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남북대화 깨졌어도 느긋한 이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26 10: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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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북한 바라보며 여유만만 "지지율은 오르는데 뭐"

[일요시사=정치팀] 당초 지난 12일로 예정됐던 남북 당국회담이 양측 간 수석대표의 '격(格) 공방' 끝에 하루 전날 파행됐다. 극적으로 진전되는 듯 했던 남북관계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 당국회담 파행 이후 남북 간에는 거친 언사들만 수시로 오가고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박근혜정부는 무척 느긋한 모습이다. 도대체 어떤 이유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북한은 지난 6일 특별담화문을 통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안했다. 북한은 특히 담화문에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이라고 평가받는 7·4공동성명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틀림없는 유화 제스처였다. 회담 장소와 일시에 대해서도 "남측이 편리한대로 하라"며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이로써 꽁꽁 얼어있던 남북관계는 극적으로 진전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남북이 수석대표의 '격' 공방을 벌인 끝에 당국회담은 파행되고 말았다.

1타 쌍피

회담 무산과 관련해 통일부는 "북측이 우리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 삼으면서 북측 대표단의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북측에 회담 수석대표로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통전부장)이 나올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북측이 끝내 우리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남측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 대신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통보했다. 그러자 북측은 이에 반발했고 회담이 무산됐다.

박 대통령은 평소 "형식이 내용을 지배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회담이 무산된 후 우리 측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회담을 추가로 제의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고, 북측도 회담에 미련이 없다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남북관계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악화됐다. 이후 남북 사이에는 "우롱" "도발" "굴종" 등 거친 언사들만 오갔다. 남북관계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버렸지만 박 대통령은 오히려 전보다 느긋한 모습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지지율이다.

취임 초반 40%대까지 떨어졌던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최근 60%대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엔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이 보수층의 지지세를 한데 모은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역대 정부가 남측의 통일부 장관보다 급이 낮은 내각 책임참사와의 회담을 수용해온 관행이 알려지면서 과거 정부들에 대한 비난 여론도 팽배해졌다. 북한을 훨씬 압도하는 국력을 가지고도 그동안 늘 끌려 다니기만 했던 남북관계에 대한 반발 심리가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수층에서는 박 대통령의 강경대응에 지지를 보내며 이번 기회에 '남북관계의 원칙'을 바로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남북대화가 깨져도 다급해 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섣불리 먼저 대화의 손을 내밀었다가는 북한에 또 다시 끌려 다닌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은 최근 박 대통령을 압박해오고 있는 국정원 사건 등 골치 아픈 현안들에 대한 여론의 시선을 분산 시킬 수 있는 최상의 카드이기도 하다.

또 다른 이유는 현재 대화가 급한 것은 북한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남북회담이 결렬된 후 닷새만인 지난 16일 미국을 향해 '고위급 회담'을 제의하며 또 다시 대화국면으로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대북 강경대응에 탄력받기 시작한 지지율
급한 건 북한, 대북압박 국면 잘 활용해야


북한은 이날 중대담화를 통해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우리 수령님(김일성)과 우리 장군님(김정일)의 유훈이며 우리 군대와 인민의 변함없는 의지이고 결심임을 다시금 내외에 천명 한다"고 밝혀 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논의까지 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북한이 대화에 목말라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북한의 이 같은 대화제의는 현재 한반도 주변에 조성되고 있는 대북압박 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최근 대북 압박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자신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는 북한이 못마땅했던 탓이다.

심지어 최근 중국 공산당의 한 당국자는 "중국과 북한은 혈맹이 아닌 일반 국가관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북한은 대외교역의 7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에 등을 돌린다면 북한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다. 게다가 우리정부로서는 한ㆍ미ㆍ중 간의 전략적 합의가 공고한 상태에서 남북대화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과거 북한은 국제적인 대북압박이 강해질 경우 더욱 강력한 도발을 통해 긴장 수위를 높이는 방법으로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왔다. 하지만 중국이 이미 북한에 등을 돌린 상태에서 그런 방법을 사용하기에는 북한으로서도 큰 부담이다.

요즘 같이 중국 등 한반도 주변정세가 대북압박 국면으로 바뀐 것은 남북 분단이후 처음이다. 동서냉전 때는 소련과 중국이, 구(舊)소련 붕괴 후에도 중국은 초지일관 북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줘왔다. 이런 호기에 실익 없는 대화로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기보단 더욱 북한을 압박함으로써 비핵화 정책을 수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 방법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북한 대화제의의 진정성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16일 비핵화까지 언급하며 미국을 향해 대화제의를 했다. 지난 6일 우리 정부에 회담을 제의하면서 비핵화 등 핵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부터 이어진 한반도 긴장국면에서 북한이 보여준 가장 진전된 대화 제의다.

그러나 북한이 언급한 비핵화는 북핵 폐기만을 의미하는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의 핵 위협을 완전히 종식시킬 것을 목표로 내세운 가장 철저한 비핵화'라고 강조하고 있어 사실상 말장난에 불과한 제의라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한·미·중 3국은 북한의 핵보유국 입장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난 5월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로 방중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미국에 대한 북한의 대화 제의가 미-중에 의한 압박을 덜기위한 행동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 재정립

박 대통령으로서는 어차피 북한이 대화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해봤자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음으로 남북대화가 깨져도 다급해 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남북 관계를 성공적으로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지, 남북 관계를 아예 파국으로 치닫게 할 자충수가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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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