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재보선 '거물들의 대전쟁'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5: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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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니선거에도 대한민국 정치권 '들썩들썩'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0월30일 치러질 재·보궐선거의 열기가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설이 줄줄이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10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다면 대한민국 정치권의 역학구도는 통째로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거물들의 대전쟁이 될 10월 재보선을 <일요시사>가 미리 살펴봤다.



10·30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물밑 움직임이 분주하다. 일선에서 물러났던 정치거물들이 10월 재보선을 통해 정계복귀를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사람들도 이번 재보선에 도전장을 던질 예정이어서 오는 10월 재보선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 될 전망이다.

최대 9곳
미니총선

10월 재보선은 당초 10석이 넘는 ‘미니총선’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재판 결과들이 뒤집히면서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다. 현재까지 재보선지역으로 확정된 곳은 경북 포항 남·울릉과 경기 화성갑 두 곳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인천 서구ㆍ강화을, 인천 계양을, 경기 수원을, 경기 평택을, 충남 서산ㆍ태안, 전북 전주 완산을, 경북 구미갑 등 7개 지역은 오는 30일까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재보선이 치러지게 된다.

현재 10월 재보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거물급 인사들은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민주당 손학규, 정동영 상임고문 등이다.

민주당 손 고문의 경우는 경기 수원을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손 고문은 과거 경기지역에서만 4선을 한데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경력이 있는 만큼 재보선에 나선다면 수원을이 유력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경기 평택을도 있지만 현재 평택을 지역은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한 뒤 지난 19대 총선에서 불출마한 민주당 정장선 전 의원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무성 견제구? 서청원에 힘 실리나?
안철수 정치세력화 첫 시험무대

손 고문이 수원을에 출마한다면 새누리당 소속 임 전 대통령실장과의 빅매치가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임 전 실장의 경우도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3선을 지내 인근 지역구인 수원을에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임 전 실장은 손 고문을 피해 평택을에 출마한다고 해도 3선 출신 정 전 의원과의 맞대결이 예상돼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손 고문은 현재 재보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이번 재보선 결과에 민주당의 명운이 걸려 있는 만큼 당의 적극적인 출마권유가 있다면 '당을 위해 헌신한다'는 명분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손 고문은 지난 2011년 4월에도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렸던 분당을 보선에 출마해 승리한 적이 있다.

인천 서ㆍ강화을 역시 빅매치 예상 지역으로 손꼽힌다. 이곳은 새누리당 대선후보경선에도 참여했었던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출마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 역시 이곳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게 된다면 공천 때부터 치열한 대결이 불가피하다. 다만 충남 천안 출신인 서 고문이 충남 서산ㆍ태안으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전북 전주 완산을에서는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의 출마설이 제기된다. 이 지역은 민주당의 텃밭이라 굳이 중량감 있는 인사를 출마시킬 필요는 없지만 안철수 의원 측이 이 지역을 '호남 교두보'로 삼기 위해 후보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안철수 vs 민주당
새누리당 vs 안철수

안 의원 측 인사에게 맞서기 위해서는 중량감 있는 정 고문이 출마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눈길을 끄는 지역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경북 포항 남·울릉이다.


이곳은 이미 재보선이 확정된 곳으로 이 전 의원의 직계였던 이춘식 전 의원과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 이 지역에 최근 친박계 서청원 고문의 측근인 서장은 전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이 사무실을 마련하고 출마를 준비하면서 친이와 친박 간의 대리전이 예상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10월 재보선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지만 정작 출마가 거론되는 거물급 인사들은 아직까지도 출마 지역을 확실히 정하지 못하면서 정치권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 인사는 출마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태라면 자칫 재보선 출마자들이 낙하산 논란이나 부실공약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다.

정치권의 관계자는 "정치 도의상 대법원 확정판결도 나오지 않은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낙하산 논란이나 부실공약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재보선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들 거물들이 10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다면 정치권의 역학구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청원 고문의 복귀 여부는 정치권의 핫이슈다. 서 고문은 그동안 박근혜정부의 막후실세로 지목받아온 인물이다. 서 고문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등장으로 화제가 된 7인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말 단행한 특별사면에서는 친박계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당시 서 고문의 사면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사면을 반대하는 박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끼워 넣은 카드라고 분석했었다. 서 고문은 당시 가석방으로 풀려난 상태였지만 사면을 통해 상실했던 피선거권을 회복하면서 이번 재보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서 고문은 현재 6선으로 재보선에 당선되면 7선이 돼 하반기 국회의장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서 고문이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비록 지난 대선에서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탈박계인 김 의원이 당내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을 두고 친박계들의 불만이 크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서 고문이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차기 당권 경쟁에 나서고 친박계 의원들이 서 고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이른바 '김무성 죽이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결국 서 고문이 국회에 재입성한다면 새누리당 내 당권경쟁구도가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임태희 전 실장의 행보도 눈여겨볼만 하다. 임 전 실장은 이명박정권에서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실장을 지낸 친이계의 핵심이다. 임 전 실장이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다면 그를 중심으로 친이계가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내년 전당대회를 전후해 급속히 결집될 가능성이 있다.

김무성 견제?
친박 핵심 투입

민주당으로서도 이번 재보선은 분수령이다. 민주당 당대표와 경기지사를 지냈던 손학규 고문이나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고문이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다면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당내 역학구도가 크게 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선거는 박근혜정부 출범 8개월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지닌다. 재보선 가능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7곳은 수도권, 충청, 호남, 영남으로 고루 분포돼 있어 이들 지역이 최종적으로 재보선에 포함된다면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재보선의 결과에 따라 여소야대의 정국이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새누리당은 153석으로 국회 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민주당 127석, 통합진보당 6석, 정의당 5석, 무소속 7석 등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3석을 잃으면 과반이 무너지게 된다. 현재 재보선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 가운데 6곳 정도가 새누리당 지역이다.


박근혜정권 심판? 과반 깨질 수도
통진당 사건 파장 어디까지?

이번 재보선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관전 포인트는 안철수 의원 측 인물들의 재보선 선전 여부다. 안 의원은 이번 재보선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안 의원은 야권연대 없이 독자후보로 승부를 걸겠다고 밝히면서 이번 재보선은 그의 독자세력화 가능성에 대한 첫 시험무대이기도 하다.

만약 안 의원이 내세운 인물들이 이번 재보선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면 안 의원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반대로 재보선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정치권 인사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민주당의 발목만 잡는 모양새가 된다면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통진당 사태 
대형 악재

정치권은 10월 재보선의 판세와 관련 국정원의 통합진보당 수사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한 원내 정당이 내란음모, 국가전복을 기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사건 자체가 무척 민감하고 심각하기 때문이다. 10월 재보선까지 이번 이슈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가 두 달 가까이 지속됐던 경험에 비춰보면 이번 사건이 10월 재보선 판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야권으로서는 대형악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은 더더욱 진보정당과의 연대가 불가능해졌다. 안철수 세력마저 독자출마를 선언한 만큼 이번 재보선에서 야권은 뿔뿔이 흩어져 각개전투를 벌여야 할 처지다. 정치권에서 호남을 제외한 야권의 재보선 전패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이유다.


돌아온 거물들의 각축장이 될 10월 재보선.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그 결과에 벌써부터 정치권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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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