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역대 대통령 고향 발전사 엿보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8.12 11: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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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하면 "당연한 것!" 낙후되면 "웬 역차별?"

[일요시사=정치팀] 국내 경기가 아무리 냉랭해도 대통령의 고향은 불황이 없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이 취임한 후 대통령의 고향이 급격하게 발전하며 특혜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역대 대통령의 고향은 늘 주목을 받아왔다. 이처럼 지역주의는 반드시 척결해야 할 구태지만 어쩔 수 없는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이기도 하다. 역대 대통령들의 고향은 그동안 어떤 특혜를 받아왔던 것일까? <일요시사>가 역대 대통령의 고향 발전사를 살펴봤다.



우리나라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고향은 황해도 평산이었다. 게다가 이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독립하기 전까지는 줄곧 해외에서 독립운동에 매진하다 광복 이후 국내로 돌아왔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고 할 만한 곳이 국내엔 없었고 지연을 이유로 특혜를 입은 지역도 딱히 없었다.

대통령의 힘
대도시로 탈바꿈

이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집권한 윤보선 전 대통령의 고향은 충청남도 아산이었지만 윤 전 대통령 역시 채 2년이 되지 않은 임기로 고향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대통령의 고향이 본격적으로 혜택을 입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였다.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은 경북 구미다.

구미는 역대 대통령 고향 중 가장 크게 성장한 도시이기도 하다. 당시만 해도 구미는 인구 2만의 작은 농업도시였지만 박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구미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현재는 연간 350억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국가산업의 전진기지로 발돋움 했다.

정부가 구미에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게 된 것은 구미가 풍부한 용수와 노동력, 편리한 교통 등 내륙이지만 수출 공업단지에 적합한 조건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미가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고향발전을 염두에 두고 구미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했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묻지마 투자'로 야당 반발 직면하기도
취임만 해도 기대심리로 부동산 호황

박 전 대통령이 고향발전을 염두에 두고 구미에 산업단지를 조성한 것인지 단지 입지조건이 맞았기 때문인지는 여전히 논란거리지만 어찌됐든 박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인구 2만의 구미시는 발전을 거듭해 현재는 인구 50만의 경북 제1의 도시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오른 이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다. 최 전 대통령의 고향은 강원도 원주시. 하지만 최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리를 1년도 채 지키지 못했다. 최 전 대통령은 역대 최단 기간 대통령직을 역임했다는 불명예스런 기록의 소유자다. 당연히 고향이 혜택을 받을 시간도 없었던 것이다.

다만 최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시절 자신의 모교인 원주초등학교의 도서관 신축을 위해 금일봉을 전달하고 편지도 직접 써 보냈으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정관계 인사들과 만날 때면 낙후된 강원도와 원주 발전을 위해 신경 써 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후문이다.

수십년 묵은 사업도
한마디에 OK

최 전 대통령에 이어 권좌를 차지한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다. 전 전 대통령의 고향은 경남 합천이다. 전 전 대통령의 고향 사랑은 무척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합천은 인근에 지방도가 새로 생긴 것을 제외하고는 전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큰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나마 가장 큰 변화는 전 전 대통령이 합천에 합천댐을 건설한 것이다. 합천댐은 전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인 1984년 4월 본격 착공해 1988년 12월 준공했다. 합천은 다목적댐인 합천댐의 건설로 홍수조절과 수력발전은 물론이고 훗날 관광지로 변모하며 크게 발전했다. 합천댐 건설과 도로정비는 전 전 대통령의 막후지원이 큰 힘이 됐다.

합천댐은 일제시대부터 계획이 있었지만 수십 년 동안 실행되지 못했던 것을 전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실행에 옮긴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 역시 합천댐의 건설이 합천군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전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취임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고향은 대구시 동구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마을은 역대 대통령 고향 가운데 가장 변화가 없는 곳으로 손꼽힌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고향인 대구시 동구 팔공산 자락에 순환도로를 내 시민들의 팔공산 접근성을 크게 높였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발전 현황이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원성이 높다는 후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고향인 경남 거제시는 한때 'IMF도 피해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크게 발전했다. 특히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잠재적인 발전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거가대교는 김 전 대통령 생가가 위치한 거제시 장목면과 부산 강서구 천성동 가덕도를 잇고 있다.

