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화성갑 회군' 노림수 & 손익계산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14 16:44:58
  • 댓글 0개

소 잡을 칼로 닭 잡을 수는 없잖소?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지난 7일 10·30 화성갑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손 고문의 화성갑 출마를 이끌어 내기 위해 삼고초려까지 마다하지 않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당 안팎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손 고문이 불출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를 통해 손 고문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서청원 대 손학규'라는 빅매치가 무산됐다.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오는 30일 경기 화성갑에서 치러질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기 때문이다. 손 고문은 지난 7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김 대표가 당의 총의를 모아 두 번이나 전달해주는 수고를 해준 데 대해 감사하고 송구스럽지만, 대선 패배로 정권을 내어준 죄인으로서 지금이 나설 계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고초려

김 대표는 "아침에 민주당 초선의원 35명이 손 고문의 출마를 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을 권유했지만 손 고문은 "이게 제 확고한 최종입장"이라며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민주당은 결국 지난 7일 민주당 화성갑 지역위원장인 오일용 후보를 최종 공천했다.

손 고문은 지난달 29일, 8개월여간의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10월 재보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이라 정치권의 관심은 그의 출마선언 여부에 쏠렸다. 그러나 손 고문은 귀국인사 당시부터 "예술인은 예술로 말하고 정당과 정치인은 선거로 말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지금이 그때인지는 의문"이라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었다.

 고문은 재보선 출마 여부를 놓고 엄청난 갈등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민주당은 손 고문의 개인적 갈등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김 대표는 손 고문이 복귀한 당일 귀국 환영 만찬장을 직접 찾아가 독대한 후 손 고문에게 화성갑 재보선 출마를 권유했다. 이후에도 김 대표는 삼고초려까지 마다하지 않고 손 고문에게 출마를 권유했다. 당 안팎에서도 손 고문의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민주당은 손 고문의 출마에 대해 왜 이토록 목을 매었던 것일까? 우선 민주당이 '손학규 카드'를 이토록 간절히 원했던 것은 수세에 몰린 현 정국을 타파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많다.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민주당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대한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동안 정부와 여당의 실정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국정감사이기에 민주당으로서는 유리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 2일 참여정부의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게다가 노 전 대통령이 사저로 가져간 '봉하 이지원' 시스템에서는 초안 삭제 흔적이 발견됐다. 참여정부의 '대화록 은폐·수정' 의혹이 커지고 있지만 참여정부 인사들은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서청원-손학규라는 빅매치를 성사시킴으로써 NLL대화록 논란에 쏠린 시선을 분산시키고 수세에 몰린 현 상황을 공세로 전환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또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만약 손 고문이 승리한다면 민주당이 그동안 제기해온 '정권 심판론'도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민주당은 손 고문이 출마한다면 비리전력과 노쇠한 이미지라는 단점이 있는 서 후보를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며 당선 가능성도 높게 내다봤다.

재보선 포기 뒤엔 복잡한 속사정 얽혀
재보선 후 대권 노린 야권 재편 구상도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손 고문으로서도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면 대권 가도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실제로 화성 갑 출마설이 불거진 이후로 손 고문은 차기 야권 대선후보 선호도 3위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손 고문이 김 대표의 삼고초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출마를 고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손 고문이 내세운 이유는 대선패배의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자숙할 때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다른 이유도 있다. 우선 선거에서 진다면 패배의 책임을 손 고문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었다. 선거에서 패한다면 차기 대권과는 영영 멀어질 수 있는 너무나도 리스크가 큰 도전이었다.


손 고문의 측근인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인터뷰를 통해 "김한길 대표의 진정성뿐만 아니라 나머지 구성원들의 진정성을 합해서 싸워도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 의문인데 (민주당의) 진정성이 없었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손 고문의 출마를 강하게 압박했던 인사들 중 대부분은 지난 대선에서 손 고문과 반대쪽에 섰던 인물들이다. 반면 대선 이전부터 지금까지 손 고문과 함께했던 인사들 상당수는 그의 출마를 적극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정세균 의원과 가까운 오일용 화성갑 지역위원장이 먼저 출마를 선언한 점도 부담이었다. 범친노계인 오 위원장의 자리를 뺏는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며 분당을 선거에 나서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엉뚱한 화성갑 지역에 전략공천 되는 것도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었다. 이렇듯 복잡한 이유로 손 고문은 고민 끝에 출마를 고사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최근 손 고문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연대설이 흘러나오며 이번 귀국이 애초부터 10월 재보선을 노린 것이 아닌 안 의원과의 연대를 위한 귀국이 아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양측은 현재 연대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묘한 여운을 남겨두는 모양새라 두 사람의 연대설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삼고반려

그렇다면 손 고문은 불출마를 선택함으로써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은 것일까? 우선 재보선 출마 여부를 두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분명한 마이너스 요소라는 분석이다. 만약 손 고문이 재보선에 처음부터 불출마할 생각이었다면 귀국 시기를 조정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의원이 많은 비판을 받았던 점도 출마 여부를 고민하며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민주당 지도부가 손 고문으로 인해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게 됨으로써 손 고문과 민주당 지도부와의 관계도 다소 껄끄러워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재보선 출마 고사가 손 고문의 차기 대권가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우세하다. 오히려 선거에서 패했다면 더 큰 타격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비록 출마는 고사했지만 싱크탱크 개원으로 손 고문의 차기 대권을 향한 기반 다지기는 더욱 본격화 됐다는분석이다.

정치전문가들은 대선이 끝난 후 한동안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던 손 고문이 일순간이나마 이슈의 중심의 서며 관심을 끈 것은 플러스 요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