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향한 지독한 충정 '현대판 생육신'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8.22 08:52:53
  • 댓글 0개

해바라기 같은 충정 뒤에 정치적 노림수?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미 퇴임했지만 여전히 '친이(친이명박)'라는 틀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현대판 생육신'이다. 새로운 권력이 나타나면 대부분 새로운 권력을 따라 줄을 서기 마련이지만 이들은 여전히 주군만을 바라보고 있다. 해바라기 같은 이들의 충정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한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박정희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인사를 만났는데 그 전직 장관이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며 "아버지의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들조차 싸늘하게 변해 가는 현실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고 회고했다.

몸값 오른 친이
생육신 이유 있다?

박 대통령이 겪은 일화는 권력을 좇는 이들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권력을 좇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새로운 권력 앞에 줄을 서고 과거 권력에 대해서는 깎아 내리기에 열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2013년 대한민국 정치권에는 '현대판 생육신'이 나타나 눈길을 끈다. 생육신(生六臣)이란 단종이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자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죽은 사육신과 대비하여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살아있는 동안 끝까지 단종에 대한 절개를 지킨 6명의 신하들을 지칭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미 퇴임하고 없지만 여전히 '친이' 'MB(이명박)의 남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정치권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6명의 정치인. 홍준표, 이재오, 조해진, 심재철, 이상득, 원세훈이 그들이다.


우선 친이계로서 가장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경우는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 15대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해 미국 워싱턴에 머물 때에는 함께 워싱턴에서 생활을 하기도 했다.

홍 지사는 평소 이 전 대통령을 '형님'이라 불렀고,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도 '형수'라고 부르며 스스럼없이 대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

홍 지사는 최근 이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비판여론이 일자 이를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홍 지사는 지난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4대강 보로 인해 강물의 수량이 많아져 과거보다 녹조가 줄었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지 않습니까?"라며 "경남에 수도권처럼 비가 왔다면 녹조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사건건 정부와 대립하는 친이계
이명박 향한 충정? 정치적 포석?

홍 지사는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2008년 12월 말 야당 의원들의 출입을 봉쇄한 채 4대강사업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그는 2011년 9월 서울지역 당협위원장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책상에 앉아 욕질만 해대는 야당과는 달리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말로 잘한 공사였다"며 "참 잘된, 친환경적인 공사인데도 불구하고 3년간 비난해 온 야당은 무슨 말을 할지 거꾸로 걱정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 지사는 또 진주의료원 폐업 처리과정에서는 "내가 친박이었다면 나를 이렇게 핍박하겠나"라며 현 정권과 날을 세운 바 있다.

홍 지사 못지않게 이 전 대통령과 친분을 자랑하는 이도 있다. 바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다. 이 의원은 '친이계의 좌장'으로까지 불린다. 이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멘토그룹인 '6인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이 의원에 대해 한나라당 이방호 전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오에 대한 MB의 속정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바꾸기 어려울 만큼 깊고 짙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가장 큰 공신은 사실 이재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의원 역시 최근 정부의 4대강 감사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반기를 들고 있다. 이 의원은 '4대강 전도사'를 자처하며 여러 차례 자전거로 4대강 탐방을 나서기도 했다.

4대강 집단반발
자기방어?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 역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충정은 여전하다. 조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권이 바뀌었는데 친이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이 전 대통령과는 인생 최고의 인연이다. 남들의 시선, 정치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지만 설령 그런 부담이 있다 해도 그보다 몇 배로 자랑스러운 인연"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과거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를 보좌하던 조 의원은 이 총재가 2002년 대선에서 패배 한 후 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 그때 조 의원에게 손을 내밀어 준 것이 이 전 대통령이었다. 2005년 서울시 정무보좌관으로 합류한 조 의원은 이후 청계천 복원과 서울 버스체계 개편 등 굵직한 사업에 참여해 성과를 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역시 최근 정부의 4대강 감사 등 주요현안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을 적극 방어하고 있는 생육신 중 한명이다. 그는 현재 유일한 친이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이 전 대통령과의 사진을 빼고 미래권력인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데 공을 들일 때도 그는 묵묵히 이 전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켰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박근혜당이 되어버린 새누리당에 친이계 의원은 이재오, 심재철 두 명만 남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심 의원은 지난 집중호우 기간 연일 '4대강 효과'를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잇따른 집중호우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인근 홍수피해가 크게 줄었다는 주장이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이 전 대통령을 지키는데 헌신하는 생육신이 있는가 하면 감옥행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이 전 대통령을 몸 바쳐 지키는 이들도 있다. 바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전 부의장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이다.

