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의원, 경찰간부 폭행 진실공방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3: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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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경찰간부 귀싸대기?"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 소속 김태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위원장이 술자리에서 경찰간부를 폭행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당사자들은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즉각적인 진상 조사와 책임자의 처벌을 요구하며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김 위원장의 경찰간부 폭행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진실공방을 살펴봤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김태환(경북 구미을) 의원이 지난달 17일 술자리에서 이철성 경찰청 정보국장을 폭행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당사자인 김 위원장과 이 정보국장은 이 같은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신빙성 있는 목격담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폭언 또는 폭행

게다가 김 위원장과 이 정보국장의 해명 역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폭행 의혹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폭행의혹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사안 자체가 워낙 민감한데다 민주당이 이 사건을 '귀태 발언' 논란으로 위축된 정국을 반전시킬 카드로 보고 즉각적인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현직 경찰 모임인 대한민국무궁화클럽도 지난 16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은 경찰 전체 조직에 대한 모독이라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문제는 사건의 전말에 대해 목격자마다 진술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17일 오후 7시경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당에서 발생했다.


사건이 발생한 일식당에 있었던 참석자는 김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박덕흠, 강기윤 의원, 민주당 이찬열 의원 등 국회 안행위 위원들과 이성한 경찰청장, 최현락 수사국장, 이 정보국장 등이었다. 이 정보국장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술자리에서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이 정보국장은 여종업원에게 5만원을 팁으로 줬고, 이를 본 김 위원장이 '건방지다'며 언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이후 이 정보국장이 선약이 있다며 식사 중간에 자리를 뜨려 하자 김 위원장은 '당신만 바쁜가?'라며 다시 언성을 높였고, 이 정보국장에게 물수건과 음식물 등을 집어던지고 식탁을 내려치며 뒤엎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다른 주장도 있다. 지난달 17일은 이성한 경찰청장이 안행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날인데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의사일정에 없던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수사 축소 발표 의혹에 대한 현안보고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경찰청장은 따로 자료준비를 해오지 못했다며 보고를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술자리에서 위원장인 김 의원이 이 청장의 답변 태도가 불성실하다며 심하게 질책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 정보국장이 김 의원에게 항의를 했고, 이에 발끈한 김 의원 이 정보국장의 뺨을 때렸다는 것이다. 김 의원과 이 청장은 ROTC 선후배 사이로 평소 김 의원은 이 청장을 절친한 후배처럼 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감기관 지위 이용한 갑의 횡포?
김태환 "사실무근, 법적대응 할 것"

심지어 일부에서는 이 정보국장이 먼저 김 의원에게 물수건을 던져 김 의원이 이 국장의 뺨을 때린 것이라는 진술도 있다. 김 의원이 술자리에서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다룬 경찰의 태도를 문제 삼아 경찰을 호되게 질책하는 와중에 앞에 앉아있던 경찰간부들을 향해 "요즘 경찰은 일을 그따위로 하느냐?"며 "꺼져라"라고 호통을 쳤고, 이에 화가 난 이 정보국장이 "위원장님 너무 하신 것 아니냐"며 김 의원과 언쟁을 벌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고 이 정보국장을 질책하자 이 정보국장이 김 의원에게 물수건을 집어 던졌고, 이에 화가 난 김 의원이 이 정보국장의 뺨을 때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만찬 자리에 동석했던 민주당 이찬열 의원은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들어온 사이에 이미 뭔가 잘 모르겠지만 상황이 종료된 뒤였다. 해당 간부가 부축을 받으면서 나가는 것을 봤다"고 증언하면서 구체적인 전후관계야 어찌됐든 김 의원이 이 정보국장을 폭행한 것은 사실이라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정황을 입증할 CCTV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사건이 일어난 식당에 설치되어 있는 CCTV는 모두 4대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정보국장이 부축을 받고 나간 것이 단순히 과음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CCTV를 분석해보면 사실여부를 확실하게 가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진실규명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일단 당사자인 김 의원과 이 정보국장이 단순한 언쟁이 있었을 뿐이라며 사건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공식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이번 경찰간부 폭행사건과 자신은 무관하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또 "일부 언론이 마치 자신이 폭행을 한 것처럼 보도했다.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 언론사와 기자에게는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며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들이 정정보도를 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찰청장도 지난 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고성이 오간 사실이) 없었다고 하기는 뭣하다. 의견이 안 맞았으면 이야기가 오갔을 수는 있다"면서도 "요새 맞고 다니는 경찰간부가 있겠느냐"며 폭행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전적도 화려

하지만 민주당과 전현직 경찰 모임인 대한민국무궁화클럽은 "경찰청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피감기관으로 갑을관계이기 때문에 사건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며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경북도당은 이미 김 의원의 폭행사실을 기정사실화 하며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김 의원의 행태를 심각한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김 의원의 의원직 즉각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김 의원의 경찰간부 폭행 의혹은 한동안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전망이다.

한편 김 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자신이 과거 구설수에 올랐던 사건들까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으며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04년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골프장에서 술을 마시고 60대 경비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었고, 2007년에는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구미역에서 같은 당 의원과 동석하기 위해 역무원에게 자리를 바꿔달라고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거칠게 항의하며 소란을 피운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샀다.

또 2008년에는 8·15 광복절을 전후해 허태열 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일본 오사카로 골프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한 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이렇듯 과거 전적이 화려한 김 의원이기에 이번 경찰간부 폭행 의혹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민주당과 대한민국무궁화클럽 측의 주장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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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