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핵폭탄 'NLL 살생부' 실체 추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09 10: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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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를 '유탄' 조심하라

[일요시사=정치팀] 대선 이후 잊혀졌던 NLL 논란이 다시 정치권을 휘감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각계의 우려표명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회담회의록 자료 제출 요구안'마저 국회에서 통과됐다. NLL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대결이 극단으로 치닫자 정치권에서는 NLL 논란과 관련해 정치권을 아예 떠나게 될 사람도 여럿 생길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을 떨게 하는 이른바 'NLL 살생부'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NLL 논란은 지난 대선을 뒤흔든 주요이슈 중 하나다.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을 맡았던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지난해 10월8일 "2차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단독회담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내용이 기록된 비공개 대화록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시작된 NLL논란은 대선 기간 내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괴롭혔다.

국정원 물타기? 
의혹 해결될까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인물이었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대화 준비단장을 맡았었다. 발언이 사실이라면 문 의원은 결코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진위여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고 대선이 끝남과 동시에 NLL 논란은 자연스럽게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후 NLL 논란이 또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 6월17일 민주당 소속 박영선 법사위원장의 "NLL 포기 논란은 국가정보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는 발언 때문이었다. 당시는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사실상 선거개입으로 판가름 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까지 거론되던 시점이었다.

궁지에 몰렸던 새누리당은 이를 호기로 삼아 대반격에 나섰다. 박 위원장의 발언이 있은 후 불과 3일 후인 6월20일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 위원들은 단독으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했다.


정계 은퇴도 불사, 벼랑 끝 대결 펼치는 여야
NLL 대화록 공개 후폭풍에 여야 모두 긴장

발췌본을 열람한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들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을 확인했다며 민주당을 거세게 압박했다. 게다가 지난 6월24일에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2급 비밀이었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후 국회 정보위에 전달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물타기"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정국의 초점이 NLL 논란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요구하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 통과에 찬성하게 된다.

요구안은 재석 의원 276명 중 찬성 257명, 반대 17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이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명시한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으로 열람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충족시킨 것이다.

의결정족수 요건 중 가장 엄격한 '3분의 2 이상 찬성'에 해당하는 안건을 처리한 건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이후 9년3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처럼 NLL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대결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정치권에서는 NLL 논란과 관련 NLL 때문에 정치권을 아예 떠나게 될 사람도 여럿 생길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른바 ‘NLL 살생부’다. 그렇다면 NLL 살생부에 거론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NLL 살생부' 
정치권 떠날까?

우선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 진위를 놓고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선언한 여야 의원들이 그 첫 번째 대상이다. 그중 이번 논란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급기야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지난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이 의원직을 건 것에 대응해 문 의원도 의원직을 걸어야 한다는 당내 요구를 거부했었던 문 의원으로서는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문 의원은 또 NLL 논란이 다시 불거진 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자고 수차례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이 통과된 것은 문 의원의 요구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새누리당은 회의록 공개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사실상 NLL을 포기했다는 주장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없고, 녹음내용을 통해 회담장의 분위기를 들으면 저자세 회담을 방증하는 부수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만약 새누리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 의원은 이 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다가 단순한 의원직 사퇴가 아닌 정계 은퇴를 선언한 만큼 정치적으로 완벽하게 매장될 위기에 처해있다.

문 의원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노계는 이번 회의록 자료제출을 계기로 사실상 정치적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NLL 논란을 처음 촉발시킨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도 위기에 빠졌다. 지난 대선 때 쟁점이 됐던 노 전 대통령의 'NLL 땅따먹기' 발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NLL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NLL은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다.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 공동 어로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구두약속을 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지난 6월25일 남재준 국정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정 의원이 주장했던 'NLL 땅따먹기' 발언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말 바꾸기
논쟁 계속

민주당은 즉각 정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0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새누리당 단독으로 열람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던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 역시 열람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의원직을 걸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며 "제 말에 조금이라도 과장이 있고 허위가 있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대화록 전문 공개 후 포기라는 단어는 없지만 맥락을 보면 저자세 외교를 한 것은 틀림없다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이 두 사람과 함께 최근 새누리당 NLL 3인방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대화록 공개 파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윤 부대표도 "NLL 포기라는 말 자체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포기 의사를 가진 것은 확실"하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NLL을 영토선이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안보의식이 결여된 것"이라고 비난을 이어갔다.

NLL 논란에 직접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의외의 유탄을 맞고 위기에 처한 정치인들도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경우 지난달 26일 당내 비공개회의에서 대선 전 이미 대화록을 봤으며 이를 부산 유세에서 발언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국정원 동원 관권선거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김무성·권영세 대화록 관련 의혹 증폭
대화록 원본 공개돼도 논란 계속될 듯

특히 실제로 김 의원의 부산 유세발언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비교해본 결과 이 둘은 놀랍도록 정교하게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김 의원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 될 수도 있다.

또 같은 날 새누리당 권영세 전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현 주중대사)이 "집권 후 NLL 대화록을 까겠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는 새누리당이 이미 지난해 대선 중 NLL대화록을 입수했고 비상상황이나 재집권 시 이를 공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라 파문이 커졌다.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에 김 의원과 권 대사를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권 대사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녹취록을 보유하고 있던 월간지 기자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월간지 <신동아>의 H기자는 지난달 28일 "K씨(민주당 전문위원)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녹음돼 있던 사진과 음성파일을 빼갔고 박 의원이 이를 공개했다"며 박범계 의원과 K씨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경찰청에 접수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녹취록은 정상적인, 가장 적법한 절차에 의해 확보한 것으로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맞받아치고 있지만 당사자인 H기자가 민주당의 무단절취를 주장하고 있는 이상 박 의원은 매우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 것만은 확실하다.

거물급 다수
정치권 지각변동


NLL 논란과 관련, 그동안 북한을 방문했던 정치인들도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NLL대화록 공개를 계기로 방북 정치인들의 친북발언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은 NLL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인 지난 2012년 6월에도 방북 정치인들의 친북발언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바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거론한 인물들은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정몽준·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으로 모두 거물급 인사들이다. 이들이 친북발언 논란에 휘말린다면 그야말로 정치권의 대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

한 정치전문가는 "NLL 논란의 후폭풍이 커지면 커질수록 NLL 살생부 리스트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현재 상황을 지켜보며 논란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는 정치인들도 언제 어디서 유탄에 맞게 될지 모른다"며 "특히 NLL논란에 휘말린 정치인들이 대부분 거물급 인사들이라 그 후폭풍이 더욱 거셀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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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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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