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강창희 국회의장 정기국회 개회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8:48:29
  • 댓글 0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정홍원 국무총리,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국무위원과 동료의원 여러분,

먼저 올여름 전력난 속에서도 그 더위를 이겨내신 국민 여러분께 충심으로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반가운 일도 있었습니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금강산 관광길이 다시 열릴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이제 가을을 맞이해서 우리 사회가 새로운 희망으로 전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러나 국회의장석에 선 저의 마음은 한 없이 착잡합니다.
국민들께 부끄럽고 송구합니다.
 
국회는 오늘부터 19대 국회 두 번째 정기회를 시작합니다.
앞으로 100일 동안 현 정부의 국정 성과를 평가하고,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내년 예산안을 심의 처리해야 합니다.

이번 정기국회는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라는 점에서 국민들께서도 기대를 많이 걸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기국회 100일의 시간표조차 만들지 못했습니다.


8월말까지는 마치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는 작년 세입세출 결산은 손도 대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최근 국가정보원의 국회의원 회관 압수수색을 비롯한 내란음모 수사와 관련하여 국회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

현직 국회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 처하여 우리 모두는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그 진상이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짐으로써 충격과 불안이 해소되기를 바랍니다.

의원 여러분,

국회는 어떤 경우에도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국회는 불을 밝히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국회의 의무를 수행하는 출발점입니다.
특히 정기국회는 여야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지금 서민의 삶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수많은 집 없는 서민들이 전월세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전세를 살아야 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이 보증금 떼일세라 전전긍긍하면서
이곳저곳 헤매는 실정입니다.

주택 거래가 아예 끊어진 상황에서 하우스푸어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복지지출의 증가로 정부는 세수 부족과 재정위기를 걱정하는 반면 국민들은 세금이 오르지 않을까 걱정해야 합니다.
양극화는 심화되고 중산층은 더욱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노조는 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제경제동향도 밝지 못합니다.
지난 몇 년에 걸친 유럽 재정위기에 더해 이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파고까지 밀려오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전역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은 역사를 지우려 하고 있고,
재무장을 시도하는 중입니다.

국회의원 가운데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형세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분은
아마 한 분도 없을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그런데 국회는 힘을 모으기는커녕 여름 내내 싸웠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입혔고, 국회의사당에 폭력적인 언사가 난무했습니다.

국민은 국회를 과연 어떻게 보겠습니까.

새 정부 출범 6개월밖에 안된 나라에서 국회가 국정심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이 모습을 외국에서는 어떻게 보겠습니까.

정기국회 100일은 법안과 예산, 국정 주요 현안들을 처리하기에는 밤을 낮 삼아 일해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국회가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오늘 저는 과유불급,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가르침을
우리가 한 번 새겨보았으면 합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말도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지혜를 발휘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국민은 야당의 뜻도, 여당의 뜻도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국민의 상식을 따르는 편이 이기는 것입니다.

여당은, 국회의 파행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정이라는 것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야당도 정기국회의 파행으로 얻을 것이 무엇이 있겠는지 깊이 판단하기 바랍니다.
저는 여야 지도부 여러분에게 빠른 시간 안에 정기국회 일정을 협의해 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밤을 새워서라도 정기국회 일정표를 제시함으로써 국민의 막힌 속을 뚫어주기를 기대합니다.
국회선진화법 도입으로 국회는 여야 합의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여야 지도부가 얼마나 큰 책임을 지고 있는지 명심해 주기 바랍니다.


이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에게 당부하고자 합니다.

지난번 세법개정 문제로 여러분은 큰 경험을 했습니다.
국정 수행이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했을 것입니다.

어려운 길을 그저 쉽게 가려는 아마추어식 국정운영은 안됩니다.
아무리 급한 일도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일일수록 시간을 갖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일에 정성을 쏟아주기 바랍니다.

절대로 오만한 정부가 되지 않기를 부탁합니다. 아울러 국정감사를 비롯해서
국회를 대하는 문제에 소홀함이 없기를 부탁드립니다.

