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계의 전설' 변태 전락 사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11 09: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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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고 겸손했는데, 못 믿겠다"

[일요시사=정치팀] 현재 국회에서 입법조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오모씨는 '고시계의 전설'이다. 오씨는 지난 2010년 남들은 하나도 어렵다는 입법·사법·행정고시를 모두 한꺼번에 합격했다. 요즘 보기 드문 3관왕이다. 그런 오씨가 지난달 30일 여자화장실에서 이른바 '몰카'를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그 뒷이야기를 살펴봤다.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건물 1층 여자화장실에서는 참 민망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술에 잔뜩 취한 한 30대 남성이 여자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옆 칸에서 소변을 보고 있던 A(19)씨를 30여 초간 자신의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이다. 이 남성은 현재 국회에서 입법조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31살 오모씨로 5급 행정사무관이다.

자수성가 인재

소변을 보고 있던 A씨는 곧 이상한 낌새를 느꼈고 오씨가 휴대폰으로 자신을 촬영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곧바로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오씨를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잡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 A씨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경비원은 오씨를 밖으로 끌어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현행범으로 넘겼다.

체포과정에서 오씨는 거칠게 저항하며 술에 취해 여자화장실에 잘못 들어간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오씨의 휴대폰에서 A씨의 모습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확보했고, 그를 불구속 입건했다.

한편 오씨는 경찰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10년 5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 외에도 같은 해 26회 입법고시 법제직을 수석으로 합격했고, 54회 행정고시 법무행정직을 차석으로 합격한 '고시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오씨는 이전 법률 관련 잡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어쩌다보니 3관왕이라는 분에 넘치는 영광을 얻었지만 처음부터 3관왕을 목표로 공부했던 것이 아니라 어느 한 가지 시험이라도 꼭 합격해서 수험생활을 마무리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 평범한 수험생이었을 뿐"이라며 "셋 중 어느 하나에 합격하신 분이라면 다른 시험도 충분히 합격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오씨가 고시를 준비하던 시절 그를 알던 사람들은 "(오씨가) 머리가 엄청 좋았으면서도 늘 겸손했으며 성실했다"고 기억했다. 그런 그가 이런 사건에 휘말릴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이었다.

오씨의 3관왕 이후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는 오씨가 공개한 합격수기 등이 한때 수험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만큼 그는 고시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롤모델로 꼽혔다.

그는 수기에서 시험 날 감기에 걸릴까봐 미리 독감예방주사를 맞았고, 컴퓨터용 사인펜은 모회사에서 나온 둥근촉 사인펜이 마킹시간을 절약해 주며, 벨이 울림과 동시에 시험지 봉인을 바로 뜯을 수 있도록 칼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아주 사소한 것까지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왔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지난 2000년 아버지가 산업재해로 돌아가셨으나,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픔을 이겨내고 자수성가한 인물이었다.

한편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국회 측은 오씨가 현행범으로 검거된 데다 오씨가 촬영한 동영상 등 확실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그에 대해 아무런 징계절차도 밟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씨는 사건 발생 이후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국회에 정상 출근했다. 심지어 오씨의 부서 담당자는 "동영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경찰이 생사람을 잡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해당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영등포경찰서 측은 동영상을 분명히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두고 국회의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례로 최근 동료 여직원을 성추행해 경찰의 조사를 받는 등 파문을 일으킨 전남 순천시 공무원 박모씨는 바로 다음 날 직위해제 됐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사건으로 공직자의 기강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 대응은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이다. 방미기간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윤 전 대변인의 경우는 피해여성의 진술 외에 특별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사건이 불거진 후 바로 경질되기도 했다.

고시 3관왕, 고시계 롤모델의 급추락
동영상 증거에도 무죄 주장하며 출근

국회 측은 이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공무원법상 마음대로 징계를 내릴 수가 없다"며 "수사가 끝나는 대로 적법한 절차에 맞게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씨의 부서 상사는 시종일관 오씨를 감싸는 모습이었다. 오씨가 국회 내에서도 평판이 꽤 좋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오씨는 경찰대학을 나와 고시 3관왕을 했는데 이를 두고 학비와 기숙사비 등을 줄이기 위한 꼼수가 아니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경찰대생의 경우 학비와 기숙사비가 지원되는데다 매달 생활비도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경찰대 커리큘럼에 헌법, 행정법, 형법, 민법, 형사소송법 등의 법학 수업이 상당수 전공과목으로 포함돼 있어 학교 공부와 사시 준비를 병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경찰대생들이 고시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씨가 고시 3관왕을 차지했던 지난 2010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이던 유정현 전 의원(한나라당)은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경찰관 휴직 현황' 및 '최근 5년간 경찰대 출신 고시 합격자 휴직 이력' 등에 따르면 사법 및 행정고시 합격자 44명 중 31명이 시험 합격 전에 휴직을 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은 진단서만 제출하면 병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질병이나 가사 휴직을 허락해주는 제도를 이용해 고시공부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고시 합격 등을 이유로 퇴직한 이들에게 수업료 등을 환수하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오씨는 자신의 합격수기를 통해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08년 촛불시위였다"며 "사회적 갈등의 현장에서 그 어려움을 온 몸으로 감당해내면서도 비난의 표적이 되는 동료들의 아픔을 느끼며 경찰이 생각하는 정의와 시민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민하게 되었고, 법 실력이 없다면 소신 있게 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08년 7월부터 고시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적었다.

알고 보니 변태?

한편 이처럼 평소 평판이 좋았으며 성실했던 그가 이 같은 사건에 휘말린 것에 대해 주변 지인들은 여전히 믿지 못하는 눈치다.

단순히 술 때문이었을까?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해왔던 오씨는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오씨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동영상 증거가 확보된 현재에도 '술에 취해 여자화장실에 잘못 들어간 것뿐'이라는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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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