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전방위 수사 둘러싼 '음모론' 셋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03 14: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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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서 '직접' 지시했다?"

[일요시사=정치팀] CJ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점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미 검찰에 포착된 범죄 혐의만으로도 중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CJ그룹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정·재계에서는 난데없는 '음모론'이 대두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일요시사>가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검찰이 CJ그룹에 대한 수사에 점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야말로 저인망식 수사다. 검찰은 CJ그룹 본사와 제일제당센터, CJ경영연구소 등 CJ그룹의 핵심 컨트롤타워를 모두 압수수색한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실시했다.

법원이 대기업 총수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준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때문에 정·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혐의가 이미 상당부분 입증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난데없는 음모론
이유는 뭘까?

이 회장은 홍콩, 싱가포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CJ 임직원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세금을 빼돌리고 비자금을 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미 이 회장이 직접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정황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기업의 총수가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역외탈세라는 수법까지 사용했다면 이는 분명 처벌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 정·재계엔 CJ 수사를 놓고 난데없이 각종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미 지난 2008년 검찰수사가 끝난 사안이 왜 지금에 와서 다시 수사가 진행된 것인지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다. 사실 CJ 비자금 의혹은 이미 지난 2008년에 마무리된 사건이었다.

당시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하고 있던 CJ 재무팀장 이모씨가 살인청부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던 도중 이 회장의 차명재산 수천억원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차명재산에 대해 선대회장으로부터 받은 재산이라며 1700억원의 상속세를 자진납부 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 됐다.

박근혜정권 '재벌 길들이기'부터 '삼성배후설'까지…
5년 전엔 눈감아주더니…난데없는 음모론에 당황한 검찰

그동안 검찰이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인지수사'를 한 전례가 없었음에도 유독 CJ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인지수사에 착수한 것도 의문이다. 특히 CJ 비자금 사건은 이명박정부 실세들과 깊숙이 관련된 사건이다.

지난 2008년 CJ 비자금 수사가 유야무야되는 과정에서 이명박정부의 실세들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었기 때문이다. 수사과정에서 당연히 그 칼날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지만 검찰은 이명박정부 당시 세무조사 외압 의혹까지 정조준하고 나섰다.



정치적 폭발성이 강한 사안을 검찰이 단독으로 이처럼 속도전을 펼치며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점도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거나 최소한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윤대진 부장검사는 검찰 내에서도 손꼽히는 특수통이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다. 검찰이 굳이 윤 검사가 있는 특수2부에 사건을 배당한 것도 이른바 'CJ 죽이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음모론이다. 이처럼 이번 CJ 수사는 우연히 이뤄진 수사라고 보기에는 여기저기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면 CJ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어떤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것일까? 현재 CJ 수사와 관련돼 거론되는 음모론은 크게 세 가지로 축약된다.

박근혜 직접 지시?
or 암묵적 동의?

첫 번째는 박 대통령의 '직접 지시설'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정치적으로 이렇게 민감한 사안을 검찰이 단독으로 속도전을 펼치며 수사하기는 힘들다.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검찰이 '정치검찰'이라는 굴레를 벗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번 CJ 수사와 관련해 검찰은 그 무엇도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수사에 착수한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6차례나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그것도 아주 대대적이었고 치밀했다. 21일 CJ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서울지방국세청, 은행, 증권사 등을 쉴 새 없이 뒤지고 있다.

전현직 검찰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대통령의 지시 또는 암묵적 동의가 없다면 힘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말 박 대통령이 이번 수사를 직접 지시 또는 최소한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설들이 나돌고 있다. 우선 박 대통령이 이번 CJ 비자금 수사를 통해 친이계 실세를 겨냥하고 있다는 설이다. 이재현 회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이명박정부의 실세로 불렸던 천신일 세중나모회장,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과 돈독한 친분을 유지해왔다.

CJ 비자금 수사가 지난달 21일 시작된 것을 두고는 박 대통령이 '국면전환용'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있다. 지난달 21일은 윤창중 사태로 한창 시끄러운 시점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윤창중 파문으로 방미 성과는 모조리 날아갔고 책임론에 휩싸여 궁지에 몰려있었다. 국면전환의 필요성이 있었다는 얘기다.

