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손학규-정동영 '삼자연대론' 실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22 09: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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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손잡고 정치판 '제대로 뒤 엎는다'

[일요시사=정치팀] "양당 독점체제를 종식시킬 '메가신당'이 뜬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창당이 가시화 되면서 메가신당의 탄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안 의원은 다가오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재영입을 위해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평소 양당제의 폐해를 역설해왔던 안 의원이 거대 3당을 출범시킴으로써 양당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안철수 메가신당의 실체를 살펴봤다.




베일에 가려졌던 '안철수신당'의 출범이 가시화 되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여전히 신당 출범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한 안 의원 주변의 움직임은 무척 분주해진 모양새다.

메가신당 탄생?
용두사미?

안 의원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온갖 합종연횡 시나리오들이 난무하고 있다. 안 의원은 여야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이다. 게다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평소 우리나라 양당제의 폐해를 역설해왔던 안 의원은 민주당과의 연대보다는 기존 양대 정당들과는 차별화되는 신당 창당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기'일 뿐이다.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합종연횡 결과에 따라선 단숨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위협하는 메가신당의 탄생도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는 특히 안 의원 측이 수도권과 호남, 영남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들과 연대를 꾀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교두보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수도권을 대표하는 인물은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다. 손 고문은 경기도지사 출신으로 수도권에서의 인지도와 영향력이 여전하다.


손 고문은 지난달 29일, 10월 재보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8개월여 간의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따라서 재보선 출마설이 나왔지만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삼고초려에도 불구하고 재보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앞두고 분주해진 합종연횡
악마와도 손잡는 정치판 '어제의 적도 내일은 동지'

안 의원과 손 고문 간의 연대설이 불거진 것은 손 고문이 지난 7일 보궐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바로 다음 날인 8일에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연구소 7주년 기념행사에서 안 의원에게 축사를 부탁하면서다. 이 행사의 연설에서 손 고문은 통합정치를 강조하며 민주당이란 틀을 넘어서는 정치행보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후 애초부터 손 고문의 귀국은 안 의원과의 연대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손-안 연대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현재 양측은 이 같은 연대설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여지는 남아 있다.

손 고문과 안 의원과의 연대설이 불거지는 정황상 이유도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친노 피해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경선과정에서는 모바일선거를 둘러싸고 손 고문의 지지자들이 당 지도부에 강하게 항의하며 물병과 계란 등을 투척하는 등의 소동까지 일어났었다.

여전히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손 고문으로서는 친노계가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내에서 차기를 노리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지난 대선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는 후문이다. 또 손 고문은 작년 11월 안 의원이 대선후보직을 사퇴한 이후 안 의원과 비공개로 단독 회동을 하는 등 손-안 연대설에 스스로 불을 지폈다. 최근에는 안철수신당에 손 고문과 인연이 깊은 정장선 전 의원이 참여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기도 했다.

끊임없는 연대설
현재는 강력 부인


호남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거론된다. 안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호남지역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호남조직이라는 평가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하나 있었다. 실행위원 중 상당수가 정 고문과 밀접한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정관수 기획위원과 정기남 기획위원은 정 고문의 보좌관 출신이다. 또 이학노 실행위원은 정 고문의 대선캠프에서 특보를 맡았던 핵심인물이었다. 이밖에도 배병옥, 김상복, 최만열, 이영호 실행위원 등 상당수 인사들은 범DY(동영)계로 볼 수 있다.

