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안보라인 '계륵'된 사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23 10: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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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수도 취할 수도 없는…NLL딜레마 빠져 '허우적'

[일요시사=정치팀] 정국을 집어삼킨 NLL대화록 진실공방이 길어지고 있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진 NLL 진실공방에서 밀린다면 여야 모두 치명적인 상처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할 박근혜정부의 안보라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어찌된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이후 잠잠해졌던 NLL 진실공방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6월17일. 민주당 소속 박영선 법사위원장의 "NLL 포기 논란은 국가정보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는 발언 때문이었다.

박 위원장의 발언으로 촉발된 NLL대화록 진실공방은 벌써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여야는 논란이 커지자 끝장을 보겠다며 지난 2일 '남북정상회담회의록 자료제출 요구안'마저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대화록 원본이 공개돼도 열람한 의원들 사이에서 해석에 대한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NLL 진실공방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알아도 모르는 척

한편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지난 11일 난데없이 박근혜정부의 안보라인 실세들을 겨냥한 성명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문 의원은 이날 '김장수 실장님, 김관진 장관님, 윤병세 장관님 진실을 말해 주십시오'라는 성명서를 통해 참여정부 출신으로 박근혜정부에서 외교·안보 분야 요직을 맡고 있는 인사들의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참여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이들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실질적인 업무를 도맡아했던 인물들이다.

우선 김장수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당시 국방부장관이었다. 김 실장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국방부장관으로서 적국의 수장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는 이유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허리를 편 상태로 악수를 해 '꼿꼿장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이 같은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 김 실장은 대표적인 ‘NLL 고수론자’다.


김 실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 국방장관으로서 노 전 대통령을 수행했고, 남북정상회담 전후의 준비논의와 정상선언 이행 대책 논의에 두루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김 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NLL에 대한 입장과 공동어로구역의 취지를 여러 번 들은 바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 실장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에서 열린 국방장관회담에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고 참석하기도 했다. 특히 김 실장은 국방장관 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노 전 대통령에게 NLL협상에 대한 지침까지 받아갔던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김 실장은 NLL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관진 현 국방부 장관도 NLL논란에서 비껴갈 수 없다. 김 장관은 당시 합참의장이었다. 김 장관은 2007년 8월 노 전 대통령이 주재한 남북정상회담 자문회의 때 당시 눈병이 난 김장수 국방장관을 대신해 참석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당시 회의에서 국방부와 군의 입장을 대변해서, NLL을 기선으로 해서 남북의 등거리 수역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역시 당시 안보정책수석으로 정상회담 전반을 아우르는 실무책임자였다.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부터 정상회담에 필요한 자료는 윤 장관이 총괄하는 안보정책실에서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당시 안보정책실에서 만든 자료에는 NLL을 기점으로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이 표시된 지도가 들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정권 송두리째 흔들려
NLL 진실공방 길어질수록 청와대 심기불편

윤 장관은 정상회담 준비과정 및 이행을 위한 후속회의 등 거의 모든 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외교부 관계자도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관련 모든 중요한 회의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고 모든 것을 꼼꼼히 챙기던 윤 수석이기 때문에 NLL 관련 노 전 대통령 말씀은 놓치려야 놓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때문에 민주당은 이들 세 사람을 향해 "진실을 알고 있지 않느냐"며 다그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의원은 "세 사람이 더 이상 침묵을 지킨다면 비겁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박근혜정부의 안보라인 핵심 3인방은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도 각각 국방장관, 합참의장,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으로서 핵심 멤버였고, 여기서부터 바로 박 대통령의 고민은 시작된다. 정황상 이들은 NLL 논란의 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이 입을 연다면 의외로 NLL진실공방은 의외로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감히 새누리당 진영에선 이들에게 입을 열라는 요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이들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사실상 NLL을 포기하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주장한다면 이들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이 당시 실무책임자였던 만큼 공동책임론에 휩싸이게 되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의 안보라인 핵심 3인방이 NLL과 관련한 책임론에 휩싸인다면 정부와 새누리당으로서는 치명타다.

국민들이 이들의 주장을 쉽사리 믿어줄지도 의문이다. 최근 국방부와 국정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NLL 공동어로수역 설정은 NLL 포기가 맞다"고 주장했지만 생각보다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행동이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는 당연히 정부와 새누리당 진영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메가톤급 발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NLL정쟁에 몰두해온 정부와 새누리당으로서는 이들의 입에서 그러한 발언이 나온다면 지지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는 위기다. 하지만 이들이 언제까지고 침묵만을 지키고 있을 수만도 없다.

몰라도 아는 척

이들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의심은 커져가고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되기 때문이다.
몰랐다고 잡아뗄 수도 없다. 당시 핵심 인물들이 전후 사정을 몰랐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거나, 직무유기거나, 무능하거나 셋 중 하나다.

개인의 무능으로 선을 긋고 끝낼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들을 다시 기용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란 점에서다. 이들은 누구보다 NLL대화록의 진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쉽사리 입을 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이들 3인방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침묵의 명분은 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실무자가 자칫 정쟁에 얽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세 사람이 처한 'NLL딜레마'를 고려할 때 침묵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선 이들이 입을 열지 않는 것은 자신이 모셨던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의리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딜레마에 빠진 것은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박 대통령이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안보라인을 전면적으로 교체할 수 있는 명분도 없다. NLL 진실공방이 길어질수록 박 대통령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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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