CJ 비자금 수사가 '재벌들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도 있다. CJ는 제과와 제빵, 음식점, 커피숍 등을 주력으로 하는 이른바 골목상권 침해논란을 빚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제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서 CJ를 희생양으로 본보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CJ는 그동안 CJE&M의 tvN 채널을 통해 정치풍자를 강화하면서 보수진영의 심기를 거슬러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대선기간 국정감사에서는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이 tvN 채널에서 방영하는 <여의도텔레토비>에 대해 특정후보, 즉 박근혜 후보를 비하하고 욕설이 난무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여러 가지 정황을 볼 때 CJ는 재벌 군기잡기 본보기용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격인지 알 수는 없지만 실제로 검찰이 CJ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하자 지난주 <글로벌텔레토비(구 여의도텔레토비)>가 결방되기도 했다. 또 CJ가 영입한 MBC 출신 최일구 앵커가 진행할 예정이던 tvN <최일구의 끝장토론>이 이례적으로 첫 방송 바로 전날 방영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처럼 CJ 비자금 수사에는 박 대통령의 다목적 포석이 깔려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음모론이다.

'삼성 배후설'
CJ 극렬 반발

두 번째로 회자되는 음모론은 이른바 '삼성 배후설'이다. CJ 측도 이번 비자금 수사의 배후로 삼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CJ의 몇몇 관계자들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공연히 삼성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 측 관계자들은 구체적으로 삼성 측의 누가 움직인 것 같다는 정황까지 제기하고 있다. 물론 확증은 없어 비보도를 원칙으로 털어놓는 이야기지만 CJ는 이번 수사는 삼성의 철저한 보복이라고 이미 확신하고 있는 분위기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재현 회장은 삼성가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회장의 아들이다. 이맹희 전 회장은 현재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상속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비록 1심에서는 승소했으나 이맹희 전 회장 측이 항소하며 소송을 장기전으로 끌어가려 하자 CJ그룹 비리와 관련한 핵심 단서들을 수사기관에 제보함으로써 보복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소문은 작년 'CJ그룹 회장과 정부 인사에 대한 정보보고'라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삼성은 CJ비자금 공략을 통해 CJ가 장기 소송전을 이끌 동력을 소진시키려 한다는 것이 삼성 배후설의 주요골자다.


음모론은 CJ의 물 타기? '역음모론'
거침없는 검찰 수사, 칼날 어디까지?

세 번째는 중수부 폐지 등 개혁대상으로 지목되며 궁지에 몰린 검찰이 명예회복용으로 선택한 카드라는 설도 있다. 실제로 이번 CJ에 대한 수사로 가장 큰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은 검찰이다. 그동안 검찰은 떡검, 섹검, 벤츠여검부터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파문까지 각종 논란을 겪으며 궁지에 몰렸었다. 결국 올해에는 중수부가 폐지되는 아픔까지 겪었다.

사실 대기업에 대한 수사만큼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내고 또 검찰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지 않다. CJ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인해 검찰은 그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다. 특히 검찰의 이러한 행보가 다소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더라도 평소 경제민주화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외치던 박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기조와 딱 맞아떨어지는 이번 CJ 비자금 수사에 대해 반대할 명분을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또 국정원 사건에서 보듯 자칫 섣부른 수사외압을 가했다간 더 큰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처럼 CJ 수사와 관련한 음모론이 확산되자 검찰은 무척 당황한 기색이다. 최근에는 "음모론은 모두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내사를 통해 단서가 나와 수사에 착수한 것뿐"이라며 적극적으로 음모설 차단에 나선 모습이다.

음모론 확산
난감한 검찰

이와 관련 일각에선 오히려 음모론의 확산은 'CJ의 물타기' 시도가 아니냐는 이른바 ‘역(逆)음모론’을 내놓기도 했다. 이 회장 일가가 구속 위기에까지 처하자 반전을 위해 무리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명박정부 하에서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못한 것이 잘못된 것이지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음모론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성원을 보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CJ 수사와 관련해 이처럼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검찰의 수사는 앞으로도 거침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미 한번 빼든 칼이기 때문에 썩은 호박이라도 찔러야 그간 실추된 체면치레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검찰의 칼날은 어디까지 향하게 될까? 정·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하수상한 시절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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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