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계은퇴' 배수의 진 진짜 노림수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08 11: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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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로 '친문' 결집하고 차기대권 직행?

[일요시사=정치팀] NLL(서해북방한계선) 논란을 놓고 여야 간 대치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달 30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국가기록원에 있는 회의록 원본의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문 의원은 공개된 원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확인될 경우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초강수 배수진을 쳤다. 문 의원의 예상 밖 초강수 대응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의원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일까?



NLL 논란이 다시 정치권을 덮쳤다. 지난 6월20일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 위원들이 단독으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한데 이어 지난 6월24일에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전문을 전격 공개했다.

대선 때도 안 버린 금배지

NLL 논란을 놓고 여야 간 대치는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자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오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가기록원에 있는 회의록 원본의 공개를 요구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확인될 경우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초강수 배수진을 쳤다.

지난 대선기간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직 포기 선언에 맞서 문 의원도 의원직을 버려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무척 호전적인 제안이었다. 문 의원의 정계 은퇴 배수진은 정상회담 회담록 원본이 전격 공개된 지 5일 만에 나왔다. 그 뒤에 숨겨진 노림수는 무엇일까?

우선 문 의원 측은 이번에도 NLL 논란을 유야무야 덮고 가면 정치인생 내내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의식한 듯하다. 어차피 한번은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라는 이야기다.


지난 대선기간 새누리당은 NLL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정문헌 의원 주장을 바탕으로 문 의원을 전방위로 공격했다. 민주당은 정 의원 등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정 의원의 발언을 허위사실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결국 NLL 의혹은 풀리지 않은 채 문 의원을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게 된 것이다.

문 의원으로서는 이번 기회가 NLL 의혹을 확실하게 풀고 넘어갈 수 있는 호기라고 판단한 듯하다. 물론 그 바탕에는 노 전 대통령은 절대로 NLL 포기발언을 하지 않았고, 따라서 자신이 실제로 사퇴하게 될 일은 없다는 강한 자신감이 녹아있다. 

또 문 의원은 새누리당에 대한 공개제안에서 "2007년 남북회담 전후의 논의에 당시 김장수 국방장관과 김관진 합참의장, 윤병세 외교안보수석 등 지금 박근혜정부의 인사들도 참여했다. 특히 윤병세 수석은 회담 준비자료를 총괄했고, 김장수 국방장관은 노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정상회담 후의 국방장관 회담에서 NLL을 고수한 바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화록 원본 공개 후 만약 NLL 포기발언이 있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이 관철된다면 박근혜정부의 국가안보실장,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으로서도 큰 부담임에 틀림없다. NLL 논란을 놓고 벌이는 싸움이 문 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NLL 덮고 가면 정치인생 내내 걸림돌
존재감 없단 논란 끝내고 영향력 확대

문 의원이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것은 여론의 힘도 컸다. 사실 그동안 민주당 내에서는 친노진영의 강경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대화록 전문이 공개된 이후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NLL 포기 발언이 아니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여론이 문 의원이 NLL 난국을 강하게 돌파할 근거로 작용한 것이다.

문 의원 측은 NLL과 관련해 성명서와 보도자료를 내는 과정에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충분히 사전에 상의했다고 밝혔다. 처음엔 국정원 사건의 물타기라고 여겼던 NLL 논란을 더욱 이슈화 시킬 것으로 우려돼 만류했던 당 지도부도 여론의 동향이 민주당에 유리한 것으로 판단되자 더 이상 말릴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문 의원의 행동이 다음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 의원의 정계 은퇴 배수진을 친 이후엔 구주류로 물러났던 당내 친노(친노무현)계가 문 의원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결집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번 NLL 논란을 계기로 문 의원과 친노계가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번 사태가 오히려 문 의원과 친노계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동안 노무현의 그늘에만 머물러 있던 친노계와 문 의원이 이제 친문(친문재인)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당내에서 문 의원의 영향력이 그만큼 확대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문 의원은 한때 당 권력의 정점인 대선후보에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하지만 현재는 일개 초선의원일 뿐이고 대선패배에 대한 책임으로 자중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 때문에 행동반경이 크게 제한되어 있었다. 이번 사태야 말로 자신의 정치적 행동반경을 크게 넓힐 수 있는 기회였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번 정계은퇴 배수진이 문 의원에게 독이 될 것이란 주장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에서는 "NLL 포기 논란은 '포기'라는 용어를 썼느냐 안 썼느냐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 정상회담 이후 노무현정부 때까지 NLL에 대해 불투명하고 유보적이며 양보할 듯한 분위기를 많이 보여서 국내에서 우려가 많이 제기됐다"며 "(2007년)10·4 남북정상회담 때 그것이 표면화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주장을 적용하면 대화록 원본이 공개돼도 열람한 의원들 사이에서 해석에 대한 공방이 이어질 것이며 결국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차기대권 발판?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문 의원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벌써부터 보수진영에서는 문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간헐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마저 문 의원에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인은 자신의 부고기사만 아니라면 어떤 기사라도 유익하다"라는 말이 있다. NLL 이슈가 오래 지속될수록 문 의원의 존재감 또한 상승될 것이며 당내 입지 또한 탄탄해진다는 것이다. 문 의원으로서는 대선후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없단 일각의 비판들을 단숨에 불식시키고 영향력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어찌됐든 있는 듯 없는 듯 국회에 출석만 하던 지난 과거보다는 확연히 나아질 것이란 기대다.

문 의원은 과연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NLL 논란을 발판으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까?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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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