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친이계 '필생전략' 세 가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28 09: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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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항할까? 뱀 머리 될까? '최후의 선택'

[일요시사=정치팀] 친이계의 서러움이 극에 달했다. 최근 마무리 된 새누리당의 당직 인선에서 당 사무총장 등 핵심요직을 모두 친박계가 꿰찼기 때문이다. 이번 인선에서 철저하게 배제된 친이계는 겉으로는 '계파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속내는 서러울 수밖에 없다. 격세지감이다. 친박계가 모두 장악한 새누리당에서 친이계가 반드시 살아남기 위한 필생전략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새누리당이 지난 22일 큰 틀에서의 당직 인선을 마무리 했다. 이번에 새롭게 출범한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 2기 체제는 한눈에 봐도 친박계 색채가 더욱 짙어졌다는 평가다. 지난 20일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홍문종 의원은 지난 대선 기간 중 매일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친박계의 핵심 중 핵심이다.

원조 친박
원조 친이

집권당의 사무총장은 당의 살림살이와 실무적인 공천 작업을 주도하는 요직 중의 요직이다. 당초 황 대표는 사무총장 후보로 다른 의원을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홍 의원이 임명됐다. 사무총장 인선은 최고위 의결사항이지만 지금까지는 당 대표가 강하게 밀어붙이면 최고위원들도 못 이기는 척 손을 들어주던 것이 관례였다.
뿐만 아니다.

이번에 당 대변인으로 임명된 유일호 의원은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고,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임명된 김재원 의원 역시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과 함께해온 '원조 친박'이다. 새누리당의 1차 당직 인선이 '친박일색'이라는 논란이 일자 정치권에서는 남은 당직에는 비박계가 중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 22일 발표된 2차 인선에서도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선후보 수행단장 출신인 윤상현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했고, 제1사무부총장에는 역시 친박계인 김세연 의원이 낙점됐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의 사촌 홍소자씨(육영수 여사의 조카)의 남편인 한승수 전 국무총리의 사위이기도 하다.


겉으로 계파구분 의미 없다지만…
친박 몰아준 인선에 서운한 친이

이미 새누리당 최고위원 7명 중 6명이 친박계고, 친박계의 좌장인 최경환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된 상황이다. 향후 남은 당직에 비박계 몇 명이 인선된다 해도 큰 의미를 갖기는 힘들다. 새누리당이 친박계에 완전히 장악된 셈이다.

이번 새누리당의 당직 인선을 지켜본 친이계 의원들은 일단 애써 담담한 모습이다. 수도권 지역 친이계 한 재선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마당에 친이계, 친박계가 무슨 소용이냐. 다 같은 새누리당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속내는 서운할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에서 함께 힘을 합쳐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지만 친이계는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는 모양새다. 게다가 지난 정부에서 친박과 친이 사이에 패인 갈등의 골을 생각해보면 친이계는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한다. 아무리 '다 같은 새누리당'이라고 외쳐도 속으로는 정치보복이나 당하지는 않을지 전전긍긍하는 신세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친박계는 '공천 학살'로 대표되는 치욕적인 정치적 핍박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정가에선 공공연히 "박근혜가 집권하면 문재인보다 더 세게 친이계 보복에 나설 것"이란 추측들이 오갔다. 이제 친이계가 친박일색인 새누리당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후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과연 친이계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전략들은 무엇이 있을까?

친박 받아 줄까?
유리천장 우려

첫 번째는 '친박으로의 전향'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조 장관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친이계다. 그러나 조 장관은 지난해 총선에서 선대위 대변인을 맡아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성공적으로 보좌하며 인정을 받았다. 이후 조 장관은 대선기간 박근혜 대선후보의 대변인으로서 활약하며 존재감을 키웠고, 결국 박 대통령과 오랫동안 함께 해온 여성정치인들을 모두 제치고 여성가족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외에도 최경환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에 선출된 친이계 김기현 의원과 대선 기간 새누리당 대변인을 맡았으며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박선규 전 의원 등, 당초 친이계였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사례는 많다.

