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권력무상' 역대정권 막후실세들 현주소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23 10: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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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짧고 뒤끝은 길다 "아~옛날이여!"

[일요시사=정치팀] 역대정권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정권의 막후실세들이 있었다. 이들은 한때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권불십년(權不十年).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처럼 <일요시사>가 살펴본 이들의 현재 모습은 무척 초라했다.




이명박정부에서 '문고리권력'이라 불리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이달 초 부인상을 당했다. 저축은행 비리사건에 연루돼 영월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 전 실장은 귀휴(복역 중에 있는 사람에게 일정기간 주는 휴가)를 받아 문상객들을 맞았지만 장례식장을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고인이 된 아내는 김 전 실장이 구속된 뒤 변변한 수입도 없이 자녀들을 키우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해진다. 그녀는 결국 남편 김 전 실장의 만기출소를 한 달여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권력의 무상함을 실감케 하는 씁쓸한 사건이었다.

권력의 무상함
초라한 말년

그렇다면 한때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던 역대정권의 막후실세들은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전두환정권에서의 최고실세는 누가 뭐래도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었다. 그는 수도경비사령부 30경비단장으로 12·12쿠데타에 참여한 뒤 대통령 경호실장, 안기부장을 역임하는 등 5공의 최고실세 역할을 했다. 대통령 경호실장이던 1983년에는 버마 아웅산묘소 폭탄테러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으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할 정도로 그에 대한 주군의 신임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웅산 폭탄테러 이후에도 그는 육군 준장에서 육군 중장으로 특진했으며, 대통령 경호실장직을 사퇴한 이후엔 안기부장으로 전격 발탁된다. 1986년부터는 전 전 대통령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의 노태우 대표최고위원과 공공연히 신경전을 벌일 정도였다.

'의리의 돌쇠' 장세동 끝까지 일편단심
'6공 황태자' 박철언 '시인' 변신 눈길

하지만 장 전 안기부장은 정권이 바뀌자 용팔이사건, 5공비리, 12·12군사반란과 5·18내란 가담혐의 등으로 수차례 구속됐다 풀려나기를 반복하는 고초를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출소 직후 전 전 대통령의 집을 방문하여 "신고합니다. 각하!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라며 거수경례를 할 정도로 전 전 대통령에게 끝까지 충성스러운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되었다.

장 전 안기부장은 이후 5·18특별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하고, 지난 2002년에는 대선출마선언을 하는 등 활발한 정치활동을 펼쳤지만 이후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해 6월 '특전사 마라톤대회'에서 특전사전우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얼굴을 비춘 것을 마지막으로 또 다시 칩거에 들어갔다.

수차례 구속
최근엔 칩거

노태우정권의 실세는 박철언 전 의원이다. 그는 한때 '6공의 황태자'로 불렸다. 박 전 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는 먼 친인척 간이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친분이 있었다. 검사 출신인 박 전 의원은 전두환정권에서 청와대 법률비서관으로 일하다 노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청와대 정책보좌관을 거쳐 정무장관을 지냈다.

문제는 그의 권력이 늘 직책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데 있다. 1988년에 치른 13대 총선에서는 자신이 만든 사조직인 '월계수회' 회원들을 대거 국회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그렇게 잘 나가던 그는 김영삼(YS) 당시 민자당 대표와 후계자 자리를 놓고 다투면서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한다. 박 전 의원과 대립하던 YS는 "청와대가 박철언을 두둔하면 우리는 판(3당 합당) 깨고 다시 야당으로 돌아간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백기를 들었다. 박 전 의원을 당시 정무장관직에서 전격 사퇴시킨 것이다. 그렇게 YS는 민자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그렇게도 꿈꾸던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다.

이후 박 전 의원은 민자당을 탈당하고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YS에 대항해 국민당을 창당하고 대선에 뛰어든 정주영 후보를 지원했으나 패하고, 1993년에는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1년6개월간 복역했다.

정계에서 은퇴한 그는 현재 변호사이자 시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김영삼정권에서는 YS의 차남 김현철(고려대 지속발전연구소 교수)씨가 '소통령'으로 불리며 일약 정권의 실세로 떠올랐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청와대보다 김현철에게 줄을 서는 게 더 빠르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그러나 현철씨는 '아버지가 대통령임에도 구속된 아들 1호'가 됐다. 기업인 6명으로부터 66억원을 받고 12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이 일로 1999년 구속됐던 현철씨는 그해 광복절에 사면·복권됐지만 5년 뒤인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에게 불법정치자금 20억원을 받은 혐의로 다시 구속 기소됐다.

