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막후실세 7인회 재부상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8.13 13: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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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노땅들 "노병은 죽지 않았다! 다만 자중(?)할 뿐"

[일요시사=정치팀] 저도에서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청와대로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깜짝 인사를 발표했다. 취임 5개월 만에 비서실장을 포함해 수석비서관 절반을 갈아 치운 파격적인 인사였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역시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그는 박근혜정부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권력'으로 수차례 지목받아온 '7인회'의 핵심멤버다. 과연 7인회의 실체는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일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대통령비서실 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예상 밖 깜짝 인사였다. 휴가를 갔던 한 수석비서관은 언론을 통해 인선 발표 소식을 듣고 그때서야 급거 청와대로 복귀했을 정도였다. 청와대 고위직들에게 조차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던 인사였던 것이다.

7인회 재조명
밀봉인사 어디까지?

박 대통령은 이날 신임 비서실장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 정무수석비서관에 박준우 전 주벨기에·유럽연합(EU) 대사, 민정수석에 홍경식 전 서울고검장, 미래전략수석에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회장, 고용복지수석에 최원영 전 보건복지부 차관을 임명했다. 불과 취임 5개월여 만에 이뤄진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였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단연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인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다. 김 신임 비서실장은 지난 대선기간 논란이 되었던 '7인회'의 핵심멤버다. 김 실장은 이번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인사에서 야당이 가장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인물이다. 김 실장은 1972년 유신헌법 초안작성에 가담했으며 지난 1992년 발생한 '초원복집 사건'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유명한 유행어를 낳은 초원복집 사건은 제14대 대통령선거를 일주일 앞둔 1992년 12월11일, 당시 김기춘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김영환 부산시장, 정경식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박일용 부산지방경찰청장, 이규삼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부산지부장, 김대균 부산기무부대장, 우명수 부산직할시 교육감,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장 등이 부산 초원복집 식당에 모여 김영삼 민자당 대선후보의 승리를 위해 불법선거운동을 모의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선거승리를 위해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공무원을 동원하여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점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과 비슷하다.

김기춘 비서실장 발탁으로 7인회 급부상
7인회 중 벌써 3명 정치전면 나서 주목

새누리당의 김용태 의원조차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유신검사이자 초원복집 파문의 주역인 김 전 법무장관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것을 두고 "야당이 펄펄 뛰는 심정이 이해가 간다"고 말을 했을 정도다.

이 같은 논란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박 대통령은 김 실장의 임명을 강행했다. 때문에 대선이 끝난 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7인회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7인회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12년 5월이다. 당시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경남도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 모두발언에서 7인회를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7인회가 있다고 하는데 그 면면을 보면 수구꼴통이어서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당의 몇몇 원로 되시는 분들이 자발적 친목모임을 갖고 가끔 점심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분들이 초청을 해 한두 번 오찬에 가 뵌 적은 있지만 7인회라는 말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7인회의 존재를 적극 부인했다.

7인회는 새누리당 김용환(81) 상임고문을 좌장으로 하는 7명의 원로모임이다. 김용환, 최병렬(75) 새누리당 상임고문과 조선일보 부사장을 지낸 안병훈(75) 기파랑 대표, 김용갑(77), 현경대(74) 전 의원, 강창희(67) 국회의장, 김기춘(75) 비서실장 등이 그 멤버다.

대통령 불러놓고
단순 친목모임?


7인회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미 이명박정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원로모임 그룹인 6인회가 많은 말썽을 일으켰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6인회 멤버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상득 전 의원, 이재오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김덕룡 전 의원으로 이명박정권의 개국공신들이다. 하지만 이들 6인회 중 절반이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면서 이 전 대통령은 수모를 겪어야 했다.

7인회 구성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7인회 좌장격인 김용환 상임고문은 박정희정권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무부 장관을 지냈으며, 김용갑 전 의원은 육사 17기 출신으로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 시절 안기부 총무국장 기조실장을, 5ㆍ6공에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총무처 장관 등을 지냈다.

최병렬 상임고문은 유신 시절 조선일보 정치부장, 편집국장을 거쳐 5공 출범 직후 민정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최 고문은 2004년 한나라당 대표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해 '탄핵 5적'으로 불린다.