게다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친박일색 당 지도부와 청와대 인사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 앞으로의 인선에서는 계파 분배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도 있다. 전향한 친이계는 언제든지 이에 대한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현 정부와 친박계에 섣불리 각을 세우기보다는 유화제스처를 보내며 협력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친이계가 살아남는 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마당에 친이계라는 명찰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다만 문제는 아무리 친박계로 전향하려 해도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에 막히는 경우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같은 친박이라도 지난 2007년 대선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과 함께 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진골'이니 '성골'이니 따지는 마당에 친이계가 아무리 친박으로 돌아선다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하물며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한때 탈박이었다는 이유로 김무성 의원을 깊이 신뢰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이처럼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사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 대통령이 친이계 출신들을 믿고 중용하겠느냐. 친이계가 중용된다고 해도 보여주기식 인선 몇 명으로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뭉치면 산다
소수정예 친이

두 번째 전략은 현 정부 및 당과 거리를 두며 친이계가 '독자세력화' 하는 것이다. 현 정부와의 거리두기는 현재 가장 많은 친이계 의원들이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박근혜정부 들어 상당수의 친이계 의원들은 '미스터 쓴소리'를 자처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용의 꼬리가 되느니 뱀의 머리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자칭 타칭으로 친이계로 분류되는 이들은 이재오, 이병석, 정의화, 심재철, 김기현, 김영우, 김재경, 이군현, 권성동, 주호영, 정병국, 김용태, 조해진, 원유철, 김성태, 정문헌, 이철우, 신성범, 김학용 의원 등이다. 이외에도 비박계로 분류되는 황영철, 남경필, 정몽준 의원 등과 중도성향의 의원 몇 명만 더 합류한다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고도 남을 정도다. 이들이 당내에서 독자세력을 형성한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신권력이 된다.

특히 친이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인 지난 18대 국회에서 실세로 군림했던 이들로 당연히 모두 재선 이상이다. 현재 상임위에서 위원장이나 간사 등을 맡고 있는 이들도 많다. 소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이명박 정부 정조준한 박 대통령
정치보복 당할까 전전긍긍 친이

반면 친박계 중 78명은 이른바 '박근혜 키드'로 불리는 초선의원들이다. 현재 친박계가 친이계보다 세력은 훨씬 크지만 막상 전면적으로 대립하게 된다면 오히려 친이계한테 친박계가 끌려 다닐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괜한 계파싸움으로 이들을 적으로 돌린다면 박 대통령과 친박계 모두에게 부담이다. 친이계가 독자세력화에 성공한다면 친박계로 전향하는 것보다 향후 정국 운영과정에서 훨씬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18대 국회에서의 친박계다. 당시 친박계는 당내 소수 계파 임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항들에 대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면서 "진짜 실세는 친박계"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이계가 당내에서 독자세력화 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탈당해 신당창당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도 꾸준히 돌고 있다. 친이계의 탈당 시나리오는 안철수 무소속 신당과 힘을 합치는 것부터 독자적 창당, 이른바 친박 중심에서 밀려난 원박 및 중도성향 의원들과 힘을 합치는 방향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이미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권력은 누구?
친이계의 선택은?

세 번째 전략은 '당내 미래 권력에 줄을 서는 것'이다. 다음 총선은 오는 2016년 치러진다. 박근혜정부의 임기 말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확인했듯이 임기 말 실시되는 총선은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치기 어렵다. 오히려 지난 총선에서 친이계가 대거 탈락했던 것처럼 친박계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또 다음 총선 때에는 공천을 받는다고 해도 역대 정권 임기 말 예외없이 불어 닥쳤던 정권 심판론에 자칫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섣불리 친박계로 이동하기보단 현재의 위치에서 당내 권력의 이동을 관망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의 공천권은 분명 미래권력이 쥐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친이계로서는 지금 당장 친박계와 친하게 지내며 무게중심을 이동한다 해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한편 친이계가 절체절명의 선택을 해야 할 시기는 점점 다가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이명박정부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과 한식세계화 사업을 국회에서 감사 청구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줄줄이 전 정부 정책에 대해 부정적 언급을 한 것도 친이계를 더욱 조급하게 하고 있다. 국정원 사건 등은 이미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같은 혹독한 시련 속에서 친이계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과연 위기를 극복하고 옛 영광을 다시 누릴 수 있을까? 정치권의 이목의 집중되는 요즘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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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