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후폭풍' 코너 몰린 박근혜 정국반전 빅카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28 0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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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던 사고뭉치 역시나 "윤창중 지울 이슈 띄워라"

[일요시사=정치팀] 방미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윤창중 폭탄'을 맞고 휘청거리던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적인 사태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하루 빨리 윤창중이라는 악몽 같은 세 글자를 지우고 국정운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복안이다. 코너에 몰린 박 대통령이 가동시킨 '윤창중 흔적지우기 플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정국을 반전시킬 박 대통령의 비장의 카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윤창중 후폭풍'을 차단하고 경색된 정국을 반전시키기 위한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4박6일간의 방미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했다. 방미 기간 박 대통령은 그야말로 '악' 소리 나는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펼쳤고, 이로써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연일 상승세였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터졌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현지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귀국 당일 방미 기간 성과를 설명하기로 했던 기자회견은 전격 취소됐고, 대신 이남기 전 홍보수석의 사의표명과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이 잇따랐다.

윤창중 핵폭탄
길어지는 후폭풍

방미 기간 연일 고공행진을 펼치던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사건 발생 후 한참동안이나 국내 모든 언론사의 주요뉴스는 윤창중 사건으로 채워졌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악몽 같은 나날들이었다.

윤창중 사태의 후폭풍이 길어지자 박 대통령은 윤창중 흔적 지우기에 적극 나선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하루 빨리 윤창중 사태를 마무리 짓고 국정운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가동시킨 '윤창중 흔적지우기 플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박 대통령은 사건이 터진 사흘 후인 지난 14일 갑작스레 남북대화를 제의해 이목을 끌었다. 이날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남북대화를 제의하고 나선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북측의 통행제한 조치에 맞서 우리 측 인원의 전원 귀환을 지시해 개성공단이 사실상 잠정폐쇄된 후 겨우 10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장 야권에선 윤창중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한 국면전환용 진심 없는 대화제의라며 반발했다. 북한의 반응 역시 냉담했다. 박 대통령의 첫 번째 플랜은 실패한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에서 비추어 볼 때 대북문제만큼 국면전환용으로 훌륭한 효과를 냈던 것은 없었다.

윤창중에 삐졌던 언론 달래기, 잦아든 비판보도
연이은 선심성 정책 발표 "내부 조율도 안됐는데…"

아직까지는 남북 간에 긴장완화를 위한 분위기가 제대로 성숙되지는 않았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남북대화에 대한 의지를 내보임으로써 남북 화해무드 조성을 이슈 전면에 내세워 윤창중 지우기에 활용할 수도 있다.

최근 박근혜정부에서 연이어 발표하고 있는 각종 선심성 정책들도 국면 전환용으로 보는 시각들이 지배적이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20일 행복주택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이튿날인 21일에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체제로 인한 신용불량자 구제방안을 발표했다.

박근혜정부의 대표적인 주택정책인 행복주택은 서울 오류와 가좌, 목동과 잠실 등 수도권 도심 7곳에 1만호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사업비 부담에다 공공택지를 보유한 지자체 등과의 의견도 엇갈려 사업 추진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토부 내 입장정리도 안 된 상황에서 7개 시범지구를 발표한 것을 놓고는 윤창중 지우기를 위해 무리한 발표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선심성 정책
무리한 발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IMF 신불자 구제방안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사업실패나 연대보증으로 신불자(채무불이행자)가 된 11만여 명의 채무원금을 최대 70% 탕감하고 최장 10년간 나눠 갚을 수 있도록 구제한다는 방침이다. 외환위기 당시 기업대출 연대보증자에 대한 일괄 채무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구제방안의 대상자가 된 사람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일반 국민들 사이에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너무도 뻔한 선심성인 데다가 험한 빚 독촉을 견뎌가며 안 입고 안 먹고 다 갚은 사람들만 바보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행복기금에 이어 국가가 세금으로 빚을 대신 갚아주는 정책이 또 한 번 시행되면서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박 대통령과 국내 언론사 정치부장들과의 만찬간담회 역시 윤창중 사태를 덮기 위한 언론달래기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 이날 만찬간담회는 윤창중 사태가 발생하기 전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이긴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언론달래기에 나섰다. 일단 만찬에는 허태열 비서실장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이정현 정무수석, 곽상도 민정수석 등 사의를 표명한 이남기 전 홍보수석을 제외한 수석비서관 전원이 배석했다.

