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 금배지 내던지고 시장 탐내는 사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05 17: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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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박심' 심는다던데 나도 한자리 해볼까?"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2014년 치러질 제6대 지방선거가 6월4일을 기점으로 정확히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오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군들이 자천타천으로 이미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후보군 중 상당수가 현역 국회의원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임기는 아직도 3년이나 남아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1년이나 남은 제6대 지방선거의 열기가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당분간 큰 선거가 없는데다 1년이란 기간이 선거를 준비하기엔 짧다면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선거에 출마할 예상후보자들이 이미 거론되고 있고, 출마예상자들은 지역에서 표밭을 다지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한창이다.

출마 예상자
물밑 선거운동

특히 내년 지방선거 출마예상자 명단에는 자천타천으로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대거 포함돼 있어 정치권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제19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아직 3년이나 남아있다. 출마예상자 명단에 거론된 의원들 중 일부는 출마할 생각이 없다며 확실히 선을 긋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지방선거의 판세를 관망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일부 의원들은 용감하게 지방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우선 경기도, 서울시, 인천시 등 이른바 수도권 빅3지역 예상출마자를 살펴보면,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재선 도전의사를 확실히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된다. 특히 박 시장은 이미 여러 단체 인사들과 연쇄적으로 만남을 가지며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시작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몽준 의원 등이, 또 민주당에서는 박영선 의원과 이인영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어서 아직까진 박 시장을 견제할 이렇다 할 대항마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시장의 경우 정치권에선 '대선가도'로 통하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어 많은 정치인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자리다. 따라서 막상 선거일이 다가오면 유력 정치인들이 도전장을 던질 가능성이 농후해 박 시장으로서도 마냥 방심할 수만은 없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물밑경쟁 벌써부터 치열
시도지사 행정경험, 큰 정치인 성장 밑거름

서울과 함께 전국 지자체 중 최고 유권자수를 자랑하는 경기도지사 선거의 경우 김문수 경기지사의 3선 성공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일각에선 김 지사가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2014년 당권 도전을 거쳐 2017년 대선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김 지사가 일단은 3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김 지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유 장관은 3선으로 과거 김포시장과 농림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경험이 있어 행정경험에서도 김 지사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데다 출마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개연성이 크다. 유 장관은 현재 국회의원직을 겸직 중이다.

이밖에도 당내 쇄신파로 불리는 5선의 남경필 의원도 유력한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남 의원은 과거에 이미 도지사 도전의사를 밝혔다 포기하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유시민 전 의원과의 단일화 승부에서 패해 뜻을 이루지 못했던 김진표 의원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당시 선거가 끝난 후 정치권에서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김 의원으로 단일화가 됐다면 김 지사를 꺾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김 의원은 사실상 출마의사를 굳힌 상태다. 여기에 5선의 이석현, 4선의 원혜영, 3선의 박기춘, 이종걸 의원 등도 차기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선 긋거나
침묵하거나

역시 수도권 빅3지역인 인천시장의 경우는 민주당 소속 송영길 현 시장이 재선도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문병호 의원이 조심스럽게 출마를 타진하고 있으며, 신학용 의원도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시장직을 탈환해야 하는 새누리당은 이학재 의원과 윤상현 의원 등이 예상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수도권 빅3 외에도 이른바 특정정당의 깃발만 꼽으면 당선된다는 지역에선 지방선거를 향한 열기가 더욱 뜨겁다. 일례로 부산시장선거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피 튀기는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에서만 10여 명 안팎이, 민주당 등 야권에서도 5∼6명의 인사들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부산시장선거는 허남식 시장이 이미 3선 고지를 달성해 연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서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사람은 4선의 서병수 의원이다. 그는 최근까지 당 사무총장직을 맡아왔다. 서 의원은 부산시장에 출마할 것이라는 사실을 대내외에 공공연히 알리며 부산의 친박계 모임인 포럼부산비전을 중심으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서 의원 외에도 김정훈 의원은 올 초부터 부산지역 행사에서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등 표밭 다지기에 열성을 보이고 있으며, 유기준 의원 역시 부산시장 선거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도 국회부의장을 지냈던 정의화 의원, 이진복, 박민식, 김세연 의원 등이 부산시장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지역 텃밭
내부 경쟁 치열

민주당에서는 영남권 유일의 민주당 3선이라는 이력을 가진 조경태 의원이 유력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조 의원은 부산시장 출마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출신 부산시장의 탄생은 무척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44%를 득표하며 선전한 바 있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민주당 텃밭인 전남의 도지사 자리를 놓고는 민주당 의원 간의 각축전이 한창이다. 이낙연 의원과 주승용 의원은 이미 지사직 도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박지원 의원이 전남지사직 자리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두 사람 모두 긴장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내년 6월 전남도지사 선거 출마 여부 등 향후 정치행보를 묻는 질문에 대해 "10월 재보선 결과 등을 지켜본 뒤 올 연말쯤부터 움직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박 의원이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박 의원 측은 문제가 커지자 "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라 당권 도전 등 향후 정치행보에 대해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이 전남지사 선거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호남의 정치1번지 광주시장 선거를 놓고는 민주당 의원들끼리의 뒷거래설도 나돌았다.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은 민주당의 5·4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경선에 나선 광주 출신의 강기정, 이용섭 의원이 단일화 추진의 조건으로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하는 쪽에 광주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기로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광주는 민주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거의 확실시 되는 지역이다.

너도나도 출마, 대규모 재보선으로 이어질까?
총선 때 지역주민과의 약속은 '나몰라라'

이외에도 전국 각 지역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출마설이 들리는 현역 의원들은 한 둘이 아니다. 자천타천 거론되는 후보들까지 모두 합칠 경우 현역의원 중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인사가 50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려온다.


물론 지방선거까진 아직 많은 변수가 남아있기에 거론되는 후보 가운데 대부분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많은 현역의원들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어렵게 단 금배지를 버리고 지방선거에 도전하려는 것일까?

의원들이 시도지사에 도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 역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지만 중진쯤 되면 보다 큰 영역에서 행정권을 집행하고 싶은 정치적 야심이 생긴다고 입을 모은다. 시도지사로 재직하게 되면 행정경험을 쌓고 폭넓은 지지기반도 마련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리더십을 검증받고 지명도를 쌓다보면 자연스럽게 큰 정치인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현재 야당이 차지하고 있는 광역자치단체들에 친박인사들을 대거 포진시키려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선 유독 현역의원들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무래도 박 대통령의 인맥은 여의도 정치에 많이 치우쳐 있기 때문에 진정한 박심을 각 자치단체에 포진시키기 위해서는 의원 출신들을 공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니면 말고
잃을 것 없다

게다가 의원들로서는 지방선거 출마를 노리다 공천 등에서 탈락하면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는 장점도 있다. 설사 공천돼 끝까지 선거를 치르더라도 의원직을 버릴 필요는 없다. 선거 과정에서 일정 득표율을 얻는다면 선거비용의 전액 환수도 가능하다. 다만 현역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대한 일각의 비판여론은 부담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다수의 현역의원들이 다음 지방선거에 뛰어들면 또다시 대규모 재보궐선거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 국회의원들이 후보시절 내세웠던 공약이행도 사실상 요원해진다. 지역발전에 큰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관계자는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현역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국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이 같은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임기 내에는 다른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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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