승승장구하다 마무리는 항상 '감옥행'
권불십년 곱씹으며 와신상담 재기 노려

그는 이후 2007년 2월 다시 한 번 사면·복권됐다. 특히 2004년 검찰 조사 중엔 그를 둘러싼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현철씨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중 송곳으로 자신의 배를 5차례 찌르며 자해를 시도한 것이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그는 복부 2군데에 깊이 1cm , 3군데에 깊이 0.3mm가량의 상처를 입었으나 입감시키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다음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현철씨가 자해 과정에서 고작 1cm의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막상 죽기는 싫었던 것 아니냐"며 비아냥댔다.




현철씨는 이후 지난 2008년에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2012년엔 거제에서 19대총선 출마를 선언했으나 불공정 경선에 불복해 새누리당을 탈당한 후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다 결국 불출마 선언을 했다. 현재는 모교인 고려대학교 지속발전연구소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대중정권의 대표적인 실세는 차남 김홍업씨였다. 오죽하면 당시 홍업씨의 별명은 '100% 해결사'였다. 뭐든 부탁만 하면 100% 해결이 된다는 뜻이었다.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승승장구하던 홍업씨는 그러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임기 중인 2002년 '이용호 게이트' 관련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에 권력형 이권개입 연루의혹이 발각되어 구속되기에 이른다.

홍업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2003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벌금 4억원, 추징금 2억6000만원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그는 구속수감 중 우울증 등 건강문제를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아 풀려난 뒤 수차례 형집행정지를 연장하던 도중 2005년 8월 대통령특별사면조치로 '특혜시비' 끝에 가석방, 사면복권 됐다.

이같은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출소 후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07년 4월 전남 무안·신안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호남은 범죄자도 'DJ 아들'이면 무조건 뽑아주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홍업씨는 이듬해 열린 18대 총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으며, 지난해 4·11총선 때는 구 민주계 전 의원들이 주축이 된 정통민주당이 그를 비례대표로 영입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정치 복귀 꿈
번번이 무산

노무현정권의 실세는 누가 뭐래도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였다.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정치에 처음 입문한 1988년부터 보좌진으로 그림자 역할을 수행했다. 이 전 지사는 노무현 국회의원 비서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기획팀장, 청와대 국정상황실 팀장을 거쳐 2003년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시절 이 전 지사는 '노무현의 분신'으로 불렸다.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중요한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마다 조언을 구하는 핵심참모였다.

참여정부의 인선 작업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국정상황실장은 사실 2급 비서관과 같은 직급이었다. 직급으로만 보면 이 전 지사가 실세였다는 설명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의 15년 지기로서 절대적인 신뢰를 받으며 대통령과 자주 만났다.

'소통령' 김현철 1cm 자해로 굴욕
'상왕' 이상득 출소 후 요양에 치중

특히 노무현정권에서 국정상황실은 대통령의 '눈과 귀' 역할을 했다. 국정상황실은 국정을 둘러싼 각종 정보기관의 보고를 취합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전 지사는 청와대 수석회의와 국무회의에도 2급으로는 유일하게 배석했다.


하지만 그 역시 지난 2009년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다. 재판 중인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지사에 당선되었지만 2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7월1일 취임과 동시에 직무정지를 당했다.

그는 확정판결 전에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지방자치법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이후 그의 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림에 따라 2개월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2011년 1월27일 대법원에서 원심의 징역형을 확정판결하면서 도지사직을 최종 상실했다. 이 전 지사는 현재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소 연구원 겸 객원교수를 맡고 있다.

나빠진 건강
요양에 치중

이명박정권의 최고실세는 단연 이상득 전 의원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은 이명박정권에서 상왕(上王)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국회에선 매년 예산안 심사 때마다 이 전 의원의 지역구에 너무 과도한 예산이 책정됐다며 이른바 '형님예산' 논란이 불거졌고, 모든 일은 형님(이상득)을 통한다고 하여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 역시 이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이었던 지난해 저축은행에서 불법정치자금 등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1년 2개월 동안이나 수감생활을 하는 불운을 겪었다. 지난 9일 만기출소한 그는 그간의 수감생활로 폐렴 등이 악화돼 당분간 요양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통해 '권력은 짧지만 뒤끝은 길고 고달프다'는 사실을 익히 보고 느끼는 지금 이 시간에도 달콤한 권력을 좇는 '정치불나방'들의 무한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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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