간담회에서는 윤창중 성추행 파문 등 굵직한 현안들이 많았던 데다 취임 후 첫 만남이어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박 대통령은 예정시각을 훨씬 넘겨가면서까지 모든 질문에 상세하게 답변했다. 윤창중 파문에 대한 소회 등 민감한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간담회 마무리에는 "새 정부의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언론에 귀 기울여 가며 신중하게 해 나가겠다"며 언론과의 소통도 약속했다.

사실상 언론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윤창중 사태의 경우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하더라도 비정상적으로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때문에 평소 윤 전 대변인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던 언론인들이 보복에 나선 것이라는 뒷말도 무성했다. 윤 전 대변인이 평소 언론과의 관계가 불편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기자들이 싫어한 대변인
언론달래기 나선 대통령

윤 전 대변인은 인수위 대변인 시절부터 기자들과 잦은 신경전을 벌여 대변인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처럼 윤 전 대변인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던 언론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보복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찬간담회 이후 윤창중 사태에 대한 보도는 거짓말처럼 잦아들기 시작했다. 물론 사건의 휘발성이 다한 것일 뿐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언론달래기가 어느 정도 먹혀들어간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최근 검찰이 이명박 정부와 관련한 수사에 속도를 높이는 것을 두고는 박 대통령이 윤창중 사태 무마용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언론의 먹잇감으로 던져준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전담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여환섭) 외에 특수2·3부, 강력부, 첨단범죄수사1·2·3부, 금융조세조사1·2·3부 등 지검 3차장 산하 모든 부서에서 검사와 수사관 등을 각각 1~2명 차출해 수사팀을 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건설사 전현직 임원들을 소환해 4대강 사업 참여·진행 경과와 담합 의혹, 압수물과 관련한 의혹 등을 강도 높게 조사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모 건설사가 4대강 담합을 주도한 정황이 포착된 문건이 확보되기도 했다.

또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건 수사를 축소 및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을 지난 20일 전격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전에도 사례가 있긴 했지만 검찰이 경찰청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무려 16시간 동안이나 강도 높게 이뤄졌다. 이어 검찰은 수사를 축소 및 은폐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소환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속도내는 4대강·국정원 수사, 이명박 먹잇감으로?
박 대통령 "나도 피해자" 선 긋기, 반발여론은 부담


이 같은 검찰의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거나 최소한 암묵적 동의는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내 일부 친이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국면전환용으로 이 전 대통령을 먹잇감으로 던져줬다는 의혹이 강해지고 있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과의 선긋기를 통해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언론사 정치부장 간담회에서 윤 전 대변인에 대해 "저 자신도 실망스럽고 그런 인물이었나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또 "전문성을 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인물이 한번 맡으면 어떻겠냐 해서 그런대로 절차를 밟았는데도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며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번에 윤 전 대변인 건도 사실은 성추행 사건에 연루될 줄 아무도 생각 못했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도 윤창중 사건의 피해자라는 항변이었다. 윤 전 대변인은 성추행을 한 일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을 기정사실화 하며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미국 현지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빠른 수사 진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발 빠른 선 긋기에 나선 이유는 아무리 윤 전 대변인이 억울하다고 해도 어설프게 편을 드는 모양새를 취했다가 향후 거짓 증언한 내용이 추가로 드러나면 더 큰 후폭풍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문제도 아니고 여성대통령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박근혜정부에서 고위공직자가 성추행이라는 추한 스캔들에 얽힌 만큼 편을 들어줄 여지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 잘못
빠른 선 긋기


일단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함으로써 윤창중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청와대 자체감찰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미국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청와대가 "더 이상의 추가적인 책임은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서자 윤창중 사태를 서둘러 봉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자연스럽게 윤창중 사태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섣부른 선 긋기가 오히려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부상시키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눈치다.

한 정치전문가는 "지난 1999년 당시 김대중 정부는 임기 중반이었음에도 옷로비사건(당시 외화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던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고위층 인사의 부인들에게 고가의 옷을 선물하며 로비를 한 사건) 이후 정국 장악력이 크게 떨어져 내리막길을 걸었던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 역시 윤창중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임기 초반부터 정국장악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윤창중 사태로 현 정부에 대해 크게 실망한 국민들의 감정을 제대로 보듬어 줘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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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