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vs 민주당 '호남 고지전'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07 12: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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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진짜 적'은 새누리 아닌 민주당?

[일요시사=정치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29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호남지역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독자세력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안 의원이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부터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한 것을 두고는 안 의원이 민주당에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읽혀지고 있다. 안 의원이 제일 먼저 호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안 의원과 민주당 간의 '호남 고지전'이 시작됐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정치 세력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모양새다.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하 내일)'은 지난달 29일 전북도의회와 광주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권의 정치세력화를 담당할 호남권 지역 실행위원 68명(광주-전남 43명, 전북 25명)의 명단을 1차로 발표했다. 이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의 호남권 간부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일'의 윤석규 선임조직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차 실행위원에는 시민사회단체와 중견 활동가, 법조·의료·노무·교육분야 전문직 종사자, 노동·농민단체 활동가, 군 예비역 장성, 전·현직 지방의원과 전직 고위공무원, 중소기업인 등이 망라됐다"며 "호남에서 일당 독주체제를 극복하고 정치혁신을 바라는 시·도민의 열망을 대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일'은 이번 1차 실행위원 발표를 계기로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세력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내일'은 또 이날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포함된 총 23명의 자문위원 명단과 무소속 송호창 의원을 위원장으로 강인철 변호사, 금태섭 변호사 등 지난 대선캠프 시절부터 안 의원과 함께해 온 인사들을 주축으로 총 38명에 이르는 기획위원 명단도 함께 공개했다.

새 인물?
반 민주당

안 의원이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본격적인 정치세력화에 나서면서 민주당은 불안감과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실행위원들의 면면에 대해 '이삭줍기' '민주당 기웃 인사' 등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 의원이 호남지역 실행위원 68명을 발표한데 대해 "만약에 야권분열의 단초가 돼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도 정권교체를 하지 못한다면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또 안 의원이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호남 방문 하루 전 실행위원 명단을 공개한 것을 놓고는 김 대표의 호남 방문 효과를 반감시키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전술'이라고 의심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광주와 전남 해남·목포 등을 돌며 전국 순회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안 의원이 전격적으로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처럼 호남을 둘러싼 안 의원과 민주당의 신경전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밀리면 죽는다" 호남 두고 사생결단
불쾌한 민주당 "결국 야권분열 될 것" 

사실 호남을 둘러싼 안 의원과 민주당의 신경전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안 의원은 지난 4·24 재보선에서 승리해 국회에 입성한 후 첫 지방일정으로 광주를 선택했었다. 이후 안 의원은 꾸준히 호남지역을 공략해왔고 민주당 역시 안 의원에 맞서 호남민심 다잡기에 애를 써왔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 아직 창당도 하지 않은 안철수 신당의 호남지역 지지도가 민주당을 뛰어넘기도 하자 호남을 사이에 둔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과열되어 왔다.

지난 대선에서 안 의원과 한 배를 탔던 민주당은 안 의원이 호남 공략전에 나선 이후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안 의원은 영남 출신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영남 독점 구도를 깨주는 데 앞장서야만 야권이 연합연대해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안 의원은) 민주당의 구도를 깨려고 호남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안 의원이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치세력화의 첫 장소로 호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호남의 중요성
제2의 김대중?

우선 가장 큰 이유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꼽힌다. 안 의원의 세력은 현재 호남에 집중돼 있다는 평가다. 내일은 타 지역 실행위원에 대해서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안 의원은 전국적으로 세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은 대전에서만 실행위원들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경상도에서는 안 의원의 고향인 부산에서만 실행위원들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안철수 신당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과 경기도의 상황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호남 이외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 의원의 인재풀이 매우 빈약하다는 이야기는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호남지역 실행위원들의 면면만 들여다봐도 그렇다.

