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보다 정권안보 첨병 '국정원 잔혹사' 풀스토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02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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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양한다더니…아직도 어둠의 자식들?

[일요시사=정치팀] 지난해 대선기간 불거진 정치개입 의혹부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공개 논란까지 최근 국가정보원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다. 사실 국가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임 시절엔 정권의 실세로 군림하던 국정원의 수장들이 퇴임 후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장면은 이미 익숙한 광경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대상으로 거론되며 논란을 빚어왔던 '국정원 잔혹사' 풀스토리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서,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정보수집기관이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은 대공, 대정부 전복, 대테러 정보 수집과 국가기밀 관련 보안, 국가보안법상 범죄 수사 등이 주요 업무다. 이처럼 국정원은 국가안보를 위한 최고 기밀을 다루는 기관이지만 그동안 끊임없이 정치개입 논란에 시달리며 '국가안보'보다는 '정권안보'를 위해 일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가안보
정권안보

국정원은 지난 1961년 6월10일 '중앙정보부(이하 중정)'라는 이름으로 처음 창설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군사쿠데타 직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가장 먼저 만든 게 바로 중정이고 초대 부장은 최측근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맡았다. (김 전 총재는 박 전 대통령의 큰형 박상희씨의 사위다.) 그 탄생부터 국가안보보다는 정권안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중정은 남북 대치 상황을 빌미로 정치권 위에 군림했다. 중정은 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 정권에 반하는 인사를 감시하는 것을 넘어, 그들에게 간첩 혐의를 씌워 고문하고 납치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1973년 박 전 대통령의 정적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일본에서 납치해 수장하려했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후 중정은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인 1981년에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로 개칭했지만 정치공작 행태는 여전했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장세동 당시 안기부장은 야당 창당대회에 조직 폭력배를 투입하는 이른바 '용팔이사건'을 일으켰고 '수지김 간첩사건'을 조작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 전신 중앙정보부 탄생부터 정권안보에 초점
통치권자 바뀔 때마다 반드시 되풀이 되는 '국정원 수난사'

김대중 정권 때인 1999년에 안기부는 다시 '국가정보원(국정원)'으로 개칭해 지금까지 이르게 됐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해 정국을 뒤흔든 사례는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시절에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6·10민주화 항쟁 이후 직선제로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도 안기부를 정치에 적극 개입시켰다. 그 결과 노태우 정권에서 안기부는 통치권자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유력 인사에 대한 미행과 협박은 물론이고 미림(美林)팀이란 조직을 만들어 도청까지 했다.

1992년 대선 직전 처남매부 사이인 김복동 의원이 민자당을 탈당하려 하자 안기부를 동원해 대구톨게이트에서 '납치소동'까지 벌이기도 했다. 민정계 수장이었던 박태준 당시 민자당 최고위원은 "대통령과 계속 맞서면 우리(안기부)는 최고위원으로 대우할 수 없다"는 당시 이상연 안기부장의 위협에 대권 꿈을 접기도 했다.

정권 2인자
국정원장

때문에 노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 안기부장의 국내정치 보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정치사찰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안기부로부터 야당 인사들에 대한 내밀한 정보가 제공되기 시작하자 김 전 대통령 역시 곧 안기부를 통한 정치개입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된다.

1994년 6월 안기부는 노 전 대통령이 운영하던 '미림'이라는 도청팀을 부활시켰다. 미림팀은 정치권 주요인사들이 예약한 서울의 한정식집이나 호텔식당 등에 도청기를 설치해 대화를 녹음했다. 약속장소 역시 불법 전화감청으로 파악했다. 추후 파악된 바로는 1997년 11월까지 646명(정치인 273명)에 대해 녹음테이프 1000개 분량의 내용을 도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기부는 또 1997년 권영해 부장 시절 대선에서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북풍'을 동원했다. 대선 몇 주 전 재미교포 윤홍준씨에게 공작금을 주고 기자회견을 열어 "김대중 후보가 김정일한테 돈을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토록 한 것이다. 안기부는 그해 월북한 전 천도교 교령 오익제씨에게 김대중 후보 앞으로 편지를 보내도록 시켜 김 후보를 용공 인사로 몰기도 했다.

