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번지는 '촛불 차단' 전략 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8.06 1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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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 두 번 당하면 바보?"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이 지난 1일 서울광장에서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이는 사실상 촛불시위세력과의 연대로 광우병 촛불시위 이후 5년 만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촛불시위로 하야 위기까지 몰렸었다. 때문에 보수진영에선 촛불에 대한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있다. 5년 만에 다시 타오른 촛불을 차단하기 위해 여권은 어떠한 전략을 세워놓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파행에 반발하며 지난 1일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소속의원의 국정원 규탄 촛불시위의 참여를 자율에 맡겨왔지만 이제부터는 소속의원과 당직자의 참여를 적극 권유하기로 했다. 사실상 촛불시위 세력과의 연대다.

촛불 트라우마

지난 6월21일 시작된 촛불시위는 일주일 만에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284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면서 3000여 명(경찰 추산 180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7월27일에는 집회 참여자가 2만5000여 명(경찰 추산 6800명)까지 늘었다. 당시 비가 내렸던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인원이 참여한 셈이다.

지난 2008년 이후 5년 만에 촛불이 다시 타오르면서 여권은 긴장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촛불시위로 하야 위기에까지 몰렸었다. 때문에 보수진영에선 촛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고, 벌써 촛불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들을 물밑에서 가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촛불을 차단하기 위한 여권의 전략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달 23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계엄요건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계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발생 시 국가의 안전과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일부 제한하고 행정 및 사법절차를 군에 이관하는 제도다.

국정원 사태로 촛불시위가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인 김 의원이 계엄과 관련한 법안을 발의하자 논란이 일었다. 촛불시위가 확산되니까 이를 막기 위해 계엄법을 만지작거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개정안은 계엄선포 기간을 6개월로 제한하되, 연장이 필요할 경우에 규정을 준용해 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내용상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만 개정안의 주요내용 중 계엄선포 기간을 6개월 이내로 제한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이지만 필요하면 연장이 가능하므로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또 계엄법은 국방위원회 소관인데 김 의원을 비롯해 법안을 공동발의한 10명의 의원 중 국방위 소속은 단 한명도 없었다. 전체적으로 뜬금이 없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시민 단체들은 "법안의 내용과 상관없이 대표적인 친박 인사가 이렇듯 엄중한 때에 뜬금없이 계엄법을 만지작거리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에겐 큰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폭력시위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어떤 경우에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당시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발생한 희망버스 측과 경찰 측의 충돌과 관련한 경고성 메시지였으나 사실상 촛불시위까지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언론에 대한 정부여당의 통제 의혹도 있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가 전국적으로 타오를 수 있었던 것은 언론의 힘이 컸다. 지난달 29일 민주주의지킴이 대학생실천단은 여의도 KBS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시민들의 목소리를 보도하라"고 촉구했다.

'촛불 끄기' 전략 이미 가동됐다
전방위 압박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국정원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매주 거리로 나오는 국민들의 숫자는 늘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2만5천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지난 토요일 촛불집회 또한 KBS와 MBC에서는 단 한 마디도 보도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지난달 7일부터 28일까지 KBS·MBC의 오후 9시대에 방송된 주요 뉴스들을 조사한 결과 KBS는 국정원 관련 보도가 4건, MBC는 8건이었으며, 그 내용은 대부분 국정조사 파행을 강조하거나 야당 인사들의 막말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또 새누리당에서는 촛불시위 깎아 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민주당이 2008년 대통령선거에 불복을 하고 촛불집회를 일으키면서 나라를 아주 어지럽힌 전례가 있다"면서 "이번 대선에도 불복하는 심리가 민주당 저변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또 이완구 의원은 "촛불집회 나오는 분들은 지난 광우병 때도 했던 분들이고, 항상 문제 있을 때도 그렇고, 그 분이 그 분"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언급한대로 촛불시위의 가장 큰 원동력이자 가장 큰 걸림돌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의 경험이다. 당시 촛불시위는 대통령의 사과까지 이끌어내는 등 결집된 시민들의 힘을 보여주었지만 이후 우리나라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으로 떠올라 진보진영 내부에서조차 근거가 약한 주장에 휘둘린 것이 아니냐는 내부반성이 이어졌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은 지난 5·4전당대회에서 기존 당 강령 전문에 적혀있던 '2008년 이후 촛불민심이 표출한 시민 주권의식 및 정의에 대한 열망을 계승 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기도 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촛불시위 세력과 다시 손을 잡는다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약점을 파악하고 현재의 촛불시위를 지난 2008년 촛불시위와 적극적으로 연관 짓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촛불시위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5년 전 촛불시위는 분명 실패의 경험이다. 처음에는 평화적인 문화제의 성격으로 시작해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지만 결국에는 폭력시위로 변질됐고 참여했던 많은 일반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이런 경험을 가진 국민들이 다시 촛불에 현혹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흔들리는 촛불

특히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를 수용하면서 근 한 달 간 시간을 끈 것도 촛불차단의 한 전략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국정원 이슈를 너무 오랫동안 끌어 국민들의 피로감의 커진데다가 국정조사를 정쟁으로 점철시키면서 정치 혐오까지 겹치면서 촛불시위의 원동력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대선불복론과 보수진영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종북세력 배후설 등은 앞으로 촛불 흔들기에 주효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전개될 촛불 흔들기 전략은 지난 2008년을 되돌아보면 알 수 있다. 정부여당은 이미 촛불시위를 겪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시 사용했던 효과적인 촛불 흔들기 전략들이 다시 등장할 것이란 예상이다. 정부여당의 전방위 촛불 흔들기 전략에 맞서 민주당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국회를 박차고 나온 민주당의 시련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의 촛불 딜레마
'촛불'을 '국민'으로 고쳐 읽어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지난 1일 장외투쟁과 관련한 첫 일성에서 촛불이란 단어를 국민으로 고쳐 읽었다. 전날 기자회견문 초안에는 "수천, 수만 진실의 촛불이 함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는 문구가 있었으나 기자회견장에서는 '촛불' 대신 '국민'이라는 표현으로 바꾼 것이다. 

이는 새누리당에 역공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신중 모드로 풀이된다. 촛불과 본격 결합하게 되면 자칫 '대선 불복'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대표는 장외투쟁 일성에서 촛불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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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