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vs 민주당 '호남 고지전'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07 12:55:26
  • 댓글 0개

안철수의 '진짜 적'은 새누리 아닌 민주당?

[일요시사=정치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29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호남지역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독자세력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안 의원이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부터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한 것을 두고는 안 의원이 민주당에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읽혀지고 있다. 안 의원이 제일 먼저 호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안 의원과 민주당 간의 '호남 고지전'이 시작됐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정치 세력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모양새다.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하 내일)'은 지난달 29일 전북도의회와 광주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권의 정치세력화를 담당할 호남권 지역 실행위원 68명(광주-전남 43명, 전북 25명)의 명단을 1차로 발표했다. 이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의 호남권 간부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일'의 윤석규 선임조직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차 실행위원에는 시민사회단체와 중견 활동가, 법조·의료·노무·교육분야 전문직 종사자, 노동·농민단체 활동가, 군 예비역 장성, 전·현직 지방의원과 전직 고위공무원, 중소기업인 등이 망라됐다"며 "호남에서 일당 독주체제를 극복하고 정치혁신을 바라는 시·도민의 열망을 대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일'은 이번 1차 실행위원 발표를 계기로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세력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내일'은 또 이날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포함된 총 23명의 자문위원 명단과 무소속 송호창 의원을 위원장으로 강인철 변호사, 금태섭 변호사 등 지난 대선캠프 시절부터 안 의원과 함께해 온 인사들을 주축으로 총 38명에 이르는 기획위원 명단도 함께 공개했다.

새 인물?
반 민주당

안 의원이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본격적인 정치세력화에 나서면서 민주당은 불안감과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실행위원들의 면면에 대해 '이삭줍기' '민주당 기웃 인사' 등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 의원이 호남지역 실행위원 68명을 발표한데 대해 "만약에 야권분열의 단초가 돼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도 정권교체를 하지 못한다면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또 안 의원이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호남 방문 하루 전 실행위원 명단을 공개한 것을 놓고는 김 대표의 호남 방문 효과를 반감시키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전술'이라고 의심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광주와 전남 해남·목포 등을 돌며 전국 순회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안 의원이 전격적으로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처럼 호남을 둘러싼 안 의원과 민주당의 신경전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밀리면 죽는다" 호남 두고 사생결단
불쾌한 민주당 "결국 야권분열 될 것" 

사실 호남을 둘러싼 안 의원과 민주당의 신경전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안 의원은 지난 4·24 재보선에서 승리해 국회에 입성한 후 첫 지방일정으로 광주를 선택했었다. 이후 안 의원은 꾸준히 호남지역을 공략해왔고 민주당 역시 안 의원에 맞서 호남민심 다잡기에 애를 써왔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 아직 창당도 하지 않은 안철수 신당의 호남지역 지지도가 민주당을 뛰어넘기도 하자 호남을 사이에 둔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과열되어 왔다.

지난 대선에서 안 의원과 한 배를 탔던 민주당은 안 의원이 호남 공략전에 나선 이후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안 의원은 영남 출신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영남 독점 구도를 깨주는 데 앞장서야만 야권이 연합연대해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안 의원은) 민주당의 구도를 깨려고 호남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안 의원이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치세력화의 첫 장소로 호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호남의 중요성
제2의 김대중?

우선 가장 큰 이유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꼽힌다. 안 의원의 세력은 현재 호남에 집중돼 있다는 평가다. 내일은 타 지역 실행위원에 대해서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안 의원은 전국적으로 세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은 대전에서만 실행위원들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경상도에서는 안 의원의 고향인 부산에서만 실행위원들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안철수 신당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과 경기도의 상황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호남 이외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 의원의 인재풀이 매우 빈약하다는 이야기는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호남지역 실행위원들의 면면만 들여다봐도 그렇다.

