5억원 초과금액에 대해 30%의 증여세율을 적용할 경우 최소 은행권 미성년자 예금에서만 21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으며 증권사 미성년자 예치금에서는 181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 통계연보 중 미성년자 증여세 신고현황에 따르면 2011년 5441명만 증여세를 신고해 은행과 증권사 1500만원 과세대상 계좌 5만6306좌의 9.7%에 그치고 있다.

그는 "국세청의 2010~2012년의 증여세 결정현황 중 수증인의 연령이 20세 미만에 대한 결정현황은 2010년 1118억원, 2011년 1505억원, 2012년 1361억원에 불과하다"며 "대통령 공약사항인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하고자 비과세 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작 20세 미만 미성년 금융기관 부자들에 대한 증여세 부과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성년자 고객 예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유승우 의원 (안전행정위원회)
"집회신고 후 93%는 미개최, 경찰력 낭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새누리당 유승우 의원(경기 이천)은 지난 16일 노동조합이 서울 시내에서 집회·시위를 하겠다며 신고한 집회 중 실제 개최율은 7%에 불과해 경찰 행정인력, 경비인력 등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이 서울 시내에서 집회를 열겠다며 경찰에 신고를 한 건수는 모두 1만8897건이었고 이중 실제 개최된 건수는 1315건으로 개최율이 7%였다.

남대문경찰서가 관할지역에서 신고 접수된 집회 가운데 2013건이 개최되지 않아 미개최 집회가 가장 많았다. 이어 수서경찰서 관할지역 1873건, 성동경찰서 관할지역 1793건, 영등포경찰서 관할지역 1322건 등 순이었다. 미개최 집회는 대부분 타워크레인 근로자 관련노조나 전국건설노조 등 건설업 관련노조와 금속노조, 금융 관련노조, 비정규직 관련노조 등이 신고한 집회로 나타났다.

유 의원은 "현행 집시법은 집회신고를 해놓고 개최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경찰관서에 통보하도록 의무조항을 두고 있으나 이를 어겨도 법적 제재조치가 없다"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는 등 유령집회는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회신고 후 개최하지 않는 유령집회는 타인의 집회권을 침해하는 것이자 경찰 행정력과 경비인력 낭비 등 요인이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무소속 강동원 의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내 소비자는 삼성의 봉인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무소속 강동원 의원(남원·순창)은 14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해 해외는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국내에서는 원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백남육 삼성전자 한국총괄부사장이 국내 스마트폰 출고가가 비싸다는 지적에도 휴대폰 원가는 영업 비밀이라 공개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견지하자 강 의원은 "국내 소비자는 삼성의 봉이냐"면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강 의원은 "갤럭시노트3가 국내 출고가는 106만 7000원인데, 해외에서는 70~90만원으로 판매 된다"며 "미국의 경우 29만원 정도가 국내 출시 가격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에 백 부사장은 "동일 모델이라도 제품 사양이나 해당 국가 통신시장 구조, 세금 등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삼성전자 반박자료에는 국내용에는 DMB기능이 있다고 하는데 갤럭시S3 LTE 제품은 DMB 부품이 포함되지 않는 모델과 포함된 모델이 9만원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갤럭시 노트3는 29만원이나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제품에는 예비배터리와 거치대를 포함시킬 이유가 없고, 해외 소비자의 경우 별도의 AS 비용이 지급한다는 것은 삼성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유통구조가 나라마다 다르고 보조금 때문에 가격이 달라진다는 것은 출고 가격이 높게 측정됐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출고가가 기초 단계부터 인하돼야 한다"며 "전문기관이 낸 입장인데 삼성에서 온갖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광진 의원 (국방위원회)
김광진 질의에 새누리당 위원장조차 공분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김광진 의원(비례대표)이 지난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방사청의 안일한 근무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특전사가 사용하는 야전배낭이 지난 3월 신형으로 교체됐지만, 성능은 구형보다도 못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10년 납품된 구형 특전배낭은 물에 떨어뜨린 지 10분이 지나도 젖지 않았지만, 신형 배낭은 실험 5분 만에 완전히 물에 젖었다. 이유는 이 배낭을 납품한 업체가 단가를 낮추기 위해 두겹짜리 나일론 원단을 사용하지 않고, 한겹짜리 원단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한겹짜리 원단은 두겹보다 2000~2700원 가량 가격이 싸다. 그럼에도 이 업체는 기존 특전배낭 재질의 단가보다도 비싸게 가격을 책정한 허위서류를 제출했다. 더구나 이 업체는 제안서에는 개당가격을 14만원으로 제시했으나, 개발 완료 후 배낭가격은 기존보다 2.5배 늘어난 37만원으로 납품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신형 특전사 야전배낭이 실제로 5분안에 물에 젖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와 국감장에서 틀기도 했다.

한편, 김 의원은 이날 방사청 직원의 안일한 근무태도도 비판했다. 김 의원은 "방사청 직원에게 이 문제를 지적하니 '물이 새면 랩으로 싸서 쓰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며 "방사청 직원들의 인식이 실상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질의에 국방위원장인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도 발끈했다. 유 위원장은 방사청장에게 직접 해당 직원을 찾아 사실관계를 확인하라고 지적했으며 야전배낭 문제점에 대한 추후 상세 보고도 요구했다. 이날 김 의원은 신형 특전사 야전배낭을 제작한 해당 방산업체에 대해 감사원 감사 청구를 요청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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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