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터지는 '국회 비례대표' 천태만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23 10: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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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자리 나눠먹기'도 모자라 '비리의 온상'

[일요시사=정치팀] 최근 국회에서는 정치쇄신 과제 중 하나로 비례대표 의석의 확대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는 지난 4일 현재 54명인 비례대표를 100명까지 두 배가량 늘리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비례대표제의 확대가 정치쇄신을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일요시사>가 살펴본 비례대표제의 현주소는 무척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비례대표제란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기존 지역구의원으로는 들어올 수 없는 전문가를 영입하고, 다수대표제와 소수대표제로 인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소수자를 우대함으로써 사회의 다양성과 복잡성에 부응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은 따로 선거를 치르지 않고 정당의 득표수에 비례하여 순번에 따라 금배지를 가슴에 단다.

뭐? 비례대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63년 실시된 제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되었다가, 이후 1973년 실시된 제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폐지됐다. 그러다 1981년 실시된 제1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다시 도입된 것이 현재까지 오게 된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정치쇄신 과제 중 하나로 비례대표 의석의 확대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비례대표제의 확대는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이 원칙적으로 동의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치권이 정치쇄신의 과제로 내놓은 비례대표제의 현주소는 암울하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하다. 비례대표제의 확대가 과연 정치쇄신을 이끌지 의문시 되는 게 현실이다.

우선 현재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청년 비례대표들의 사례다. 현재 19대 국회에는 청년 비례대표 5인이 활동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김상민, 이재영 의원과 민주당 김광진, 장하나 의원, 통합진보당의 김재연 의원 등이다.

국회는 이들의 입성으로 청년문제 해결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성적표는 무척 실망스럽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들 다섯 명의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모두 117건이다.

하지만 이들은 청년층을 대표해 국회에 입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층과 직접 관련된 법안을 대표발의한 경우는 전체 법안 중 채 20건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대부분은 청년과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법안들이었다.

게다가 이중에서 가결된 법안은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발의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단 1건뿐이었다. 청년 비례대표 의원들은 국회 개원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청년층을 위한 법안을 단 한 건도 통과시키지 못한 셈이다.

이처럼 비례대표가 당초 취지와는 무색하게 활동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일단 상임위 배정부터 비례대표의 전문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상임위 배정에서도 힘의 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초선으로 선수(選數)에서 밀리는 비례대표들은 상임위 배정과정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다.

결국 전문가라고 데려다 놓고는 힘의 논리에 따라 전혀 엉뚱한 상임위에 배치해놔 전문성을 사장시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상임위별로 미리 자리를 만들어놓고 그에 맞는 인사들을 비례대표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게다가 일부 의원들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고도 지역구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비례대표의 본래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행동이다. 현재 새누리당 손인춘(경기 광명을), 박창식(경기 구리시) 의원과 민주당 김기준(서울 양천갑), 백군기(경기 용인갑), 홍의락(대구 북구을) 의원이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비례대표 의원이지만 지역구에서 활동하며 상대당 현역의원과 지역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지역구는 이례적으로 2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주먹구구식 비례대표 선정, 비리 개연성 커
비례대표 본래 취지 무색, 법안발의 미흡

일부 비례대표는 국회 입성 후 주요당직을 맡아 전문성 있는 법안 발의보다는 정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경우는 변호사 출신으로 검찰개혁 몫으로 비례대표에 선정됐다. 하지만 진 의원은 지난 대선기간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의 대변인 역할을 맡았고 당연히 본래 비례대표 의원으로서의 활동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진 의원이 지금까지 대표발의한 법안 16건은 대부분 검찰개혁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상임위 역시 안전행정위로 배정됐다.

이와 함께 지난 4·11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자당의 선거를 총괄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한명숙 의원을 각각 비례대표로 배정한 것도 크게 보면 비례대표제를 악용한 사례라는 지적이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비례대표는 전문성을 요하는 법안 발의나 해당분야의 입장을 대변토록 하자는 의미에서 뽑아놓은 사람들인데 이런 식이라면 비례대표제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각 정당의 주먹구구식 비례대표 심사도 문제다. 일례로 민주당의 경우 지난해 4·11총선에서 3월14일까지 비례대표 지원자를 공모한 후 공모한 282명의 지원자를 단 5일 동안 심사해 3월20일에 명단을 발표했다. 과연 꼼꼼한 심사가 이뤄진 것인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심사방법과 채점기준 등도 각 당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를 지냈던 한 전직의원은 "정당에서 비례대표 발표를 앞둔 마지막 날에 하루 사이에도 순번이 수도 없이 바뀌고,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천심사위원장이 '내 뜻 하고는 너무 다른 결과'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데도 검찰이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공권력의 직무유기"라며 비례대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각 당의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감사가 불가능하고, 안정적인 순번에만 배정되면 가만히 앉아서 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있으니 비례대표 선정과 관련해 온갖 비리가 일어날 개연성도 크다.

아! 비리대표!

실제로 매번 총선만 끝나고 나면 비례대표와 관련한 비리사건으로 정국이 시끄러워진다. 박 대통령도 4·11총선이 끝난 후 대선과정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현영희 의원의 공천헌금 사건이 불거져 곤혹을 치렀다.

한 전직 비례대표 의원은 비례대표제에 대해 "국회에 입성하고 당직자회의에서 '비례대표가 돈 한 푼도 안 내고 배지를 달았으면 이제라도 돈을 좀 내야지, 당이 이렇게 어려운데'라는 말을 듣고 '비례대표'가 아니라 '비리대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현재 비례대표제는 사실상 자리 나눠먹기식으로 운영돼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논의하기 전에 비례대표제의 개선을 먼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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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