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자' 김한길 벼랑 끝 승부수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8.26 15: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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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 회군이냐 무작정 진군이냐 '진퇴양난 외통수'

[일요시사=정치팀] 이제 갓 당대표 취임 100일을 넘긴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야심차게 시작한 국정원 국정조사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나버렸고, 청와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장외투쟁까지 불사했던 민주당은 이제 와서 국회로 회군할 수도, 그렇다고 무작정 진군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본인의 정치생명을 건 벼랑 끝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11일 서울 시청광장에 마련된 임시 천막상황실에서 초라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김 대표의 아버지 고(故)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의 기일이기도 했다.

취임 100일을 맞이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폭염 때문에 연신 땀을 닦아내면서도 "날이 갈수록 힘이 난다"며 애써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수척해진 얼굴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김한길의 위기
건강까지 악화

김 대표는 5월4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체중이 6kg 이상이나 빠졌다고 한다. 지난 1일부터는 최악의 폭염 속에서 장외투쟁을 주도해오면서 과로, 불면증 등에 시달리며 건강에 적신호까지 켜졌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여러모로 현재 김 대표가 처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듯 했다.

김 대표는 '국정원 정국'이 불거진 이후 밤낮 없이 뛰어다녔다. 취임 후 100일 동안 총 1만3338㎞를 이동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김 대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의 리더십 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어렵게 성사시킨 국정원 국정조사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국정조사 과정에서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몇 가지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라고 보기엔 부족했다. 민주당이 국정원 국정조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들을 감안한다면 그 결과물은 초라하기만 하다.

국정조사가 끝난 후 민주당은 국정원과 경찰의 범죄 행위가 드러났다고 자평했지만 국정조사만을 벼르고 벼르던 민주당이 막상 멍석을 깔아주니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였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6일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청문회였다.

침묵 중인 청와대, 퇴로 닫힌 민주당
장외투쟁 거둘 명분 없어 '진퇴양난'

민주당은 그동안 장외투쟁에서 "'원판김세(원세훈, 김용판, 김무성, 권영세)' 안 나오는 국정조사는 무효"라며 두 사람의 청문회 출석을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장외투쟁의 구호로 사용할 만큼 원하던 인물들이 국정조사장에 출석했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민주당은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질문은 이미 공개된 공소장 내용 위주라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예리한 추궁을 통해 증인에게서 결정적인 진술을 받아낸 것도 아니었다.

다만 민주당 특위위원들은 질문순서가 돌아오면 두 사람의 답변 태도 등을 문제 삼아 호통을 치는 데 더 열을 올렸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청문회를 지켜본 후 "민주당이 두 사람의 증인출석을 왜 그토록 원했는지 모르겠다. 검찰의 공소사실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이고 증인들이 이를 전면부인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냥 두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려고 부른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특히 국정조사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여야 특위위원들의 폭언과 막말 등으로 점철되면서 국민들의 실망감은 극에 달했다. 국정조사가 이런 식으로 끝이 나면서 김 대표는 현재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전면적인 장외투쟁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국회로 회군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국정조사 실패
극에 달한 실망감

일단 민주당은 현재 원내외 병행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장외투쟁을 계속하면서도 국회 일정이 있을 때에는 국회로 돌아와 민생에 차질이 없도록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국정조사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만큼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중단하고 국회로 복귀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민주당은 이 같은 예측을 일축했다.

지난 19일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일부 언론에서 '민주당이 조만간 장외투쟁을 접을 것이다', '장외투쟁 회군을 고심하고 있다'와 같은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현재 원내외투쟁을 병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어떤 원내활동 및 국회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미 국회에 와 있고, 그러면서도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원외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장외투쟁의 장기화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문제는 원내외 병행투쟁이 과연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압박하는 카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민주당이 현재 실시하고 있는 원내외 병행투쟁은 국회활동에 충실하며 장외투쟁을 이어 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한 정치 전문가는 "민주당의 원내외 병행투쟁은 한 마디로 일은 정상적으로 하면서 업무 외 시간에 파업을 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착한 파업'이라면 과연 사업주들이 적극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겠느냐?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국정 정상화를 위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4가지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한 성역 없는 진상조사 ▲성역 없는 책임자 처벌 ▲국회가 중심이 된 국정원의 개혁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그것이다. 하나같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든 요구조건들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국정원 정국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면 원내외 병행투쟁을 철회하고 전면적인 장외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만약 민주당이 전면적인 장외투쟁으로 나설 경우 결산국회는 물론 다음 달 정기국회까지 연계해서 투쟁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면적인 장외투쟁은 너무나 부담스러운 카드다. 자칫 민주당이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4가지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인데 대통령의 사과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의혹에 대해 사과를 한다면 자칫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정통성마저 흔들릴 수 있는 문제다. 민주당이 전면적인 장외투쟁에 나선다면 대통령의 사과 없이는 복귀가 힘들다.

결국 양쪽 모두 끝없는 평행선만 그리다 탈출구가 없는 정쟁의 수렁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 게다가 현재로선 박 대통령이 이번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도 전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사과를 너무 끈질기게 요구하다보면 민주당에 역풍이 불 가능성도 크다. 현재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무려 60%대에 육박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대통령 사과?
증거도 없는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특별검사제를 통해 끝까지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민주당 국조특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조는 문제 해결을 위한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새누리당의 감싸기로 김ㆍ세(김무성, 권영세)에 대한 증인채택이 안된 만큼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특검 카드를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은 채 여론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현재로선 국정조사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마당에 특검제를 도입할 마땅한 명분이 없는데다 여권에서는 특검 요구를 대선 불복 프레임으로 몰고 가고 있고 특검 역시 결론 없이 정쟁만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에서 알 수 있듯이 역대 특검에서 기소된 인사 중 상당수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아 특검이 실시될 때마다 특검무용론이 불거졌었다. 특검을 통해 무엇인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섣불리 발 빼려다간 오히려 '역풍'
당내 강경파 반발 이견도 너무 커

그렇다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회군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장외투쟁이 길어지면서 여론이 민주당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민주당으로서는 회군에 대한 마땅한 명분이 없다. 국정원 사건의 핵심인 박 대통령은 침묵만을 지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인이 회동을 하고 국정원 선거개입 재발방지 약속을 천명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현재 서울시청 광장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박 대통령의 하야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발방지선언 정도로 그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때는 그들과 함께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민주당이 재발방지선언에 만족하고 먼저 발을 뺐다간 지금까지 촛불세력을 이용만 하고 배신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또 현재 국정원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국회 주도의 국정원 개혁안 마련 등 장외투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조건 중 어느 것 하나 성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야 간의 대결 구도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민생 앞세워 회군?
정치적 외통수

현재로서는 민주당이 유일한 명분인 '민생'을 앞세워 회군한다고 해도 회군에 따른 후폭풍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일 것이란 전망이다. 또 회군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당내 강경파들의 거센 반발을 감수해야만 한다.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당이 깨질 것까지 각오해야 하는 결정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최근 국정원 정국과 관련해 김 대표가 외통수에 빠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회군이든 진군이든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책임은 당대표가 모두 짊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김 대표가 국정원 정국에 떠밀려 중도사퇴를 하게 된다면 김 대표는 앞으로 상당기간 다시 당 전면으로 나서기는 힘들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반대로 김 대표가 국정원 사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게 된다면 그의 당내 영향력은 크게 높아지게 된다. 벼랑 끝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김 대표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내리게 될까?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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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