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택' 기다리는 '박근혜 사람들'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11 08: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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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없다더니 초심 버리고 '보은인사' 어디까지?

[일요시사=정치팀] 보은성 코드인사를 근절하겠다며 대선공신들을 인선에서 대부분 배제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실험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오히려 대선공신들의 불만만 극에 달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최근 대선공신들을 적극 발탁하며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그동안 오매불망 박 대통령의 '간택'만을 간절히 기다려왔던 인사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간택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그들의 면면을 <일요시사>가 꼼꼼히 살펴봤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후 초기 인선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던 시기,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친박계 중진의원이었다. 대선 때 고생했던 캠프인사들을 챙겨달라는 일종의 인사청탁이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곧바로 "이러려고 저를 도우셨던 거예요?"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보은성 코드인사를 근절하고자 한 박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에피소드다. 인사권은 대통령이 가진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권한 중 하나다. 하지만 역대 우리나라의 대통령들 중 인사와 관련해 합격점을 받은 인물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낙하산 근절
인사 합격?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대선공신들을 중용하다 '측근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측근 참모들을 돌아가면서 기용해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 인사'로, 김영삼 전 대통령은 'PK 인사'로 임기 내내 지역주의에 사로잡힌 인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보은성 코드인사를 근절하고자 했던 것은 이 같은 전임 대통령들의 인사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인선 스타일은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 격'이 됐다.


인사청탁을 막겠다며 인선기간 거의 칩거하듯 하며 실시한 이른바 '밀봉인사'는 인수위 기간부터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덕분에 박근혜정부는 취임 100일 만에 고위공직자 중 14명이 낙마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공공기관장 대거 교체부터 내년 지방선거까지
정권초기 홀대 받던 대선공신들 기대감 증폭

특히 밀봉인사로 박 대통령이 인선을 혼자 결정한 격이 되면서 인사실패에 대한 책임은 모두 박 대통령이 짊어져야 했다. 인사파동이 한창일 때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40%대를 겨우 유지하는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당내에선 '밥 지은 사람 따로 있고 밥 먹는 사람 따로 있다'는 대선공신들의 불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선거 때 전혀 역할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장·차관이나 청와대 요직을 모두 꿰찼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이 끝난 후 대선 승리에 기여한 인사들의 명단을 작성해 놨다가 나중에 반드시 자리를 챙겨줬던 이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박근혜정부의 대선공신들은 서운함을 넘어 서러움을 느낄 정도다.

그랬던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최근 크게 달라졌다. 대선공신과 측근들을 대거 기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 대통령을 향한 '토사구팽'이라는 비판은 불과 며칠 사이에 '친박독식' '논공행상'이라는 비판으로 바뀌었다.

토사구팽
논공행상

박 대통령이 최근 들어 인사에 관한 기본 원칙을 바꾼 것을 놓고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제일 먼저 들려오는 것은 대선 공신 홀대론에 대한 당내 반발이 심해지면서 이를 무마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설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며 이념과 지역을 넘어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방대한 대선조직을 꾸렸었다. 때문에 이전 정권들과 비교할 때 인선에 대한 수요는 더 많아졌지만 공급을 오히려 줄였으니 당연히 불만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또 전 정권과 비교하면 이 전 대통령의 경우는 대선 후 바로 총선이 있어 의원직 공천이라도 골고루 나눠 줄 수 있었지만 박 대통령의 경우는 임명직 외에는 보상할 길이 없었다. 이렇게 대선공신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되기 시작하자 결국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막상 국정운영을 해보니 측근을 배제한 참모진들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대선기간 호흡을 맞춰온 대선공신들을 다시 찾게 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논공행상이라기보다는 박 대통령이 보유한 인재풀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시한 인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처음부터 박 대통령이 계획한 일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수위에서 자리를 맡는다 해도 영양가가 없고, 정권 초기 대선공신과 측근들을 대거 임명해 괜한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임기 초반에는 대선공신들을 인선에서 배제한 후 어느 정도 정권의 자리가 잡히자 뒤늦게 논공행상을 시작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인사권은 주위 인사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가장 큰 무기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박 대통령이 이를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박 대통령이 인선 스타일을 크게 바꾸면서 박 대통령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던 인사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져가고 있다. 곧 공공기관장이 대거 교체 될 예정인데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꼭 이런 것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마음만 먹는다면 자리 하나쯤 만들어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등 대선공신이었던 이재오 의원의 경우는 총선에서 낙선한 후 국민권익위원장이라는 다소 생소한 자리에 임명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박영준 국무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권익위원장이 뭐 하는 자리냐"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신설된 국민권익위원회는 이후 실세부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인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엔 누가 있을까? 우선 박근혜정부 출범 후 인선 때마다 제일 먼저 하마평에 오르는 이들이 있다.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안대희 전 정치쇄신특별위원장, 한광옥 전 국민대통합위원장이다.