안기부는 당시 청와대 행정관 등이 북측 인사에게 판문점 총격사건을 일으켜달라고 부탁한 이른바 '총풍' 사건을 주도하기도 했다. 결국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은 정권교체 후 검찰에 구속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안기부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했다. 앞서 언급됐듯이 김 전 대통령은 중정에 납치돼 바다에 수장될 위기를 넘겼으며, 대선과정에서도 안기부의 각종 공작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99년 안기부를 국가정보원으로 바꾸고 진정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전체 직원의 10분의 1에 육박하는 581명이 해고되기도 했다. 또 주요 기관을 담당하는 일선 정보요원 대다수가 영남에서 호남 출신으로 바뀌었다.

때문에 김 전 대통령 시절 국정원의 대북정보수집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에 대한 논란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국정원의 대대적인 개혁을 시도했던 김대중정권이지만 전화감청의 유혹만은 뿌리치지 못했다.

정보 유혹
반복된 실수

당시 휴대전화의 보급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국정원은 33억원을 들여 감청장비를 개발해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직원 32명이 24시간 3교대로 주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시민단체·노조 간부 등 1800여 명의 통화내용을 감청했다.

2000년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은 직원들에게 김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야당의원을 순화시키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김대중정부에서 재임했던 임동원·신건 전 원장은 2005년 검찰 수사에서 도·감청 내용을 보고받고, 첩보수집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4년,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 받았다.

김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국정원과 선을 긋기 위해 노력했다. 불법도 불법이지만 대통령이 정보기관에 의존하게 되면 대통령이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원의 보고서가 국가를 통치하게 된다는 평소 지론 때문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초 국정원이 국내 고급정보를 보고하자 "왜 나에게 이런 것을 보고하느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 강연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장의 독대 보고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노무현정부에서 국정원은 불법 도·감청과 정치공작 의혹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그러나 야권 정치인에 대한 사찰은 끝내 뿌리 뽑지 못했다. 국정원 직원 고모씨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퇴임한 직후인 2006년 8월부터 11월까지 이 전 시장의 주변인물 132명에 대해 재산흐름과 범죄기록 등을 조회한 자료를 작성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역대 국정원장 중 6명이 검찰 소환
모두 실패한 국정원 개혁 성공할까?

이명박정권하에서는 또다시 민간인 사찰이나 정치개입과 같은 악령이 되살아났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노무현정부 때 폐지됐던 '국정원장 독대'를 부활시켰다. 이명박정부 첫 국정원장이던 김성호 전 원장은 대통령과 주 1~2회 독대를 했다.


2009년 두 번째 국정원장에 임명된 원세훈 전 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전 대통령과 수시로 독대를 했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을 오랫동안 근거리에서 보좌한 행정관료 출신으로 정보업무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원 전 원장의 깊은 충성심은 과잉충성과 정보기관의 역할 왜곡으로 이어졌다. 원 전 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선거개입을 한 혐의로 현재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처럼 역대 국정원 수장들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남부럽지 않은 권력을 휘둘렀지만 말로가 순탄치 않았다. 국정원이 재출범한 1999년부터 현재까지 9명의 역대 원장 중 각종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이는 총 6명에 이른다.

정보기관장의 수난사는 국정원의 전신인 중정과 안기부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박정희정권 시절 무려 6년3개월을 중정을 장악한 김형욱 전 중정부장은 숱한 정치공작으로 악명을 떨쳤으나 퇴임 후 미국으로 망명, 유신정권을 비난하다 1979년 프랑스 파리에서 갑자기 실종되기도 했다.

안기부 시절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심복이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5공 비리에 연루된 혐의 등으로 5공 정권이 끝난 뒤 수차례 구속됐다.

비극적 결말
해결방안은?

한편 정치권 내부에서도 정치개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거나 국정원의 국내정치 정보수집 기능을 폐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국내외를 상대로 정보활동을 하는 종합정보기관인 국정원의 기능에서, 국내파트를 떼어내고 국외 및 대북 전문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검찰 및 경찰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보유하고 있다 보니 권력의 비대화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과연 박근혜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한 국정원의 정치개입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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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