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특별기획> 역대 대통령 여름휴가 풀스토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1: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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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국정 떠나 재충전…'000구상'에 정국 와글와글

[일요시사=정치팀]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됐다. 일반인들처럼 대통령도 여름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대통령의 휴가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난 후 개각이나 정계개편 등 정국운영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곤 했다. 개개인의 성격만큼이나 달랐던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휴가 스타일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국가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이지만 대통령도 일반 직장인들처럼 여름휴가를 기다리는 마음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대통령은 그 어떤 직업보다도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여름휴가는 대통령이 복잡한 국정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지친 심신을 추스르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는 곧바로 국정의 생산성 향상으로도 이어진다. 하지만 대통령들은 일반 직장인들처럼 휴가를 순수하게 재충전의 시간으로만 활용할 순 없다. 휴가기간 동안 모처럼 여가를 즐기면서도 한편으론 국정현안에서 눈을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청남대 구상
이번에는?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역대 대통령들은 개각이나 정계개편 구상을 발표하거나 정국운영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곤 했다.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가 반환되기 전까진 '청남대 구상'이란 정치용어가 유행했을 정도였다. 대통령의 여름휴가가 정치권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한편 대통령의 휴가는 무척 제약이 많다. 경호상의 문제 때문이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휴가스타일은 개개인의 성격만큼이나 판이했지만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휴가지는 거의 비슷했다. 주로 대통령 별장이나 군(軍)시설을 이용해 휴가를 즐겼다. 또 역대 대통령들은 보통 정치휴지기인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에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휴가를 떠났다.

우선 우리나라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 여름휴가지로 즐겨 찾은 곳은 강원도 화진포의 별장이다. 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형성된 아름다운 화진포는 거대한 호수가 숲과 바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 여름휴가 어디로 갈까 관심
역대 대통령 단골 휴양지는 어디?

일제는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키면서 원산에 있던 외국인 휴양촌을 화진포로 강제로 옮기게 했다. 서울YMCA 학감이던 1911년 처음 이곳에 들렀던 이 전 대통령은 1954년 대통령이 된 후 이 곳에 단층 건물로 별장을 지었다. 이른바 이승만 별장으로 불리는 이 건물은 한동안 방치되어 허물어졌다가 1999년 복원돼 현재는 이 전 대통령의 유품과 역사적 자료 등을 전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여가로 주로 낚시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로 찾은 휴가지는 경남 거제시 장목면 저도에 있는 '청해대'다. 저도는 섬 전체가 해송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섬이다.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해대(靑海臺)는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72년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됐다가 1993년 지정 해제됐다. 청해대와 관련해서는 한 가지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청해대
청남대

여름휴가차 저도를 찾기로 한 박 전 대통령은 경호실에 "저도에 있는 목조건물을 손질해 잠을 잘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경호실에서는 기존의 목조건물을 아예 허물고 번듯한 새집을 지어버렸다. 일종의 과잉충성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에 화를 내며 청와대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참모들의 만류로 겨우 청해대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를 냈던 박 전 대통령은 막상 휴가를 보내보니 청해대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청해대는 그해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됐다. 청해대는 1993년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됐지만 해군이 관리하면서 이후에도 역대 대통령들이 때때로 이용했다. 청해대에는 대통령실과 건물 3동, 9홀짜리 골프장 등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여름휴가지로 '남쪽의 청와대'란 뜻의 '청남대'를 애용했다. 청남대는 충북 청원군 문의면에 위치해 있다. 축구마니아인 전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가족·경호실 직원 등과 축구를 즐겼던 것으로 알려진다.

청남대는 지난 1980년 11월 전 전 대통령이 대청댐 완공 직후 주변을 둘러보며 "이런 곳에 별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꺼낸 뒤 공사가 시작돼 1983년 완공됐다. 이후 청남대는 역대 대통령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여름휴가지였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청남대의 소유권을 충북으로 이양하며 민간에게 개방했다.

청남대는 2층 집으로 돼 있으며 5∼6개 방과 회의실, 식당 등으로 이뤄져 있다. 6홀짜리 미니 골프장도 있다. 전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노태우 전 대통령도 청남대를 애용했다. 노 전 대통령은 골프마니아였다. 싱글에 가까운 골프실력을 자랑했던 노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 기간 청남대에서 골프삼매경에 빠졌다.

