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사정바람' CJ가 죽어야 사는 사람들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12 10: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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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CJ…누가 왜 이토록 탈탈 터는가?

[일요시사=정치팀] CJ그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검찰은 CJ를 그야말로 탈탈 털고 있다. 불과 5년 전 같은 사안에 대해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과는 영 딴판이다. 또 재계 총수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마다 노골적으로 재계의 편을 들어주던 보수언론들은 오히려 CJ그룹을 앞장서서 공격하고 있다. '검찰보다 언론수사대가 무섭다'는 재계 관계자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요즘이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CJ그룹과 이재현 회장을 고립무원의 처지로 몰아넣어 반드시 죽여야만 사는 사람들은 과연 누굴까? 



CJ그룹을 향한 검찰 수사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달 21일 시작된 수사는 불과 2주 만에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부터 주가조작 의혹, 편법 증여 의혹,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까지 수사범위를 광폭으로 넓혀가고 있다. 실로 예상치 못했던 이례적인 일이다.

봐주기수사?
표적수사?

검찰은 이미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에 대한 이번 수사는 그야말로 속도전이었다. 수사 개시 후 불과 이틀 만에 이 회장을 출국금지 시키는가 하면, 이례적으로 이 회장의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펼쳤다. 불과 5년 전 CJ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이 회장이 상속세 1700억원을 자진납부하자 관련수사를 모두 종결했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차명재산이 발견될 경우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기 위해 재조사하는 것이 관례였음에도 당시 국세청은 재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또 거액의 세금을 추징하면서 당연히 취해야 할 검찰 고발조치도 생략했었다. 5년 전 수사가 사실상 '봐주기수사'였다면 최근 수사는 '표적수사'에 가깝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CJ그룹의 처지는 그렇게 불과 5년 만에 180도 달라졌다. 이를 두고 정·재계에서는 "CJ가 이번에는 된통 걸린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아무리 재계순위 14위의 대기업 CJ라도 이번 사건에서 빠져나오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정·재계에는 CJ가 죽어야 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CJ가 죽어야 사는 사람들. 그들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선 CJ 수사와 관련해 언제나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삼성이다. CJ와 삼성의 악연은 이미 유명하다. CJ 측도 이번 수사의 배후로 공공연히 삼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재현 회장은 삼성가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회장의 아들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맹희 전 회장의 친동생이다. 삼성과 CJ의 갈등은 지난 1967년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쉴 새 없이 털리는 CJ "배후는 누구?"
MB와 친하게 지낸 게 오히려 '독'
 

삼성의 창업주 고 이병철 전 회장은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병철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 이맹희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섰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아버지로부터 신뢰를 잃고 동생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을 뺏기게 된다.

이후 이맹희 전 회장은 공공연히 동생인 이건희 회장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려 아버지와 자신을 갈라놨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삼성과 CJ의 사이는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맹희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상속 소송을 벌이면서 양측 간 갈등이 극에 달했다. 지난해 2월에는 이재현 회장에 대한 삼성 직원의 미행 사건이 터졌고, 같은 해 11월에는 고 이병철 회장의 선영 참배를 놓고 삼성 측이 CJ일가가 정문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면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삼성과 CJ와의 상속전은 삼성의 승소로 끝났지만 이맹희 전 회장 측이 항소하며 소송을 장기전으로 끌어가려 하자 삼성이 CJ그룹 비리와 관련한 핵심 단서들을 수사기관에 제보했다는 억측성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물론 삼성으로선 CJ의 비자금을 직접 공략함으로써 CJ가 장기 소송전을 이끌 동력을 소진시킬 수 있다. 만약 이맹희 전 회장 측이 소송에서 이기게 된다면 삼성의 후계구도가 송두리째 흔들릴 공산이 크다. 삼성으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삼성 vs CJ
CJ vs 종편

두 번째로 거론되는 세력은 '종편채널'들이다. 최근 보수로 분류되는 종편채널들이 CJ에 대한 의혹제기 전면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 보수언론들은 재계 총수에 대한 비판보도에 무척 소극적이었다. 심지어 보수언론들은 재계에 대한 수사가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재계 총수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서는 재계 총수가 그동안 경제발전에 기여했던 점들을 나열하며 동정여론을 형성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그동안의 보도 행태와 비교하면 CJ 관련보도는 무척 공격적이다. CJ 관계자들도 검찰 수사보다 종편채널들의 연이은 보도 때문에 더 곤혹을 치르고 있다고 하소연 할 정도다.

일부 사건의 경우는 종편의 보도가 검찰의 수사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이를 두고 '종편의 CJ 죽이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CJ와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종편들이 CJ가 죽기를 바라는 이유는 간단하다. 종편 입장에서 CJ는 광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껄끄러운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CJ는 현재 tvN, Mnet, OCN, CGV, SUPER Action, 캐치온, 올리브, 온스타일, 스토리온, XTM, 투니버스, 온게임넷, 바둑TV, KM TV, 내셔널지오그래픽 코리아, 중화TV 등 다양한 콘텐츠의 케이블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다. 종편 입장에서 CJ는 자신들과 공생관계인 대기업이 아니라 경쟁자로만 보이는 이유다.

