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꿀보직(?)' 외통위 국감의 비밀 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21 17: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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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스트레스? 우리는 그런 거 모르는데!"

[일요시사=정치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꿀보직이다?" 꿀보직이란 편한 보직을 일컫는 속어다. 흔히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서 외교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는 꿀보직으로 통한다. 외통위는 해외에서 국감을 치르는 재외공관을 제외하면 대상기관이 8개 정도로 적어 다른 상임위들과 비교해 국감기간이 여유롭다. 또 국감기간 의원들이 해외에서 10일 이상 장기체류하는 상임위는 외통위가 유일하다. 외통위 국감의 비밀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흔히 국정감사 시즌은 엄청난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국회의원이나 보좌진들이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기간이다. 하지만 국회에는 오히려 국감 시즌이 기다려질 법한 이들도 있다. 바로 외교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 소속 의원들이다.

우선 외통위는 다른 국회 상임위들에 비해 소관기관들이 비교적 적다. 현재 외통위는 해외에서 국감을 치르는 재외공관을 제외하면 외교부, 통일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재외동포재단,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등 소관기관이 8개 정도다. 소관기관만 수십여개에 달하는 다른 상임위들과 비교하면 한 마디로 여유만만이다.

꿈의 상임위?

특히 외통위 소속 의원들을 모시는 보좌진들도 국감기간만 되면 '영감'으로 불리는 의원들도 모두 해외로 나가버리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외통위는 국정감사 때마다 해외현지 공관들에 대한 시찰에 나선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외통위가 상대적으로 여유롭기 때문에 여야의 중진들이 다수 포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지난 18대 후반기 외통위 위원들을 살펴보면 그 면면이 무척 화려하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포함해 이윤성·문희상 국회부의장이 모두 포함돼있었다. 또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정몽준 전 대표도 나란히 외통위 소속이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전 의원도 있었다. 전 한나라당 총재를 역임하고 당시 자유선진당을 이끌고 있던 이회창 전 대표 역시 18대 후반기 외통위원이었다.


19대 전반기 위원들의 면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병석, 박병석 국회부의장이 모두 외통위 소속이며, 경기도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거물급 인사인 원유철, 정병국 의원 역시 같은 소속이다. 이외에도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 원혜영 전 원내대표 등도 외통위다.

그러나 외통위 관계자는 외통위가 다루는 외교·통일문제는 다른 상임위에 비해 무게감이 있고 복잡한 사안들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당 안팎에서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능력도 요청되기 때문에 중진 의원들이 자연스럽게 많이 포진하게 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통위는 매년 국감 때마다 논란을 겪고 있다. 외통위 해외현지 감사의 효용성 문제 때문이다. 지난해 시민단체 법률소비자연맹은 18대 국회 4차년도(2011년도) 외통위의 국정감사 활동을 분석한 결과, 당시 외통위가 집행한 예산 5억여원 중 4억원 이상을 국외여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감 대상기관 비교적 적어 '여유만만'
국감기간 유일하게 해외 장기체류

법률소비자연맹이 확보한 2011년도 국정감사 결과서를 살펴보면 굳이 많은 혈세를 들여서 현지감사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 비용대비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재외공관을 오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결려서 정작 감사를 진행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2011년도 당시 외통위 남미반은 주브라질대사관까지 최소 22시간이 걸려 도착했지만, 실제 국감시간은 겨우 2시간7분에 불과했다. 아·중동반도 주아랍에미리트대사관을 감사하기 위해 10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갔지만, 1시간40분 만에 국감을 마쳤다. 당연히 부실 국감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해외 국감에서 지적된 내용들은 교민 피해 최소화, 대사관 직원 사기 진작방안 모색 등 굳이 현지를 방문하지 않아도 달성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법률소비자연맹은 이번 19대 국회에서는 예산낭비를 막아야 한다며 "화상국감을 실시하고, 문제가 있는 재외공관에 대해서만 현장국감을 하는 등 해결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외통위는 여전히 현장국감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통위 소속 의원의 한 보좌관은 "책상에 앉아서 그들이 제출하는 자료만 가지고 하는 국감과 현지를 직접 방문해 실시하는 국감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지 교민들은 접촉할 곳이 공관밖에 없는데 공관의 잘못을 누구에게 말하겠는가? 의원들이 현지에 가서 교민들과 접촉하면서 공관의 실정을 직접 듣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너무 그런 식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이 현장국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는 다르게 정작 대미 외교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올해는 주미대사관의 국정감사가 처음으로 워싱턴이 아닌 뉴욕에서 진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의원들이 비행편의를 위해 핵심 피감기관 감사를 피해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개선은 언제?

외통위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열린 주미대사관 국감은 뉴욕에서 진행됐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워싱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워싱턴을 피해 뉴욕에서 국감을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었다.

외통위 일각에서는 "뉴욕 다음으로 예정된 남미 일정 편의를 위해 뉴욕을 고집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남미로 가는 비행편은 워싱턴보다 뉴욕이 훨씬 편하다. 이에 대해 외통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미주 남미 일정을 위한 비행시간만 70시간"이라며 "뉴욕에서 칠레, 브라질로 이동하는 시간도 빡빡한데 무리하게 일정을 잡는 것보다 충실히 국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외통위 국감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전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외통위 소속이었던 한 전직 의원은 "빠듯한 일정 속에 수박 겉핥기식 재외공관 국감이 진행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국감이 끝나면 대사관저 만찬과 한인간담회를 하는데 물론 도움은 되지만 현지까지 간 보람을 느끼기는 힘들었다.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고 말했다.

때문에 수년 전부터 지역별 몰아치기로 가는 것보다는 주제를 정해서 이슈별로 나눠 가는 방안이나, 대사관과 총영사관 감사를 거점지에서 합동감사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지만 올해에도 외통위 국감은 전혀 개선의 여지조차 없는 상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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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