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손학규-정동영 '삼자연대론' 실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22 09: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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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손잡고 정치판 '제대로 뒤 엎는다'

[일요시사=정치팀] "양당 독점체제를 종식시킬 '메가신당'이 뜬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창당이 가시화 되면서 메가신당의 탄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안 의원은 다가오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재영입을 위해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평소 양당제의 폐해를 역설해왔던 안 의원이 거대 3당을 출범시킴으로써 양당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안철수 메가신당의 실체를 살펴봤다.




베일에 가려졌던 '안철수신당'의 출범이 가시화 되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여전히 신당 출범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한 안 의원 주변의 움직임은 무척 분주해진 모양새다.

메가신당 탄생?
용두사미?

안 의원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온갖 합종연횡 시나리오들이 난무하고 있다. 안 의원은 여야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이다. 게다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평소 우리나라 양당제의 폐해를 역설해왔던 안 의원은 민주당과의 연대보다는 기존 양대 정당들과는 차별화되는 신당 창당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기'일 뿐이다.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합종연횡 결과에 따라선 단숨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위협하는 메가신당의 탄생도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는 특히 안 의원 측이 수도권과 호남, 영남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들과 연대를 꾀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교두보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수도권을 대표하는 인물은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다. 손 고문은 경기도지사 출신으로 수도권에서의 인지도와 영향력이 여전하다.

손 고문은 지난달 29일, 10월 재보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8개월여 간의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따라서 재보선 출마설이 나왔지만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삼고초려에도 불구하고 재보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앞두고 분주해진 합종연횡
악마와도 손잡는 정치판 '어제의 적도 내일은 동지'

안 의원과 손 고문 간의 연대설이 불거진 것은 손 고문이 지난 7일 보궐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바로 다음 날인 8일에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연구소 7주년 기념행사에서 안 의원에게 축사를 부탁하면서다. 이 행사의 연설에서 손 고문은 통합정치를 강조하며 민주당이란 틀을 넘어서는 정치행보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후 애초부터 손 고문의 귀국은 안 의원과의 연대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손-안 연대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현재 양측은 이 같은 연대설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여지는 남아 있다.

손 고문과 안 의원과의 연대설이 불거지는 정황상 이유도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친노 피해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경선과정에서는 모바일선거를 둘러싸고 손 고문의 지지자들이 당 지도부에 강하게 항의하며 물병과 계란 등을 투척하는 등의 소동까지 일어났었다.

여전히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손 고문으로서는 친노계가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내에서 차기를 노리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지난 대선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는 후문이다. 또 손 고문은 작년 11월 안 의원이 대선후보직을 사퇴한 이후 안 의원과 비공개로 단독 회동을 하는 등 손-안 연대설에 스스로 불을 지폈다. 최근에는 안철수신당에 손 고문과 인연이 깊은 정장선 전 의원이 참여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기도 했다.

끊임없는 연대설
현재는 강력 부인

호남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거론된다. 안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호남지역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호남조직이라는 평가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하나 있었다. 실행위원 중 상당수가 정 고문과 밀접한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정관수 기획위원과 정기남 기획위원은 정 고문의 보좌관 출신이다. 또 이학노 실행위원은 정 고문의 대선캠프에서 특보를 맡았던 핵심인물이었다. 이밖에도 배병옥, 김상복, 최만열, 이영호 실행위원 등 상당수 인사들은 범DY(동영)계로 볼 수 있다.

