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핵폭탄 'NLL 살생부' 실체 추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09 10: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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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를 '유탄' 조심하라

[일요시사=정치팀] 대선 이후 잊혀졌던 NLL 논란이 다시 정치권을 휘감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각계의 우려표명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회담회의록 자료 제출 요구안'마저 국회에서 통과됐다. NLL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대결이 극단으로 치닫자 정치권에서는 NLL 논란과 관련해 정치권을 아예 떠나게 될 사람도 여럿 생길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을 떨게 하는 이른바 'NLL 살생부'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NLL 논란은 지난 대선을 뒤흔든 주요이슈 중 하나다.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을 맡았던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지난해 10월8일 "2차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단독회담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내용이 기록된 비공개 대화록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시작된 NLL논란은 대선 기간 내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괴롭혔다.

국정원 물타기? 
의혹 해결될까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인물이었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대화 준비단장을 맡았었다. 발언이 사실이라면 문 의원은 결코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진위여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고 대선이 끝남과 동시에 NLL 논란은 자연스럽게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후 NLL 논란이 또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 6월17일 민주당 소속 박영선 법사위원장의 "NLL 포기 논란은 국가정보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는 발언 때문이었다. 당시는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사실상 선거개입으로 판가름 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까지 거론되던 시점이었다.

궁지에 몰렸던 새누리당은 이를 호기로 삼아 대반격에 나섰다. 박 위원장의 발언이 있은 후 불과 3일 후인 6월20일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 위원들은 단독으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했다.


정계 은퇴도 불사, 벼랑 끝 대결 펼치는 여야
NLL 대화록 공개 후폭풍에 여야 모두 긴장

발췌본을 열람한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들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을 확인했다며 민주당을 거세게 압박했다. 게다가 지난 6월24일에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2급 비밀이었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후 국회 정보위에 전달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물타기"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정국의 초점이 NLL 논란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요구하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 통과에 찬성하게 된다.

요구안은 재석 의원 276명 중 찬성 257명, 반대 17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이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명시한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으로 열람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충족시킨 것이다.

의결정족수 요건 중 가장 엄격한 '3분의 2 이상 찬성'에 해당하는 안건을 처리한 건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이후 9년3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처럼 NLL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대결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정치권에서는 NLL 논란과 관련 NLL 때문에 정치권을 아예 떠나게 될 사람도 여럿 생길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른바 ‘NLL 살생부’다. 그렇다면 NLL 살생부에 거론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NLL 살생부' 
정치권 떠날까?

우선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 진위를 놓고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선언한 여야 의원들이 그 첫 번째 대상이다. 그중 이번 논란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급기야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지난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이 의원직을 건 것에 대응해 문 의원도 의원직을 걸어야 한다는 당내 요구를 거부했었던 문 의원으로서는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문 의원은 또 NLL 논란이 다시 불거진 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자고 수차례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이 통과된 것은 문 의원의 요구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새누리당은 회의록 공개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사실상 NLL을 포기했다는 주장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없고, 녹음내용을 통해 회담장의 분위기를 들으면 저자세 회담을 방증하는 부수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만약 새누리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 의원은 이 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다가 단순한 의원직 사퇴가 아닌 정계 은퇴를 선언한 만큼 정치적으로 완벽하게 매장될 위기에 처해있다.

문 의원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노계는 이번 회의록 자료제출을 계기로 사실상 정치적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NLL 논란을 처음 촉발시킨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도 위기에 빠졌다. 지난 대선 때 쟁점이 됐던 노 전 대통령의 'NLL 땅따먹기' 발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NLL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NLL은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다.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 공동 어로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구두약속을 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지난 6월25일 남재준 국정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정 의원이 주장했던 'NLL 땅따먹기' 발언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말 바꾸기
논쟁 계속

민주당은 즉각 정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0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새누리당 단독으로 열람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던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 역시 열람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의원직을 걸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며 "제 말에 조금이라도 과장이 있고 허위가 있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대화록 전문 공개 후 포기라는 단어는 없지만 맥락을 보면 저자세 외교를 한 것은 틀림없다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이 두 사람과 함께 최근 새누리당 NLL 3인방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대화록 공개 파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윤 부대표도 "NLL 포기라는 말 자체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포기 의사를 가진 것은 확실"하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NLL을 영토선이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안보의식이 결여된 것"이라고 비난을 이어갔다.

NLL 논란에 직접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의외의 유탄을 맞고 위기에 처한 정치인들도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경우 지난달 26일 당내 비공개회의에서 대선 전 이미 대화록을 봤으며 이를 부산 유세에서 발언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국정원 동원 관권선거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김무성·권영세 대화록 관련 의혹 증폭
대화록 원본 공개돼도 논란 계속될 듯

특히 실제로 김 의원의 부산 유세발언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비교해본 결과 이 둘은 놀랍도록 정교하게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김 의원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 될 수도 있다.

또 같은 날 새누리당 권영세 전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현 주중대사)이 "집권 후 NLL 대화록을 까겠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는 새누리당이 이미 지난해 대선 중 NLL대화록을 입수했고 비상상황이나 재집권 시 이를 공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라 파문이 커졌다.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에 김 의원과 권 대사를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권 대사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녹취록을 보유하고 있던 월간지 기자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월간지 <신동아>의 H기자는 지난달 28일 "K씨(민주당 전문위원)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녹음돼 있던 사진과 음성파일을 빼갔고 박 의원이 이를 공개했다"며 박범계 의원과 K씨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경찰청에 접수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녹취록은 정상적인, 가장 적법한 절차에 의해 확보한 것으로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맞받아치고 있지만 당사자인 H기자가 민주당의 무단절취를 주장하고 있는 이상 박 의원은 매우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 것만은 확실하다.

거물급 다수
정치권 지각변동


NLL 논란과 관련, 그동안 북한을 방문했던 정치인들도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NLL대화록 공개를 계기로 방북 정치인들의 친북발언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은 NLL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인 지난 2012년 6월에도 방북 정치인들의 친북발언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바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거론한 인물들은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정몽준·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으로 모두 거물급 인사들이다. 이들이 친북발언 논란에 휘말린다면 그야말로 정치권의 대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

한 정치전문가는 "NLL 논란의 후폭풍이 커지면 커질수록 NLL 살생부 리스트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현재 상황을 지켜보며 논란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는 정치인들도 언제 어디서 유탄에 맞게 될지 모른다"며 "특히 NLL논란에 휘말린 정치인들이 대부분 거물급 인사들이라 그 후폭풍이 더욱 거셀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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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