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핵폭탄 'NLL 살생부' 실체 추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09 10: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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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를 '유탄' 조심하라

[일요시사=정치팀] 대선 이후 잊혀졌던 NLL 논란이 다시 정치권을 휘감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각계의 우려표명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회담회의록 자료 제출 요구안'마저 국회에서 통과됐다. NLL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대결이 극단으로 치닫자 정치권에서는 NLL 논란과 관련해 정치권을 아예 떠나게 될 사람도 여럿 생길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을 떨게 하는 이른바 'NLL 살생부'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NLL 논란은 지난 대선을 뒤흔든 주요이슈 중 하나다.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을 맡았던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지난해 10월8일 "2차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단독회담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내용이 기록된 비공개 대화록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시작된 NLL논란은 대선 기간 내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괴롭혔다.

국정원 물타기? 
의혹 해결될까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인물이었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대화 준비단장을 맡았었다. 발언이 사실이라면 문 의원은 결코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진위여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고 대선이 끝남과 동시에 NLL 논란은 자연스럽게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후 NLL 논란이 또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 6월17일 민주당 소속 박영선 법사위원장의 "NLL 포기 논란은 국가정보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는 발언 때문이었다. 당시는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사실상 선거개입으로 판가름 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까지 거론되던 시점이었다.

궁지에 몰렸던 새누리당은 이를 호기로 삼아 대반격에 나섰다. 박 위원장의 발언이 있은 후 불과 3일 후인 6월20일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 위원들은 단독으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했다.


정계 은퇴도 불사, 벼랑 끝 대결 펼치는 여야
NLL 대화록 공개 후폭풍에 여야 모두 긴장

발췌본을 열람한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들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을 확인했다며 민주당을 거세게 압박했다. 게다가 지난 6월24일에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2급 비밀이었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후 국회 정보위에 전달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물타기"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정국의 초점이 NLL 논란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요구하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 통과에 찬성하게 된다.

요구안은 재석 의원 276명 중 찬성 257명, 반대 17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이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명시한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으로 열람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충족시킨 것이다.

의결정족수 요건 중 가장 엄격한 '3분의 2 이상 찬성'에 해당하는 안건을 처리한 건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이후 9년3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처럼 NLL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대결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정치권에서는 NLL 논란과 관련 NLL 때문에 정치권을 아예 떠나게 될 사람도 여럿 생길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른바 ‘NLL 살생부’다. 그렇다면 NLL 살생부에 거론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NLL 살생부' 
정치권 떠날까?

우선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 진위를 놓고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선언한 여야 의원들이 그 첫 번째 대상이다. 그중 이번 논란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급기야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지난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이 의원직을 건 것에 대응해 문 의원도 의원직을 걸어야 한다는 당내 요구를 거부했었던 문 의원으로서는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문 의원은 또 NLL 논란이 다시 불거진 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자고 수차례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이 통과된 것은 문 의원의 요구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새누리당은 회의록 공개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사실상 NLL을 포기했다는 주장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없고, 녹음내용을 통해 회담장의 분위기를 들으면 저자세 회담을 방증하는 부수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만약 새누리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 의원은 이 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다가 단순한 의원직 사퇴가 아닌 정계 은퇴를 선언한 만큼 정치적으로 완벽하게 매장될 위기에 처해있다.

문 의원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노계는 이번 회의록 자료제출을 계기로 사실상 정치적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NLL 논란을 처음 촉발시킨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도 위기에 빠졌다. 지난 대선 때 쟁점이 됐던 노 전 대통령의 'NLL 땅따먹기' 발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NLL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NLL은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다.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 공동 어로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구두약속을 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지난 6월25일 남재준 국정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정 의원이 주장했던 'NLL 땅따먹기' 발언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말 바꾸기
논쟁 계속

민주당은 즉각 정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0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새누리당 단독으로 열람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던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 역시 열람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의원직을 걸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며 "제 말에 조금이라도 과장이 있고 허위가 있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대화록 전문 공개 후 포기라는 단어는 없지만 맥락을 보면 저자세 외교를 한 것은 틀림없다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이 두 사람과 함께 최근 새누리당 NLL 3인방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대화록 공개 파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윤 부대표도 "NLL 포기라는 말 자체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포기 의사를 가진 것은 확실"하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NLL을 영토선이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안보의식이 결여된 것"이라고 비난을 이어갔다.

NLL 논란에 직접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의외의 유탄을 맞고 위기에 처한 정치인들도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경우 지난달 26일 당내 비공개회의에서 대선 전 이미 대화록을 봤으며 이를 부산 유세에서 발언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국정원 동원 관권선거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김무성·권영세 대화록 관련 의혹 증폭
대화록 원본 공개돼도 논란 계속될 듯

특히 실제로 김 의원의 부산 유세발언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비교해본 결과 이 둘은 놀랍도록 정교하게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김 의원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 될 수도 있다.

또 같은 날 새누리당 권영세 전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현 주중대사)이 "집권 후 NLL 대화록을 까겠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는 새누리당이 이미 지난해 대선 중 NLL대화록을 입수했고 비상상황이나 재집권 시 이를 공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라 파문이 커졌다.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에 김 의원과 권 대사를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권 대사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녹취록을 보유하고 있던 월간지 기자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월간지 <신동아>의 H기자는 지난달 28일 "K씨(민주당 전문위원)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녹음돼 있던 사진과 음성파일을 빼갔고 박 의원이 이를 공개했다"며 박범계 의원과 K씨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경찰청에 접수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녹취록은 정상적인, 가장 적법한 절차에 의해 확보한 것으로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맞받아치고 있지만 당사자인 H기자가 민주당의 무단절취를 주장하고 있는 이상 박 의원은 매우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 것만은 확실하다.

거물급 다수
정치권 지각변동


NLL 논란과 관련, 그동안 북한을 방문했던 정치인들도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NLL대화록 공개를 계기로 방북 정치인들의 친북발언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은 NLL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인 지난 2012년 6월에도 방북 정치인들의 친북발언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바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거론한 인물들은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정몽준·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으로 모두 거물급 인사들이다. 이들이 친북발언 논란에 휘말린다면 그야말로 정치권의 대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

한 정치전문가는 "NLL 논란의 후폭풍이 커지면 커질수록 NLL 살생부 리스트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현재 상황을 지켜보며 논란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는 정치인들도 언제 어디서 유탄에 맞게 될지 모른다"며 "특히 NLL논란에 휘말린 정치인들이 대부분 거물급 인사들이라 그 후폭풍이 더욱 거셀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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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