게다가 CJ는 종편사들의 채널 배정권을 가진 우위 사업자이기도 하다. 종편사들은 현재 CJ가 배분해주는 송출수수료를 받아들여야 하고, 채널 배정에 있어 CJ의 눈치를 봐야하는 위치다. 이 때문에 이번 CJ수사가 진행되기 전 이른바 조중동이 앞장서서 제기했던 '유사보도' 문제도 결국은 CJ를 겨냥한 것이라는 뒷말이 무성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CJ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종편들이 기다렸다는 듯 CJ와 관련된 온갖 의혹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언론계에서도 "삼성과 관련한 수사 때에는 침묵하던 언론들이 CJ와 관련한 수사에서는 단순한 피의사실까지도 앞 다퉈 보도하는 것은 어떠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종편들이 사실상 CJ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보복성에 가까운 보도행태"라고 평가하고 있다.

밉보인 CJ
절대권력의 힘

세 번째로 거론되는 대상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정·재계에서는 지난 방미 경제수행단에 CJ그룹이 제외된 것을 놓고 이미 뒷말이 무성했다. 이를 두고 정·재계에서는 CJ그룹이 이명박정부 시절 정권 핵심인사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승승장구했던 것이 박 대통령에게 밉보여 사정대상 1호가 됐다는 설이 나돌았다. 실제로 이재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양아들'이라고까지 불렸던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과 35년 지기이며, 이 전 대통령의 50년 지기 친구로 유명한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과도 역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함께 CJ는 특히 그동안 CJ E&M의 tvN 채널을 통해 정치풍자를 강화하면서 보수진영의 심기를 거슬러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대선기간 국정감사에서는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이 tvN 채널에서 방영하는 <여의도텔레토비>에 대해 특정후보, 즉 박근혜 후보를 비하하고 욕설이 난무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방송에서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으로 분장한 인물이 박 대통령으로 분장한 인물에게 "너 같은 오만과 불통하고는 밥 안 먹어"라고 하는가 하면, 박 대통령의 취임식을 소개하면서 "첫 번째 뉴스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식이, 아니 잠깐만요. 이게 왜 첫 번째 뉴스입니까? 혹시 여기 제작진 중에 '일베'하는 사람 있습니까?"라며 비꼬는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가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박근혜에 "오만, 불통" 막말 퍼붓더니
잘 나가던 CJ 창립 후 최대위기 직면

우연의 일치인지 검찰이 CJ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하자 <글로벌텔레토비(구 여의도텔레토비)>가 결방됐고, CJ가 영입한 MBC 출신 최일구 앵커가 진행할 예정이던 tvN <최일구의 끝장토론>이 이례적으로 첫 방송 바로 전날 방영이 취소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 말 안듣는 정·재계에 대한 군기를 잡기 위해 CJ만큼 좋은 타깃도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러한 와중에 수사가 흐지부지 되어버린다면 박 대통령의 정·재계 군기잡기는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CJ가 이번 수사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윤창중 사태 이후 국면전환을 간절히 원하고 있던 박 대통령으로서는 CJ수사를 통해 국면전환과 동시에 경제민주화 및 지하 경제양성화에 대한 의지를 국민들에게 확인 시키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게 됐다.

검찰도 사생결단
'죽여야 산다'

네 번째로 거론되는 세력은 바로 검찰이다. 검찰은 그동안 일선 검사들이 각종 성추문과 부정비리로 논란을 겪으면서 궁지에 몰렸었다. 결국 지난해 검찰개혁이 화두로 떠오르더니  올해 중수부가 폐지되는 아픔까지 겪었다. 이처럼 위기상황에 몰린 검찰이 이를 돌파할 카드로 CJ를 택했다는 것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취임일성이 '위기에 빠진 검찰의 신뢰 회복'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이해가 쉽다.

실제로 검찰은 이번 CJ에 대한 수사로 조직의 위상이 크게 강화됐다는 평가다. 이번 CJ 수사는 검찰에게 큰 의미가 있다. 채 총장의 취임 후 진행되는 첫 기업수사인데다 중수부 폐지 후 강화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첫 번째 수사이기도 하다.

이번 수사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면 검찰에 대한 신뢰회복은 요원해진다. 이를 의식한 듯 검찰도 이번 수사에 수사력을 집중하며 유례없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CJ의 각종 범법행위를 추가로 밝혀낼 경우 수사의 정당성과 상징성은 배가된다.

반대로 제대로 혐의를 입증해내지 못한다면 검찰은 또 한 번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검찰로선 CJ를 기필코 죽여야 사는 처지인 것이다. 이처럼 CJ의 현재 상황은 대통령과 삼성, 검찰, 보수언론의 틈바구니에 완벽하게 포위된 상황이다.

CJ 사건을 바라보는 한 정치평론가는 "물론 CJ가 받고 있는 혐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굴지의 재벌그룹 오너일가의 비자금과 탈세 문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하지만 문제는 CJ에 대한 수사와 언론 보도가 너무나 일방적이고 광범위하다는 데 있다"며 "이쯤에서 우리는 '왜'라는 궁금증을 가져야 한다. CJ가 권력 최상층의 이해관계에 얽혀 희생양이 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그리고 면밀히 살펴봐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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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