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은 모르는 국감 비하인드 스토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14 16: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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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기간, 여의도는 총성 없는 전쟁터"

[일요시사=정치팀] 국정감사(이하 국감) 시즌이 시작됐다. 국감은 말 그대로 국회가 행정부 국정전반에 관해 감사를 하는 일을 뜻한다. 때문에 국감은 흔히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비록 민주당의 국정원 장외투쟁이 길어지면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긴 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국감은 시작됐다. 국감기간 내내 여의도는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된다. 전쟁과도 같은 국감 이면에 숨겨진 정치권의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민주당의 국정원 장외투쟁으로 정기국회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우여곡절 끝에 2013년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시작됐다. 올해 국감은 이달 14일부터 내달 2일까지 20일간 실시된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10일 전체회의를 열어 올해 국감의 피감대상으로 630개 기관을 의결했다. 국감 대상기관이 600개를 돌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피감기관 수는 지난 1997년도만 해도 300곳에도 못 미쳤으나 그동안 가파르게 늘어왔다. 19대 국회의 첫 국감이었던 지난해에는 피감대상 기관이 557곳이었다.

국감기간 여의도는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된다. 국감을 준비하는 국회의원들과 보좌진들은 휴일도 반납한 채 '삼퇴칠출(새벽 3시에 퇴근해 아침 7시에 출근)'을 하기 일쑤라며 하소연한다.

삼퇴칠출

하지만 300명이나 되는 동료의원들 사이에서 국감기간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이마저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의원들도 많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달부터 24시간 비상국회 운영을 실시하면서 대부분의 의원들이 의원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보좌진들에게 국감은 밥줄이 걸려있는 중요한 문제다. 모 의원실은 국감을 앞두고 보좌진들에게 1일 언론 보도횟수까지 지정해놓고 보좌진들을 압박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17대 모 의원의 경우는 국감이 끝난 후 보좌진 전원을 교체해 구설수에 올랐는데, 그 이유가 보좌진들이 국감기간 이슈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또 보통 국회의원들은 선거운동에 대한 대가로 보좌진 채용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아무래도 비전문적인 보좌진의 역량은 국감기간에 탄로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아무리 의리를 중요시하던 의원들도 국감기간이 지나고 나면 전문성이 없는 보좌진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실제로 국감 기간이 지나고 나면 국회 홈페이지엔 보좌진 채용 공고가 수십 건씩 게재되기도 한다. 물론 공고를 따로 내지 않고 인맥을 통해 보좌진을 교체하는 사례도 많다.

각 정부부처 역시 국감에 사활을 걸기는 마찬가지다. 국감기간 흠결이 지적되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국감기간 내내 국회와 각 정부부처 사이에서는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신경전이 외부로 표출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자료제출'이다.

국감은 자료를 분석해 문제를 찾아내는 '자료와의 싸움'이다. 때문에 각 보좌진들은 경쟁적으로 자료확보에 욕심을 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부 보좌진의 경우는 너무 무리한 자료요청으로 눈총을 받기도 한다. 17대 국회 때 모 보좌관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 트럭 3대 분량의 자료를 요청해 논란을 빚었다.

국감에 대해 정부부처의 공무원들은 불만이 많다. 과거 실시한 대국민 설문자료를 모두 달라거나, 부서의 10년치 물품구입 영수증을 모두 제출하라거나 하는 과도한 자료요청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특히 공무원들이 밤을 새다시피 해 제출한 자료는 제대로 활용도 되지 못한 채 사장되는 경우도 많다.


국감은 보좌진이, 일부 의원 국감준비 뒷전
국감 실적 따라 보좌진 대폭 물갈이하기도

국회 보좌진들도 자료제출을 놓고 공무원들에게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부처의 경우 국감 때 질책을 피하려고 중요한 자료를 감추거나 부실하게 만들어 국감 직전에야 제출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정부부처와 기업들은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업무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사례도 늘어 국감을 준비하는 보좌진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후문이다.

모 의원실의 한 보좌진은 "아무리 봐도 개인정보를 침해하거나 업무상 비밀로 볼 수 없는 자료임에도 기준이 모호해 무조건 안 된다고 우기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때문에 특히 중요한 자료의 경우엔 보좌진이 직접 해당부처로 찾아가 항의하고 담판을 짓기도 한다.

국감시즌 벌어지는 자료전쟁 탓에 뜻밖의 특수를 누리는 곳도 있다. 바로 정부청사 인근과 국회 인근의 인쇄소들이다. 국감시즌 인쇄소들은 3교대를 해 납품일정을 맞출 정도로 바쁘다고 한다.

이처럼 여의도가 국감 준비로 한창 정신이 없을 때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유유자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일부 의원들의 경우는 국감 준비를 보좌진들에게 전적으로 맡겨놓고 무임승차를 하기도 한다. 국감시즌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본인의 일정을 소화하다 상임위의 국감이 열리면 보좌진들이 준비해놓은 질의서와 자료만 들고 회의장에 들어가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보좌진들이 밤새 준비한 질의서를 제대로 읽지도 못해 보좌진들의 애를 태우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보좌진은 "국회에 300명의 의원이 있으니 다 제각각 아니겠느냐"며 "대부분의 의원들은 국감 준비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고 말했다.

국감시즌 국회가 기업인을 줄소환 하는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올해 국감에는 그룹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 190여명 정도가 소환통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그간 6개 주요 상임위가 증인으로 채택한 기업인·민간단체 대표는 2011년 61명, 지난해 145명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경제민주화와 갑을논쟁이 불거져 생겨난 현상이기도 하지만 기업들은 국회의원들이 다른 목적을 가지고 '묻지마 소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그래도 부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의원 1명이 기업인 수십 명씩을 불러놓고 혼자 호통만 치고 기업인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면서 "사실상 보여주기식 국감인데 그룹 총수가 국감에 불려 나간다면 기업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정무위 국감에서는 증인 32명 중 26명이 출석했으나, 12명은 아예 질문도 못받고 자리만 지키다 돌아가기도 했다. 정무위는 최근 '무더기 기업 증인'에 대한 비판론이 커지자 몇몇 최고경영자(CEO) 증인 요청을 철회하기도 했다.

정치권이 과도하게 기업 총수 출석을 요구하다 보니 기업의 '총수 구하기' 로비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국회 대관업무를 맡은 기업 관련 인사들은 의원이 안되면 보좌진이라도 만나려고 줄을 서기 일쑤다. 기업들은 총수 및 사장 등을 국감 출석 명단에서 빼내기 위해 출석을 요구한 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는 등 로비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감기간을 전후해 많은 국회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도 후원금을 좀 더 많이 모으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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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