겸허할수록 정부에 대한 신뢰와 기대는 커진다는 것을 간곡히 말씀 드립니다.


의원 여러분, 국무위원 여러분,

지난 3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가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었다는 세계 각국 민주주의 지수 조사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이 조사결과는 우리 역사가 이제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을 말해 줍니다. 선거 절차와 사회적 다원성, 국민의 정치참여, 그리고 정부의 기능까지 우리는 이제 세계 최상위권의 민주주의국가인 것입니다.
우리는 자긍심과 역사에 대한 깊은 책임의식으로 오늘의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희망의 미래 건설에 힘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연구소와 대학, 그리고 기업들에서는 우리의 인재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있어서 우리는 안도할 수 있고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국회와 정부는 이 분들이 더 큰 힘을 내도록 격려해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도리입니다.

더 이상 국민의 지탄을 받는 국회가 되지 않도록 의원 여러분께서 겸허하게 생각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번 정기국회도, 그 시작은 어려웠으나 그 끝은 국회가 그래도 열심히 했다는
평가를 받도록 노력합시다.

감사합니다.

 

정리=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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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교체?<br> 김문수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후보 교체?
김문수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후보 교체를 강행한 데 대해 10일, 김문수 후보가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강력히 대응을 예고했다. 김 후보는 이날 여의도 선거캠프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전 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 일이 벌어졌다”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헌에 의하면 대통령후보는 전당대회 또는 그 수임 기구인 전국위원회서 선출하게 돼있는데 전국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는 후보 교체를 결정해 버렸다. 이는 명백한 당헌 위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제가 후보로 선출되기 전부터 줄곧 한덕수 예비후보를 정해 놓고 저를 압박했다”며 “어젯밤 우리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계속 할 것”이라며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 온 자유민주주의의를 반드시 지키겠다. 국민 여러분, 저 김문수와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김 전 후보 측은 이날 중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대통령 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가 시간 끌며 단일화를 무산시켰다”며 “당원들의 신의를 헌신짝같이 내팽개쳤다”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독재를 저지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해서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로 세워야 한다는 게 당원들의 명령이었다”며 “우리 당 지도부는 기호 2번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께 단일화 약속을 지켜주실 것을 지속적으로 간곡히 요청드렸고 저를 밟고서라도 단일화를 이뤄주십사 부탁했다”는 권 비대위원장은 “하지만 결국 합의에 의한 단일화는 실패하고 말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단일화는 누구 한 사람, 특정 정파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누구를 위해 미리 정해져 있던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비대위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비대위는 모아진 총의와 당헌·당규에 따라 김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새롭게 후보를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이날 새벽 비대위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한 예비후보를 대선후보로 재선출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진행되는 당원 투표를 거쳐 오는 11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마치면 대선후보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일각에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이뤄졌던 이번 국민의힘 지도부의 대선후보 교체를 두고 절차적 정당성 등의 다양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치열한 경선 과정을 통해 최종 후보로 선출돼있는 공당의 후보를 두고,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소속의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하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후보 접수도 이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한 시간만 받았던 점, 한 후보가 32개에 달하는 서류를 꼭두새벽에 접수했다는 점 등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양수 선관위원장은 이날 당 홈페이지를 통해 “당헌 74조 2항 및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제29조 등에 따라 한 후보가 당 대선후보로 등록했다”고 공고했다. 앞서 이 선관위원장은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다는 공지와 후보자 등록 신청을 공고했다. 김 전 후보와 한 후보는 후보 단일화 문제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지난 1차 회동에 이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모처서 가졌던 2차 긴급 회동서도 단일화 방식 등 룰에 대해 논의를 시도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끝내 결렬됐다. 그러자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 없이 승리는 없다”며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권 원내대표는 “두 후보 간의 만남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며 “후보 등록이 11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오늘(7일)은 선거 과정서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불과 27일 남았다. 이제 남은 시간이 없다”며 “이재명 세력은 공직선거법상의 허위 사실 공표죄를 사실상 폐지하고 대법원장 탄핵까지 공언하면서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마지막 숨통까지 끊어버리려고 한다. 반면 우리는 단일대오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