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여인' 박근혜 싸움의 기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01 11: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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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 없는 정면돌파 "붙었다 하면 백전백승"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의 '싸움의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받아온 남북관계에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고수하며 성과를 내는가 하면, 야당의 긴 장외투쟁에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며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9단 여야 정치인들과의 기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일단 붙었다 하면 이기고야 마는 '철의 여인' 박 대통령의 싸움의 기술은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말투와는 다르게 의외로 파이터형 정치인으로 손꼽혀 왔다. 문제가 생기면 적당히 타협하고 우회하기보다는 정면돌파 방식을 선호한다. 박 대통령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불거지는 '불통' 논란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장외투쟁 불사
상대방 백기투항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05년 12월에 있었던 사학법 투쟁이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처리하자 이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장외투쟁은 해를 넘겨 2006년 1월까지 이어졌고 국회는 53일 동안이나 파행됐다.

결국 먼저 백기를 든 건 열린우리당이었다. 당시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사학법 재개정을 약속하며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와 국회를 정상화하는 데 합의했다. 장외투쟁으로 주도권을 잡은 박 대통령은 그해 열린 지방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박 대통령의 숨길 수 없는 파이터 기질은 지난 2010년 세종시 수정안 처리 과정에서도 빛을 발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친이계 의원들이 제출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반대 토론자로 직접 나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살아있는 권력인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당내 최대계파였던 친이계와의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 친박계와 야당이 대부분 반대표를 던지면서 세종시 수정안은 105 대 164로 부결됐다. 박 대통령이 세종시 논란 과정에서 보여준 일관된 자세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충청권의 민심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박 대통령의 타협없는 정면돌파 방식은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성과를 냈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북한의 대남 강경기조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발사에 이어 3차 핵실험까지 강행하며 박근혜정부를 위협했다.

거의 매사가 정면돌파, 불통 논란도
때때로 허 찌르는 변칙공격에도 능해

일각에선 북한의 돌발행동에 대해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정부에 대한 기선제압용이라는 분석까지 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오히려 단호한 태도로 북한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급기야 군통신선 차단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철수라는 강경책까지 내놨지만 박 대통령도 개성공단 잔류인원 철수라는 맞불작전을 펼치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강경 대북정책 기조는 고질적으로 대북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받아온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박근혜식 대북정책은 결과적으로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 냈다. 박 대통령의 대북강경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던 야권 인사들조차 최근에는 지지를 보내고 있을 정도다. 새 정부 초기 낮은 지지율로 곤혹을 겪었던 박 대통령이 현재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게 된 것도 원칙있는 대북정책의 영향이 크다.

이처럼 박 대통령은 정면돌파를 좋아하는 파이터지만 한편으론 허를 찌르는 한 수로 상대를 제압하는 변칙공격에도 능하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박 대통령은 민간인 불법사찰에 이어 돈봉투사건까지 불거져 당이 회생불능에 빠졌다고 판단되자 아예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는 파격안을 내놓는다.


주변 반대에도
불도저 추진력

또 김종인·이상돈·이준석 등의 전혀 새로운 외부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가 하면, 경제민주화를 주창하며 이념적 지표 또한 대폭 좌클릭하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이런 전략이 주효해 새누리당은 4월 총선에서 152석이란 예상 밖의 대승을 거뒀다.

지난 대선기간 과거사에 대해 사과한 일이나 지난 16일 국회에서 귀국보고회 형식으로 여야 대표들과의 깜짝 3자회담을 가진 것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의 또 하나의 무기는 바로 든든한 '콘크리트 지지율'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싸움의 기술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는 싸움의 기술이 따로 필요 없는 거 아닌가?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백전백승하는 콘크리트 지지율이 있지 않은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 대선공약 후퇴 논란에 대해서도 야권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했지만 정작 대상이 되는 노인층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부 노인단체에서는 기초연금 공약 수정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만약 노무현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런 식(기초연금 공약후퇴)으로 했다면 노인단체 등에서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공천헌금과 관련해 물의를 빚었을 때도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굳건하게 유지됐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50일 넘게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민주당은 장외투쟁이 길어지면서 지지율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야권의 장외투쟁이 길어지면서 정치권이 민생을 좌시하고 자존심 싸움만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같은 매를 맞아도 콘크리트 지지율 덕분에 맷집이 좋은 박 대통령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이른바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벤트 정치'에도 능하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04년 불법대선자금사건으로 한나라당이 '차떼기당'이라는 비판을 받자 당사를 매각하고 천막당사로 이전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바닥을 맴돌던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천막당사 이전을 계기로 반등하기 시작한다.