정 고문이 정계를 은퇴한 것도 아니고 불과 몇 개월 후 재보선이나 전북도지사 선거 출마가능성까지 점쳐지는 마당에 핵심인사들이 대거 안 의원 측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는 자칫 인재 빼가기로 비춰져 정치 도의적 문제로도 번질 수 있는 일이었지만 정 고문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아 궁금증이 더욱 증폭됐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 고문이 안 의원과의 연대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측근들을 미리 이동시킴으로써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러한 일이 있은 후 정 고문은 지난 2일 한 행사에 안 의원,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와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최근 안철수신당과의 연대설이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정 고문 측근인 민주당 김영근 부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안 의원과의 연대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워낙 전북지역에 정동영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안 의원 측에 합류한 사람들이 골수 정동영계라고 하는데 정동영계는 원래 다 골수다. 그들이 안 의원 측에 합류한 것에 대응할 필요를 못 느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정 의원이 지난 2일 한 행사에 안 의원과 함께 참석한 것에 대해서는 "참석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갔는데 가보니 그 두 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행사에는 많은 정치인들이 참석한 것도 아니라 안 의원, 심 원내대표, 정 고문 단 세 사람만 참석했었다. 단 세 사람이 참석하는 행사의 참석자 명단도 모르고 참여했다는 해명은 어딘가 어색했고, 가보니 그 두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기막힌 우연이 아닐 수 없다.

정 고문 역시 안 의원과의 연대설이 불거지는 정황상 이유가 있다. 정 고문은 전북에서 내년 재보선이나 도지사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현재 호남에서는 창당하지도 않은 안철수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에서 보다 쉽게 승리하기 위해서는 안철수신당행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서도 정 고문 측은 강하게 부정했다. 김 부대변인은 "내년 재보선이나 도지사선거 출마를 아직까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안 의원과의 연대 역시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손·정 움직이면
정계개편 버금

손 고문과 정 고문 같은 민주당 거물들의 안철수신당행 관측이 나오는 것은 최근 민주당의 낮은 지지율과 무관치 않다. 정치권에서는 만약 두 사람과 안 의원의 연대가 성사된다면 그 파장은 사실상 정계개편에 버금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두 사람 정도의 거물이 움직인다면 그를 뒤따르는 민주당 인사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들은 각각 안철수신당의 수도권과 호남 교두보 역할을 함으로써 내년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 정의당은 안철수신당과의 합당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의당은 현재 5명의 현역 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원내 제4당이다.


지난 13일에는 안 의원의 핵심측근이 울산에 내려가 정의당 울산시당 관계자들과 만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신당과 연대할 것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그러나 안 의원 측은 "해당 인사가 울산의 분위기를 스크린 하기 위해 내려갔던 것뿐"이라며 연대 제의설을 일축했다.

'매머드 신당' 또는 이삭줍기 갈림길
수십 년 양당 독점체제 종식될까?

울산은 영남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가 많아 야당세가 강한 곳이다. 노동정당을 표방하는 정의당은 울산지역에서 비교적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정의당과의 연대를 한다면 안철수신당이 기존 양당과는 차별화되는 영남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울산 정의당 내 현장 출신 전·현직 의원들의 모임인 노정회(노동자 정치회의)에서는 안철수신당과의 연대가 핵심 의제로 다뤄지기도 했다.

현재 정의당은 안철수신당과의 연대에는 공감하면서도 합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망설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의당의 심상정 원내대표는 평소 거대 양당체제를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안철수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심 원내대표는 과거 "대한민국을 '갑의 공화국'으로 만들어 온 양당독점의 정치체제야말로 '슈퍼갑'"이라며 양당 독점체제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제3당 실패의 역사
이번에는 종식?


야권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 역시 안철수신당행이 가능하다. 지난 안철수 대선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으로 활약했던 김성식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출신이다. 그는 현재 안철수신당 창당을 준비하면서, 특히 인재영입과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과거 한나라당 출신 인사들이나 현 새누리당 인사들도 신당 참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제3당이 제대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과거 우리나라의 제3당은 지역에 기반을 두거나 대표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인물 정당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과거 자민련이나 문국현 전 의원의 창조한국당, 정몽준 의원이 대선을 준비하며 만들었던 국민통합21, 고 정주영 회장의 국민당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이들 정당은 모두 단명했다. 안 의원이 과연 지금까지 실패의 역사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이어져온 우리나라의 양당 독점 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을까? 도전은 지금 시작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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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