반면 '서민대통령'을 표방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남대에서 조깅을 즐겼다. 김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기간 청남대에 설치된 조깅코스에서 매일 2km씩 조깅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 별장은 김해를 비롯해 4군데가 있었으나 김 전 대통령은 취임 후 모두 폐쇄하고 청남대 한 곳만 남겼다. 김 전 대통령의 청남대 사랑은 특히 유별났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6년 수해로 인해 휴가를 취소한 것을 제외하고는 임기 내내 청남대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휴가 때마다 사고
휴가 가기 힘드네

게다가 김 전 대통령은 휴가가 아니더라도 정국이 꼬일 때마다 청남대로 향했다.집권 초기 금융실명제 발표를 앞두고 청남대에 머물면서 마지막 정리를 했고, 대대적인 사정을 발표하기 직전에도 청남대에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구속을 앞두고도, 국회에서 노동법이 변칙 통과된 직후에도 청남대에서 생각을 가다듬었다.때문에 당시 정치권은 김 전 대통령이 청남대로 향하면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여름휴가지로 청남대를 애용했다. 사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청남대를 제외한 모든 대통령 별장을 폐쇄한 덕분에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 경제위기를 이유로 휴가를 떠나지 못했고, 임기 마지막 해에는 아들 문제로 별도 계획없이 관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매년 청남대를 찾아 휴식을 취했다. 김 전 대통령은 청남대에서 산책이나 서예로 여가를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은 해마다 광복절 축사와 하반기 국정운영 기조를 이곳에서 정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독 여름휴가와 인연이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지난 2003년에는 지방의 한 휴양지에서 1주일간 푹 쉬었지만 2004년에는 탄핵사태로, 2006년에는 수해로, 2007년에는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로 예정된 휴가를 취소하고 청와대에 머물렀다.

휴가 때도 국정서 눈 못 떼 "지도자는 괴로워"  
'청남대' 괜히 없앴나? 청와대 휴가지 물색 고충

게다가 노 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유일한 대통령 별장이던 청남대의 소유권을 충청북도에 넘기면서 휴가 때마다 여러 고충을 겪었다. 노 전 대통령이 청남대를 반환한 이유는 청남대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었고, 권위주의를 없애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청남대 반환은 노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청남대 반환 이후 노 전 대통령은 마땅한 휴양시설을 찾지 못해 애를 태웠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에는 대전 군 휴양지, 2005년에는 강원도 용평에서 휴가를 보냈다. 그때마다 여러 가지 경호상의 문제가 불거졌다. 장소를 빌려준 쪽에서도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청와대에서는 청남대를 대체해 대통령이 쉴 만한 휴양시설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실행되지는 못했다.

노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주로 군 시설에서 휴가를 즐겼다. 이 전 대통령은 진해의 해군 휴양소에서 부인 김윤옥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보냈다. 이 전 대통령은 휴가기간 국정 구상을 하거나 테니스와 낚시, 독서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e북(전자책)을 이용해 독서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2006년 서울시장 퇴임 이후 한 차례도 휴가를 다녀오지 못하다 취임 후인 2008년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당시는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의 여진이 아직 남아있을 때였다. 이 전 대통령은 휴가를 떠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참모들이 등을 떠밀다시피 해서 휴가를 떠나게 했다는 후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한 방송 좌담회에서 "내가 일하면 많은 사람이 일해야 된다. 괴롭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조카바보' 박근혜
휴가도 조카와?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7월29일부터 8월2일까지 4박5일 동안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휴가장소와 정확한 일정은 경호상의 문제 때문에 공개되지 않는다. 휴가를 다녀온 이후에도 공개하지 않는 게 관례다. 이듬해에도 같은 곳으로 휴가를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휴가일정은 철저히 베일에 쌓여있다.


다만 박 대통령의 휴가지로 가장 유력한 곳은 청해대가 있는 저도라는 관측이다. 청해대는 박 대통령이 어린 시절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여름휴가를 함께 보냈던 장소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04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와 함께 저도에 놀러갔던 생각이 난다"며 "저도에 다시 가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일각에선 조카사랑이 유별나 이른바 '조카바보'로도 불리는 박 대통령이 조카 세현군을 만나기 위해 여름휴가를 남동생인 박지만 EG회장 가족과 함께 보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휴가를 청와대에서 보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에는 주로 자택에서 머물며 여름휴가를 보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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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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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