또 부모님을 모두 흉탄에 잃은 가녀린 여성정치인이란 타이틀은 박 대통령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의 감성정치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특히 박 대통령의 '눈물'은 종종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곤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총선을 앞두고 TV 광고에 나와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눈물로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그해 총선에서 80석도 얻기 힘들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개헌 저지선의 의석수를 확보했다. 물론 한나라당의 선전이 박 대통령의 눈물 때문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만은 틀림없다.

박 대통령의 눈물은 지난 2005년에도 큰 힘을 발휘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당대표로서 '사학법 장외투쟁'을 이끌었다. 하지만 당내에선 반발이 적지 않았다. 소장파를 중심으로 제기된 복귀론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의원총회장에서 잠시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장내는 숙연해졌고 복귀론은 순식간에 수그러들었다.

박근혜 눈물
경계대상 1호


이러한 박 대통령의 눈물의 위력을 뼈저리게 경험한 탓인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과정에서는 박 대통령과 경쟁을 벌였던 이명박 후보 측이 아직 흘리지도 않은 박 대통령의 눈물에 대해 견제구를 날리는 장면도 연출됐었다.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은 “(박근혜 후보가) 고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서 눈물을 흘릴 것이라는 '박 후보 눈물 호소설'이 떠돌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눈물을 경계했다. 당시 두 후보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터라 이명박 후보측은 박 대통령이 고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서 눈물을 보일 경우 동정표가 쏠릴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박 대통령 측 이정현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가 이렇게 잔인하고 비정하고 비인간적이고 천륜을 짓밟는 사람이었느냐"며 "박 후보가 어머니 추도식에서 눈물 흘리는 것조차 이 후보는 정치적으로 막고, 비난하고, 음해의 대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박 대통령의 또 다른 싸움의 기술은 '유머'다. 지난 4월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을 가졌다. 이날 만찬의 분위기는 초반부터 냉랭했다. 청와대 측 인사 중 한명이 "인사청문회나 국회 상임위에서 질의하는 것 같다"고 했을 정도였다.

천 마디 말보다 강력한 눈물 한 방울
콘크리트 지지율이 가장 큰 무기?

그러자 박 대통령은 "그게 (국회의원의) 직업병이더라고요"라고 해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그러곤 "제가 아는 검찰 한 분은 말버릇이 (일상 대화에서도 신문하듯) '한 가지만 물어보겠다' '마지막으로 묻겠다'고 한다"고 덧붙여 폭소를 이끌었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검찰 개혁과 관련해 "제가 꼭 챙기겠다"고 다짐했고, 당시 큰 비판을 받고 있던 인사문제에 대해서도 사과 발언을 해 만찬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당시 만찬에 참여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그 후 박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자신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야권인사들을 앞에 두고 유머를 통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꼬인 관계를 풀어내는 것은 웬만한 정치내공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카리스마 리더십' 또한 주요한 싸움의 기술이다. 박 대통령은 일명 레이저 눈빛으로 유명하다. 레이저 눈빛이란 박 대통령이 상대방을 쏘아보는 눈빛을 빗댄 말인데 박 대통령이 회의석상에서 불편한 얘기를 한 사람을 굳은 표정으로 쳐다보는 경우가 많아 생긴 말이다. '박근혜 레이저'로 대표되는 박 대통령의 카리스마 앞에서는 중진급 정치인들조차 맥을 못 출 정도다.

'박근혜 레이저'
중진도 꼼짝 못해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났음에도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관계가 '청와대 우위의 수직적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이유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꾸준히 청와대를 향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건전한 당·청 관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한편 이미 정치권에서 뛰어난 싸움의 기술을 보여줬던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동시에 검찰, 국세청, 국정원 등의 사정기관을 꽉 틀어쥐고 더욱 무시무시한 싸움의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친MB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과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혐의 수사,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까지.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청와대는 자신들과의 관련성을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입김이 미친 것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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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