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재보선 '거물들의 대전쟁'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5: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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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니선거에도 대한민국 정치권 '들썩들썩'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0월30일 치러질 재·보궐선거의 열기가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설이 줄줄이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10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다면 대한민국 정치권의 역학구도는 통째로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거물들의 대전쟁이 될 10월 재보선을 <일요시사>가 미리 살펴봤다.



10·30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물밑 움직임이 분주하다. 일선에서 물러났던 정치거물들이 10월 재보선을 통해 정계복귀를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사람들도 이번 재보선에 도전장을 던질 예정이어서 오는 10월 재보선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 될 전망이다.

최대 9곳
미니총선

10월 재보선은 당초 10석이 넘는 ‘미니총선’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재판 결과들이 뒤집히면서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다. 현재까지 재보선지역으로 확정된 곳은 경북 포항 남·울릉과 경기 화성갑 두 곳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인천 서구ㆍ강화을, 인천 계양을, 경기 수원을, 경기 평택을, 충남 서산ㆍ태안, 전북 전주 완산을, 경북 구미갑 등 7개 지역은 오는 30일까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재보선이 치러지게 된다.

현재 10월 재보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거물급 인사들은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민주당 손학규, 정동영 상임고문 등이다.

민주당 손 고문의 경우는 경기 수원을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손 고문은 과거 경기지역에서만 4선을 한데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경력이 있는 만큼 재보선에 나선다면 수원을이 유력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경기 평택을도 있지만 현재 평택을 지역은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한 뒤 지난 19대 총선에서 불출마한 민주당 정장선 전 의원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무성 견제구? 서청원에 힘 실리나?
안철수 정치세력화 첫 시험무대

손 고문이 수원을에 출마한다면 새누리당 소속 임 전 대통령실장과의 빅매치가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임 전 실장의 경우도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3선을 지내 인근 지역구인 수원을에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임 전 실장은 손 고문을 피해 평택을에 출마한다고 해도 3선 출신 정 전 의원과의 맞대결이 예상돼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손 고문은 현재 재보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이번 재보선 결과에 민주당의 명운이 걸려 있는 만큼 당의 적극적인 출마권유가 있다면 '당을 위해 헌신한다'는 명분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손 고문은 지난 2011년 4월에도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렸던 분당을 보선에 출마해 승리한 적이 있다.

인천 서ㆍ강화을 역시 빅매치 예상 지역으로 손꼽힌다. 이곳은 새누리당 대선후보경선에도 참여했었던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출마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 역시 이곳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게 된다면 공천 때부터 치열한 대결이 불가피하다. 다만 충남 천안 출신인 서 고문이 충남 서산ㆍ태안으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전북 전주 완산을에서는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의 출마설이 제기된다. 이 지역은 민주당의 텃밭이라 굳이 중량감 있는 인사를 출마시킬 필요는 없지만 안철수 의원 측이 이 지역을 '호남 교두보'로 삼기 위해 후보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안철수 vs 민주당
새누리당 vs 안철수

안 의원 측 인사에게 맞서기 위해서는 중량감 있는 정 고문이 출마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눈길을 끄는 지역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경북 포항 남·울릉이다.

이곳은 이미 재보선이 확정된 곳으로 이 전 의원의 직계였던 이춘식 전 의원과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 이 지역에 최근 친박계 서청원 고문의 측근인 서장은 전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이 사무실을 마련하고 출마를 준비하면서 친이와 친박 간의 대리전이 예상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10월 재보선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지만 정작 출마가 거론되는 거물급 인사들은 아직까지도 출마 지역을 확실히 정하지 못하면서 정치권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 인사는 출마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태라면 자칫 재보선 출마자들이 낙하산 논란이나 부실공약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다.

정치권의 관계자는 "정치 도의상 대법원 확정판결도 나오지 않은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낙하산 논란이나 부실공약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재보선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들 거물들이 10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다면 정치권의 역학구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청원 고문의 복귀 여부는 정치권의 핫이슈다. 서 고문은 그동안 박근혜정부의 막후실세로 지목받아온 인물이다. 서 고문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등장으로 화제가 된 7인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말 단행한 특별사면에서는 친박계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당시 서 고문의 사면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사면을 반대하는 박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끼워 넣은 카드라고 분석했었다. 서 고문은 당시 가석방으로 풀려난 상태였지만 사면을 통해 상실했던 피선거권을 회복하면서 이번 재보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서 고문은 현재 6선으로 재보선에 당선되면 7선이 돼 하반기 국회의장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서 고문이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비록 지난 대선에서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탈박계인 김 의원이 당내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을 두고 친박계들의 불만이 크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서 고문이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차기 당권 경쟁에 나서고 친박계 의원들이 서 고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이른바 '김무성 죽이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결국 서 고문이 국회에 재입성한다면 새누리당 내 당권경쟁구도가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임태희 전 실장의 행보도 눈여겨볼만 하다. 임 전 실장은 이명박정권에서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실장을 지낸 친이계의 핵심이다. 임 전 실장이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다면 그를 중심으로 친이계가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내년 전당대회를 전후해 급속히 결집될 가능성이 있다.

김무성 견제?
친박 핵심 투입

민주당으로서도 이번 재보선은 분수령이다. 민주당 당대표와 경기지사를 지냈던 손학규 고문이나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고문이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다면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당내 역학구도가 크게 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선거는 박근혜정부 출범 8개월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지닌다. 재보선 가능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7곳은 수도권, 충청, 호남, 영남으로 고루 분포돼 있어 이들 지역이 최종적으로 재보선에 포함된다면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재보선의 결과에 따라 여소야대의 정국이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새누리당은 153석으로 국회 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민주당 127석, 통합진보당 6석, 정의당 5석, 무소속 7석 등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3석을 잃으면 과반이 무너지게 된다. 현재 재보선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 가운데 6곳 정도가 새누리당 지역이다.

박근혜정권 심판? 과반 깨질 수도
통진당 사건 파장 어디까지?

이번 재보선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관전 포인트는 안철수 의원 측 인물들의 재보선 선전 여부다. 안 의원은 이번 재보선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안 의원은 야권연대 없이 독자후보로 승부를 걸겠다고 밝히면서 이번 재보선은 그의 독자세력화 가능성에 대한 첫 시험무대이기도 하다.

만약 안 의원이 내세운 인물들이 이번 재보선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면 안 의원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반대로 재보선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정치권 인사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민주당의 발목만 잡는 모양새가 된다면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통진당 사태 
대형 악재

정치권은 10월 재보선의 판세와 관련 국정원의 통합진보당 수사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한 원내 정당이 내란음모, 국가전복을 기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사건 자체가 무척 민감하고 심각하기 때문이다. 10월 재보선까지 이번 이슈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가 두 달 가까이 지속됐던 경험에 비춰보면 이번 사건이 10월 재보선 판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야권으로서는 대형악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은 더더욱 진보정당과의 연대가 불가능해졌다. 안철수 세력마저 독자출마를 선언한 만큼 이번 재보선에서 야권은 뿔뿔이 흩어져 각개전투를 벌여야 할 처지다. 정치권에서 호남을 제외한 야권의 재보선 전패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이유다.

돌아온 거물들의 각축장이 될 10월 재보선.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그 결과에 벌써부터 정치권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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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