이 전 부의장과 이 대통령 형제의 유별난 우애는 유명하다. 이 전 부의장은 지난해 7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대표로부터 6억원가량을 수수한 혐의와 자신이 사장으로 재직했던 코오롱그룹에서 자문료 형식으로 1억5000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일정상 충분히 대통령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전 의원 본인이 동생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항소를 결정하고 스스로 특사대상에서 제외됐다는 후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29일 측근들에 대한 대대적인 특사를 강행했다.

최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역시 온몸으로 이 전 대통령을 보호하고 있는 인물이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대표적인 'MB맨'으로 통하며 정보ㆍ권력기관의 최고 정점에서 대통령을 보좌해왔다.


두터운 친분
절대적 충성

원 전 원장은 1973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 내무부 사무관 등을 거쳐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이력의 절반에 가까운 기간을 서울시에서 근무했다. 이때만 해도 정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MB맨'으로 통하게 된 것은 2002년 서울시장으로 선출된 이명박 당시 시장을 부시장으로 보좌하면서부터다.

이 인연으로 원 전 원장은 2008년 MB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선임돼 일약 정권실세로 떠올랐다. 다음해인 2009년에는 이른바 4대 권력기관이라고 하는 국정원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원 전 원장은 이후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국정원장의 자리를 지켰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시기 노무현정부 때 사라졌던 국정원장 독대도 부활시켜 원 전 원장에게 수시로 보고를 받았다.

정치 문외한이던 원 전 원장이 이토록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충성심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원 전 원장에 대해 장세동 전 안기부장을 연상시킨다고 입을 모은다. 안기부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심복이던 장 전 안기부장은 5공 비리에 연루된 혐의 등으로 5공 정권이 끝난 뒤 수차례 구속되면서도 끝까지 전 전 대통령을 지켜냈다.

정치권에선 확실한 물증이 나오지 않는 한 설사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사건의 실제 배후라고 하더라도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사건과 이 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알고 보니 순수한 생육신은 없다?
친이 꼬리표, 오히려 이득 될 수도


그렇다면 과거권력을 등지고 미래권력을 향해 줄서기를 하는 것이 당연한 정치권 인사들이 현대판 생육신을 자처하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있다.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실제 생육신이 그랬던 것처럼 주군에 대한 '충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대판 생육신으로 지칭되는 이들은 모두 이 전 대통령과의 친분이 두텁다. 일부 인사는 이 전 대통령을 '은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에 대한 충정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전문가들은 이미 정치권으로 돌아오기 힘든 이 전 부의장이나 원 전 원장의 경우라면 몰라도 현재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이들에겐 좀 더 현실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이들이 '친이'라는 이름을 유지하며 현 정권과 대립하고 있는 것은 이 전 대통령을 방어하기 위함이라기보단 '자기방어'적 성격이 더 짙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현재 정치권에 있는 이들은 현 정권이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4대강 사업에 연관이 되어있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설령 직접 연관은 없더라도 4대강 사업이 이명박정부의 간판격인 사업이었던 만큼 친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이들이라면 정치적으로 유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친이계 결집
정치권 태풍

또 이들이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유가 친이계의 결집을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친이계는 이 전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인 지난 18대 국회에서 실세로 군림했던 이들로 당연히 모두 재선 이상이다. 현재 상임위에서 위원장이나 간사 등을 맡고 있는 이들도 많다. 소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세력은 별로 없다. 19대 총선을 거치며 새누리당이 '박근혜당'으로 변모한 까닭이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 친이계의 몸값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특히 친이계가 집단적으로 청와대에 반기를 들 경우 여야의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까지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와 친박계가 오히려 친이계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오는 실정이다. 결국 이들이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친이라는 꼬리표를 자랑스럽게 달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심재철 최고위원이 본회의장 누드사진 파문에도 최고위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유일한 친이계 최고위원'이라는 상징성 덕분이었다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판 생육신은 과거 생육신의 순수했던 충정과는 다르게 여러 복잡한 정치적 이해가 얽혀있다는 분석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