정 고문이 정계를 은퇴한 것도 아니고 불과 몇 개월 후 재보선이나 전북도지사 선거 출마가능성까지 점쳐지는 마당에 핵심인사들이 대거 안 의원 측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는 자칫 인재 빼가기로 비춰져 정치 도의적 문제로도 번질 수 있는 일이었지만 정 고문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아 궁금증이 더욱 증폭됐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 고문이 안 의원과의 연대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측근들을 미리 이동시킴으로써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러한 일이 있은 후 정 고문은 지난 2일 한 행사에 안 의원,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와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최근 안철수신당과의 연대설이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정 고문 측근인 민주당 김영근 부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안 의원과의 연대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워낙 전북지역에 정동영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안 의원 측에 합류한 사람들이 골수 정동영계라고 하는데 정동영계는 원래 다 골수다. 그들이 안 의원 측에 합류한 것에 대응할 필요를 못 느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정 의원이 지난 2일 한 행사에 안 의원과 함께 참석한 것에 대해서는 "참석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갔는데 가보니 그 두 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행사에는 많은 정치인들이 참석한 것도 아니라 안 의원, 심 원내대표, 정 고문 단 세 사람만 참석했었다. 단 세 사람이 참석하는 행사의 참석자 명단도 모르고 참여했다는 해명은 어딘가 어색했고, 가보니 그 두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기막힌 우연이 아닐 수 없다.

정 고문 역시 안 의원과의 연대설이 불거지는 정황상 이유가 있다. 정 고문은 전북에서 내년 재보선이나 도지사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현재 호남에서는 창당하지도 않은 안철수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에서 보다 쉽게 승리하기 위해서는 안철수신당행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서도 정 고문 측은 강하게 부정했다. 김 부대변인은 "내년 재보선이나 도지사선거 출마를 아직까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안 의원과의 연대 역시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손·정 움직이면
정계개편 버금

손 고문과 정 고문 같은 민주당 거물들의 안철수신당행 관측이 나오는 것은 최근 민주당의 낮은 지지율과 무관치 않다. 정치권에서는 만약 두 사람과 안 의원의 연대가 성사된다면 그 파장은 사실상 정계개편에 버금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두 사람 정도의 거물이 움직인다면 그를 뒤따르는 민주당 인사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들은 각각 안철수신당의 수도권과 호남 교두보 역할을 함으로써 내년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 정의당은 안철수신당과의 합당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의당은 현재 5명의 현역 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원내 제4당이다.

지난 13일에는 안 의원의 핵심측근이 울산에 내려가 정의당 울산시당 관계자들과 만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신당과 연대할 것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그러나 안 의원 측은 "해당 인사가 울산의 분위기를 스크린 하기 위해 내려갔던 것뿐"이라며 연대 제의설을 일축했다.

'매머드 신당' 또는 이삭줍기 갈림길
수십 년 양당 독점체제 종식될까?

울산은 영남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가 많아 야당세가 강한 곳이다. 노동정당을 표방하는 정의당은 울산지역에서 비교적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정의당과의 연대를 한다면 안철수신당이 기존 양당과는 차별화되는 영남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울산 정의당 내 현장 출신 전·현직 의원들의 모임인 노정회(노동자 정치회의)에서는 안철수신당과의 연대가 핵심 의제로 다뤄지기도 했다.

현재 정의당은 안철수신당과의 연대에는 공감하면서도 합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망설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의당의 심상정 원내대표는 평소 거대 양당체제를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안철수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심 원내대표는 과거 "대한민국을 '갑의 공화국'으로 만들어 온 양당독점의 정치체제야말로 '슈퍼갑'"이라며 양당 독점체제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제3당 실패의 역사
이번에는 종식?

야권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 역시 안철수신당행이 가능하다. 지난 안철수 대선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으로 활약했던 김성식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출신이다. 그는 현재 안철수신당 창당을 준비하면서, 특히 인재영입과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과거 한나라당 출신 인사들이나 현 새누리당 인사들도 신당 참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제3당이 제대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과거 우리나라의 제3당은 지역에 기반을 두거나 대표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인물 정당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과거 자민련이나 문국현 전 의원의 창조한국당, 정몽준 의원이 대선을 준비하며 만들었던 국민통합21, 고 정주영 회장의 국민당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이들 정당은 모두 단명했다. 안 의원이 과연 지금까지 실패의 역사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이어져온 우리나라의 양당 독점 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을까? 도전은 지금 시작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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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