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 금배지 내던지고 시장 탐내는 사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05 17: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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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박심' 심는다던데 나도 한자리 해볼까?"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2014년 치러질 제6대 지방선거가 6월4일을 기점으로 정확히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오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군들이 자천타천으로 이미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후보군 중 상당수가 현역 국회의원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임기는 아직도 3년이나 남아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1년이나 남은 제6대 지방선거의 열기가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당분간 큰 선거가 없는데다 1년이란 기간이 선거를 준비하기엔 짧다면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선거에 출마할 예상후보자들이 이미 거론되고 있고, 출마예상자들은 지역에서 표밭을 다지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한창이다.

출마 예상자
물밑 선거운동

특히 내년 지방선거 출마예상자 명단에는 자천타천으로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대거 포함돼 있어 정치권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제19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아직 3년이나 남아있다. 출마예상자 명단에 거론된 의원들 중 일부는 출마할 생각이 없다며 확실히 선을 긋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지방선거의 판세를 관망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일부 의원들은 용감하게 지방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우선 경기도, 서울시, 인천시 등 이른바 수도권 빅3지역 예상출마자를 살펴보면,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재선 도전의사를 확실히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된다. 특히 박 시장은 이미 여러 단체 인사들과 연쇄적으로 만남을 가지며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시작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몽준 의원 등이, 또 민주당에서는 박영선 의원과 이인영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어서 아직까진 박 시장을 견제할 이렇다 할 대항마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시장의 경우 정치권에선 '대선가도'로 통하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어 많은 정치인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자리다. 따라서 막상 선거일이 다가오면 유력 정치인들이 도전장을 던질 가능성이 농후해 박 시장으로서도 마냥 방심할 수만은 없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물밑경쟁 벌써부터 치열
시도지사 행정경험, 큰 정치인 성장 밑거름

서울과 함께 전국 지자체 중 최고 유권자수를 자랑하는 경기도지사 선거의 경우 김문수 경기지사의 3선 성공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일각에선 김 지사가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2014년 당권 도전을 거쳐 2017년 대선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김 지사가 일단은 3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김 지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유 장관은 3선으로 과거 김포시장과 농림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경험이 있어 행정경험에서도 김 지사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데다 출마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개연성이 크다. 유 장관은 현재 국회의원직을 겸직 중이다.

이밖에도 당내 쇄신파로 불리는 5선의 남경필 의원도 유력한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남 의원은 과거에 이미 도지사 도전의사를 밝혔다 포기하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유시민 전 의원과의 단일화 승부에서 패해 뜻을 이루지 못했던 김진표 의원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당시 선거가 끝난 후 정치권에서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김 의원으로 단일화가 됐다면 김 지사를 꺾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김 의원은 사실상 출마의사를 굳힌 상태다. 여기에 5선의 이석현, 4선의 원혜영, 3선의 박기춘, 이종걸 의원 등도 차기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선 긋거나
침묵하거나

역시 수도권 빅3지역인 인천시장의 경우는 민주당 소속 송영길 현 시장이 재선도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문병호 의원이 조심스럽게 출마를 타진하고 있으며, 신학용 의원도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시장직을 탈환해야 하는 새누리당은 이학재 의원과 윤상현 의원 등이 예상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수도권 빅3 외에도 이른바 특정정당의 깃발만 꼽으면 당선된다는 지역에선 지방선거를 향한 열기가 더욱 뜨겁다. 일례로 부산시장선거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피 튀기는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에서만 10여 명 안팎이, 민주당 등 야권에서도 5∼6명의 인사들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부산시장선거는 허남식 시장이 이미 3선 고지를 달성해 연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서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사람은 4선의 서병수 의원이다. 그는 최근까지 당 사무총장직을 맡아왔다. 서 의원은 부산시장에 출마할 것이라는 사실을 대내외에 공공연히 알리며 부산의 친박계 모임인 포럼부산비전을 중심으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서 의원 외에도 김정훈 의원은 올 초부터 부산지역 행사에서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등 표밭 다지기에 열성을 보이고 있으며, 유기준 의원 역시 부산시장 선거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도 국회부의장을 지냈던 정의화 의원, 이진복, 박민식, 김세연 의원 등이 부산시장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지역 텃밭
내부 경쟁 치열

민주당에서는 영남권 유일의 민주당 3선이라는 이력을 가진 조경태 의원이 유력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조 의원은 부산시장 출마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출신 부산시장의 탄생은 무척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44%를 득표하며 선전한 바 있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민주당 텃밭인 전남의 도지사 자리를 놓고는 민주당 의원 간의 각축전이 한창이다. 이낙연 의원과 주승용 의원은 이미 지사직 도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박지원 의원이 전남지사직 자리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두 사람 모두 긴장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내년 6월 전남도지사 선거 출마 여부 등 향후 정치행보를 묻는 질문에 대해 "10월 재보선 결과 등을 지켜본 뒤 올 연말쯤부터 움직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박 의원이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박 의원 측은 문제가 커지자 "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라 당권 도전 등 향후 정치행보에 대해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이 전남지사 선거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호남의 정치1번지 광주시장 선거를 놓고는 민주당 의원들끼리의 뒷거래설도 나돌았다.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은 민주당의 5·4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경선에 나선 광주 출신의 강기정, 이용섭 의원이 단일화 추진의 조건으로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하는 쪽에 광주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기로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광주는 민주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거의 확실시 되는 지역이다.

너도나도 출마, 대규모 재보선으로 이어질까?
총선 때 지역주민과의 약속은 '나몰라라'

이외에도 전국 각 지역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출마설이 들리는 현역 의원들은 한 둘이 아니다. 자천타천 거론되는 후보들까지 모두 합칠 경우 현역의원 중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인사가 50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려온다.


물론 지방선거까진 아직 많은 변수가 남아있기에 거론되는 후보 가운데 대부분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많은 현역의원들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어렵게 단 금배지를 버리고 지방선거에 도전하려는 것일까?

의원들이 시도지사에 도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 역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지만 중진쯤 되면 보다 큰 영역에서 행정권을 집행하고 싶은 정치적 야심이 생긴다고 입을 모은다. 시도지사로 재직하게 되면 행정경험을 쌓고 폭넓은 지지기반도 마련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리더십을 검증받고 지명도를 쌓다보면 자연스럽게 큰 정치인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현재 야당이 차지하고 있는 광역자치단체들에 친박인사들을 대거 포진시키려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선 유독 현역의원들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무래도 박 대통령의 인맥은 여의도 정치에 많이 치우쳐 있기 때문에 진정한 박심을 각 자치단체에 포진시키기 위해서는 의원 출신들을 공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니면 말고
잃을 것 없다

게다가 의원들로서는 지방선거 출마를 노리다 공천 등에서 탈락하면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는 장점도 있다. 설사 공천돼 끝까지 선거를 치르더라도 의원직을 버릴 필요는 없다. 선거 과정에서 일정 득표율을 얻는다면 선거비용의 전액 환수도 가능하다. 다만 현역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대한 일각의 비판여론은 부담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다수의 현역의원들이 다음 지방선거에 뛰어들면 또다시 대규모 재보궐선거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 국회의원들이 후보시절 내세웠던 공약이행도 사실상 요원해진다. 지역발전에 큰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관계자는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현역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국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이 같은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임기 내에는 다른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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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