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후폭풍' 코너 몰린 박근혜 정국반전 빅카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28 0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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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던 사고뭉치 역시나 "윤창중 지울 이슈 띄워라"

[일요시사=정치팀] 방미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윤창중 폭탄'을 맞고 휘청거리던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적인 사태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하루 빨리 윤창중이라는 악몽 같은 세 글자를 지우고 국정운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복안이다. 코너에 몰린 박 대통령이 가동시킨 '윤창중 흔적지우기 플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정국을 반전시킬 박 대통령의 비장의 카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윤창중 후폭풍'을 차단하고 경색된 정국을 반전시키기 위한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4박6일간의 방미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했다. 방미 기간 박 대통령은 그야말로 '악' 소리 나는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펼쳤고, 이로써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연일 상승세였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터졌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현지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귀국 당일 방미 기간 성과를 설명하기로 했던 기자회견은 전격 취소됐고, 대신 이남기 전 홍보수석의 사의표명과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이 잇따랐다.

윤창중 핵폭탄
길어지는 후폭풍

방미 기간 연일 고공행진을 펼치던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사건 발생 후 한참동안이나 국내 모든 언론사의 주요뉴스는 윤창중 사건으로 채워졌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악몽 같은 나날들이었다.

윤창중 사태의 후폭풍이 길어지자 박 대통령은 윤창중 흔적 지우기에 적극 나선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하루 빨리 윤창중 사태를 마무리 짓고 국정운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가동시킨 '윤창중 흔적지우기 플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박 대통령은 사건이 터진 사흘 후인 지난 14일 갑작스레 남북대화를 제의해 이목을 끌었다. 이날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남북대화를 제의하고 나선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북측의 통행제한 조치에 맞서 우리 측 인원의 전원 귀환을 지시해 개성공단이 사실상 잠정폐쇄된 후 겨우 10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장 야권에선 윤창중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한 국면전환용 진심 없는 대화제의라며 반발했다. 북한의 반응 역시 냉담했다. 박 대통령의 첫 번째 플랜은 실패한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에서 비추어 볼 때 대북문제만큼 국면전환용으로 훌륭한 효과를 냈던 것은 없었다.

윤창중에 삐졌던 언론 달래기, 잦아든 비판보도
연이은 선심성 정책 발표 "내부 조율도 안됐는데…"

아직까지는 남북 간에 긴장완화를 위한 분위기가 제대로 성숙되지는 않았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남북대화에 대한 의지를 내보임으로써 남북 화해무드 조성을 이슈 전면에 내세워 윤창중 지우기에 활용할 수도 있다.

최근 박근혜정부에서 연이어 발표하고 있는 각종 선심성 정책들도 국면 전환용으로 보는 시각들이 지배적이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20일 행복주택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이튿날인 21일에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체제로 인한 신용불량자 구제방안을 발표했다.

박근혜정부의 대표적인 주택정책인 행복주택은 서울 오류와 가좌, 목동과 잠실 등 수도권 도심 7곳에 1만호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사업비 부담에다 공공택지를 보유한 지자체 등과의 의견도 엇갈려 사업 추진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토부 내 입장정리도 안 된 상황에서 7개 시범지구를 발표한 것을 놓고는 윤창중 지우기를 위해 무리한 발표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선심성 정책
무리한 발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IMF 신불자 구제방안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사업실패나 연대보증으로 신불자(채무불이행자)가 된 11만여 명의 채무원금을 최대 70% 탕감하고 최장 10년간 나눠 갚을 수 있도록 구제한다는 방침이다. 외환위기 당시 기업대출 연대보증자에 대한 일괄 채무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구제방안의 대상자가 된 사람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일반 국민들 사이에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너무도 뻔한 선심성인 데다가 험한 빚 독촉을 견뎌가며 안 입고 안 먹고 다 갚은 사람들만 바보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행복기금에 이어 국가가 세금으로 빚을 대신 갚아주는 정책이 또 한 번 시행되면서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박 대통령과 국내 언론사 정치부장들과의 만찬간담회 역시 윤창중 사태를 덮기 위한 언론달래기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 이날 만찬간담회는 윤창중 사태가 발생하기 전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이긴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언론달래기에 나섰다. 일단 만찬에는 허태열 비서실장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이정현 정무수석, 곽상도 민정수석 등 사의를 표명한 이남기 전 홍보수석을 제외한 수석비서관 전원이 배석했다.