안병훈 기파랑 대표는 유신시절 조선일보 청와대 출입기자로 활동하며 박 대통령과 알고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경대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의 외곽조직인 '한강포럼'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5월엔 민주평통수석부의장으로 임명됐다. 민주평통은 대통령 자문 헌법기관으로 대통령이 의장이고 부의장은 대통령이 지명한다.

7인회의 막내격인 강창희 국회의장은 육사 25기 하나회 출신 5공화국 인사다. 강 의장은 1980년 육군중령으로 예편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민주정의당 창당에 참여해 1983년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리고 신임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은 물론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누구보다 깊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5·16장학회가 주는 장학금을 받아 학업을 마쳤으며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들의 모임인 상청회 회장을 맡은 바 있다.

1972년 당시 검사 시절에는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참여했고 박정희정권 말기에는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했다. 무엇보다 7인회 멤버들의 공통점은 박 전 대통령 시절뿐만 아니라 1979년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에도 살아있는 권력들의 눈치를 살펴가면서까지 박 대통령을 꾸준히 보살펴온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지난 2007년 대선경선과 지난해 대선에서도 각자 큰 역할을 해냈다. 때문에 7인회 멤버들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은 누구보다 각별할 수밖에 없다.

물론 박 대통령을 비롯해 7인회의 멤버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현재까지도 7인회의 존재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대 거물 정치인 중 한 사람인 박 대통령을 불러다가 식사를 함께 할 정도인 모임을 단순한 친목 모임으로 볼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실제로 7인회가 박근혜정부 첫 인사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은 정치권의 정설이다.

7인회 전성시대
막강한 영향력

우선 정홍원 국무총리를 박 대통령에 추천한 사람은 김 실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실장과 정 총리 두 사람은 경남중 동문이다. 1987년 김 실장이 법무연수원장으로 있을 때 정 총리는 법무연수원 기획과장으로 손발을 맞췄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김 실장의 도움이 컸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강창희 국회의장과 육사 동기(25기)인 남재준 전 육군 참모총장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가정보원장에 임명됐다. 앞서 남 원장은 2007년 박근혜 캠프에서 국방·외교·안보 정책자문위원, 지난 대선 때는 국방·안보특보를 맡은 바 있긴 하지만 국정원장에 임명될 수 있었던 것은 강 의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였던 안병훈 기파랑 대표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서울고 선후배 사이다.


각종 비리 연루 MB 6인회 전철 밟을까?
7인회-친박계 간 권력암투 조짐 엿보여

7인회의 좌장으로 불리는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지난 대선에서 동교동계인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캠프에 합류하도록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 전 대표는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이처럼 7인회가 박근혜정부의 실세로 부각되면서 정치권의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도 밀봉인사를 했던 것은 이른바 인사 줄대기를 막아보자는 의도였는데 명실상부 7인회가 박근혜정부의 실세로 떠오르면서 인사 줄대기가 다시 극성을 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용갑 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실장은) 인품이 훌륭하니까 발탁됐다. 7인회는 없고, (이번 인사와) 아무 관계도 없다"며 "우리는 정치하는 사람도 아니고, 벌써 물러난 사람이다. 그런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같이 보이니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나머지 멤버
향후 활동은?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나머지 7인회 멤버들도 곧 정치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7인회 멤버들이 고령이라는 점을 들어 박근혜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막후실세로만 활동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이후 7인회 멤버 중 벌써 세 명이 정치전면에 나서자 나머지 멤버들도 향후 어떤 식으로든 정치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청와대 참모진 개편인사를 두고 당청 간의 소통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향후 7인회와 친박계 간의 권력암투가 벌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정치권에서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이번 청와대 참모진 인사과정에서 친박계가 추천한 인사들은 모두 배제되고 7인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친박계가 7인회를 본격적으로 견제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에서 떠도는 소문의 골자다.

실제로 이번 청와대 참모진 인사를 두고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는 안정과 경험을 중시한 인선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친박계 내부에서 들려오는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가 사실상 이번 청와대 참모진 인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7인회에 대한 견제구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대통령이 원로들에게 국정에 관한 조언을 받는 것은 도움이 되겠지만 지나치게 강경한 보수이미지를 가진 원로들을 국정 전면에 내세울 경우 새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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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