거제시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과거 어촌마을이었던 거제시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초대형 조선소가 들어오면서 크게 발전했고 1인당 국민소득 역시 울산, 구미, 포항, 창원 등과 함께 전국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고향사람들의 평가는 야박하다. 조선소가 없었으면 거제도는 죽은 도시라는 것이다. 사실상 김 전 대통령은 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은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로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한 호남출신 인사였다. 역대 정권을 거치며 소외감을 느꼈던 호남에서는 김 전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하의도는 목포에서 뱃길로 150리나 떨어진 섬이라는 한계가 있었고 김 전 대통령은 실질적 정치적 고향인 목포 발전에 많은 투자(?)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많은 예산을 투입해 목포대교, 북항과 신항, 쌍둥이 빌딩 등 목포 미래 발전의 밑거름을 마련했다. 특히 목포-광양 고속도로는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예비타당성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예산이 본격 투입돼 건설됐다.



김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가 고향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임기 중 김해시는 전체적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도로가 확장됐으며 주변에 아파트들도 많이 들어섰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예산을 몰아줬다고는 볼 수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은 특이하게도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한 후 더욱 발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간 첫 대통령이었다. 논과 밭이 즐비한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던 경남 김해 봉하마을은 퇴임한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서고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묘역까지 이곳에 마련되면서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몰리게 됐다.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시설들이 속속 들어서며 발전을 거듭했다. 이후 봉하마을에는 165억원이 투자돼 종합복지관, 정자, 생태연못, 생태체험장 등을 갖춘 '웰빙 생태마을'로 변신했다.

관광객 행렬
또 다른 부수입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뒤 애정을 쏟았던 친환경 생태농업이다. 노 전 대통령 덕에 홍보효과는 높았고 친환경 무농약쌀인 봉하쌀은 매진행렬을 이어갔다. 경남도가 발표한 지역별 인구증감 추세에 따르면 김해시는 도내 인구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김해시는 지난 2010년 10월4일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15번째로 인구 50만명을 돌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일본 태생이다. 하지만 실질적 고향은 경북 포항.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매년 예산심사 때마다 자신의 고향이자 이 전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에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과도하게 책정해줘 논란을 겪었다.

이른바 '형님예산' 논란이었다. 당시 야당이 지목한 형님예산 사업은 포항~삼척철도건설(1100억원)과 울산~포항복선전철(2200억원), 포항영일만신항인입철도(100억원), 포항영일만항(126억원) 등이었다.

사실 이 전 대통령의 대구·경북(TK)사랑은 유별났다. 이 전 대통령은 경북 포항출신으로 명실상부 TK정치인이었지만 TK지역에서 지지기반이 유독 약했다. 때문에 더욱 TK지역에 신경을 썼던 것이다.

살림살이는 나아졌는데 만족은 못해
고향 특혜냐 배신이냐 대통령의 딜레마

이상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의 약점은 대구·경북 사람들이 대통령을 고향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동생이기는 하지만 불쌍하고 가련할 때가 많다"고 말할 정도였다. 실제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TK지역에서 이 전 대통령은 박근혜 당시 경선 후보에게 사실상 완패 했다. 이때부터 TK를 향한 이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구애는 시작됐다.

이동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 같은 경우도 이 대통령이 챙겨주지 않았으면 선정되지 못했을 프로젝트"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사실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유력한 후보는 일찍부터 의료기기 클러스터를 준비해온 강원 원주시였다. 원주시를 제치고 대구가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선정됐을 때 특혜 논란이 많았는데, 이 홍보수석비서관이 특혜 논란을 확인해준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은 대구 달성군이다. 대구·경북의 부동산 시장은 최근 나홀로 호황이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올 상반기 대구의 부동산 매매가격 상승률은 3.6%로 전국 평균(-0.2%)을 크게 웃돌았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6월 기준 대구 매매가는 1년 전에 비해 8.0%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4.22% 떨어졌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구미가 5.42%로 전국 시·군·구 중 1위를 차지하는 등 경북 지역의 상반기 부동산 상승률도 3.17%였다. 이제 겨우 취임 6개월을 맞이한 박 대통령은 고향 지원을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았지만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기대심리가 대구지역의 부동산 호황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취임만 해도
부동산 호황

특히 박근혜정부에서의 지방공약 중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지역 공약이 최우선적으로 시행되지 않겠냐는 기대심리가 지역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출신지역에 따른 지역적 차별은 끊임없이 논란이 돼왔다. 대통령이 취임한 후 대통령의 고향이 급격하게 발전하면 특혜 논란이 일었고, 반대로 고향발전이 더딜 경우엔 지역여론이 배신감으로 들끓기도 했다. 고향만 챙길 수도, 고향을 안 챙길 수도 없는 대통령의 딜레마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에 대해 "역대 대통령의 고향이 상대적으로 특혜를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무리 특혜를 줘도 대통령을 배출한 고향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긴 어려웠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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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