간담회에서는 윤창중 성추행 파문 등 굵직한 현안들이 많았던 데다 취임 후 첫 만남이어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박 대통령은 예정시각을 훨씬 넘겨가면서까지 모든 질문에 상세하게 답변했다. 윤창중 파문에 대한 소회 등 민감한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간담회 마무리에는 "새 정부의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언론에 귀 기울여 가며 신중하게 해 나가겠다"며 언론과의 소통도 약속했다.

사실상 언론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윤창중 사태의 경우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하더라도 비정상적으로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때문에 평소 윤 전 대변인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던 언론인들이 보복에 나선 것이라는 뒷말도 무성했다. 윤 전 대변인이 평소 언론과의 관계가 불편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기자들이 싫어한 대변인
언론달래기 나선 대통령

윤 전 대변인은 인수위 대변인 시절부터 기자들과 잦은 신경전을 벌여 대변인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처럼 윤 전 대변인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던 언론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보복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찬간담회 이후 윤창중 사태에 대한 보도는 거짓말처럼 잦아들기 시작했다. 물론 사건의 휘발성이 다한 것일 뿐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언론달래기가 어느 정도 먹혀들어간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최근 검찰이 이명박 정부와 관련한 수사에 속도를 높이는 것을 두고는 박 대통령이 윤창중 사태 무마용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언론의 먹잇감으로 던져준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전담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여환섭) 외에 특수2·3부, 강력부, 첨단범죄수사1·2·3부, 금융조세조사1·2·3부 등 지검 3차장 산하 모든 부서에서 검사와 수사관 등을 각각 1~2명 차출해 수사팀을 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건설사 전현직 임원들을 소환해 4대강 사업 참여·진행 경과와 담합 의혹, 압수물과 관련한 의혹 등을 강도 높게 조사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모 건설사가 4대강 담합을 주도한 정황이 포착된 문건이 확보되기도 했다.

또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건 수사를 축소 및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을 지난 20일 전격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전에도 사례가 있긴 했지만 검찰이 경찰청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무려 16시간 동안이나 강도 높게 이뤄졌다. 이어 검찰은 수사를 축소 및 은폐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소환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속도내는 4대강·국정원 수사, 이명박 먹잇감으로?
박 대통령 "나도 피해자" 선 긋기, 반발여론은 부담

이 같은 검찰의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거나 최소한 암묵적 동의는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내 일부 친이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국면전환용으로 이 전 대통령을 먹잇감으로 던져줬다는 의혹이 강해지고 있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과의 선긋기를 통해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언론사 정치부장 간담회에서 윤 전 대변인에 대해 "저 자신도 실망스럽고 그런 인물이었나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또 "전문성을 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인물이 한번 맡으면 어떻겠냐 해서 그런대로 절차를 밟았는데도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며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번에 윤 전 대변인 건도 사실은 성추행 사건에 연루될 줄 아무도 생각 못했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도 윤창중 사건의 피해자라는 항변이었다. 윤 전 대변인은 성추행을 한 일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을 기정사실화 하며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미국 현지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빠른 수사 진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발 빠른 선 긋기에 나선 이유는 아무리 윤 전 대변인이 억울하다고 해도 어설프게 편을 드는 모양새를 취했다가 향후 거짓 증언한 내용이 추가로 드러나면 더 큰 후폭풍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문제도 아니고 여성대통령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박근혜정부에서 고위공직자가 성추행이라는 추한 스캔들에 얽힌 만큼 편을 들어줄 여지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 잘못
빠른 선 긋기

일단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함으로써 윤창중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청와대 자체감찰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미국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청와대가 "더 이상의 추가적인 책임은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서자 윤창중 사태를 서둘러 봉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자연스럽게 윤창중 사태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섣부른 선 긋기가 오히려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부상시키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눈치다.

한 정치전문가는 "지난 1999년 당시 김대중 정부는 임기 중반이었음에도 옷로비사건(당시 외화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던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고위층 인사의 부인들에게 고가의 옷을 선물하며 로비를 한 사건) 이후 정국 장악력이 크게 떨어져 내리막길을 걸었던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 역시 윤창중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임기 초반부터 정국장악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윤창중 사태로 현 정부에 대해 크게 실망한 국민들의 감정을 제대로 보듬어 줘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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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