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 금배지 내던지고 시장 탐내는 사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05 17: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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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박심' 심는다던데 나도 한자리 해볼까?"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2014년 치러질 제6대 지방선거가 6월4일을 기점으로 정확히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오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군들이 자천타천으로 이미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후보군 중 상당수가 현역 국회의원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임기는 아직도 3년이나 남아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1년이나 남은 제6대 지방선거의 열기가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당분간 큰 선거가 없는데다 1년이란 기간이 선거를 준비하기엔 짧다면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선거에 출마할 예상후보자들이 이미 거론되고 있고, 출마예상자들은 지역에서 표밭을 다지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한창이다.

출마 예상자
물밑 선거운동

특히 내년 지방선거 출마예상자 명단에는 자천타천으로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대거 포함돼 있어 정치권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제19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아직 3년이나 남아있다. 출마예상자 명단에 거론된 의원들 중 일부는 출마할 생각이 없다며 확실히 선을 긋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지방선거의 판세를 관망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일부 의원들은 용감하게 지방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우선 경기도, 서울시, 인천시 등 이른바 수도권 빅3지역 예상출마자를 살펴보면,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재선 도전의사를 확실히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된다. 특히 박 시장은 이미 여러 단체 인사들과 연쇄적으로 만남을 가지며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시작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몽준 의원 등이, 또 민주당에서는 박영선 의원과 이인영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어서 아직까진 박 시장을 견제할 이렇다 할 대항마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시장의 경우 정치권에선 '대선가도'로 통하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어 많은 정치인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자리다. 따라서 막상 선거일이 다가오면 유력 정치인들이 도전장을 던질 가능성이 농후해 박 시장으로서도 마냥 방심할 수만은 없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물밑경쟁 벌써부터 치열
시도지사 행정경험, 큰 정치인 성장 밑거름

서울과 함께 전국 지자체 중 최고 유권자수를 자랑하는 경기도지사 선거의 경우 김문수 경기지사의 3선 성공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일각에선 김 지사가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2014년 당권 도전을 거쳐 2017년 대선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김 지사가 일단은 3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김 지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유 장관은 3선으로 과거 김포시장과 농림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경험이 있어 행정경험에서도 김 지사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데다 출마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개연성이 크다. 유 장관은 현재 국회의원직을 겸직 중이다.

이밖에도 당내 쇄신파로 불리는 5선의 남경필 의원도 유력한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남 의원은 과거에 이미 도지사 도전의사를 밝혔다 포기하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유시민 전 의원과의 단일화 승부에서 패해 뜻을 이루지 못했던 김진표 의원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당시 선거가 끝난 후 정치권에서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김 의원으로 단일화가 됐다면 김 지사를 꺾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김 의원은 사실상 출마의사를 굳힌 상태다. 여기에 5선의 이석현, 4선의 원혜영, 3선의 박기춘, 이종걸 의원 등도 차기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선 긋거나
침묵하거나

역시 수도권 빅3지역인 인천시장의 경우는 민주당 소속 송영길 현 시장이 재선도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문병호 의원이 조심스럽게 출마를 타진하고 있으며, 신학용 의원도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시장직을 탈환해야 하는 새누리당은 이학재 의원과 윤상현 의원 등이 예상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수도권 빅3 외에도 이른바 특정정당의 깃발만 꼽으면 당선된다는 지역에선 지방선거를 향한 열기가 더욱 뜨겁다. 일례로 부산시장선거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피 튀기는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에서만 10여 명 안팎이, 민주당 등 야권에서도 5∼6명의 인사들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부산시장선거는 허남식 시장이 이미 3선 고지를 달성해 연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서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사람은 4선의 서병수 의원이다. 그는 최근까지 당 사무총장직을 맡아왔다. 서 의원은 부산시장에 출마할 것이라는 사실을 대내외에 공공연히 알리며 부산의 친박계 모임인 포럼부산비전을 중심으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서 의원 외에도 김정훈 의원은 올 초부터 부산지역 행사에서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등 표밭 다지기에 열성을 보이고 있으며, 유기준 의원 역시 부산시장 선거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도 국회부의장을 지냈던 정의화 의원, 이진복, 박민식, 김세연 의원 등이 부산시장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지역 텃밭
내부 경쟁 치열

민주당에서는 영남권 유일의 민주당 3선이라는 이력을 가진 조경태 의원이 유력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조 의원은 부산시장 출마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출신 부산시장의 탄생은 무척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44%를 득표하며 선전한 바 있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민주당 텃밭인 전남의 도지사 자리를 놓고는 민주당 의원 간의 각축전이 한창이다. 이낙연 의원과 주승용 의원은 이미 지사직 도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박지원 의원이 전남지사직 자리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두 사람 모두 긴장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내년 6월 전남도지사 선거 출마 여부 등 향후 정치행보를 묻는 질문에 대해 "10월 재보선 결과 등을 지켜본 뒤 올 연말쯤부터 움직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박 의원이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박 의원 측은 문제가 커지자 "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라 당권 도전 등 향후 정치행보에 대해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이 전남지사 선거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호남의 정치1번지 광주시장 선거를 놓고는 민주당 의원들끼리의 뒷거래설도 나돌았다.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은 민주당의 5·4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경선에 나선 광주 출신의 강기정, 이용섭 의원이 단일화 추진의 조건으로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하는 쪽에 광주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기로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광주는 민주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거의 확실시 되는 지역이다.

너도나도 출마, 대규모 재보선으로 이어질까?
총선 때 지역주민과의 약속은 '나몰라라'

이외에도 전국 각 지역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출마설이 들리는 현역 의원들은 한 둘이 아니다. 자천타천 거론되는 후보들까지 모두 합칠 경우 현역의원 중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인사가 50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려온다.

물론 지방선거까진 아직 많은 변수가 남아있기에 거론되는 후보 가운데 대부분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많은 현역의원들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어렵게 단 금배지를 버리고 지방선거에 도전하려는 것일까?

의원들이 시도지사에 도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 역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지만 중진쯤 되면 보다 큰 영역에서 행정권을 집행하고 싶은 정치적 야심이 생긴다고 입을 모은다. 시도지사로 재직하게 되면 행정경험을 쌓고 폭넓은 지지기반도 마련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리더십을 검증받고 지명도를 쌓다보면 자연스럽게 큰 정치인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현재 야당이 차지하고 있는 광역자치단체들에 친박인사들을 대거 포진시키려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선 유독 현역의원들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무래도 박 대통령의 인맥은 여의도 정치에 많이 치우쳐 있기 때문에 진정한 박심을 각 자치단체에 포진시키기 위해서는 의원 출신들을 공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니면 말고
잃을 것 없다

게다가 의원들로서는 지방선거 출마를 노리다 공천 등에서 탈락하면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는 장점도 있다. 설사 공천돼 끝까지 선거를 치르더라도 의원직을 버릴 필요는 없다. 선거 과정에서 일정 득표율을 얻는다면 선거비용의 전액 환수도 가능하다. 다만 현역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대한 일각의 비판여론은 부담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다수의 현역의원들이 다음 지방선거에 뛰어들면 또다시 대규모 재보궐선거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 국회의원들이 후보시절 내세웠던 공약이행도 사실상 요원해진다. 지역발전에 큰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관계자는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현역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국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이 같은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임기 내에는 다른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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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