전북 실행위원에는 민주당 정동영(DY) 상임고문 사람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번 실행위원 인선 실무를 맡은 정기남 위원(전 안철수 후보 비서실 부실장)은 DY의 보좌관을 오래 한 측근 출신이다. 또 DY의 전주고 후배로 1996년 초대 보좌관을 지낸 김관수씨는 기획위원에 이름을 올렸고, DY 조직을 총괄했던 이학노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배병옥 ㈜하늘드림영농조합법인 대표, 김상복 전 전북도의회 부의장, 최만열 전북희망조합 회장, 이영호 전 전주 국제발효식품엑스포 추진단장 등 다른 DY계 인물들도 실행위원에 포함됐다.

광주·전남 지역의 43명 실행위원에도 전 민주당 광주시당 조직국장, 전 민주당 대표 정무특보, 민주당 소속으로 지방의원을 지낸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인물들을 보면 이미 민주당 당직을 가지고 오랫동안 정치 활동을 해온 사람들이 다수다. 이들은 대부분 지역에서는 정치원로로 평가받으며 때만 되면 지역 단체장이나 광역의원 자리를 노리고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게다가 상당수는 실행위원 명단 발표 때까지도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명단 발표 하루 전에야 민주당에 탈당계를 낸 인물들도 있었다.

호남 고지전
밀리면 끝장

때문에 일부에선 안철수 신당이 겉으로는 전국 정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에 머물고 말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새 정치를 표방하던 안 의원이 결국 지지율이 높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치를 택함으로써 '안전제일주의'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반면 안 의원이 사실상 제1야당의 지위를 노리고 민주당에 정면승부를 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차기 대권까지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람들은 안 의원의 경쟁상대가 새누리당이라고 생각하지만 안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공략함으로써 민주당과의 경쟁에 더욱 공을 들일 것"이라며 "호남은 민주당의 정치적 뿌리다. 야권의 심장이라 불리어 온 곳에서 선전한다면 현재 대내외적으로 위기에 처해있는 민주당이 안 의원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도 있다. 새누리당과의 경쟁은 그 다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안 의원이 호남을 집중공략하더라도 호남당으로 치부되지는 않을 것이며 호남을 발판으로 수도권은 물론이고 영남까지도 공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단 민주당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결코 다음 대권 도전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안 의원이 지난 대선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이 안 의원의 호남 진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패하고 나면 사실상 이빨 빠진 제1야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호남지역의 경우는 오랜 기간 민주당이 일당독재 수준으로 집권을 해오면서 선거 때만 되면 공천과정 등에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문제점이 발생해왔다.

게다가 지난해 총선과 대선 패배까지 이어지자 지역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염증은 극에 달했고, 민주당을 대신할 새로운 정당에 대한 열망은 점점 커져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러한 지역의 분위기를 재빠르게 읽어낸 안 의원 세력이 호남 공략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인물선정 잡탕? 인선 실패했나?
호남 기반으로 대권까지 직행?

또 호남에선 친노계가 장악한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크고 김대중 전 대통령 사후 동교동계가 박근혜정부로 대거 이동하면서 무주공산이 돼버렸다. 이런 틈을 노려 호남지역에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을 경우 향후 정치행보에서 무엇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내일의 윤석규 선임팀장은 "호남의 지지세가 가장 강하기 때문에 호남을 제일 먼저 선택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안 의원의 조직 구성원의 면면이 호남세가 너무 강해 자연스럽게 호남에서부터 세력화를 꾀하게 된 것일 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호남에서의 지지세가 좋은 상황에서 호남에서부터 세력화를 시작한 것은 다소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며 "안 의원이 전국정당, 새로운 정당을 표방하면 절대 호남에서 먼저 세력화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남 태풍?
호남 미풍?

특히 이번 호남지역 인선을 놓고는 "일부 인선의 경우는 새 정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이 다수 포함됐다. 안 의원조차 내부 조직의 알력다툼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며 "호남을 자신의 첫 정치세력화 지역으로 선택한 것도 이와 같은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의원과 민주당의 호남 고지전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이들이 물러설 수 없는 이유는 야권의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에 따라 향후 야권 개편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안 의원과 민주당의 호남 고지전은 지독한 소모전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자칫하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야권 정치지형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호남 고지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 되는 요즘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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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