김 전 위원장의 경우는 한때 유력한 총리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김 전 위원장은 총리직이 불발된 후에도 각종 주요 인선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렸다. 김 전 위원장은 대선기간 경제민주화 정책을 진두지휘하며 경제민주화 화두를 민주당보다 먼저 선점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김 전 위원장은 대선기간 박 대통령과 잦은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그에 대한 인선이 끝까지 불발 될 경우 박 대통령으로서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곤혹스럽다. 김 전 위원장은 현재 가천대에서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꾸준히 하마평
언젠간 돌아온다

안 전 위원장 역시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이다. 안 전 위원장은 강직한 검사 이미지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었다. 안 전 위원장의 영입은 박 대통령의 절묘한 '신의 한수'로 평가받기도 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안 전 위원장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었다.


안 전 위원장 역시 박근혜정부 초기 내각 구성에서 총리를 비롯해 법무부장관, 감사원장 등 하마평이 잇따랐었다. 안 전 위원장은 현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광옥 전 국민통합위원장 역시 주요 요직 하마평에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이다. 한 전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르던 동교동계 출신으로 수십년간 민주당에 몸담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한 전 위원장의 깜짝지지는 박 대통령의 호남 유권자 공략에 디딤돌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1987년 대통령직선제 부활 이후 새누리당 출신 대선후보로는 최초로 호남에서 1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박근혜정부에서 국민대통합과 대탕평 인사 명분으로 요직에 기용될 것이란 전망이 무성했다.

대선공신 귀환에 이내 사라진 '친박 홀대론'
'토사구팽' 비판하다 '친박독식' 비판 직면

한 전 위원장은 현재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내정되어 있긴 하지만 그의 대선기여도에 비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자리라는 지적이 많아 추가로 다른 요직에 인선될 가능성이 있다.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인선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호남 홀대론'을 불식시킬 좋은 카드이기도 하다. 같은 이유로 한화갑 전 의원과 김경재 전 대통령직인수위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도 주요인선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서청원 새누리당 상임고문의 경우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어떤 자리로든 입각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서 고문의 경우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를 만들어 돌풍을 일으켰지만 공천헌금과 관련한 비리혐의로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박 대통령은 평소 이에 대해 서 고문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정부 인선 초기 그가 인선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설이 나돌았다. 때문에 앞으로의 인선에서 서 고문이 빠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선캠프에서 정치쇄신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와 이준석 전 비대위원, 손수조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 변추석 전 선대위 홍보본부장 등이 역시 각종 자리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지난 대선 승리의 주역들이지만 아직 대통령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전 교수는 최근 30년 가까이 봉직한 중앙대에서 명예퇴직하면서 입각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했지만 아직까진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인재풀 한계
보은으로 마무리

이 전 교수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맡아 4·11 총선의 승리를 이끌었으며 비대위 체제가 대선 체제로 전환된 뒤에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으로 활동하며 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도왔다.

지난 대선 당시 이 전 비대위원과 손 위원장의 활약도 누구보다 지대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청년층에서 30%가 넘는 득표율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이 두 사람이 새누리당에 젊은 이미지를 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전 비대위원은 지난 4·24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유력한 공천 대상자로 하마평에 올랐지만 실제 출마에 나서진 않았다.

변 전 홍보본부장은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이름 초성인 'ㅂㄱㅎ'과 스마일 이모티콘, 토크를 상징하는 말풍선이 결합된 대선 PI를 내놓아 반향을 일으켰다. 변 홍보본부장은 당초 청와대 인선에서 홍보수석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었다.

박선규 전 새누리당 대변인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박 대통령 측의 간곡한 요청으로 새누리당 대선경선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경우 차기 당대표 도전설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가 장악한 새누리당에서 당대표를 역임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밖에도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 대변인단의 안형환ㆍ정옥임 전 의원 등 박 대통령의 임명장을 기다리는 이들은 수도 없이 많은 실정이다. 취임 초 보은성 코드인사를 근절하겠다고 선언한 박 대통령의 보은인사가 어디까지 향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청와대로 집중되는 요즘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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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