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육참골단(肉斬骨斷) 정치' 주목받는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1: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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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타이밍…"내 살을 내어주고 네 뼈를 끊어주마!"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아직 창당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게마저 밀리며 고작 1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박근혜정부 초기 인사실패부터 최근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까지, 칼자루는 언제나 민주당이 쥐고 있었지만 민주당은 신기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이른바 새누리당의 '육참골단(肉斬骨斷)' 정치가 있다.



국가정보원의 댓글 의혹사건 국정조사특위(이하 국조특위) 위원인 새누리당 정문헌, 이철우 의원이 지난 9일 전격 사퇴했다. 이들 두 위원의 사퇴는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혐의로 고발된 민주당 김현, 진선미 의원의 국조특위 위원 사퇴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용이다.

당초 새누리당은 민주당 김현, 진선미 의원이 국정원 여직원 감금 등 인권유린 사건의 장본인이라며 국조특위 위원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에 대응해 새누리당 정문헌, 이철우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자 두 의원은 이날 전격 사퇴를 선언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덕분에 국조특위의 칼자루는 순식간에 새누리당으로 넘어갔다. 이른바 '육참골단(肉斬骨斷)' 정치다.

제1야당 민주호
침몰 직전 위기

새누리당이 육참골단 정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연일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육참골단이란 자신의 살을 내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5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이 40.6%, 안철수신당이 25.1%, 민주당은 13.9%를 기록했다.

19대국회에서 무려 127석을 보유한 민주당의 지지율이 13%에 불과한 것은 놀라울 정도로 낮은 수치다. 작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지지층의 대다수가 등을 돌렸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며 여론조사 방식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품기도 하지만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결과는 대동소이하다. 지난해 4·11총선부터 18대대선, 올해 4·24재보선까지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한 새누리
작은 것 얻으려다 큰 것 잃는 민주당

정권심판 여론과 더불어 선거직전에 터진 돈봉투 파문, 민간인 사찰, 논문 표절, 공천헌금 사건 등 새누리당엔 악재가 잔뜩 쌓여 있었지만 민주당은 모든 선거에서 예상 밖 패배를 당했다. 때문에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5·4전당대회에서 "선거에서 이기는 민주당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새누리당에 끌려다니기만 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되돌아보면 박근혜정부 초기 인사실패부터 최근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까지 늘 칼자루는 민주당이 쥐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신기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새누리당의 '육참골단 정치'와 민주당의 '소탐대실(小貪大失) 정치'가 있다는 분석이다.

육참골단 정치는 새누리당이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당을 압도하는 데 있어 가장 주효했던 전략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소탐대실로 요약되는 정치로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도 번번이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놓쳤다.

민주당 소탐대실
언제나 쓰라린 패배

지난 대선에서의 양당의 행보가 대표적인 사례다. 작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한때 '인혁당사건' 발언 등으로 궁지에 몰려있었다. 민주당은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과거사 사과를 요구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여갔다.

물론 그 이면엔 박 후보가 개인적인 자존심과 보수 지지층을 의식해 절대로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깔려있었다. 민주당은 과거사 논란을 대선기간 내내 이슈로 부각시켜 박 후보에게 타격을 입히고자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박 후보는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기자회견에서 "5·16, 유신, 인혁당사건 등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상처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민주당의 허를 찌른 육참골단이었다. 결국 당시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박 후보의 사과에 대해 "아주 힘든 일이었을 텐데 아주 잘하셨다"고 평가했다.

반면 당시 박근혜 후보의 국회의원직 사퇴에 대한 문재인 후보의 대응은 민주당의 소탐대실 정치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당시 박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정치여정을 마감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그러나 문 후보는 "의원직 사퇴 부분은 지난번 총선에 출마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회의원 사퇴가 불가피할 것이지만 단지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만으로 국회의원직을 그만두지는 않겠다고 유권자들께 약속을 드렸다.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당 안팎의 사퇴선언 요구를 뿌리쳤다.

결국 문 후보는 의원직은 지킬 수 있었지만 대권을 놓치고 만 셈이다. 새누리당의 육참골단 정치와 민주당의 소탐대실 정치는 지난 4·24재보선의 승패를 가르는 주요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육참골단 정치
선거 승패 갈라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공천폐지는 지난 대선기간 여야의 공통된 공약사항이었다.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공천제도 시행으로 인해 공천헌금이 횡행하는가 하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이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시녀로 전락하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4·24재보선을 앞두고 여야 안팎에선 공천폐지에 대한 반발이 심했다. 특히 민주당이 공천을 폐지하지 않는 것으로 당론을 정하면서 새누리당 내부에선 "민주당이 공천을 하는데 새누리당이 공천을 하지 않으면 전패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왔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도부는 재보선에서 전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공약을 지켜야 한다며 중앙당 차원의 공천폐지를 선언했다. 결과는 새누리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4·24재보선에서 단 한 자리도 건지지 못했다.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은 완벽한 패배였다.

민주당은 작은 것을 탐하다 모든 것을 잃었고, 새누리당은 작은 것을 내주고 모든 것을 얻었다. 소탐대실 정치와 육참골단 정치가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지를 극명하게 알 수 있는 사례였다. 새정부 구성 과정에서 잇따른 인사실패로 궁지에 몰렸었던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4·24재보선 선거을 계기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지난 7월2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45일간의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조특위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국정원 국정조사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칫 국정원 사건이 박근혜정부의 정통성 시비로 번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공천 폐지, 국조특위 위원직 사퇴까지
새누리당 꽁무니 따르기 바쁜 민주당

또 국정조사가 실시되면 여론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에서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야권의 폭로전이 이어져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10월 재보선이 다가오고 있는 민감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 같은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국정원 국정조사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 또한 새누리당의 육참골단 정치로 볼 수 있다.

당초 국정조사 거부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싸늘했다. 계속 국정조사를 거부하며 시간을 끄는 것은 오히려 민주당이 원하는 행동이었을 것이란 판단이 섰던 것일까. 새누리당은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국정원 국정조사를 수용하면서 한 없이 밀리기만 하던 정국의 주도권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었다.

특히 새누리당의 국정원 국조특위 위원이었던 정문헌, 이철우 의원이 지난 9일 전격 사퇴한 것은 육참골단 정치의 진수였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민주당 김현, 진선미 의원이 국정원 여직원 감금 등 인권유린 사건의 장본인이라며 특위 위원 사퇴를 요구해왔다. 이에 대응해 민주당이 새누리당 정문헌, 이철우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자 두 의원은 이날 전격적으로 특위 위원직 사퇴를 선언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국조특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두 의원은 국정원 사건을 6개월 동안 추적해 방대한 자료를 갖고 있고, 최고 전문가다. 민주당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고 (국조를) 차일피일 미뤄 국조 자체에 힘을 빼려는 전략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당사자인 두 의원도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휘두르는 새누리
휘둘리는 민주

하지만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다면 민주당은 정문헌, 이철우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지 말았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약속을 어긴 격이 됐고, 칼자루는 순식간에 새누리당으로 넘어갔다. 또 김현, 진선미 의원이 중요한 공격수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이 없다고 해도 국정원 국정조사가 진행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작은 것을 고집하며 큰 것을 잃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 국정조사의 본질과는 관련없는 여야 간 정치공방이 오랫동안 지속될수록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도는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당연히 관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김현, 진선미 의원이 끝까지 사퇴하지 않아 국정조사가 아예 파행으로 치닫는다면 책임공방은 오히려 새누리당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새누리당의 육참골단 정치에 휘둘리고 있는 셈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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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