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서청원' 친박-친무 대박격돌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07 11: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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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흔드는 손, 배후는 김무성?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이 10월 재보선 화성갑에 출마하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겉보기엔 서 고문의 비리전력을 문제 삼은 소장파와 수뇌부 간의 단순한 의견대립으로 보이지만 속사정은 차기 당권주자 간의 파워게임이란 분석이다. 만약 10월 재보선을 통해 서 고문이 국회로 돌아온다면 새누리당은 더 큰 내홍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 고문의 복귀가 몰고 올 후폭풍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새누리당이 지난 3일 10·30 재·보선 경기 화성갑 후보로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을 최종 공천했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서 고문의 공천 여부를 두고 심한 내홍을 겪어왔다. 당내 소장그룹인 김성태, 박민식, 이장우, 조해진 의원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 고문의 공천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성범죄, 뇌물, 불법정치자금 수수, 경선 부정행위 등 4대 범죄로 형이 확정된 자는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은 국민 앞에 약속한 원칙"이라며 "공천의 기준을 부인하고 특정인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공천을 진행한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청원 공천
청와대 지시?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서 고문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형 확정' '특정인의 명예회복' 등의 우회적 표현을 통해 서 고문을 지목했다. 서 고문은 지난 2002년 한나라당 대선 차떼기사건과 2008년 공천헌금수수사건으로 두 차례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서 고문의 공천과정에서는 한때 '청와대 개입설'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권에 나돈 청와대 개입설의 골자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서 고문을 공천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보도가 나온 직후 "청와대에서 누구를 공천하라고 하는 건 분명하게 없다. 청와대는 당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장인 홍문종 사무총장도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올드 친박' 서청원 귀환에 불안한 세력들 
소외된 친이·비박, 김무성 중심으로 결집


그러나 홍 사무총장은 공천심사 기간 내내 중립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홍 사무총장은 후보자 면접 당일인 지난달 23일에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서 전 대표와 같은 전국적인 스코프(scope. 범위)를 가진 분이 와서 화성을 좀 키워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공천심사를 앞두고 지난 8월에는 서 고문과 홍 사무총장이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 고문이 MB정권의 마지막 특별사면에 포함된 유일한 친박계 인사란 점을 들어 당시부터 이미 서 고문의 재보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박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만약 서 고문이 10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다면 새누리당의 역학구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 고문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6선 국회의원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승리한다면 7선 고지에 올라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함께 현역 최다선 의원이 된다.

내부 반발
김무성의 뜻?

따라서 박 대통령의 필요에 따라 하반기 국회의장이든 당대표든 여러 가지 포지션에 기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고문은 지난 2일 화성시의회에서 가진 출마선언 기자회견자리에서 '차기 당권을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당선이) 되지도 않았는데…"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서 고문이 당 안팎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10월 재보선 출마를 고집한 것은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 고문이 재보선 실시 지역이 휠씬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7월 재보선을 택했다면 국회 복귀과정은 훨씬 수월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2곳에서 실시되는 10월 재보선 출마를 고집한 것은 내년 5월 실시될 19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나 내년 6·4지방선거를 전후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당 대표 선거를 염두에 둔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일까. 서 고문의 화성갑 출마로 가장 긴장하고 있는 쪽은 야당이 아닌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이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김 의원이 사실상 차기 대권행보를 시작하면서 청와대가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서청원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는 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때문에 서 고문이 화성갑 출마를 선언했을 때 기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물어본 것도 김 의원과의 차기 당권경쟁 여부였다.


새누리당의 차기 당대표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리다. 임기를 채울 경우 20대 총선 공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김 의원이 당권을 차지한다면 새누리당을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놓고 차기 대권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또 김 의원이 당권을 장악한다면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두고 당내에서 김 의원에게 줄을 서려는 의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 약화로 이어져 후반기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와대가 서 고문을 통해 김 의원을 견제하려고 한다는 이야기였다.

지난 1일 새누리당 소장파 의원들이 서 고문의 공천을 정면으로 반박한 기자회견을 한 것을 놓고는 배후에 김무성 의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기자회견에 나선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친무계(친김무성계)' 의원들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김성태 의원은 친이계로 분류되지만 김 의원의 지지로 친박 이성헌 전 의원을 꺾고 서울시당위원장에 당선된 전력이 있다. 박민식 의원은 내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김무성 지원설'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조해진 의원 역시 경남 지역구 의원으로 경남의 맹주로 통하는 김 의원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서 고문의 공천을 반대했던 소장파 의원들에 대해 "본인들은 당을 위해 나섰다고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에 정치자금법 위반 전력이 있는 인사가 단 한 명도 없는가? 또 지역연고 없이 출마해 당선된 인사가 단 한 명도 없는가? 정치적 의도를 가진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 고문의 공천을 막기 위해 사실상 친무계가 움직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소장파 의원들은 기자회견 직전 다른 동료의원들에게도 서 고문 공천 반대 기자회견에 동참해 할 것을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친박계도 반기
다가오는 결전

박민식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의원들이 시간적인 이유나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어제 동참을 많이 못했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저희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실제 여러 의원들과도 접촉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친무계를 뚜렷하게 세력화하려고 시도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다만 친무계로의 이동을 타진하고 있는 의원들도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채 1년도 안돼 공개적으로 김 의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되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공천반대 기자회견에 참여한 인사는 고작 4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현재 새누리당 내 역학구도의 변화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 눈길을 끄는 사람은 이장우 의원이다. 이 의원은 대표적인 충청권 친박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서서히 달아오르는 친박-친무 당권 대전쟁
화성갑 재보선 후 새누리 역학구도 바뀐다

이 의원은 소신에 따른 행동일 뿐 정치적 배경은 없다고 밝혔지만 서 고문의 공천이 사실상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알려진 마당에 친박인사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는 것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친박 내부에서도 친무계로의 갈아타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며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 고문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친이계(친이명박계)가 대거 친무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 고문 공천반대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조해진, 김성태 의원은 친이계 인사다. 새누리당 내 일부 친이계에서는 서 고문이 당에 복귀할 경우 자신을 정치적으로 억압했던 친이계에 대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새로운 미래권력으로 평가받는 친무계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김무성 의원은 친이계 의원들과도 평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10년에는 친이계 의원들의 지지로 한나라당의 원내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 고문의 정계복귀를 달가워하지 않는 당내 일부 중진들도 반(反)서청원 기류를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反)서청원'
중진도 포함

서 고문의 정계복귀를 달가워하지 않을 인물로는 하반기 국회의장에 뜻을 둔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도 거론되고 있다. 황 대표뿐만 아니라 서 고문의 복귀는 국회 내 요직을 노리는 다른 중진의원들에게는 눈엣가시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청원 카드는 결국 청와대가 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당내 중진들의 반발기류가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 고문이 당권을 잡게 된다면 박 대통령은 임기 중후반기까지도 레임덕을 걱정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기존의 새누리당 중진들의 활동반경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 고문의 복귀로 반서청원 세력이 친무계로 급속도로 결집하게 된다면 향후 친박계와 친무계는 필연적으로 사사건건 충돌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과 친무 간의 피 말리는 전쟁의 서막이 열리게 된 것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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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