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꿀보직(?)' 외통위 국감의 비밀 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21 17: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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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스트레스? 우리는 그런 거 모르는데!"

[일요시사=정치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꿀보직이다?" 꿀보직이란 편한 보직을 일컫는 속어다. 흔히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서 외교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는 꿀보직으로 통한다. 외통위는 해외에서 국감을 치르는 재외공관을 제외하면 대상기관이 8개 정도로 적어 다른 상임위들과 비교해 국감기간이 여유롭다. 또 국감기간 의원들이 해외에서 10일 이상 장기체류하는 상임위는 외통위가 유일하다. 외통위 국감의 비밀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흔히 국정감사 시즌은 엄청난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국회의원이나 보좌진들이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기간이다. 하지만 국회에는 오히려 국감 시즌이 기다려질 법한 이들도 있다. 바로 외교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 소속 의원들이다.

우선 외통위는 다른 국회 상임위들에 비해 소관기관들이 비교적 적다. 현재 외통위는 해외에서 국감을 치르는 재외공관을 제외하면 외교부, 통일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재외동포재단,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등 소관기관이 8개 정도다. 소관기관만 수십여개에 달하는 다른 상임위들과 비교하면 한 마디로 여유만만이다.

꿈의 상임위?

특히 외통위 소속 의원들을 모시는 보좌진들도 국감기간만 되면 '영감'으로 불리는 의원들도 모두 해외로 나가버리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외통위는 국정감사 때마다 해외현지 공관들에 대한 시찰에 나선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외통위가 상대적으로 여유롭기 때문에 여야의 중진들이 다수 포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지난 18대 후반기 외통위 위원들을 살펴보면 그 면면이 무척 화려하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포함해 이윤성·문희상 국회부의장이 모두 포함돼있었다. 또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정몽준 전 대표도 나란히 외통위 소속이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전 의원도 있었다. 전 한나라당 총재를 역임하고 당시 자유선진당을 이끌고 있던 이회창 전 대표 역시 18대 후반기 외통위원이었다.


19대 전반기 위원들의 면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병석, 박병석 국회부의장이 모두 외통위 소속이며, 경기도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거물급 인사인 원유철, 정병국 의원 역시 같은 소속이다. 이외에도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 원혜영 전 원내대표 등도 외통위다.

그러나 외통위 관계자는 외통위가 다루는 외교·통일문제는 다른 상임위에 비해 무게감이 있고 복잡한 사안들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당 안팎에서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능력도 요청되기 때문에 중진 의원들이 자연스럽게 많이 포진하게 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통위는 매년 국감 때마다 논란을 겪고 있다. 외통위 해외현지 감사의 효용성 문제 때문이다. 지난해 시민단체 법률소비자연맹은 18대 국회 4차년도(2011년도) 외통위의 국정감사 활동을 분석한 결과, 당시 외통위가 집행한 예산 5억여원 중 4억원 이상을 국외여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감 대상기관 비교적 적어 '여유만만'
국감기간 유일하게 해외 장기체류

법률소비자연맹이 확보한 2011년도 국정감사 결과서를 살펴보면 굳이 많은 혈세를 들여서 현지감사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 비용대비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재외공관을 오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결려서 정작 감사를 진행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2011년도 당시 외통위 남미반은 주브라질대사관까지 최소 22시간이 걸려 도착했지만, 실제 국감시간은 겨우 2시간7분에 불과했다. 아·중동반도 주아랍에미리트대사관을 감사하기 위해 10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갔지만, 1시간40분 만에 국감을 마쳤다. 당연히 부실 국감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해외 국감에서 지적된 내용들은 교민 피해 최소화, 대사관 직원 사기 진작방안 모색 등 굳이 현지를 방문하지 않아도 달성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법률소비자연맹은 이번 19대 국회에서는 예산낭비를 막아야 한다며 "화상국감을 실시하고, 문제가 있는 재외공관에 대해서만 현장국감을 하는 등 해결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외통위는 여전히 현장국감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통위 소속 의원의 한 보좌관은 "책상에 앉아서 그들이 제출하는 자료만 가지고 하는 국감과 현지를 직접 방문해 실시하는 국감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지 교민들은 접촉할 곳이 공관밖에 없는데 공관의 잘못을 누구에게 말하겠는가? 의원들이 현지에 가서 교민들과 접촉하면서 공관의 실정을 직접 듣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너무 그런 식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이 현장국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는 다르게 정작 대미 외교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올해는 주미대사관의 국정감사가 처음으로 워싱턴이 아닌 뉴욕에서 진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의원들이 비행편의를 위해 핵심 피감기관 감사를 피해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개선은 언제?

외통위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열린 주미대사관 국감은 뉴욕에서 진행됐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워싱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워싱턴을 피해 뉴욕에서 국감을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었다.

외통위 일각에서는 "뉴욕 다음으로 예정된 남미 일정 편의를 위해 뉴욕을 고집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남미로 가는 비행편은 워싱턴보다 뉴욕이 훨씬 편하다. 이에 대해 외통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미주 남미 일정을 위한 비행시간만 70시간"이라며 "뉴욕에서 칠레, 브라질로 이동하는 시간도 빡빡한데 무리하게 일정을 잡는 것보다 충실히 국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외통위 국감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전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외통위 소속이었던 한 전직 의원은 "빠듯한 일정 속에 수박 겉핥기식 재외공관 국감이 진행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국감이 끝나면 대사관저 만찬과 한인간담회를 하는데 물론 도움은 되지만 현지까지 간 보람을 느끼기는 힘들었다.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고 말했다.

때문에 수년 전부터 지역별 몰아치기로 가는 것보다는 주제를 정해서 이슈별로 나눠 가는 방안이나, 대사관과 총영사관 감사를 거점지에서 합동감사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지만 올해에도 외통위 국감은 전혀 개선의 여지조차 없는 상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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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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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