전북 실행위원에는 민주당 정동영(DY) 상임고문 사람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번 실행위원 인선 실무를 맡은 정기남 위원(전 안철수 후보 비서실 부실장)은 DY의 보좌관을 오래 한 측근 출신이다. 또 DY의 전주고 후배로 1996년 초대 보좌관을 지낸 김관수씨는 기획위원에 이름을 올렸고, DY 조직을 총괄했던 이학노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배병옥 ㈜하늘드림영농조합법인 대표, 김상복 전 전북도의회 부의장, 최만열 전북희망조합 회장, 이영호 전 전주 국제발효식품엑스포 추진단장 등 다른 DY계 인물들도 실행위원에 포함됐다.

광주·전남 지역의 43명 실행위원에도 전 민주당 광주시당 조직국장, 전 민주당 대표 정무특보, 민주당 소속으로 지방의원을 지낸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인물들을 보면 이미 민주당 당직을 가지고 오랫동안 정치 활동을 해온 사람들이 다수다. 이들은 대부분 지역에서는 정치원로로 평가받으며 때만 되면 지역 단체장이나 광역의원 자리를 노리고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게다가 상당수는 실행위원 명단 발표 때까지도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명단 발표 하루 전에야 민주당에 탈당계를 낸 인물들도 있었다.

호남 고지전
밀리면 끝장

때문에 일부에선 안철수 신당이 겉으로는 전국 정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에 머물고 말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새 정치를 표방하던 안 의원이 결국 지지율이 높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치를 택함으로써 '안전제일주의'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반면 안 의원이 사실상 제1야당의 지위를 노리고 민주당에 정면승부를 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차기 대권까지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람들은 안 의원의 경쟁상대가 새누리당이라고 생각하지만 안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공략함으로써 민주당과의 경쟁에 더욱 공을 들일 것"이라며 "호남은 민주당의 정치적 뿌리다. 야권의 심장이라 불리어 온 곳에서 선전한다면 현재 대내외적으로 위기에 처해있는 민주당이 안 의원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도 있다. 새누리당과의 경쟁은 그 다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안 의원이 호남을 집중공략하더라도 호남당으로 치부되지는 않을 것이며 호남을 발판으로 수도권은 물론이고 영남까지도 공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단 민주당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결코 다음 대권 도전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안 의원이 지난 대선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이 안 의원의 호남 진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패하고 나면 사실상 이빨 빠진 제1야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호남지역의 경우는 오랜 기간 민주당이 일당독재 수준으로 집권을 해오면서 선거 때만 되면 공천과정 등에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문제점이 발생해왔다.

게다가 지난해 총선과 대선 패배까지 이어지자 지역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염증은 극에 달했고, 민주당을 대신할 새로운 정당에 대한 열망은 점점 커져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러한 지역의 분위기를 재빠르게 읽어낸 안 의원 세력이 호남 공략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인물선정 잡탕? 인선 실패했나?
호남 기반으로 대권까지 직행?

또 호남에선 친노계가 장악한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크고 김대중 전 대통령 사후 동교동계가 박근혜정부로 대거 이동하면서 무주공산이 돼버렸다. 이런 틈을 노려 호남지역에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을 경우 향후 정치행보에서 무엇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내일의 윤석규 선임팀장은 "호남의 지지세가 가장 강하기 때문에 호남을 제일 먼저 선택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안 의원의 조직 구성원의 면면이 호남세가 너무 강해 자연스럽게 호남에서부터 세력화를 꾀하게 된 것일 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호남에서의 지지세가 좋은 상황에서 호남에서부터 세력화를 시작한 것은 다소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며 "안 의원이 전국정당, 새로운 정당을 표방하면 절대 호남에서 먼저 세력화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남 태풍?
호남 미풍?

특히 이번 호남지역 인선을 놓고는 "일부 인선의 경우는 새 정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이 다수 포함됐다. 안 의원조차 내부 조직의 알력다툼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며 "호남을 자신의 첫 정치세력화 지역으로 선택한 것도 이와 같은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의원과 민주당의 호남 고지전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이들이 물러설 수 없는 이유는 야권의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에 따라 향후 야권 개편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안 의원과 민주당의 호남 고지전은 지독한 소모전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자칫하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야권 정치지형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호남 고지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 되는 요즘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